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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240화 (240/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240화>

라우니의 검에서도 푸른빛을 품은 마력의 힘이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

오러의 충돌로 인해 만약 마법진에 데미지가 간다면 그것보다 좋은 것은 없었다.

하지만 쇼펜의 수준이 그리 녹록할 리가 없었고, 확률을 계산해 보면 마법진을 조금도 손대지 못하고 자신이 죽을 가능성이 9할이었다.

쇼펜은 그 정도로 강한 인물이다.

유일한 희망이라고 한다면, 그가 마법진을 설계하면서 쓴 마력량뿐.

라우니는 이를 으득 갈며, 전투를 준비했다.

숨 막히는 공기가 서로 얽혀 들어갔다.

* * *

쇼펜과 라우니가 격전을 앞둔 직전, 그 연구실 근방에서.

- 안 들어가십니까?

이호성이 전음으로 물었다.

- 뭐 하러? 쟤네들끼리 다투다가 적당히 힘 빠졌을 때 없애면 되는데.

민성이 그렇게 대꾸했고.

- 아하.

이호성은 빠르게 수긍했다.

싸움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싶었지만 호기심으로 목숨을 날릴 수 없으니, 민성과 함께 결국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 * *

쇼펜의 검이 가진 특성은 흡수(吸收)다.

예컨대 상대가 오러를 발출하면, 쇼펜의 검은 그 오러를 흡수하여 역으로 되돌려 준다.

물론 쇼펜이 가지고 있는 마력량이 충분해야 그 흡수 능력이 빛을 발하는 법이었다.

하나 쇼펜은 마법진을 만드는 데 마력을 쏟아부었기 때문에 그 흡수 능력이 본연의 힘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라우니에게 있어서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하지만 라우니는 첫 공격을 먼저 시작한 순간, 자신의 기대와 희망은 그저 바람에 불과한 것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위이이이잉!

쇼펜의 검은 라우니의 오러를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흡수했다.

오러를 발출하면 발출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쇼펜은 건재했으며, 단단했고, 강했다.

“크윽……!”

발출된 오러가 힘을 잃으면, 자신의 검은 그저 크기만 커다란 철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쇼펜 정도의 마력 소유자에게 오러를 소실한 철덩어리의 공격은 아무런 위협이 될 수가 없었다.

쇼펜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번졌다.

눈에 띄는 비웃음이었다.

라우니의 얼굴이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새하얗게 변했다.

마력의 소실은 급격히 체력을 잃게 만든다.

공격을 하면 할수록 체력은 빠지고, 그렇다고 공격을 안 하고 수비를 하면 빈틈을 찾아낼 수 없고 무엇보다 쇼펜의 공격을 버티지 못할 것이다.

희망을 잃은 라우니는 절망적인 상황으로 눈빛에서 생기를 지워 갔다.

* * *

바가지의 망령술은 상당히 유용했다.

둘이 검을 겨루는 동안, 그 모든 장면을 계약자인 민성은 바가지의 망령술을 통해 내다볼 수 있었다.

둘이 치고받다가 체력이 빠지면 가볍게 처리할 요량이었지만, 그런 기대는 접어 두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지금 이대로라면 30초가 채 지나기 전에 라우니가 죽을 게 확실했다.

반면 쇼펜은 외려 힘이 빠지기는커녕 라우니를 통해 마력과 체력을 회복하고 있었다.

민성은 템창을 열었다.

그 행동에 이호성이 깜짝 놀란 눈으로 민성을 보았고, 바가지는 드디어 자신의 주인이 전투에 들어선다는 사실에 고양된 표정으로 칵칵 웃었다.

쏠은 그저 아무 생각 없는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릴 뿐이었다.

콰르르릉!

복도에 울리는 천둥소리는 마치 세상 전부가 들을 만큼 컸다.

* * *

……무슨 소리지?

녹초가 된 라우니에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벌을 주겠다고 마음먹었던 쇼펜은 갑작스레 울려 퍼진 천둥소리에 눈을 크게 뜨며 주변을 훑었다.

마력의 방향은 문 밖에서 머지않은, 아주 가까운 위치.

누구……?

잠시 기억을 더듬은 쇼펜은 오늘 새로운 랭킹 플레이어가 자신의 성에 들어왔음을 보고들었다는 걸 기억해 냈다.

