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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229화 (229/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229화>

민성은 페우스의 손 주변에 몰려드는 힘을 보고 궁니르를 고쳐 잡았다.

확실히 지금까지와는 다른 느낌이 난다.

예컨대 최하급 랭커인 오든하고만 비교해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을 만큼 그 힘의 차이는 전투를 시작하기도 전에 느낄 수 있었다.

페우스의 양손에 모여드는 힘은 민성을 약간 긴장하게끔 만들었다.

웅- 웅- 웅!

오러가 발출되기도 전에, 거대한 힘의 결에 의해 땅이 흔들리고 바닥의 흙과 돌이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대치를 하면서 느끼는 긴장감이 서서히 차오르고 이내 격돌이 시작됐다.

민성과 페우스가 거의 동시에 서로를 향해 거리를 좁혔다.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빈틈을 체크하며 거리를 줄인다.

그리고 첫 수가 섞여 들었다.

페우스가 먼저 마력이 휘몰아치고 있는 손바닥을 훅 내밀었다.

그러자 페우스의 손바닥에서 금속으로 된 휘어지는 채찍과도 같은 것이 튀어나왔다.

그 금속에 오러의 힘이 잔뜩 머금어져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일.

그 금속성 채찍은 마치 뱀처럼 이리저리 휘면서 민성에게로 향했다.

쇄애애애액!

찢어발기는 음향과 함께 파고들려는 듯이 달려드는 금속성 채찍을 피하면서 민성은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만약 공격을 선택하고 안쪽으로 들어갔다면 페우스의 손에서 튀어나온 저 금속성 채찍이 몸을 휘어 감았을 것이다.

꽤 까다로운 형태의 스타일이었고, 출력도 상당했기 때문에 섣불리 생각 없이 전투를 벌일 수는 없었다.

공간을 확보하고 빈틈을 찾는 게 우선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민성이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가운데 페우스는 자신의 유리한 이점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인 듯 서둘러 민성에게 연계되는 공격을 퍼부었다.

페우스의 양손 손바닥에서 금속성 채찍이 잔상을 남길 정도로 빠르게, 그리고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쇄애애애애액!

파아아아앗!

두 개의 금속성 채찍이 마치 독사의 이빨처럼 민성의 급소를 노리며 들어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민성의 머릿속에서는 페우스를 상대하기 위한 전략이 준비된 상태였다.

민성은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달려드는 두 금속성 채찍형의 무기를 똑바로 보면서, 움직였다.

부드럽게 움직였고 자칫 느리게 보이기도 할 정도였으나, 신비하게도 페우스의 손바닥에서 나온 무기는 민성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민성은 반원을 크게 그리며 비어 있는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민성은 궁니르를 손에서 놓았다.

궁니르는 눈부신 속도로 날아가 페우스의 옆구리에 박혀 들어갔다.

페우스는 눈을 부릅뜨며 자신의 옆구리에 박힌 민성의 궁니르를 꽉 잡았다.

“기묘한 기술을 쓰는구나…….”

페우스는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진 가운데에도 웃었다.

하지만 민성이 이내 손을 슬쩍 들어 마기를 흘려보내자, 페우스는 더 이상 웃고 있는 표정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민성의 이기어검술로 인해 옆구리에 박힌 궁니르에서부터 마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혈관이 타는 듯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페우스는 자신의 옆구리에 박힌 창을 뽑아 들었다.

그사이 민성은 페우스의 앞에 당도해 있었다.

눈이 마주쳤고, 페우스의 눈이 커졌을 때-

민성의 주먹이 그의 가슴 정중앙을 때렸다.

뻐억-!

뼈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나며 페우스가 훌쩍 날아 제단 밖으로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민성은 날아가면서, 페우스가 놓쳤던 자신의 궁니르를 다시 자신의 손으로 불러왔다.

민성이 궁니르를 쥐고 페우스에게 걸어갔다.

