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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241화 (241/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241화>

* * *

“피, 피해야 돼.”

이호성은 본능적으로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그건 이성뿐이었다.

아무리 그림자로 숨는다고 해도 저 힘의 파장으로부터 무사하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충돌의 파장은 이 성을 그대로 붕괴시켜 버릴 만한 힘이었다.

마치 엄청난 화력을 가진 폭발물처럼 말이다.

“제길……!”

피할 공간을 찾지 못한 이호성이 바가지와 쏠을 보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던 때, 그림자가 앞을 가렸다.

“……?!”

라우니였다.

그가 이호성과 바가지, 그리고 쏠의 앞에서 자신의 스킬을 개방시켜 보호막을 만들어 냈다.

-파아아아아앗!

새하얀 오러가 사방으로 번져 나갔다.

그리고.

쿠그그그그그그궁!

성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주변이 뿌연 먼지로 가득해졌으나 그 시간에도 민성과 쇼펜의 전투는 이어지고 있었다.

쇼펜의 몰골은 엉망이었다.

단정하게 묶어 놓았던 머리는 마치 산발처럼 사방으로 흩날리고 있었고, 눈은 피가 맺힌 듯 붉었으며, 입가로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 반면 민성은 처음 나타났을 때와 별반 다를 것 없이 멀쩡한 상태였다.

“이 개 같은 놈이……!”

성이 곧 붕괴될 것만 같은 상황 가운데, 혈안이 된 쇼펜이 검을 휘두르자 그 검에서 빨간 액체와도 같은 것이 터져 나왔다.

……뭐지?

시야를 잔뜩 가리는 빨간 액체.

그리고 이내 꽤 위협적인 힘이 자신을 향해 날아올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스킬의 특수성인 듯했다.

그리고 불현듯 민성의 머릿속에 하나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사실 그동안 잊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그걸 한 번 써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킬 개방]

[카운터 배리어]

민성도 스킬을 사용했다.

카운터 배리어라는 스킬은, 상대의 공격에 역공격을 가해 주는 스킬이었다.

그리고.

‘카운터 배리어 성공!’이라는 시스템 문구를 볼 수 있었다.

핏물과도 같은 빨간 액체는 순식간에 고속으로 마치 빨려 들어가듯 사라지기 시작했고 이내 그 빨간 액체는 외려 쇼펜을 뒤덮어 나갔다.

“말도 안 되는……! 제기랄!”

빨갛고 끈끈한 액체를 뒤집어쓴 쇼펜이 허우적거렸다.

좋은데? 이 카운터 배리어라는 거 말이야.

민성은 피식 웃으며 궁니르를 휘둘렀다.

콰르르릉!

사자의 포효와도 같은 천둥이 울렸다.

그리고 서-걱! 소리가 나며 검을 들고 있던 쇼펜의 오른팔 하나가 피를 뿌리며 날아갔다.

검을 쥐고 있는 팔이 뻥 뚫린 벽 너머로 굴러 떨어져 나갔다.

“크아아아악!”

쇼펜은 비명과도 같은 고함을 지르며 바닥에 무릎을 철퍽 꿇었다.

그는 출혈이 계속되고 있는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붙잡고 눈을 질끈질끈 깜빡이며 이를 부서질 듯이 깨물었다.

“내대륙이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너도 약하네.”

카운터 베리어라는 스킬의 덕을 보긴 했지만, 그런 잡기술을 쓰지 않았더라도 쇼펜에게 졌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전투가 베아트리체 세계에 온 이후 처음으로, 공부가 되긴 했다.

“크이잇!”

쇼펜이 남아 있는 왼팔로 템창에서 다시 무기를 꺼내려고 하자, 민성은 궁니르를 찌르려고 하다가 그를 생포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멈칫했다.

민성은 템을 꺼냈지만, 후유증으로 일어서면서 비틀거리는 그의 목덜미를 잡아 그대로 벽이 뻥 뚫려 버린 바깥을 향해 집어 던졌다.

쇼펜은 벽에 한 번 걸렸다가 마치 공처럼 몇 번 튕겨지면서 뚫린 구멍을 통해 성 밖으로 나가떨어졌다.