퀘스트를 받은 건가?

쇼펜은 가벼운 웃음을 흘렸다.

“반역에 대한 처벌은 잠시 보류해야겠다.”

라우니에게 그 말을 남기고 쇼펜은 무거운 존재감을 표출해 내고 있는 문 밖의 방향을 쏘아보며, 자신의 아름다운 검을 고쳐 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

퍼어어엉!

벽을 뚫고 뭔가가 날아왔다.

긴 창이다.

새하얀 뇌전을 뿌리며 마기를 머금고 날아오는 민성의 창, 궁니르였다.

쇼펜은 얼굴을 굳히며, 자신의 능력이 가진 패시브 스킬 특성을 펼쳐 냈다.

소용돌이치는 요사스러운 기운이 궁니르에 맺혀 있는 오러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흡수하는 것에 비해, 궁니르가 자신에게 날아오는 속도가 훨씬 더 빨랐다.

“치잇!”

쇼펜은 짜내는 호흡을 뱉어 내며 몸을 빠르게 틀었다.

촤악!

궁니르가 쇼펜의 어깨를 스쳐 지나가, 벽에 쿵! 하고 절반 이상 박혀 들어갔다.

어깨에서 솟구치는 뜨거운 통증이 느껴졌다.

쇼펜은 이를 악물며 뒤를 돌아보았다.

“꽤 좋은 무기 같은데. 이런 무기를 이렇게 그냥 던져 버리다니. 이런 걸 암습이랍시고…….”

쇼펜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벽에 박혔던 궁니르가 스스로 빠져 나와 연구실 안으로 발을 디딘 민성의 손으로 되돌아갔기 때문이었다.

그 광경을 크게 뜬 눈으로 지켜본 쇼펜은 큭큭거리며 웃었다.

“재밌는 녀석인데?”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창을 고쳐 잡은 민성을 보며 쇼펜은 흥분된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마른 입술을 핥았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라우니는 의문과 혼란이 섞인 표정으로 그런 민성을 주시했다.

* * *

민성은 쇼펜을 보다가, 그의 등 뒤로 보이는 마법진을 보았다.

마법진은 바닥에 새겨져 있었으며, 연구실치고는 굉장히 인테리어가 화려해서, 마법진 연구실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한 곳이었다.

이런 건 보통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사람들이 찾기 힘든 위치에 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일 테니까.

그런 의심은 저 마법진은 속임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민성의 판단이었다.

마법진이 실존하든 하지 않든 본래라면 별로 신경 쓸 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퀘스트가 걸려 있는 일이니만큼 마법진을 확실하게 제거해야 이 퀘스트가 완료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결국 그를 죽이지 않고 생포하여 마법진의 위치에 대한 답을 듣는 것이 가장 확실했다.

‘더 귀찮게 됐네.’

민성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궁니르를 고쳐 잡았다.

그는 점점 자신의 추측에 확신을 갖게 되었다.

애초에 마법진을 등 뒤에 두고, 처음 보는 랭커 플레이어를 앞에 두고도 별달리 마법진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만 봐도 알 만한 일이었다.

“저 마법진, 속임수지?”

민성이 쇼펜을 보며 물었다.

그의 표정에 변화는 없었다.

자신처럼 귀찮은 걸 질색하여 정말 이곳에 마법진을 만든 것인지 모를 포커페이스였다.

“일단 저것부터 깨 보면 알겠지.”

민성이 쇼펜 뒤의 마법진을 흘겨보며 말했다.

“누구 마음대로.”

쇼펜이 이죽거리며 웃었다.

그러자 민성은 쇼펜을 보며 옅게 웃었다.

“내 마음대로.”

민성이 그렇게 말하자마자 쇼펜에게 당당히 걸어갔다.

“실패를 모르고 살아온 눈이군. 아둔한 놈. 기만은 거기까지다.”

쇼펜이 입매를 비틀며 검을 휘둘렀다.

쇄애애애액!

쇼펜의 검이 빠르게 민성의 목을 향해 그어졌다.

가까운 거리에서 오러가 발출되었지만, 민성은 가볍게 목젖으로 치닫는 그 오러를 궁니르 창끝으로 쳐 내고 반격했다.

민성의 궁니르가 쇼펜의 목을 향해 찔러 들어갔다.

단순한 찌르기였으나, 민성의 찌르기라면 그 속도와 파괴력이 다르다.

