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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235화 (235/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235화>

오른팔에 검은 문신을 가득 메운, 무리를 이끌고 있는 대장 ‘라우니’는 머리 위에 덮었던 후드를 벗었다.

그리고 놈이 있을 방향 쪽을 추측하며 템창에서 자신의 무기인 커다란 검을 꺼냈다.

검면이 넓고 큰 검이다.

일반 롱 소드의 다섯 배는 될 법한 크기의 커다랗고 육중한 검.

하지만 그는 그런 커다란 검을 한 손으로 들고 있었고, 무게 따위는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 듯 익숙해 보였다.

소리에 집중하여 위치를 파악하던 중, 거대 전갈 몬스터 ‘로클’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무리의 대장인 라우니가 검을 들고 먼저 눈을 치켜뜨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리를 통해 놈의 위치를 파악한 것이다.

라우니는 사막의 모래 바닥에 검을 꽂아 넣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모래가 폭발하면서, 마치 수류탄 수십 개가 터진 듯 사방으로 모래폭풍이 불었으며 그와 동시에 라우니의 시야에 거대 전갈 로클이 보였다.

로클이 몸통을 틀면서 크고 긴 꼬리를, 엄청난 속도로 라우니를 향해 찔러 들어갔다.

라우니는 이를 악물며 자신의 검으로 독소 가득한 전갈꼬리를 쳐 냈다.

카아아아아아아앙-!

강렬한 쇳소리.

꼬리가 튕겨져 나가고, 라우니가 접근하려고 할 때, 로클이 마법을 사용했다.

번쩍!

로클의 몸이 초록빛으로 빛나면서 바닥에 마법진이 그려졌다.

그리고 360도 사방으로 쏟아지는 회색빛.

저 빛에 노출당하는 순간, 몸에는 독성이 퍼지며 마비가 시작된다.

그러나 라우니는 침착하게 템창에서 아이템을 꺼냈다.

‘반사 거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아이템이다.

투명한 유리같이 생긴 방패지만, 마법을 반사시키는 능력을 가진 1회성 방패 아이템.

그 방패를 사용하자, 거대전갈 ‘로클’의 마법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몬스터도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마력이 필요하고, 그 마력을 한 번 사용하고 나면 쿨 타임이 생긴다.

다시 마법을 사용하기까지 마력을 다시 회전시킬 수 있는 준비 시간이 필요하고, 그 타이밍은 강력한 데미지를 줄 수 있는 큰 기회 중 하나다.

노련한 사냥꾼 ‘라우니’가 그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라우니는 자신의 검에 마법의 힘을 불어넣었다.

검에 자신의 팔에 새겨진 문신과 같은 문양과 글자가 새겨지기 시작했고, 강렬한 푸른빛이 어른거렸다.

그리고 그 힘을 간직한 검을 가지고 로클의 몸통에 자신의 커다란 검을 찔러 넣었다.

파아아아앗!

눈부신 푸른 섬광과 함께 거대 전갈 로클은 그대로 그 자리에서 산산조각이 나며 터져 버렸다.

로클의 피는 독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막 모래 바닥에 피가 퍼지자 연기를 푸슈슉 피워 올렸다.

라우니는 로클의 사체에서 나온 아이템을 챙긴 후, 부하들을 돌아보았다.

부하들이 하나같이 감탄을 하면서 역시 대장이라는 눈빛을 보내며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그런 표정을 보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파아아아악!

로클은 한 마리가 아니었다.

부하들의 등 뒤로 튀어나온 로클이 마법을 쓰는 것과 동시에 독성이 가득한 꼬리를 휘둘렀다.

라우니가 눈을 크게 뜨며 그들을 구하기도 전에 부하들은 이미 로클의 공격으로부터 죽어 가고 있었다.

라우니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자신의 부하들을 죽인 로클을 노려보며 괴성과도 같은 고함을 지르며 뛰었다.

하지만 모래 바닥 속으로 다시 파고드는 로클.

라우니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놈을 쫓으려 했지만, 로클은 마치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는 듯 유유히 종적을 감춘 후였다.

로클을 뒤쫓았던 라우니는 좌절감이 담긴 눈으로 죽은 부하들을 돌아보았다.

