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자의 삼시세끼 230화>
“딤섬입니다.”
맛있는 냄새가 난다 싶더니 그 정체가 바로 이것이었구나.
민성은 기분 좋은 표정으로 테이블 앞에 앉았다.
목재로 된 찜기 안에 딤섬이 모락모락 하얀 김을 피우고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검은빛의 볶음면이 있었다.
이호성이 설명을 곁들였다.
“샤오롱바오와 소고기 볶음 쌀면입니다.”
민성이 젓가락을 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샤오롱바오는 청나라 동치 10년 1871년에 중국의 자딩현 난상진의 음식점 고의원(古猗園)의 점주 황명현이 당시 유행하던 돼지고기를 넣은 만두를 개량해 남상대육만두를 팔기 시작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육즙이 일품인 만두이나-.”
“그만 떠들어. 식겠다.”
이호성이 입술을 비죽이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민성은 젓가락으로 샤오롱바오 하나를 집어 간장에 살포시 찍은 뒤 한입 깨물어 먹었다.
겉면이 부드럽게 씹히고 그와 동시에 뜨거운 육즙이 가득 흘러나왔다.
만약 자신처럼 강한 혀가 아니었다면 화상을 입고 말았을 정도로 육즙은 뜨거웠다.
“안 뜨거우세요? 뜨겁다고 말하려고 했었는데.”
이호성이 신기하다는 듯이 민성을 보며 물었다.
민성은 방해하지 말라는 눈빛을 쏜 뒤에, 딤섬의 맛을 음미했다.
만두피는 부드러웠으며 그 안에 들어 있는 기름진 육즙은 입안을 단숨에 촉촉하게 만든다.
거기다 꽉 찬 돼지고기는 포만감과 더불어 아주 강렬하게 펀치를 날리는 듯한 풍미를 전달해 주었다.
꿀꺽-
딤섬 한 개를 삼키고 나자, 삼켰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육즙이 혀를 맴돌고 있다.
마치 미련이라도 남은 것처럼.
그 여운을 즐기는 것이 상당히 괜찮았다.
민성은 샤오롱바오를 한 개 더 간장에 찍었다.
모름지기 이런 건 뜨거워야 제 맛이다.
민성은 이번에도 식히지 않고, 간장에 찍어 입안에 샤오롱바오를 한 개 넣은 뒤 자신감 있게 씹었다.
입안에서 육즙이 퍽! 하고 터진다.
뜨거운 육즙이 폭발하듯 사방으로 터지며, 아주 강렬한 쾌감을 전달해 주었다.
이 뜨겁고도 부드럽고, 포근하면서도 폭발적인 돼지기름 맛이 가히 딤섬의 유명세를 올려 준 가장 큰 이유이리라.
민성은 두 개의 샤오롱바오를 즐겁게 먹은 뒤, 드디어 시선을 소고기 볶음 쌀면으로 옮겨 갔다.
생긴 건 굉장히 자극적으로 보인다.
간도 세서 짜게 느껴질 것 같은 모양새였는 데다가, 넓적한 면이라 식감도 그다지 기대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민성은 이호성이 이 음식을 준비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선입견을 지우고 젓가락을 움직였다.
소고기 볶음 쌀면은 소고기와 구운 양파, 그리고 파와 버섯이 섞인 요리였는데, 불 냄새가 날 정도로 철판 요리의 느낌이 굉장히 강해 보였다.
넙데데한 면과 양파와 파를 함께 집어 입안으로 가져갔다.
후후후훕!
면이 입안으로 빨려 들어오는 건 다소 건조한 느낌이다.
건조하게 입안으로 들어온 쌀면과 양파 그리고 파는 씹으면 씹을수록 촉촉했고, 무엇보다 쫄깃한 식감은 물론 이 소고기 볶음 쌀면에 배여 있는 간이 최강이었다.
민성은 다소 충격을 먹은 눈으로 음식을 씹으며 소고기 볶음 쌀면을 내려다보았다.
맛있다.
예상을 완전히 뒤집어엎고 있다.
맙소사.
대체 어떻게 이렇게 맛있을 수 있는 거지?
그동안 쉽게 접해 보지 못했던 스타일의 음식이다.
특이하고 신선할 수는 있어도, 이 정도로 맛있게 느껴지기란 힘든 법이다.
