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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237화 (237/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237화>

이호성은 제발 아무 일 없이 입성할 수 있기 바라는 표정으로 민성을 지켜보았다.

민성은 마치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자유롭게 걸어갔다.

내대륙이고, 상위 랭커 플레이어고 간에, 그런 것은 전혀 신경 쓸 만한 것은 못 된다는 듯이.

언제나처럼 낯선 곳에서도 당당한 전진이었다.

누가 본다면 무모하다거나 미쳤다고 할 수 있을 만한 상황이었지만, 최측근의 이호성이 보기엔 그저 고개를 젓고 말 정도였다.

“멈춰라!”

경비 중 한 명이 소리쳤다.

“신분을 검사하겠다. 시스템에 따르도록.”

경비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민성의 눈앞에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민성은 승인을 터치했고, 자신의 정보는 경비병에게 넘어갔다.

그들이 자신의 개인 정보를 확인하고 있는 사이 민성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베아트리체에서 자신은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시간이 급해 사냥을 잘 안 해서 그런지 퀘스트라는 건 잘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은 어느 한쪽에서 랭커가 싸움을 걸어 줘야 빠른 랭킹 상승이 가능했다.

그렇다고 이쪽에서 먼저 분탕질을 치자니, 랭킹 순위를 올리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었다.

또한 지구를 구하자고 미쳐 버린 살인귀가 되기도 싫었으니.

힘이 모든 것을 갖는 세계.

그것은 지구나 베아트리체나 다르지 않다.

그저 그들의 권위적인 욕구가 명문을 만들어 주는 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더불어 자신은 소속이 없는 솔로 플레이어나 다름없으니, 그에 대한 부담은 전적으로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 당연한 일.

내대륙이라고 해도, 자신의 방식은 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 듣는다면 꽤 놀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이건 꽤 오랜 생각 끝에 내린 결정이다.

“랭커 플레이어시군요.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경비는 그렇게 말하고는 길을 터 주었다.

순순히 길을 내주는 것을 보고 민성은 물론 이호성도 이상한 마음에 잠깐 어색한 공기가 흘렀지만, 경비병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길을 튼 채로 기다릴 뿐이었다.

성문을 통과하여 성 안으로 들어서자 몇몇 사람이 나와 있었다.

고급스러운 옷을 걸쳤고 하나같이 과묵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저희 쇼펜 도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랭커님을 위한 숙소를 준비해 놓았습니다. 함께 가시지요.”

여러 명의 사내들 중 한 명이 고개를 조아린 채로 말했다.

민성은 이호성을 흘깃 보았다.

“어떻게 생각해?”

민성이 의견을 구했다.

이호성은 그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요. 그래도 저쪽에서 저렇게 나오는데 안 가는 것도 좀 그럴 것 같고요. 경계만 늦추지 않으면 괜찮을 듯싶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호성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민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간다.”

결정을 내리자 이호성이 즉각 그들의 앞으로 나섰다.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앞장서시면 뒤따르겠습니다.”

마중 나온 이들이 조용히 앞장서기 시작했다.

민성은 이호성과 바가지, 그리고 쏠을 데리고 그들을 따라가며 주변을 눈으로 훑었다.

성내에 본격적인 도시가 있었고, 외곽의 마을에 비해 훨씬 고급스럽고 화려한 건물들이 즐비했다.

그리고 성내 도시의 성비는 여자들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대부분 곱상한 외모였다.

힘으로 여성을 완전히 독점하고 있다는 것은 이곳도 다르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 어느 곳보다도 노골적이었다.

- 여자들이 많네요. 영지의 주인이 욕심이 많은 인물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호의만으로 보기에는 어려울 듯싶으니 숙소가 잡히면 제가 최대한 은밀히 분위기를 살펴보겠습니다.

이호성이 전음으로 말했다.

잠시 후, 그들은 자신을 본성 건물 안까지 안내하고 있었다.

“잠깐, 도시 숙소가 아니라 본성 안의 방을 주는 겁니까?”