공격이 시작되는 것만으로도 대상을 굳혀 버릴 만큼의 파괴력이 숨어 있으니까.

쇼펜은 그런 민성의 기본 공격을 피해 냈다.

하지만 피한 것은 거기까지였다.

민성은 찌르기에 이어 두 번째 공격으로 궁니르를 휘둘렀다.

콰르르릉!

천둥소리가 터지며 발출된 마기가 삼킬 듯이 쇼펜에게로 쏘아져 갔고, 쇼펜은 그 마기를 피하기보다는 막아 내기로 결정을 내렸다.

요사스러운 힘으로 마기를 흡수하려 했으나 이번에도 마찬가지.

흡수보다 민성의 힘이 더 강하고 빨랐다.

결국 쇼펜은 검에 마력을 실어 그대로 민성의 마기와 충돌해야만 했다.

번쩍! 콰아아앙!

눈부신 빛이 퍼지는 것과 동시에 폭발이 일어났다.

오러와 마기의 충돌이 힘의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당연한 일.

쇼펜은 잇새로 짜증이 담긴 숨을 한 차례 뱉어 냈으나 민성의 얼굴은 평온했다.

‘죽이지 않고 생포하는 것만큼 귀찮은 것이 없는데-.’

민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궁니르의 창이 아닌 손바닥으로 쇼펜의 옆구리에 장을 찍었다.

쩌-억! 소리가 나며 쇼펜이 컥! 하고 각혈을 토했으나, 쇼펜은 쓰러지지 않고, 핏기 오른 눈으로 민성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반달 모양의 오러가 얼굴로 날아왔다.

민성은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여 그 오러를 피함과 동시에 창을 휘둘렀다.

콰르르르릉!

쇼펜의 오러와는 비교도 안 되게 커다란 마기의 기형이 쏘아져 나갔다.

쇼펜은 이를 악물며 자신의 검으로 그 마기를 쳐 냈다.

반사된 마기는 벽을 때렸고.

쿠우우우우우웅-!

벽이 그대로 뻥 뚫리면서 야외 풍경이 그대로 드러났다.

바람이 술술 들어와 옷자락을 펄럭이게 만들었다.

쇼펜은 민성이 자신의 복부에 장을 찍었던 부위를 손으로 탁탁 털면서 웃었다.

“아량이 깊으신 건지, 알고 싶은 게 있으신 건지, 오만한 건지. 좀처럼 알 수가 없군.”

아니.

이미 알고 있는 눈이다.

의도를 파악했다는 것이고, 그는 그 점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만나 왔던 자들과는 다르게 그는 긴장하고 있었으며 머리를 굴리는 게 보였다.

늘 자만과 오만이 넘쳐 났던 건 자신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그랬다.

하지만 쇼펜은 달랐다.

그는 꽤 긴장하고 있었다.

그 긴장감은 외려 쇼펜의 전투력을 끌어 올릴 만한 긍정적인 것이었다.

그로 인한 신중함은 민성의 경험상 쇼펜만큼의 힘을 가진 자라면 보통 상대하기가 꽤 까다로운 법이었다.

하지만 명확한 실력 차이가 난다면 이러한 점은 곧 해결되기 마련이다.

“넌 나한테 안 돼.”

민성이 말을 이었다.

“마법진 위치를 밝혀라.”

쇼펜은 코웃음을 쳤다.

“결국 목적은 그거였나?”

“당연히.”

민성은 짤막하게, 결론지었다.

“건방진…….”

“건방진 건 내가 아니라 너야. 상대를 좀 제대로 보라고.”

민성이 평온한 수면과도 같은 시선으로 쇼펜을 보며 제대로 된 마기가 실린 힘을 발출시켰다.

콰르르르르르르릉!

찢어지는 듯한 굉음의 천둥소리가 폭발하듯 퍼지며 민성의 궁니르에서 새하얀 빛의 사선이 쇼펜에게로 날아갔다.

쇼펜은 그 힘을 보고 눈을 커다랗게 떴으며, 입을 살짝 벌렸다.

놀람은 잠시였다.

쇼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힘을 개방시켰다.

쿠크크콰콰콰과!

쇼펜의 오러와 민성의 마기가 섞여 들면서, 이내 그 힘이 서로 버티지 못하고 주변을 쓸어 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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