눈도 감지 못하고 죽은 부하들이 태반이었다.

라우니는 힘없이 호흡하며,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사막을 건너면서 거대 전갈 로클이 나타날 것이라는 건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다.

지금과 같은 달에는 보통 사막 밖으로 먹이를 구하러 가기 때문에 안전한 일정이라고 생각했건만, 운이 나빠도 너무 나빴다.

라우니는 허탈한 표정으로 부하들의 시체를 수습해 나갔다.

* * *

사막이 보이기 시작했다.

피에라 사막이다.

지도상 이 사막만 건너면 내대륙 안에서 첫 번째 도시 안에 도착할 듯했다.

사막은 넓었지만,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오래 걸리지 않아 빠르게 돌파할 듯싶었다.

그러나 피에라 사막에 이제 막 들어섰을 무렵, 이호성은 한계를 호소해 왔다.

-헌터님, 조금만 휴식을 하면 안 될까요?

전음이었다.

속도를 늦추며 뒤를 돌아보자 이호성이 혀가 말려 나오는 상태로 곧 쓰러질 것 같은 상태였다.

민성은 이동을 멈춘 뒤, 시계로 시간을 체크했다.

“10분만 쉬었다 간다.”

“으헉!”

이호성은 모래 바닥에 벌렁 누웠다.

옷 속으로 모래가 들어왔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이호성은 있는 힘껏 숨을 몰아쉬었다.

민성은 템창을 열어 생수 하나를 꺼내 목을 축인 뒤, 다시 템창에 생수를 던져 놓고선 주변을 훑었다.

사막인 만큼 더운 열기가 온 몸을 쓸고 지나갔으며 하늘엔 노을이 지고 있었다.

곧 있으면 해가 떨어질 듯했다.

그렇게 잠시 주변을 보고 있던 중에 민성은 아주 작은 진동을 느꼈다.

……뭐지?

그리고 그 이상한 느낌에 대한 감각은 곧 경계심으로 변했고, 그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누워 있는 이호성의 옆으로, 거대 전갈 로클이 퍼어억! 소리를 내며 모래 밖으로 튀어나와 날카로운 꼬리로 이호성의 몸통을 향해 내려 찍혔다.

누워서 숨을 고르고 있던 이호성은 난데없는 급습에 눈을 크게 뜨고 소리도 내지 못했다.

민성은 이미 반응을 마친 상태였다.

템창을 열어 궁니르를 뽑아듦과 동시에 그 궁니르를 거대 전갈 로클에게 집어 던졌다.

콰르릉!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며, 궁니르가 로클의 몸을 단숨에 꿰뚫고 지나갔다.

로클의 꼬리는 이호성의 바로 미간 앞에서 멈춰 있었다.

로클은 비틀거리다가 이내 생명을 지우며 바스러지듯 쓰러졌다.

민성은 자신의 손을 떠났던 궁니르를 다시 두둥실 회수했다.

이호성은 눈알이 빠질 것 같은 표정으로 죽은 거대 전갈 몬스터 로클을 응시했다.

“뭐, 뭐야……. 뭐냐고! 너 x발, 하아!”

이호성은 심장 부근을 움켜잡고 파랗게 질린 얼굴로 로클의 사체를 보며 말했다.

민성은 궁니르를 템창에 집어넣으면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공격력은 본능에 의해 그 힘의 강도가 달라진다.

방금 공격을 하면서 그는 본능적으로 꽤 큰 힘을 실었다.

손끝이 꽤 저릿저릿할 정도로.

쏠이 거대 전갈 로클이 죽고 남긴 아이템을 챙기는 사이 민성은 사막을 훑어보았다.

내대륙부터는 본격적인 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래서인지 몬스터부터가 수준이 다르다는 게 꽤 분명하게 느껴졌다.

“와……. 마음 편하게 쉬지도 못하겠네, 여긴.”

이호성이 민성에게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끼리릭 돌렸다.

“저, 헌터님. 제가 그림자 이동술로 앞장서면 안 될까요?”

민성은 혐오감이 담긴 시선을 그에게 보냈다.

“서포터로서의 역량을 발휘하겠니 뭐니 떠들더니, 네가 말한 그 역량이 이거냐?”

