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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234화 (234/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234화>

“나는 메이메이호의 선장이자 랭커 플레이어 프라우스다. 네놈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감히 나를 막아선 것에 대한 대가는 단단히 치뤄야 할 것이다, 크큭!”

이 정도면 멍청한 걸 넘어서서 그냥 바보가 아닌가 싶지만, 분위기 파악이나 사태 파악을 못 하는 경우는 사실 흔하다.

이렇게 상대의 전력을 모르고 있는 경우라면 더더욱.

안타까운 마음 같은 건 들지 않는다.

이런 쓰레기를 상대할 때면, 그래도 아무리 인간적인 감정에 다소 메말라 있는 스스로라도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지는 걸 느낀다.

그럴 때면 자신이 살아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이것 역시 악취미군…….

민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프라우스에게 걸어갔다.

프라우스의 눈이 벌겋게 변했고 그의 몸 전신에서 파지직! 하고 뇌전이 튀었다.

그리고 이내 폭발적인 스피드로 민성을 향해 해적선장 프라우스가 뛰어 들었다.

프라우스가 자신의 무기인 뇌전해머를 머리 위로 치켜들어 민성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뇌전이 폭발하는 듯한 소리가 났다.

꽤 괜찮은 사운드였지만, 민성의 입장에서 그건 꼭…… 차량에 배기 사운드를 필요 이상으로 과다하게 튜닝한 것 같은 느낌이다.

한마디로 속 빈 강정이랄까…….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민성은 뇌전을 뿌리며 마치 자신이 천둥의 신인 듯 해머를 내려찍는 그를 보았다가, 왼손을 슬쩍 들었다.

그리고 빠르게 다가오는 해머를 손으로 잡았다.

터어어어어어엉!

엄청난 소리가 났지만, 소리만 요란하게 났을 뿐 피해는 전혀 없었다.

프라우스의 동공은 지진처럼 흔들렸고, 그는 황당함과 압도적인 무력 차이에 재공격을 할 생각을 못 했다.

프라우스는 멍한 눈길로 여전히 파지직거리며 뇌전의 마력이 깃들어 있는 자신의 해머를 맨손으로 잡고 있는 민성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보고 있을 뿐이었다.

* * *

“……다 한 거냐?”

민성이 나른하고 지루함이 담긴 시선으로 해적선장 프라우스를 보며 물었다.

프라우스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동공을 빠르게 움직여 주변의 분위기를 훑었다가, 자신의 망치를 그의 손으로부터 빼내려 했으나 몸만 휘청일 뿐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프라우스는 민성이 페우스를 죽인 플레이어라는 것을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미련을 버리지 못한 프라우스는 결국 자신의 비전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해머에서 전류처럼 보이는 양이 급증하기 시작했고, 이내 굵직굵직한 오러가 번쩍였다.

이대로 계속 해머를 잡고 있으면 마치 불에 손을 댄 것만 같은 기분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어째서…… 변함이 없지?

여전히 해머에서 손을 떼고 있지 않다.

눈앞의 상대는 마치 아무런 영향을 받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럴 리가 없잖아? 상당한 오러의 힘이라고.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최소한…….’

프라우스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콰르르르르르릉!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소리는 다름 아닌 자신의 해머를 붙잡고 있는 민성의 손에서 난 소리였다.

그와 동시에 프라우스의 해머는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깨진 유리잔처럼 사방으로 비산하듯 파편이 되어 흩어졌다.

한순간에 무기를 잃어버리게 된 프라우스는 입술을 푸들푸들 떨면서 뒷걸음질 쳤다.

그에게서 죽음이라는 게 보였다.

지난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머리를 스쳐 지나갔고, 민성이 주먹을 내지르는 순간 어둠이 찾아왔다.

영원한 어둠이었다.

* * *

퍼버버버벅!

타격 소리가 아닌, 머리가 터지면서 나는 소리였다.

얼굴의 형상을 결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변해 버린 자신의 해적 선장을 흘겨보면서, 부하들은 침을 꿀꺽 삼키고, 전신은 땀으로 한가득 젖었다.

그들은 어서 자신들의 해적선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좀처럼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공포에 의해 몸이 완전히 굳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런 해적들을 보며 민성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던전이 생기고, 몬스터가 나오며, 헌터라는 직업이 생기면서부터 세계는 마치 동물의 왕국처럼 힘이 모든 것을 장악하는 약육강식의 세계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부분은 이곳 베아트리체가 훨씬 더 심했다.

때문에…… 딱히 죄책감 같은 건 가질 필요는 없지만, 굳이 저것들을 신경을 써 가며 죽이고 싶은 생각까지는 없었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살인을 잇는 살인귀 따위가 되고자 하는 집착 따위는 없었다.

“가라.”

민성이 말했다.

자신들의 보스가 죽었고, 무력 차이를 실감했으니, 더 이상의 싸움은 그들에게 있어 무의미했다.

오줌을 싸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으며, 완전히 얼어 있기도 했던 해적들은 민성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줄행랑을 쳤다.

허겁지겁 자신들의 해적선으로 넘어가느라 바닷물에 빠지는 얼간이도 있었다.

민성은 이내 멀어지는 해적선을 지켜보다가,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 바가지를 툭툭 건드렸다.

“나와 봐.”

민성의 명령에 바가지가 꾸물거리며 나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져 내렸다.

“먹을 수 있으면 먹어 봐.”

민성이 끔찍한 시체가 되어 있는 해적선장 프라우스를 가리켰다.

졸음이 남아 있던 바가지는 시체를 보자마자 잠이 확 달아난 듯 눈에 검은 혼불을 활활 태우며 시체에게 달려갔다.

