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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244화 (244/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244화>

“헌터님, 숲이 보이고 있습니다.”

이호성이 앞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메마른 땅과 이어진 곳에 커다란 숲이 보이고 있었다.

시스템 지도를 통해 보면 저 숲의 이름은 피오스.

하지만 그 명칭이 곧 다크엘프의 숲과도 같다는 것은 퀘스트를 통해 지도에 표시된 것으로 알 수 있는 일이었다.

퀘스트 덕분에 위치는 쉽게 찾았다.

위치를 찾았다면 미션을 클리어하는 건 별달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민성은 안장 위에서 고삐를 당기면서 말의 이동 속도를 늦췄다.

“밥 먹고 간다.”

민성이 말했다.

그의 말에 따라 이호성은 숲의 초입 그늘 아래로 가서 말을 세워 두고 요리를 준비했다.

그리고 템창에서 생수를 꺼내 손을 씻고 곧바로 바가지를 불렀다.

바가지가 만든 흑마법의 불 화력은 굉장하기 때문에 냄비를 태우지 않으면서도 빠르게 음식을 익힐 수 있다.

“오래 걸리지 않게 준비하겠습니다.”

이호성이 민성을 향해 싱긋 미소 지으며 말했다.

“수고 부탁한다.”

민성은 그렇게 말하고 나무 그늘 아래에서 등을 대고 휴식을 취했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메마르고 드넓은 땅을 보면서 민성은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꼈다.

민성은 눈을 감고, 자연의 소리와 자연의 촉감을 느끼며 음식이 완성되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부글부글 뭔가가 끓는 소리가 들렸고 고소하고 맛있는 냄새가 났다.

어떤 메뉴일까?

기대하고 추측해 봤지만 정체를 알 수는 없었다.

냄새가 나긴 해도, 어떤 메뉴인지 추측할 만큼 명확한 향은 아니었다.

조급해하지 말자.

기다렸다가 두 눈으로 확인하면 된다.

꼬르르륵-

배에서 커다랗게 소리가 났다.

꽤 굶었으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마계에서는 이런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너무 굶으면, 그게 익숙해지면 그렇게 되는 듯했다.

민성은 천천히 눈을 뜨고 배를 문질렀다.

“헌터님, 다 됐습니다.”

민성은 놀란 눈으로 이호성을 돌아보았다.

“……벌써?”

민성이 물었다.

이호성이 히죽 웃으며 당당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드시죠.”

그는 절도 있게 식탁 위에 놓인 음식을 가리켰다.

민성은 몸을 일으켰고, 식탁 테이블로 걸어갔다.

이호성이 의자를 빼 주었다.

메마르고 넓은 땅을 등지고 앉았다.

식탁 앞에 앉자, 전방으로 녹색이 가득한 울창한 숲이 보인다.

짹짹-!

새소리가 울리고, 지저귀는 풀벌레 소리도 가득하다.

그 가운데, 민성은 음식을 내려다 보았다.

“갈비탕입니다.”

이호성이 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소개한 대로, 이번 메뉴는 갈비탕이었다.

하얀 쌀밥과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갈비탕.

그리고 건고추, 홍고추, 풋고추와 양파를 갈아 넣고, 진간장, 후추, 깨소금, 육수, 참기름, 마늘, 설탕 등으로 만든 한국의 양념 빨간 다대기와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파전.

마지막으로 깍두기.

여기까지가 민성의 식탁 위로 올라온 모든 음식이었다.

역시 이호성이 준비한 야외 식사는 심플의 최고봉이다.

민성은 집중력을 끌어 올리며 곧바로 수저를 손에 들었다.

갈비탕의 국물은 뽀얗다.

마친 아기의 살결만큼이나 뽀얗다.

수면 위로 수줍게 보여 주는 탕 속의 소갈비가 보이고, 그 위로 앙증맞게 뿌려진 파는 당장 국물을 휘젓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민성은 먼저 다대기를 한 술 떠서 국물에 풀었다.

덩어리가 커서 몇 번을 휘저어야 했다.

다대기를 풀고 나자 국물이 옅은 붉은빛을 띠었다.

그 상대로 곧바로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수저 떠먹었다.

후룹! 꿀-꺽!