마치 누군가 이 음식에 마술이라도 부려 놓은 것만 같았다.
이게 가능해?
이 정도로 입에 쩍쩍 잘 달라붙을 수가 있다고?
민성은 감탄이 가시지 않은 눈으로 소고기 볶음 쌀면을 보며, 고개를 한 번 갸웃거리곤 다시 젓가락을 바쁘게 움직였다.
분명 건조하다.
그런데 씹으면 촉촉해진다.
대체 이 무슨 마법이란 말인가?
거기다 아삭아삭한 숙주까지 입에 씹히고, 부드러운 소고기 불고기는 단맛을 끌어 올려 주며, 그 단맛의 끝판을 찍는 건 바로 구운 양파다.
불 냄새가 확 나는 양파.
정말 미치게 맛있다.
정신을 쏙 빼놓게 만들 정도로.
민성은 이호성을 노려보았다.
이호성은 민성의 눈빛에 화들짝 놀랐다.
“이, 입맛에 안 맞으세요?”
“그럴 리가. 환상적이다.”
이호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 놀랐잖아요.”
민성은 소고기 볶음 쌀면을 내려다보았다.
색깔을 보면 간장을 베이스로 했다는 걸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을 만큼 간장 색깔이 진한데도 짜지 않다는 것이 합격점을 가볍게 넘어서는 큰 요인 중 하나였다.
푸짐하게 한가득 집어서 먹어도 전혀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민성은 소고기 볶음 쌀면에 집중력을 쏟아부었다.
샤오롱바오와 소고기 볶음 쌀면의 조합은 환상적이었다.
* * *
민성의 일행은 식사를 마치고 샤워를 한 후에, 내대륙으로 가기 위한 배를 타기 위해 바로 미리 배편을 구해 놓은 항구로 향했다.
한산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항구에는 배를 타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플레이어는 얼마 없었고, 대부분이 베아트리체인이었다.
그리고 그 베아트리체인들은 하나같이 짐을 실거나 물건을 체크 중이었는데 대부분 무역을 하기 위함으로 보였다.
다른 종류의 직업군을 가진 이들도 보였으나 민성은 신경을 쓰지 않고, 이호성을 보았다.
“탑승은 언제야?”
민성이 물었다.
“이제 곧 들어갈 겁니다. 저쪽에서 부를 거예요. 탑승 시작하라고.”
민성은 팔짱을 끼고서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곧 출발할 것을 알리는 듯 선박에서 ‘뿌우우-’ 하고 길게 이어지는 시끄러운 뱃고동 소리가 났다.
“이제 곧 탑승인가 봅니다.”
이호성이 말했다.
곧이어 한 사내가 선박의 이름과 번호를 말하며 탑승하라고 소리쳤다.
과학적인 문명이 발달하지 않은 세상인 만큼 육성으로 그 남자는 오랫동안 크게 소리 질러야 했다.
이호성이 한 번 더 맞는 배편인지 확인한 후에 민성과 함께 선박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 쪽으로 이동했다.
자리를 확인한 후에 민성은 창밖의 풍경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내대륙까지 가는 데 얼마나 걸려?”
민성이 물었다.
“꽤 오래 걸릴 겁니다. 반나절 이상은 소모한다고 보셔야 됩니다. 그래도 마법을 엔진으로 쓰고 있어서 상당히 빠른 편입니다. 물론 저희가 살던 곳보다는 못하지만 말이죠.”
민성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물을 타고 가는 게 빠르긴 하지만 귀찮다.
아무리 아이리스라는 괴물 같은 나무가 지구의 자원을 빨아먹는 중이라고 해도, 당연한 책임 따위는 없다.
최소한의 휴식 정도는 필요하다.
지금껏 거의 쉬지 않고 마기를 소모해 왔으니까.
앞으로는 적이 생기면 놈의 생기를 빨아먹어야겠다고 민성이 생각했을 때였다.
민성이 타고 있는 위치는 VVIP 객실이었는데, 선상 위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고 있었다.
소란이 인 모양이다.
신경을 끄려고 했지만, 워낙 청각이 발달되어 있고 예민한 만큼 신경을 거두고 싶어도 거둘 수가 없었다.
“올라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조용히 좀 시켜라.”
민성이 짜증이 담긴 얼굴로 말했다.