마치 배고픈 아이처럼 바가지는 빠르게 양손을 내밀어 흑마법을 시행했다.

시체가 바짝 마르면서, 육신에 남아 있는 핏기가 흑마법의 원료이자 계약 재료가 되며, 프라우스는 언데드로 급변했다.

바가지는 시체를 수급한 뒤, 기분이 좋은 듯 칵칵 웃었다.

본래 바가지는 죽기 직전의 생명체를 망령으로 만들었지만, 이제는 시체도 언데드로 부릴 수 있는 능력을 확실하게 갖춘 듯했다.

그러고 보니 바가지를 보고 있자 뭔가 확실히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부 주신들이 악당에게 인정을 베푼 것을 심히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천사들이 플레이어의 결정에 긍정을 보냅니다.]

빨리 지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중에는 이 주신이라는 작자들의 시끄러운 소리도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다.

제발 입 좀 닥쳐 주면 좋겠는데, 어차피 이 시스템이라는 건 주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중간자 입장이기 때문에 애당초 협박이라는 것도 통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이 같잖은 해적들 때문에 금쪽같은 시간이 지체됐다.

민성은 짧게 혀를 차며, VVIP실로 돌아갔다.

* * *

“헌터님, 이제 곧 내대륙에 도착합니다.”

잠깐 침실에서 눈을 붙였다가 선상 위로 다시 올라와 보니 이호성이 다가와 한쪽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해가 어둑하게 져 있었고, 이호성이 가리키는 방향 쪽으로는 선박을 정박시킬 항구가 보였다.

꽤 길었던 항해였다.

쏠도 지쳤는지, 마치 다크서클이라도 생긴 것만 같은 얼굴이었다.

바가지는 주머니 속에서 쿨쿨 자고 있었고 ,이호성은 곧 바다에 빠질 것처럼 난간에 매달려서는 내대륙을 눈에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오래 걸리지 않아, 선박이 정박했다.

배에서 내려 땅을 밟자 이상한 기분이다.

아무래도 물 위에 오래 떠 있다가 오랜만에 땅을 밟은 탓에 느끼는 이질적인 감각인 듯했다.

쏠은 마치 술이라도 먹은 것처럼 휘청거리기도 했다.

주머니 안에서 머리가 내밀고 있던 바가지가 언제 잠에서 깼는지 그런 쏠을 보며 칵칵 웃어 댔다.

그리고 민성도 내대륙의 주변을 훑어보았다.

내대륙에 도착하기 직전 시스템 창을 펼쳐 보았는데, 내대륙에 이르게 되자 대략적인 전체 지도로 볼 수 있었다.

베아트리체라는 세계는 중앙 내대륙이 외해륙에 둘러싸여 있고, 그 밖으로 외대륙이 있다.

외대륙에서 외해륙을 지나 민성의 일행은 최강의 플레이어들이 실존하고 있는 땅, 중앙 대륙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

그러나 중앙 대륙이라고 해서 별달리 차이점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다.

조금 더 중앙 대륙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중앙 지점에 가까워질수록 최상위 랭커들이 밀집되어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중앙 대륙이 마지막 관문이라 여겼지만,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빨리 도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전체 지도로 볼 때, 중앙 대륙이 외대륙과는 비교도 안 되게 넓다는 것이 문제이긴 했지만, 이동에 박차를 가하면 땅의 넓이 따위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

중요한 건 중앙 대륙에서 터를 잡고 있는 최상위 랭커들의 실력이다.

혹시 모를 만에 하나의 사태를 대비해 업적 포인트를 15만을 획득한 다음, 스킬이든 팔괘든 하나를 가져오는 것이 좋을 듯했다.

이제부터는 중심지다.

상대를 무시하는 것보다는 유리한 쪽으로 가닥을 잡는 걸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러나저러나 정보가 부족한 바닥이니까.

민성은 일행과 함께 시스템 지도 창을 켰다.

“지금부터는 빠르게 이동한다.”

민성의 말에 긴장하는 건 이호성뿐이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듯이 뛸 때가 왔기 때문이다.

이호성은 긴장한 표정으로 제자리 뛰기를 하며, 숨을 고름과 동시에 몸을 풀었다.

민성은 지도 체크를 끝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북서쪽 방향으로 달린다.”

민성이 북서쪽으로 시야를 돌리며 말했다.

이호성이 각오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예.”

대답은 짧았고, 민성이 뛰는 순간 이호성은 이를 바득 갈았다.

민성의 입장에서는 그나마 이호성의 속도를 배려해 준 것이었지만, 시작부터 이호성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 * *

피에라 사막.

모래폭풍이 한차례 쓸고 지나간 후, 시야가 밝아지면서 일당의 무리들이 사막 위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들 중, 오른팔에만 문신이 빈틈없이 새겨져 있는 한 사내가 전방을 주시하며 눈매를 좁혔다.

그를 따르고 있던, 로브를 뒤집어 쓴 사내들은 의아한 시선으로 자신들의 대장을 보았다.

“로클이다.”

대장 사내가 말했다.

그러자 부하들이 겁먹은 표정으로,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로클은, 여기 피에라 사막에 살고 있는 몬스터 중 하나로, 거대한 전갈이었으며 공격력과 민첩성만큼은 중앙 대륙 전체에서 알아줄 정도의 몬스터였다.

그래서인지 대장 사내를 제외한 그의 수하들은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로클’에 대해 경계심을 잔뜩 끌어 올렸다.

사막의 거대 전갈 ‘로클’의 공격 형태는 급습이다.

로클은 모래 속에서 숨어서 접근한 뒤에, 한순간에 마법까지 써 대며 튀어나와 독성 가득한 꼬리로 플레이어를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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