국물을 먹자마자 민성은 눈을 번쩍 떴다.

“……!”

맛있다.

한없이 부드럽고, 달콤하며 또한 깊다.

소갈비뼈에서 우러나온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또한 뚝배기의 뜨거운 온도가 후끈하게 식도를 타고 가슴에 마치 파문처럼 쫙 퍼진다.

엄청난 국물 맛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국물이 뽀얗고 달콤하면서도 그 부드러움이 이렇게 남다를 수가 있지?

민성은 감탄한 채, 쌀밥 위로 당면과 팽이 버섯과 파를 올린 다음, 한 수저를 크게 떠서 입에 넣었다.

그리고 곧바로 뚝배기 안에 들어 있는 갈비탕 국물을 수저로 연거푸 떠먹었다.

당면과 팽이버섯이 씹히는 식감은 일품이며 그 안에서도 갈비탕의 뽀얀 향이 잔뜩 묻어나 있다.

더군다나 삭삭 씹히는 파와 연이어 들어오는 마치 사골 국물과도 같은 진한 맛에 이어, 뼈에 붙어 있는 살코기를 씹노라면 여기가 천당인지 현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황홀했다.

민성은 이내 양손으로 뚝배기 채 들고 국물을 마셨다.

후루루루룹!

입안으로 세차게 들어오는 국물의 진한 맛은 마치 계곡의 물줄기처럼이나 청량했다.

“크으.”

민성은 신음에 가까운 감탄사를 입 밖으로 흘리며 뚝배기를 내려놓고, 쌀밥을 뚝배기 안에 투하하여 말아 버리기 시작했다.

숟가락으로 꾹꾹 눌러 밥알을 탕 안에서 흐트러트린 후, 당면과 파, 그리고 팽이버섯과 함께 한 수저 떠진 국밥을 입안으로 가져간다.

폭풍처럼 입속으로 휘어 감기는 갈비탕의 완벽한 춤사위.

민성은 마치 용암만큼이나 뜨겁고 밀도 높은 갈비탕에 빠져들었다.

* * *

“제가 만들었지만 정말 맛있네요.”

이호성도 갈비탕을 먹었다.

자신이 만들어 놓고도 놀라는 건 민성으로서도 백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정도로 갈비탕은 맛있었다.

베아트리체에서 숲을 보며 먹는 갈비탕이라.

좋지 않을 수가 없다.

열도 확 오르고, 든든하다는 것이 분명하게 체감된다.

음식의 힘은 이토록이나 강력하다.

“들어가자.”

“말은 어떻게…… 그냥 버릴까요? 몬스터한테 금방 죽을 것 같은데. 흠…….”

이호성이 안쓰럽다는 듯 말을 보았다.

그때 쏠이 타닥타닥 뛰어와 말 두 필과 자신이 황금 주머니를 가리켰다.

“엥……? 넣겠다고?”

쏠이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그게 돼? 무슨 아이템도 아니고…….”

이호성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쏠이 황금 주머니를 펼쳤다.

황금 주머니는 마치 거대한 보따리처럼 변해 순식간에 이호성의 백마 한 마리를 휘어 감았고, 그 백마는 게 눈 감추듯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우와!”

이호성이 감탄하며 박수를 짝짝! 쳤다.

“대박인데, 쏠? 푸핫!”

민성도 피식 웃었고, 칭찬에 신이 난 듯 쏠은 재롱을 부리듯 엉덩이를 흔들며 뛰어가 민성의 흑마도 자신의 황금 주머니로 휘어 감아 주머니 안에 쏙 넣어 버렸다.

쏠은 의기양양하게 와아? 하고 빵긋 웃었다.

이호성이 쏠을 향해 양 손으로 엄지를 세워 보이곤 연거푸 박수를 쳤다.

민성은 피식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안으로 진입한다.”

“옙!”

배가 불러서 신이 난 이호성이 기분 좋게 외치며 대답했다.

민성이 앞장서고, 그 뒤를 이호성과 쏠이 뒤따랐다.

바가지는 민성의 주머니에서 머리를 빼꼼 내밀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숲은 사람이 다니기에 편한 길들이 꽤 많았다.

족적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모두 인간의 족적과 같았으며, 다만 그 크기가 조금 작을 뿐이었다.

