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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236화 (236/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236화>

“그게 무슨 말이지?”

민성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아린을 보며 물었다.

요정 아린은 날개를 파닥이며 검지를 세워 보였다.

“예를 들면 랭커 100위와 120위와 전투를 할 경우 120위의 랭커 플레이어가 승리할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어째서지?”

“명성 때문에요. 얼마나 우호적인 활동을 했는가, 혹은 악명이 높은가에 따라 랭커의 순위가 결정되다 보니까 아무래도 내대륙 안에서는 랭킹의 순위가 곧 그 플레이어의 실력이 같다고는 보기 어려운 것이죠.”

“악명이 높으면 랭킹 1위가 되기 힘든 건가?”

“꼭 그렇지는 않아요. 다른 방법도 있으니까.”

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 봐.”

“으으! 그런 강요하는 말투 싫어요!”

“알았으니까 말해 봐.”

“으으. 아무튼! 방법이 있어요. 그러니까 그 방법은… 앗?!”

아린이 한쪽 방향을 보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요정의 시선을 따라가자 그 방향에서 거대한 구렁이처럼 보이는 몬스터 하나가 모래 바닥을 타고 지나가는 게 보였다.

“샌드 스네이크!”

아린이 소리치듯 말했다.

그저 커다란 몬스터 덩어리인데, 뭐가 그렇게 신기하다는 듯 그 방향을 보고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민성은 멀지 않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샌드 스네이크란 이름의 몬스터가 향하고 있는 방향에는 한 명의 인간이 서 있었다.

“랭커 라우니예요!”

아린이 반짝거리는 눈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멀어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이 요정이 잘 알고 있는 플레이어인 듯했다.

“라우니 에데르크! 멋진 전사죠. 정말 강하고, 마음씨도 좋은, 멋있는 남자기도 해요.”

민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아린을 응시했다.

“하던 얘기나 계속하지?”

아린이 아차! 하며 헤헤 웃었다.

“악명이 높아져 일정 수치가 되면 도전 자격을 얻을 수 있어요. 랭킹이 올라가는 순위는 더디지만, 점점 고위 명성을 쌓은 랭커들과 전투를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죠.”

“만약 그 기회를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전투가 벌어진다면?”

“보유 중인 업적 포인트도 잃게 될 거고, 무엇보다 의미가 없어요! 랭킹 1위를 달성할 수 없게 되니까. 규칙을 어긴 자에게 선물을 줄 수는 없으니까요.”

애매하고 복잡한 규칙이다.

그냥 강한 놈이 다 먹는 단순한 구조였다면 편했을 텐데, 베아트리체라는 주신들의 도박판의 세계는 그렇지 않았다.

천사니 뭐니 하는 것들과 같은 고집 센 존재들 때문에 어쩐지 규칙이 난잡하게 어질러져 있는 것 같았다.

민성은 샌드 스네이크와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사내 ‘라우니’를 흘깃 보았다가 자신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자신의 명성 옆에는, ‘중립적인’이라는 글이 붙어 있었다.

만약 이 이름이 무질서, 즉 카오틱이 되면 본격적인 악명 수치가 쌓이는 모양이었고, 준법적으로 바뀌게 되면 준법의 명성 수치가 쌓이는 모양이었다.

“준법적인 플레이어들은 무질서한 플레이어들에게 타깃이 되고요. 무질서한 플레이어들은 준법적인 플레이어들에게 타깃이 되곤 합니다. 서로를 견제하게끔 되죠.”

“서로의 명성 성향을 알 수가 있는 건가?”

“네, 맞아요. 지금 당신은 중립적 포지션이라 표식이 나타나지 않지만, 무질서 혹은 준법적이 되면 표식이 나타난답니다.”

“어떻게?”

“플레이어의 눈에 나타나요. 그게 바로 내대륙의 규칙 중 하나죠.”

“내대륙에서만 통하는 규칙이라는 건가?”

요정 아린이 고개를 크게 끄덕여 보였다.