페우스는 피를 뿜으면서, 덜덜 떠는 손으로 템창을 열어 포션을 꺼내 꿀꺽꿀꺽 마셨다.

필사적으로 포션을 마시며,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페우스를 물끄러미 보며, 민성은 일어나라고 궁니르를 쥐지 않은 왼손으로 손가락을 까딱까딱 움직였다.

페우스는 치욕에 의해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었다.

그는 독기를 잔뜩 머금은 눈으로 민성을 노려보며 손을 뻗었다.

촤르륵!

쇄애애애액!

페우스의 한 손에서, 수십 개의 금속성 쇠사슬과도 같은 날카로운 무기가 민성을 향해 쏟아지듯 날아갔다.

학습은 이미 끝났다.

민성이 어금니를 꽉 깨물고 궁니르를 횡으로 강하게 휘둘렀다.

콰르르르르릉!

민성이 궁니르로 만든 새하얀 벼락과도 같은 마기가 체력이 빠져 있는 상태에서 펼쳐 낸 비기가 산산조각이 나며 흩어졌다.

페우스는 그 새하얀 섬광의 빛을 얼굴에 담은 채 동공이 확장되고 입도 벌어졌다.

뒤이어 일어난 결과는 선명했으며 또한 분명했다.

페우스는 온몸이 찢어지듯 벌어져 있어 육신이 넝마처럼 변해 있었다.

“……네놈은 반드시 조만간, 그 오만함의 대가를…… 치르게…… 될…….”

페우스는 마지막 말을 끝맺지 못했다.

그는 이미 숨을 거둔 후였다.

민성이 페우스를 내려다볼 때, 민성의 주머니 안에 있던 바가지가 꾸물꾸물 기어 나왔다.

그리곤 죽은 페우스를 향해 양손을 펼쳤다.

그리고 이내 이질적이면서도 새로운 광경이 민성의 눈에 들어왔다.

바가지는 페우스를 상대로 언데드화시키는 것이 아닌, 전혀 다른 흑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바가지를 꽤 자주 지켜봐 왔기 때문에 지금 흑마법의 형식이 언데드화를 위한 방식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충분히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바가지의 머리 위로 느낌표가 뜨면서 흑마법이 성공하고 나자 바가지는 칵칵 웃으며 방방 뛰면서 기뻐했다.

“뭘 한 거야?”

민성이 바가지를 보며 물었다.

그러자 바가지는 행동으로 민성의 질문에 대한 답을 했다.

바가지가 손바닥을 펼치자 페우스가 그랬던 것처럼 뼈로 된 사슬 형태가 튀어 나와 날카롭게 허공을 샥샥! 베었다.

분명 페우스 못지않은 상당한 파괴력이 잠재되어 있다는 것을 민성은 확인할 수 있었다.

바가지를 보며 피식 웃을 때-

주신들이 감탄하고 있다는 지겨운 메시지와 업적 포인트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심지어 어떤 주신은 모든 업적 포인트를 투자한다는 일종의 올인이 나왔다.

물론 주신들 사이에서는 그 주신이 가진 업적 포인트가 그다지 많지 않았으니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민성의 입장에서 올인으로 받은 업적 포인트는 상당하다고 느낄 수 있었고, 주신들도 그 파격적인 투자에 살짝 동요하고 있었다.

이렇든 저렇든 별 관심 없다.

민성은 그저 베아트리체를 빨리 떠나고 싶을 뿐이었다.

[최하위 랭커에서 순식간에 하급 랭커에 진입했습니다!]

민성은 그 시스템 메시지를 흘깃 본 후에, 페우스의 요새를 천천히 벗어났다.

* * *

숙소로 돌아가는 길.

이호성은 제물이 될 뻔했던 사람들을 모두 안전하게 구출해 냈다고 전달했다.

그리고 숙소 앞에 이르자, 민성은 자신을 향해 넙죽 엎드리며 어머니를 구해 달라고 빌었던 아이와 아이의 어머니를 만나게 되었다.