민성은 목을 가볍게 꺾어 스트레칭했다.

그동안 말을 타고 오면서 몬스터를 발견하는 족족 생기를 흡수한 탓에 현재 자신의 컨디션은 거의 99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회복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식사까지 마치자 컨디션은 완벽하게 채워졌다.

다만 문제는 아무리 숲을 다녀 보아도 다크엘프는커녕 몬스터 한 마리 찾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마치 버려진 숲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간혹 보이는 재규어를 닮은 짐승이나, 나무에 걸려 있는 뱀만이 이곳이 살아 있는 숲이라는 걸 알려 주는 유일한 증거처럼 보였다.

어쩌면 이번 퀘스트는 생각보다 시간을 꽤 오래 잡아먹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숲만 찾으면 일사천리일 줄 알았는데 이번 퀘스트가 스페셜 오더인 이유는 분명 존재했다.

다크엘프는 이름만큼 기본적으로 어둠의 종족.

눈에 띄는 것이 외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이호성.”

“네, 헌터님.”

“서포터 능력을 사용해서, 다크엘프를 찾아라. 반드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호성은 심호흡을 하며 주변을 훑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한다.”

“예. 반드시.”

이호성은 그 대답을 마지막으로 자신의 서포터 능력을 개방했다.

“저도 찾아볼까요?”

바가지가 주머니 밖으로 머리를 빼꼼 내밀며 물었다.

“기다려라. 내가 지시할 때까지.”

바가지는 하품을 하며 다시 주머니 안으로 머리를 꾸물꾸물 밀어 넣었다.

민성도 놀고만 있을 생각은 아니었다.

그대로 지면을 가볍게 차고 뛰어올랐다.

민성은 마치 공처럼 빠르게 하늘로 솟구쳤다.

하늘 위에서 민성은 숲을 내려다보았다.

기감을 펼쳐 보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지되는 것은 없었다.

다시 지면에 착지한 민성은 짧게 혀를 찼다.

결국 귀찮아도, 발로 뛰는 수밖에 없을 듯했다.

* * *

이호성은 서포터로서 여러 가지 능력이 있다.

그중 현재의 상황에 쓰일 수 있을 만한 것은 꽤 다채롭다.

그림자술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바가지의 망령술과 닮은 것이 있고 무려 8개의 그림자 탐색자를 이용할 수도 있었다.

이호성의 손에서 검은 그림자가 흔들리더니, 이내 바닥을 향해 손을 내려 꽂자 순식간에 8개의 그림자가 총알처럼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이 8개의 검은 그림자는 대상을 감지하는 순간, 그 즉시 그 검은 그림자는 하늘로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

바가지의 망령술과는 차원이 다른 탐색 속도를 자랑하기 때문에, 마력 소모는 크지만 그만큼 훌륭한 효용성을 가진 스킬 중 하나였다.

이호성은 8개의 그림자를 쏘아 보낸 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스킬 시전을 준비했다.

트랩(Trap).

덫이다.

마력을 이용하여 만드는 덫으로, 투명하지만 올가미 능력은 상당하다.

덫에 걸리면, 마력 운용 능력이 급격하게 저하되는 것은 기본이며 엄청난 속도로 작동하기 때문에 일단 덫에 걸리면 빠져나가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이호성은 빠르게 이동하면서 추가 탐색자 그림자 스킬을 사용하기 위한 여분 마력만을 남겨 놓고 나머지는 모두 덫을 놓는 데 사용했다.

숲이나 정글 같은 곳에서 사용하기에 딱 안성맞춤인 능력인 만큼 이호성은 이번에 자신의 서포터 능력이 빛을 발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호성은 눈을 번쩍이며, 마법의 덫을 무더기로 설치해나갔다.

총 설치한 덫은 총 200개.

이호성은 모든 설치를 끝마치고, 손을 탈탈 털면서 히죽 웃었다.

기다려라 다크 엘프.

이 이호성 님이 눈부신 속도로 찾아 줄 테니까!

드디어 제대로 된 서포터 능력을 발휘하는 것 같아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호성은 다소 거칠어진 숨을 고른 후, 설렘과 긴장이 섞인 마음으로, 자신의 덫 혹은 탐색자 그림자에게 다크엘프가 걸려들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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