“그럼 현재 헌터님의 성향처럼, 중립을 유지하는 게 가장 유리한 포지션이겠군요.”

이호성이 어느새 그림자 바깥으로 튀어나온 채로 말했다.

아린은 그런 이호성을 보며 헤헤 웃었다.

“대신 중립을 지키면, 랭킹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약해지죠.”

민성은 짧게 혀를 찼다.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네.”

“엄청 중요해요. 그리고 제가 지금 당신 앞에 나타난 이유는 경고를 하기 위해서예요.”

“무슨 경고?”

민성이 다시 속도를 올려 출발하려다 아린을 보며 되물었다.

“조심해요. 내대륙은, 정말 대단한 전사들만이 살아가고 있는 세계니까.”

“끝이야?”

“네?”

“본론은 끝난 거냐고.”

“그렇긴 한데…….”

“그럼 그만 사라져.”

민성이 그렇게 말하고 몸을 돌려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콰아아아아앙!

강렬한 폭음과 함께 몬스터 사체의 일부인, 피와 살덩이가 섞인 모래 바람이 불어 왔다.

민성은 투명한 마기의 막을 세워, 그것들을 막아 냈다.

그리고 그것이 날아온 방향을 응시했다.

그곳엔, 한쪽 팔에만 문신을 가득 채운, 탄탄한 몸매의 랭커 플레이어 ‘라우니’가 있었다.

민성과 라우니의 눈이 마주쳤고, 그사이 요정 아린은 사라졌다.

잠깐의 정적 후, 라우니가 민성이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민성은 이호성을 보았다.

이호성은 넋을 놓고서 라우니를 보고 있었다.

“검이 엄청나네요.”

민성은 다시 라우니를 보았다.

이호성의 말대로 그는 자신의 몸보다도 커다란 검을 들고 있었고, 이내 그것을 가볍게 어깨에 걸친 채 걸어오고 있었다.

“이쪽으로 오는데요?”

이호성이 민성을 흘깃 보며 말했다.

“알고 있어.”

“…….”

피에라 사막의 모래 바람 소리만이 들리는 가운데, 모래를 푹푹 밟으며 다가오는 ‘라우니’가 보였다.

요정 아린을 그를 알고 있었다.

실력이 있는 놈인가?

민성은 언제라도 싸울 수 있도록, 몸을 준비 상태에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그는 민성이나 이호성을 보지도 않고 그대로 지나쳤다.

“그냥 가네요……?”

이호성이 라우니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냥 안 가면?”

민성이 물었다.

“하긴 그렇죠? 하하. 여기 오고서부터 좀 이상해졌네요. 지금까지 꼭 싸움이 생겨 와서 그런지 뭔가 조용히 지나가면 이상하단 말이죠, 기분이.”

이호성이 멀어지는 라우니를 보며 말했다.

“다시 출발한다.”

민성이 다시 앞서 출발하기 시작했다.

멀어지는 라우니를 보고 있던 이호성은 민성이 엄청난 속도로 다시 나아가는 걸 보고 땅이 꺼질 듯이 한숨 쉬고선 뛰기 시작했다.

* * *

라우니는 걸어가던 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았다.

처음엔 낯선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 안에 계속 불편하게 그의 이미지가 계속해서 남아 있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멈추고, 돌아보고, 생각하게 만든다.

라우니는 짧은 콧숨을 내쉬곤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그 남자에 대한 이미지가 사라지자 부하들의 얼굴들이 떠오른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농담을 하며 웃고 떠들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자신을 제외하고 모두 죽고 없었다.

라우니는 그늘진 눈으로 바람에 흩날리고 있는 모래 바닥만을 보며 걸었다.

얼마나 걸었는지 인지하지 못하던 사이, 시스템 알림을 듣고 혼잡한 상념에서 깨어났다.

고개를 들자, 라우니의 앞에는 차원 문이 있었다.

새하얀 빛으로 문자가 테두리를 형성하고 있는 문.

라우니는 그 문 앞으로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이 마법문을 통과하였고, 잠시 후 그의 손에 물건 하나가 잡혀 나왔다.