아이는 반짝거리는 눈으로 민성을 보며 연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용사님!”

소년 알피가 민성에게 감사함을 전했고 그 옆에 서 있는 알피의 어머니도 민성에게 머리를 조아린 채, 감사를 전해왔다.

민성은 가볍게 대꾸한 뒤,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

이호성은 소년 알피의 머리를 손으로 헝클어트려 준 후 민성을 뒤따랐다.

“식사를 준비할까요?”

이호성이 물었다.

“일단은 좀 쉰다. 너도 좀 쉬었다가 내대륙으로 가는 배편을 알아봐라.”

“알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민성은 계단을 밟고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그사이 이호성은 1층 식당의 테이블에 앉아 템창에서 종이와 펜을 꺼냈다.

이호성은 오늘의 한 끼 식사에 대한 고민을 정리하여 쓰기 시작했다.

배를 알아보기 전에, 메뉴에 대한 결정이 먼저였다.

* * *

짧지만 푸근하게 수면을 취했다.

민성은 주머니에서 바가지를 꺼내 이호성을 불러오라고 명령했다.

잠시 후, 노크 소리가 울리자 민성이 손을 휘저었고 문은 자동적으로 철컥 소리를 내며 마술처럼 열렸다.

이호성이 바가지와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이호성이 손에 묻은 물기를 바지에 닦으며 말했다.

민성의 시선이 그 물기로 가자 이호성은 즉각 반응했다.

“재료 손질을 좀 했습니다.”

민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밥 먹자. 얼마나 걸려?”

“한 15분 정도만 기다려 주시면 될 듯합니다. 미리 준비를 어느 정도 해 놔서요.”

“배는?”

“구해 놨습니다. 가장 좋은 걸로요.”

“잘했어. 이따가 내려가지.”

“예.”

이호성이 인사를 올리고 물러갔다.

민성은 뚜두둑! 소리가 나게 관절을 꺾은 다음 현재 보유중인 업적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중인 업적 포인트는 무려 +5만 포인트를 넘어서고 있었다.

한 주신이 과감하게 올인을 해 준 덕분이긴 한데, 이걸 어떻게 써야 잘 썼다고 소문이 날까?

소모용 아이템을 구매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쓸 만한 상황은 나오지 않았다.

민성은 이호성이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사이 ‘상점창’을 통해 어떤 아이템들이 있는지 한 번 살펴보았다.

그리고 여러 항목의 아이템들을 훑어보던 중에, ‘팔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팔괘는 지구와 이어진 아이리스 나무의 성장을 막아 주는 아이템이다.

이 아이템을 구매할 수가 있다고?

민성은 눈에 반색을 표하는 빛이 잠시 어렸으나 그건 정말 잠시였을 뿐이었다.

왜냐하면 업적 포인트의 가격이 너무했기 때문이다.

무려 15만 포인트.

당연히 민성의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팔괘를 구매하여 아이리스 나무의 성장을 잠시 늦출 수는 있지만, 너무 비싸다.

하지만 그 업적 포인트로 차라리 마기를 올려 하루라도 빨리 랭킹 1위를 달성하여 지구로 돌아가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수도 있었다.

결국 그 두 가지의 길 중 고민이 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팔괘가 15만 업적 포인트나 하는 이유는 분명있을 거라고 민성은 생각했다.

불필요하게 높은 업적 포인트를 만들어 놨을 리가 없다.

민성은 일단 성급히 업적 포인트를 사용하여 상점의 아이템을 구매하기보다는 업적 포인트를 저축하듯 모으기로 결정 했다.

좀 더, 확실해진 이후에 움직이는 것이 운신의 폭이 넓어질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민성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일어섰다.

벌써부터 문 밖으로, 이호성이 요리하고 있는 메뉴의 냄새가 맡아졌다.

민성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1층의 식당 아래로 내려갔다.

“때마침 준비가 끝났습니다.”

이호성이 빙긋 웃으며 식탁 위에 펼쳐진 자신의 요리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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