“……죄송합니다만 헌터님이 너무 빠르니까요.”

이호성이 머리를 북북 긁으며 웃으며 말했다.

민성은 짧게 한숨 쉬며 턱짓했다.

“그럼 쉬지 않고 간다. 바로 출발해.”

“옙! 대신에 최대한 속도로 가겠습니다.”

이호성의 몸이 순식간에 검은 그림자가 되어 사막 바닥으로 스며들었다.

그렇게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왔던 속도에 비하면 답답할 정도로 느렸지만 이호성의 컨디션 조절을 허락한 만큼 그 부분에 대해서는 머릿속에서 지우고, 앞으로에 대해 생각을 정리했다.

그때, 처음 베아트리체 세계에 오게 되었을 때 만났던 요정이 팟! 하고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요정 아린이 방실방실 웃으며 민성의 얼굴 앞에 나타나 참새처럼 날아다녔다.

민성은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그런 아린을 쳐다보았다.

“본론만 말하고 가라.”

민성이 이동하면서 낮게 말했다.

“우리 강민성 플레이어는 너무 냉정해요!”

“본론만 말하라고 했어.”

민성이 당장 파리 잡듯 잡을 기세의 눈으로 아린을 보며 말했다.

“헤헤, 우리 플레이어님은 엄청난 성과를 올리고 계시네요.”

요정 아린이 자신만의 시스템 창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이렇게 잠재력이 뛰어날지 몰랐어요. 가지고 계신 스탯 이상의 힘이라니. 이런 건 듣도 보도 못했다고요. 당신은 어쩌면 정말 탑 랭커가 될지도 모르겠는데요?”

민성이 손바닥을 휘둘렀다.

때릴 생각은 아니었고, 겁만 줄 요량이었다.

“으아악! 알겠어요. 본론만 말하고 갈게요. 흑흑!”

요정 아린이 거짓된 울음소리를 내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왜 온 거냐?”

민성이 어서 말하라는 듯 딱딱하게 재촉했다.

“내대륙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 주러 왔어요! 설명하지 말고 확 돌아갈까? 흥!”

민성이 그냥 없는 요정 취급을 하고 무시하기 시작하자 아린은 다급히 설명을 시작했다.

“내대륙에는 오직 랭커 플레이어만이 살아가고 있어요. 일반 플레이어들은 들어올 엄두조차 못 내는 곳이죠. 그런 곳을 베아트리체에 온 지 얼마 안 된 당신이 여기 내대륙의 땅을 밟았으니 정말 굉장한 거고요!”

요정이 흥분하여 말을 이었다.

“내대륙은 지금까지 당신이 봐 왔던 외대륙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거예요. 도시가 화려한 만큼 랭커들의 실력 역시 화려하죠!”

그제야 민성의 시선이 아린에게로 향했다.

아린은 헤헤 웃으며 설명을 계속했다.

“지금까지는 손쉬운 상대들만 만났을지 모르지만, 지금부터는 전처럼 전투를 쉽게 벌여서는 안 돼요. 굉장한 실력을 가진 플레이어들이 즐비한 곳이 내대륙이니까요!”

예상 못 했던 바는 아니다.

다만 자신의 능력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요정이 이런 경고를 하고 있으니 조금 신경이 쓰이긴 했다.

하지만 그뿐이다.

어차피 제거해야 할 대상은 제거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겁을 먹는다든지, 움츠린다든지.

그런 건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단지 어느 정도의 현명함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듣고 있나요?”

요정 아린이 귓가에서 모기처럼 왱왱거리듯 날아 다녔다.

민성이 혀를 짧게 차며 노려보자 요정 아린은 애교를 피우며 방실방실 웃었다.

“할 얘기는 그게 끝인가?”

민성이 물었다.

“아니요! 아직 남았죠. 흠흠! 계속할게요. 내대륙의 랭커 플레이어들은 각자 순위가 있어요. 하지만 그 랭커 순위에서 가장 큰 지표를 차지하는 것은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명성이에요. 하지만 내대륙에서는 명성이 곧 랭커의 실력과 직결되지는 않아요.”

민성이 의아한 눈으로 아린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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