저 정도 플레이어라면, 여기서 나가떨어진다고 죽지는 않겠지.

민성은 그렇게 쉽게 생각하며 마법진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쩌저저적-!

갈라지는 소리가 났고, 이내 성은 붕괴되기 시작했다.

쏠이 엄청난 속도로 달려 가장 먼저 뻥 뚫린 구멍을 통해 성 밖으로 튀어 나갔고, 그다음은 이호성과 바가지를 양손에 잡아 든 라우니였다.

모두가 무너지는 성 밖으로 나오는 가운데, 민성만이 움직이지 않고 만들어져 있는 마법진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그 마법진을 향해 마기가 흘러넘치는 창을 찔러 넣음과 동시에-

콰르르르르르- 쿠그그긍!

무너진 성의 건물 구조물이 민성의 머리 위로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 * *

라우니에 의해 구출된 이호성과 바가지가 놀란 눈으로, 두껍고 강한 음향을 내며 허물어지듯 붕괴되고 있는 성을 올려다보았다.

그냥 본 것뿐이다.

언제 나오는 건지 궁금해서.

강민성이 고작 붕괴되는 성 안에 있었다고 해서 죽지 않을 거라는 건 그 누구보다 자신과 바가지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일이었다.

그 정도는 처음 보는, 자신을 지켜 준 라우니라는 남자도 알 만한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이호성은 바가지를 챙기며, 먼지를 툭툭 털고 일어나면서 인사를 전했다.

라우니는 붕괴된 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누구입니까? 저 플레이어는…….”

라우니가 물었다.

이호성은 짧게 한숨 쉬었다.

“지구라는 별에서 온 플레이어입니다. 이름은 강민성. 어디선가는 검은 학살자라고도 불렸죠.”

이내 민성이 무너진 구조물들을 쳐 내며 밖으로 나와 탁탁 먼지를 털어 냈다.

라우니는 그런 민성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의 눈은 충격과 경외로 뒤섞여 있었다.

민성은 뚜뚝! 하고 관절을 꺾으며 가볍게 스트레칭하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걔 어디 있어?”

민성이 물었다.

이호성은 멍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고 보니 민성에게 팔 하나를 잃었던 쇼펜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어, 어디 갔지?”

이호성이 중얼거렸고, 민성은 짜증이 배여 든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대신 죽기 싫으면, 당장 찾아야 할 거야.”

민성이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이호성이 서포터 능력으로 쇼펜을 찾기 위해 스킬을 사용했고, 바가지도 뒤늦게 곧바로 망령술을 사용했다.

“멀리 가지는 못했을 거다.”

민성의 말에, 이호성과 바가지가 재빨리 움직이며 수색에 박차를 가했다.

그때, 민성은 자신을 보고 있는 라우니를 보며 미간을 구부렸다.

“뭘 봐?”

민성이 다소 공격적인 감정이 서린 어조로 말하였으나 라우니는 거기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눈으로 민성을 지켜볼 뿐이었다.

민성은 짧은 한숨과 함께 시선을 돌리며 혀를 찼다.

“어디로 도망간 거야, 이건?”

민성이 그렇게 혼잣말을 했을 때, 전음이 들렸다.

- 찾았습니다!

전음이지만, 방향은 알 수 있다.

민성이 땅을 차자 바닥이 울렁거렸고, 민성은 거의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라우니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민성이 사라지고, 고요한 성벽탑 부근의 공터에 서 있던 라우니를 향해 무장을 마친 군대급의 플레이어 인원들이 달려왔다.

“쇼펜 영주님은 어디 계십니까?!”

플레이어 군대 무리 중 한 사내가 공격적인 시선으로 라우니를 쏘아보며 물었다.

라우니는 대답 대신 자신의 두꺼운 검 손잡이를 콰득 움켜쥐었다.

플레이어들의 동공이 지진처럼 흔들렸다.

* * *

전음은 이호성이 했지만, 찾아낸 것은 바가지다.