이호성이 묻자, 그들은 그게 왜 이상하냐는 듯 반응해 왔다.

- 덫이나 함정일 수도 있습니다.

이호성이 민성을 보며 전음을 전했다.

- 상관없어. 명분을 주는 거라면 외려 환영이다.

- 그렇게 결정하셨다면…… 알겠습니다.

이호성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안내를 계속하라고 말했다.

다시 그들과 본성 안으로 들어갔다.

성은 크고 넓었으며, 내부는 고풍스럽고 따뜻한 느낌으로 치장되어 있었다.

그들의 안내를 받아 3층으로 올라가 숙소에 들었다.

방은 넓었고, 침대도 여러 개였으며 창 너머로는 지대가 높아 도시가 꽤 훤히 보였다.

“그럼 편안히 쉬시기를.”

그들이 문을 닫고 물러갔다.

이호성은 긴장했었는지 참았던 숨을 길게 뱉어 냈다.

그러다 창밖을 보고 있는 민성을 보며 이호성이 다가갔다.

“뭔가 너무 쉬운데요? 내대륙이 이렇게 텃세가 없는 곳이라고? 절대 그렇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이 사람들…… 너무 호의적입니다.”

“…….”

민성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창밖을 보는 그의 주변으로 고요한 정적이 내려앉아 있었다.

* * *

이호성은 짧게 한숨을 쉬곤 소파에 앉았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휴식을 취했다.

사실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지금 자신의 몸 상태는 완전히 녹초가 됐다.

강민성을 따라가느라 체력과 마력이 바닥난 지 오래다.

마치 짜파게티 소스가 바짝 말라붙은 그릇 같은 상태랄까……?

정말 이대로 녹아 없어져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것만 같았다.

‘그나저나…… 이상하게 불쾌하고 서늘하단 말이지, 이 성…….’

이호성은 불쾌감이 스며든 눈으로 방 안의 기운을 훑었다.

“이호성.”

민성의 부름에, 녹초 같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이호성은 벌떡 일어났다.

“네, 헌터님.”

“식사를 준비해라.”

이호성은 쓴웃음을 짓고서, 민성을 향해 목례로 머리를 숙였다.

“준비하겠습니다.”

* * *

피에르 사막에서 물건을 회수한 라우니는 쇼펜 도시의 성안으로 되돌아왔다.

라우니가 걸어 다닐 때마다, 주변에서 환호와 애정이 쏟아졌다.

늘 눈인사로 관심을 받아 주었던 라우니였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눈빛은 공허했으며 어깨는 축 처져 있었다.

뒤늦게 분위기를 감지하고 도시의 사람들은 더 이상 라우니에게 말을 걸거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라우니는 그렇게 멍한 눈으로 계속해서 터덜터덜 도심을 걸었다.

그러다 우뚝 멈춰 서서 이를 으드득 갈았다.

그렇게 죽어 버린 부하들이 답답했다.

각 별에서 차용되어 내대륙까지 들여온 플레이어가 고작해야 피에르 사막의 거대 전갈, 로클 하나에게 그렇게 허망하게 죽었다는 사실이 답답했다.

또한 후회되었으며 대장으로써 그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이 뼈아팠다.

바닥으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라우니는 손으로 눈가를 문지른 후, 텅 빈 시선으로 먼 곳을 보며 다시 성채 쪽으로 처연하게 걸음을 옮겼다.

* * *

이호성이 식사 준비가 끝났다는 것을 알려 왔다.

밖으로 나갈 것도 없이 이호성은 방 안에서 창문을 열어 놓고, 창가에서 바로 요리를 했다.

이번 식사 준비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갈비찜입니다.”

이호성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템창에서 꺼낸,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을 가리켰다.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냄새부터가 굉장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더니, 바로 이 메뉴였군.’

민성은 이호성에게 가볍게 엄지를 세워 보여 준 후, 식사를 위해 자리에 앉았다.

“드셔 보시죠.”

비쥬얼이 강력하다.

하얀 쌀밥.