라우니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드래곤의 가죽으로 만든 일종의 계약서였다.

A4용지만 한 가죽에는 글씨와 도장이 새겨져 있었다.

라우니는 잠시 그 계약서를 내려다본 후에, 템창에 그 것을 넣고 걸음을 옮겼다.

라우니가 멀어지자, 강렬한 빛의 문자를 만들며 생성되었던 신비한 문은 서서히 옅어지더니 이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 * *

도시가 보이기 시작했다.

피에르 사막을 지나면서 내대륙 안에서 처음으로 보게 된 도시는 ‘쇼펜’이었다.

멀리서 봐도, 지금까지 봐 왔던 빈민가와도 같았던 다른 도시의 모습과는 전혀 상이한 분위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왠지 기대가 되면서도 걱정이 되는 이호성과 함께 민성은 도시의 입구에 이르렀다.

외곽 도시 부근을 담당하는 치안 경비는 민성의 일행을 눈으로 훑기만 할 뿐, 검문을 한다거나 하는 식의 귀찮게 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때문에 민성의 일행은 자유롭고 편하게 쇼펜 도시를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직접 도시 안에 들어와서 보니, 쇼펜 도시는 멀리서 봤던 것보다도 훨씬 큰 차이를 갖고 있었다.

우선 쇼펜 도시의 건물들은 모두 단층이거나 높아 봐야 3층에 불과했다.

거기다 지붕은 모두 주황색이라 낮에, 높은 산에서 보면 굉장히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낼 것만 같은 도시였다.

외곽 도시에는 농민이나 대장장이와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대부분이었고, 웃고 있는 이들도 있었으며 아이들을 혼내는 어른들도 보였다.

사람이 살 만한 세상 정도는 되어 보이는 곳이었다.

어째서 내대륙과 외대륙은 이런 차이를 가지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으나, 어차피 베아트리체.

민성은 관심을 지우고, 성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성 안쪽의 도시로 가야 이 쇼펜 도시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이호성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표정으로 민성의 옆을 바짝 따라붙었다.

“저, 헌터님. 여긴 내대륙이고, 요정 아린이 말했던 대로 굉장한 놈들이 득실거리는 곳이잖아요? 그러니 일단 여기서 숙소를 구한 다음에 뭘 좀 알아보고 나서 움직이는 게 어떨까 싶은데요.”

요정 아린은 쇼펜 도시로 가는 그들에게 이것저것을 제멋대로 설명했다.

피에르 사막에서 만났던 라우니라는 사내는 꽤 높은 명성을 쌓고 있으며, 준법적 성향을 가져 그는 쇼펜 도시 백성들이 좋아하는 영웅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명성이 높은 만큼 랭킹 순위도 굉장히 높다고 했다.

또한 내대륙의 모든 플레이어는 외대륙과 차원이 다르니 조심하라는 것.

그리고 가능하면, 라우니와 같은 준법적 성향을 가진 이들의 길드로 소속될 것을 추천했다.

무질서한 성향의 플레이어들은 언제나 배신하고, 플레이어를 궁지로 몰아가기 때문이라나 뭐라나.

아무튼 종알종알 쓸데없이 말을 길게 하는 요정이다.

민성이 이호성의 말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시스템 지도창을 켜서 성문 입구 쪽을 찾아, 계속해서 걸었다.

이호성은 포기했는지 체념한 표정으로 뒤따랐고, 잠을 실컷 잤는지 바가지는 주머니에서 나와 바닥에 착지하여 민성과 함께 자박자박 걸었다.

그런 민성의 일행을 베아트리체인이자 쇼펜의 백성인 시민들이 경계와 호기심이 섞인 눈빛으로 지켜보았다.

그런 그들의 시선을 받으며 걷기를 잠시, 민성의 일행은 성문 입구를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지난 때와는 달리 성문 입구에는 총 4명의 경비병이 서 있었으며, 성문 위쪽에는 2명의 경비가 각각 활을 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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