이호성이 즉각 목례를 올리고 VVIP선실을 나왔다.
* * *
이호성은 복도를 지나 계단을 타고 선상 위로 올라왔다.
탁 트인 파란 하늘 아래, 드넓은 바다의 풍경을 배경으로 두고 꽤 소란스러운 사건이 일어난 모양이었다.
‘플레이어인가……?’
이호성이 다소 걱정이 담긴 표정으로 소란이 일고 있는 현장으로 갔다.
거기엔 꽤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고 대부분은 구경꾼들인 듯했다.
플레이어 한 명이 채찍을 들고, 몹시 상기된 표정으로 어린 소녀를 후려치고 있었다.
이호성은 몇 배나 큰 덩치의 사내가, 그것도 플레이어라는 작자가 힘없고 나약한 어린아이를 저리도 잔혹하게 피범벅이 되도록 채찍을 쓰고 있는 걸 보고 인상을 확 찌푸렸다.
그리고 고민했다.
상대가 플레이어니, 자신의 힘으로는 감당이 안 되니까 강민성을 불러와야 할지 아니면, 자신이 먼저 나서야 할지.
두 가지의 선택지 중에서, 이성보다 먼저 본능적으로 움직인 선택지는 후자였다.
“그만!”
이호성이 소리치며 사람들을 밀치고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씩씩거리며 채찍을 휘두르던 플레이어 사내 한 명이, 이호성을 보며 눈을 살벌하게 떴다.
“넌 뭐야, 이 새끼야?”
키도 크고 갈색 머리를 올백으로 넘겨, 등까지 치렁치렁하게 기른 탄탄한 근육질의 사내가 어깨를 쫙 펴며 이호성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죽고 싶어?”
치렁치렁한 긴 갈색머리의 플레이어가 눈을 부릅뜨고 입술을 뒤집으며 말했다.
솔직히 겁이 났다.
놈이 전력을 담은 저 채찍질에 맞으면 골로 가 버릴 것 같다는 생각에 다리가 떨릴 지경이었다.
여긴 각 별에서 최고의 인간만이 차출되어 온 세계니까.
일단 용기를 냈지만 간이 쪼그라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대체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 겁니까?”
이호성이 최대한 분위기를 자극시키지 않는 한도 내에서, 말했다.
“네가 뭔 상관이냐고. 죽고 싶냐고.”
플레이어 사내가 채찍을 한 번 휘두르자, 퍼런 오러가 맺힌 것이 허공에서 퍼어어억! 하고 엄청난 소리를 냈다.
그 광경에 구경꾼들이 질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이호성은 식은땀을 흘리며, 굵은 침을 꿀꺽 삼켰다.
손에서 땀이 배어 나왔다.
‘젠장.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템창을 열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힘없는 어린아이를 저리 잔혹하게 때리고 있으니 끼어들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무슨 연유인지라도 설명을 해 주십시오.”
이호성은 여차하면 언제든 템을 꺼내든 도망을 치든 둘 중 하나의 선택지를 고를 마음의 준비를 굳히고 그를 응시했다.
“하하……. 나 원. 별 정신 나간 새끼가 사람을 겁나 이상한 놈으로 취급하고 있네.”
채찍을 쥐고 있는 플레이어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게 보였다.
“그러니 이유라도 듣자는 것 아닙니까?”
“일단 난 널 패 죽일 건데, 그래도 설명 정도는 해 주지.”
플레이어 사내가 손으로 피범벅이 되어 쓰러져 있는 사내를 손으로 쿡쿡 가리켰다.
“이 배은망덕한 꼬마 새끼가, 내대륙으로 가는 물자를 건드렸어. 그러니까 그게 정확히 무슨 말이냐?”
플레이어 사내가 소녀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이 애새끼가 다른 쪽으로 넘어가려고 물자를 건드려서 그 물자를 쓸 수 없게 됐고, 그 덕분에 우린 이번에 제대로 물 먹어서 새가 돼 버렸다는 거지. 이게 얼마나 큰 건인데……!”
사내가 한 번 더 소녀를 향해 채찍을 휘둘렀다.
퍼억!
여린 피부에 살이 파이는 소리가 났다.
이호성은 어금니를 으드득 갈았다.
“그게 저 아이가 저지른 것이 확실한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