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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233화 (233/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233화>

“흠……. 그렇단 말이지.”

이호성은 턱을 괴고서 밥을 다시 먹고 있는 소녀를 다시 흘깃 보았다.

“널 괴롭혔던 사람처럼, 더 나쁜 사람은 또 없고?”

이호성이 소녀를 주시하며 물었다.

이 질문을 던진 이유는 간단했다.

그냥 괜시리 마음이 갔다.

나이도 어린데 그렇게 잔인하게 당하고 있음에도 어느 하나 도와줄 수 있는 이가 없다.

만약 강민성이 나서지 않았더라면 이 소녀는 지금쯤 죽어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놈은 인정을 봐주지 않았으니까.

지금 이렇게 밥을 먹고 있는 것 자체도 기적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휴…….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누군가를 지켜 줄 만한 힘이 없구나.’

아무리 여기가 비상식적인 세계.

베아트리체라고는 해도 말이다…….

“괜찮아요.”

소녀는 그렇게 짤막하게 말했다.

이호성은 피식 웃었다.

저 어리고 쪼그마한 녀석이 어쩐지 꽤 단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쩌면 자신보다 더 나을지도.

이호성은 퓨- 하고 한숨을 쉬며 바닷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 이호성의 시야에 뭔가가 들어왔다.

커다란 선박이 점점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호성도 기본적으로 헌터였으며 강민성과 함께 다니면서, 그의 옆에서 티가 안 났을 뿐이지 상당히 강해졌다.

그런 만큼 시야도 넓고 시력도 높았는데, 그런 이호성의 눈에 들어온 선함이 뭔가 낌새가 이상했다.

일반적인 선함과는 그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해적선?”

이호성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선함의 생김새가 이호성 자신이 알고 있는 해적선의 외양과 너무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무서워 보이는 해골 그림이 돛에 그려져 있었고, 대포가 보였으며, 뱃머리에도 해골 모양으로 된 형상이 커다랗게 붙어 있었다.

저건 어떻게 봐도 해적선이라고 밖에 볼 수가 없었다.

이호성이 다소 놀란 시선으로 그 해적선을 보고 있자 소녀도 뒤늦게 밥을 먹다 말고 뒤를 돌아보았다.

“괜찮아요. 늘 그냥 지나갔었으니까. 우릴 건든 적은 없어요.”

이호성은 소녀를 보았다가 잠깐 안도하는 듯했으나, 번뜩 하고 뇌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항구 도시의 지배자 페우스가 죽었다.

그 말인즉슨, 해적선에 타고 있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거리낄 것이 없다는 것.

어느 모로 봐도 해적선을 이 선함을 약탈하기 위해 전속력으로 항해 중이었다.

이호성은 눈살을 구겼다.

소녀의 말대로 그냥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낙관적으로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제 그만 먹자.”

이호성은 그렇게 말하고서, 소녀를 들어 옆구리에 낀 뒤, 민성이 있는 VVIP 객실로 뛰었다.

* * *

해적선의 선장 프라우스는 자신의 턱수염을 매만지며 하이크만의 선박과 가까워지기를 기다렸다.

그동안 오랫동안 굶었다.

피와 살에 굶주렸고, 약탈에 굶주렸다.

오늘 그 봉인을 해제되는 날이 될 것 같아 프라우스는 마음이 설레고 심장이 고동쳤다.

욕정과 살인 충동이 솟구쳤다.

약탈보다도 인간을 괴롭히는 폭력성이 훨씬 더 자극적이었다.

어서.

어서 공포에 떨어라.

해적왕 프라우스가 왔노라!

해적선 주변으로 프라우스의 마력으로 인해 파도가 거칠게 출렁였다.

“프, 프라우스 님, 조타실에서 파도가 너무 세다고…….”

부하의 보고에 프라우스는 푸흐흐 웃으며 끓어오르는 감정을 진정시키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었다.

지금까지 페우스의 그늘 아래에서 얼마나 도둑고양이처럼 숨어 살아왔던가!