망령술을 통해 쇼펜의 흔적을 쫓아 찾아낸 곳은 처음 민성이 추측했던 대로, 마법진의 본거지인 듯했다.

성 뒤편에 지하로 가는 통로가 있었고, 그 주변에는 쇼펜의 것으로 추측되는 피가 바닥에 길게 이어져 있었다.

“밖에 있어. 혼자 들어간다.”

민성이 그렇게 말하고서 열려 있는 문 아래, 지하로 들어가는 계단을 밟고서 아래로 깊숙이 들어갔다.

이호성은 민성이 들어간 방향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고, 바가지는 검은 안광을 활활 불태웠다.

그런 이들 앞으로 쏠이 조금 겁먹은 표정으로 다가와, 이호성과 바가지가 보고 있는 방향을 함께 지켜보았다.

* * *

계단을 밟고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는 넓었으나, 조명이 없어 컴컴했다.

하지만 어둠이 익숙한 민성에게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따위는 전혀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거침없이 계단을 내려가던 중, 민성은 철로 된 문 앞에 서게 되었다.

손잡이를 잡고 흔들어 보았으나 문은 닫혀 있었다.

안쪽에서 잠근 모양이었다.

민성은 궁니르를 템창에 던져 놓은 후, 주먹에 마기를 실어 그대로 뻗었다.

콰아아아아앙!

폭발하는 듯한 소리가 나면서 문이 통째로 뜯겨져 나가듯 하며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민성은 문을 통과하여 복도에 들어섰다.

눅눅하고 습했다.

그리고 쾌쾌하고, 고약한 냄새가 어렴풋이 올라왔다.

계단과 달리 다소 좁은 복도의 천장에는 조명이 있었고, 바닥에는 역시나 쇼펜의 피가 남긴 흔적이 남아 있었다.

민성은 그 핏자국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약 5분 정도를 걸었을 때, 민성은 충격적인 광경을 만났다.

“으으으으…….”

“바, 밥을 주세요.”

“밥 줘.”

“……꺼내 주세요.”

“살려 주세요, 제발.”

“흐흐흐흐흑!”

“하하하하하하하!”

“크흐흐으으…….”

소름 돋는 소리들이 사방에서 들렸다.

복도 양옆에는 마치 죄수들을 가둬 놓은 것처럼 철창 안에 사람들이 잔뜩 들어 있었고, 그들은 하나같이 고통스러워하는 몰골로 자신을 향해 애원하고 있었다.

미친 사람들과 굶주린 이들, 그리고 잡혀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필사적으로 자신들을 구출해 달라고 소리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모두 플레이어가 아닌 베아트리체인들이었다.

조금 더 걸어가 보자, 양팔이 잘리거나 다리가 잘린 플레이어들이 폐인과 같은 몰골로 철창 안에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베아트리체인들과는 달리 과묵했으며, 눈빛은 죽어 있었다.

인간의 생명을 조건으로 발동하는 마법이라고 들었다.

이미 인간을 모으기 시작했던 모양이었다.

“가관이군…….”

민성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성안에 버젓이 이런 걸 만들어 놓다니.

대범하다고 해야 할지, 미친놈이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어쨌든 이 지하에 마법진이 있을 가능성은 충분했다.

민성이 손을 한 번 휘젓자 퍽퍽퍽퍽! 소리를 내며 철창에 잠겨 있던 자물쇠가 일시에 파괴되었다.

플레이어를 제외한 베아트리체인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침을 흘리며 문을 열어 전력으로 이 지하를 벗어나기 위해 뛰었다.

서로를 밀고 넘어지면서.

그들은 치열하게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 내달렸다.

그사이 민성은 쇼펜을 찾기 위해 다시 움직였다.

마법진이 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높지만, 설령 마법진이 없다고 해도, 우선은 쇼펜을 찾는 게 먼저였다.

복도를 계속 이어 걸었다.

철창이 이어진 복도는 끝도 없이 길었다.

대체 얼마나 많은 인간들을 이 지하에 잡아넣을 생각이었던 것인지 모를 정도로, 그 끔찍한 철창으로 이어진 복도는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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