그리고 그 옆으로 양은 냄비에 담겨 있는 빨간 양념을 입은 국내산 한우의 갈비찜.

그리고 반찬으로는 상추와 깻잎, 쌈무, 백김치 등이다.

민성은 물티슈로 손을 닦은 뒤, 양은 냄비 안에 담겨 있는 깡패와도 같은 갈비찜을 상추에 싸고 마늘과 고추를 넣은 뒤, 그대로 입안으로 가져갔다.

우물, 우물, 우물-!

꿀-꺽!

민성은 미간을 구긴 채, 식탁 위의 음식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대단하다, 이호성.”

민성이 극찬을 하자 이호성은 겸손을 떨었다.

“장웅 셰프의 레시피대로 한 것뿐인데요, 뭘.”

“맛있다. 정말.”

민성은 그렇게 말하고서는 식사를 계속했다.

“저도 이제 그럼 같이 먹겠습니다.”

이호성도 조금 떨어진 곳, 자신이 먹을 것을 준비해 놓은 곳 앞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그 사이 민성은 쌀밥 위에 갈비찜 고기와 소스를 살짝 버무린 다음 숟가락으로 가득 퍼서 입안으로 쏙 넣었다.

매콤하긴 하지만 그렇게 맵지는 않다.

외려 달짝지근한 맛이 훨씬 더 강하며, 고기는 한 없이 부드럽게 씹히고, 마늘이 가득 들어간 소스는 감칠맛으로 혀를 휘감으며, 짭조름한 간은 기가 막히게 위장을 쾌감으로 물들여 준다.

짜게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MSG의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양념은 고소하고 고기에서는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끝장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훌륭한 갈비찜이었다.

밥을 한 술 떠먹고, 쌈무에 양념 가득한 갈비찜을 삭 휘감아서 입안으로 넣으면 시원한 쌈무의 달짝지근한 맛과 부드럽고 강력한 양념을 입고 있는 찜갈비 고기가 폭발적으로 입맛을 터트려 준다.

그 다음엔 백김치와 함께 먹어 보았는데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다.

아삭아삭한 백김치에서 시원한 물맛이 나고, 함께 입안으로 들어온 갈비찜은 살짝 묽어지면서 마치 대서양의 한복판에서 그림 같은 경치를 감상하는 것만 같은 강렬한 쾌감에 도취되게 만들어 준다.

그 환상적인 갈비찜의 맛에 민성은 감탄했다.

그리고 이런 음식을 만들어낸, 실력이 훨씬 더 성장해버린 이호성의 능력에 또다시 감탄하며, 갈비찜을 씹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개를 갸웃거린 건 그저 반사적인 감탄의 표현이었다.

고기를 다 먹은 뒤, 양은 냄비 안에 남아있는 소스에 남은 밥을 전부 투하시켰다.

양념에 밥을 삭삭 비비자, 남은 고기와 소스가 어우러진 그 광경은 살짝 배가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의식을 완전히 저 너머로 날려 버렸다.

민성은 마치 홀린 것처럼 찜갈비 양념에 비벼 섞은 밥을 꿀떡 삼켰다.

세상에 없을 것만 같은 꿀맛이었다.

* * *

라우니가 나타나자 경비병들은 정면을 응시하며 부동자세로 경례를 붙여 올렸다.

라우니는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지나갔다.

평소랑 다른 모습에 경비병들은 살짝 그를 흘겨보았다.

그뿐이었다.

그 사이 본성 안으로 들어간 라우니는 영지의 주인이자 이 도시와 성의 주인인 쇼펜을 만나러 그를 찾아 나섰다.

잠시 후, 그가 붉은 카펫이 깔려 있는 복도를 지나 커다란 문 앞에 멈춰 섰다.

노크를 하려고 할 때, 문이 저절로 열렸다.

그리고 문 앞에 다섯 명의 여인들이 라우니를 향해 웃음을 흘긴 후, 목인사와 남기며 목례와 함께 그를 지나쳐 나갔다.

“라우니입니다.”

이름을 밝히자,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라.”

‘쇼펜’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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