이제 페우스도 죽었고, 정보에 의하면 페우스를 죽인 플레이어도 딱히 이 지역에 관심이 없어 보이니, 이제 드디어 내 세상이 온 것이다.

프라우스는 고양된 표정으로, 하이크만에서 온 선박과 가까워지자 뱃머리 부근에서 풀쩍! 뛰어올랐다.

해적선에서 선박으로 넘어간 프라우스가 가볍게 착지하면서 템창을 열어 무기를 꺼냈다.

세상 모든 것을 찍어 누를, 자신의 뇌전 망치였다.

프라우스가 손에 망치를 쥐자 파지직! 소리가 나며 전류가 휘어 감겼다.

전류 계열의 마력을 쓰는 마검사로 전향하여 현재 빠르게 성장 중이었다.

페우스만 아니라면, 어떤 플레이어도 두렵지 않았다.

그 누구라도 가볍게 머리를 납작하게 찍어 줄 수 있었다.

“모두 머리를 조아려라!”

프라우스가 벌건 눈으로 어깨를 펴고, 커다랗게 소리쳤다.

선상 위에 있던 사람들이 프라우스의 등장에 일제히 두려움에 떠는 얼굴로 몸을 웅크리기 시작했다.

* * *

잠을 좀 자려고 누워 있는데 누군가 복도를 뛰고 있는 발소리가 났다.

민성은 눈을 가늘게 떴고, 이내 자신이 위치한 VVIP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헌터님, 해적입니다.”

이호성이 옆구리에 소녀를 끼고서 다급하게 말했다.

“……해적이라니?”

“해적선을 봤습니다. 곧 도착을…….”

이호성이 말을 다 끝맺기도 전에 위에서 소란이 이는 게 느껴졌다.

민성은 눈을 가늘게 좁혔다.

“대체 왜 이렇게 설치지 못해 안달인 것들이 많은 거야, 여긴?”

“하하, 그러게요.”

이호성이 어색하게 웃으며 불안한 듯 위를 올려다보았다.

“선상에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스트레스가 솟는다.

“후…….”

민성은 눈을 지그시 감으며 긴 호흡을 뱉어 낸 뒤에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왔다.

이호성의 옆구리에 매달려 있는 소녀가 그를 빤히 보고 있었다.

민성은 가벼운 한숨을 흘리며, 바깥으로 나섰다.

* * *

선상 위로 올라오자, 부하들을 대동한 채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인간 하나가 보였다.

민성은 그를 물끄러미 보면서 걸음을 옮겼다.

본래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무념무상이 되는 법이다.

그런데 그 순간-

[경고 시스템 능력이 자동 개방됩니다.]

[현재 무력 수치가 현 상황에 대비. 다소 감정적입니다. 컨트롤을 하지 않을 경우, 최악의 상황에는 배가 침몰 될 수도 있습니다.]

[주체 플레이어에게는 위험 요소가 되지 못합니다.]

[다만 베아트리체인들은 배가 침몰할 경우 100퍼센트의 확률로 전원 사망입니다.]

민성은 미간을 찌푸렸다.

왜 평소에 나타나지도 않던 시스템 문구가 갑자기 이렇게 친절한 안내원처럼 나타나는 거지?

그 이유는 의외로 오래 걸리지 않아 알 수 있었다.

[플레이어에게 업적 포인트를 투자한 ‘천사’들이 ‘히든카드’를 펀딩으로 구매하여 즉시 사용하였습니다.]

카메라가 번쩍이듯 뭔가가 새하얀 빛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 시스템 문구라는 건 계속해서 이어졌다.

다만 이번엔 그 내용이 조금은 그 성질이 다른 것이었다.

[히든 카드의 사용으로 인해, 현재 왜 시스템 문구가 나타났는지를 설명합니다.]

[선한 플레이어에게 업적 포인트를 투자한 천사들이 강민성 플레이어의 성장 능력에 강한 경계심을 품기 시작 했습니다.]

[그 이유로 시스템에 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리적 개입은 불가능하니 강민성 플레이어에게 업적 포인트를 투자한 주신들이 신경 쓰지 말고 다음과 같은 시스템창을 ‘그냥’ 무시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민성은 이번에 진짜 땅이 꺼질 것처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별 지X들을 하고 있구나.

민성은 한심하다는 듯이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본 후에, 허리에 양손을 얹고서 해적 선장 프라우스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해적 선장 프라우스는 망치를 든 채, 꽤 예쁘장한 얼굴을 한 여성의 옷을 갈기갈기 찢고 있었다.

민성이 그런 그의 앞으로 다가가자 부하들이 도끼눈을 떴다.

“이 자식 뭐야?”

“저리 꺼지지 못해?!”

“어디서 이 거지 같은 게 감히 선장님에게!”

몇몇 떨거지들이 달려 들어왔다.

뭐랄까-.

본능적으로 감이 왔다.

이것들은 상대로는 굳이 무기를 꺼낼 필요도 없다는 사실 말이다.

민성은 여전히 무념무상이 되어 버린 채로, 모든 것을 내려놓은 상태의 표정으로 자신에게 달려들어 오고 있는 플레이어들을 보았다.

대체 저런 것들이 어떻게 각 별에서 최고의 전사라고 할 수 있는 거지?

그리고 저런 허접한 것들은 또 왜 이렇게 많아?

하긴- 우주가 좀 넓은 것도 아니고.

민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주먹을 휘둘렀다.

민성의 주먹은 그들의 눈은 물론, 해적 선장 프라우스조차 시야로 잡기 힘들만큼 빨랐다.

당연히 방어는?

될 리가 있나.

쥐어 터지는 수밖에.

퍽! 퍽! 퍽! 퍼엉! 퍼어어억!

끔찍한 소리가 났다.

한 놈은 머리가 터졌고, 한 놈은 복부가 터져 내장이 흘렀으며, 한 놈은 상반신이 날아가기도 했다.

주먹을 쓰고 보니, 시스템 문구가 알려 준 대로, 자신은 어쩌면 꽤 흥분해 있는지도 몰랐다.

스트레스가 중첩되어 스택이 쌓이자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는 것이다.

지구에서 자신이 조만장자인 것처럼 뭐 어차피 써도 써도 남고도 찰 힘이니까 막 썼던 민성이었다.

하지만 시스템의 얘기대로 의식하고 있지 않았다면 이 선박, 정말 날아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식간에 해적선장 프라우스의 부하들이 두 눈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시체가 되어 버리자, 선상 위는 그야말로 얼음처럼 변하고 말았다.

물론 그럼에도 민성의 표정에는? ……당연히 변화가 없었다.

그저 자신의 휴식을 방해하고 있는 지구로 돌아가야 할 것을 이렇게 별 같잖지도 않은 것들이 가로막는 것이 짜증 났다.

또한 강하다는 이유로 책임을 맡아 베아트리체를 배회하는 것 역시 스트레스가 중첩된 원인 중 하나였다.

마계에서 그 정도 고생했으면 됐잖아?

근데 왜 베아트리체까지 와서 이 개고생을 해야 하느냐 이 말이다.

민성의 눈에 엄청난 살기가 배어 들어 있자, 해적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고 눈썹 하나 까딱이지도 못했다.

민성은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해적 선장 프라우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 너, 너는 뭐냐……?!”

프라우스가 더듬거리며 물었다.

민성은 별로 말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리고 싸우고 싶은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건 날파리를 잡는 데 용을 쓰고 싶지 않은 기분과 비슷했다.

“그냥 가라.”

민성이 낮게 말했다.

그리고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본능적으로 이 싸움을 피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정보가 빈약하면 인간은 본래 용감해지는 법이고 기회를 주면 불나방이 되기도 하는 게 인간이었다.

해적 선장 프라우스는 그 경우에 후자 불나방에 속했다.

그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뇌전 망치에 마력을 불어 넣었다.

그러자 뇌전 망치는 웅웅! 소리를 내며 파지지지직! 하고 뇌전을 튀겼다.

‘어라? 저것 봐라.’

민성은 헛웃음을 흘렸다.

자신과 비슷한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은 꽤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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