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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225화 (225/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225화>

“크크큭! 건방진 자식. 뚫린 입이라고 터지는 대로 주절대는구나. 네놈을 죽여서 개 먹이로 던져 줘야겠다. 크큭!”

라면 머리가 인벤토리 템창에서 무기를 꺼내 드는 것을 필두로 9명의 사내들이 모두 무기를 들었다.

민성은 고개를 살짝 삐딱하게 꺾어 이호성을 보았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 같지 않아?”

민성의 말에 이호성이 흠칫 놀라며 어깨를 떨었다가, 모른 척 민성의 시선을 피하며 어깨를 움츠렸다.

민성은 갖가지 무기를 들고 있는 9명의 사내들을 보며 템창을 열어 자신도 무기를 꺼냈다.

콰르릉!

전매특허의 천둥소리를 울리며 민성은 궁니르를 뽑아 들었다.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며, 휘황찬란한 무기를 쥐자 비웃음을 짓고 있던 9명의 사내들 표정이 일순간 딱딱하게 굳어졌다.

“설마…… 오든을 쓰러트렸다는 도전자가 너였나?”

라면 머리가 다소 놀란 눈으로 말했다.

민성은 그를 보며 짧게 한숨 쉬었다.

“그래서? 그 뽑은 칼은 다시 도로 집어넣을 건가?”

라면 머리는 피식 웃었다.

“그럴 리가. 외려 네놈이 이렇게 나타난 게 기적처럼 느껴질 정도로 고마울 지경이야. 멍청한 놈. 고작 오든을 쓰러트리고 최하위 랭커가 됐다고 해서 우리가 겁이라도 먹을 줄 알았나?”

민성은 짜증이 담긴 표정으로 짧게 혀를 찼다.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민성이 궁니르를 들고 걸음을 옮기자 라면 머리는 당황한 표정으로 이내 손바닥을 쭉 내밀어 보이며 “잠깐!” 하고 소리쳤다.

“……?”

민성이 미간을 구기며 그를 노려보았다.

“후후……. 나랑 협상이라는 걸 해 볼 생각 없나?”

“무슨 협상?”

민성이 되물었다.

“이곳 하이크만 항구 도시를 지배하고 있는 랭커가 있지. 이름은 페우스.”

“그래서?”

“우리와 함께 그를 제거해 보는 게 어떤가?”

“그냥 죽어라.”

라면 머리의 이마에서 식은땀 한 줄기를 흘렸다.

“그러지 말고 잘 한번 생각을…….”

“시간 끌지 말고 가자.”

“말귀가 안 통하는 자식이군. 어쩔 수 없지. 동료가 되지 않겠다면 제거하는…….”

쇄애애애애애액-!

민성의 창 궁니르가 공기를 찢으며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가, 라면 머리의 옆에 서 있는 구릿빛 피부의 사내 심장을 관통시켰다.

퍼어억!

“쿨럭!”

사내는 핏물을 뿜음과 동시에 눈에서 생명의 빛이 사라졌고, 이내 그는 앞으로 철퍽 고꾸라졌다.

민성이 손을 살짝 들어 올리자, 궁니르는 저절로 민성의 손으로 두둥실 되돌아왔다.

그 광경을 보고, 라면 머리를 포함한 8명의 사내들은 멍한 표정이 되었다.

그사이 민성은 주변에 건물이 부서지거나 먼지가 나지 않도록 놈들을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다.

피를 보는 건 참아도 음식에 때가 타는 건 참을 수가 없으니까.

민성이 8명의 사내들에게 저벅저벅 걸어갔다.

라면 머리를 제외한 7명의 사내들은 우왕좌왕했다.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그러다간 다 죽는다. 일시에 달려들어!”

라면 머리가 소리쳤다.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얘기였기에 동료들은 수긍하고 곧장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하지만 고작해야 의지를 가지는 단순한 것에 불과했다.

민성의 궁니르는 그들의 의지를 산산조각 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놈들을 향해 궁니르를 휘둘렀다.

첫 번째 대상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머리가 잘려 나갔다.

하지만 베아트리체의 특성상 놈들은 적어도 느리지는 않았다.

순식간에 달라붙는 적들의 공격을 민성은 피하고, 궁니르로 쳐 내며 빈틈을 찾았다.

그리고 빈틈이 드러나는 순간 민성의 궁니르는 여지없이 그들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퍼어억!

“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한 사내가 구멍이 뚫린 배를 붙잡고 무릎을 꿇었다.

연이어 사방에서 비명이 빗발쳤다.

민성이 궁니르를 한 번 휘두르자 근처에 있던 사내 세 명의 머리가 동시에 잘리면서, 즉사했다.

순식간에 줄어드는 숫자.

그리고 그들의 공포가 가속화되는 사이에도 민성의 궁니르는 그들의 목숨을 취하기 위한 포악성을 감추지 않았다.

서걱!

한 사내가 앞가슴에서 피를 크게 분수처럼 뿜으며 바닥에 철퍽 쓰러졌다.

공포 때문인지 라면 머리를 포함한, 남아 있는 두 명의 사내들은 지친 것도 아닌데 거친 숨을 몰아쉬며 민성을 노려보았다.

민성은 그들 너머로 안주 준비가 끝나고도 남을 시간이라는 것을 체크했다.

그 잠깐의 방심을 유일한 기회로 착각한 그들이 자신의 궁극적인 공격 스킬을 민성을 향해 쏟아부었다.

두 명이 발출해 낸 오러의 힘이 민성을 향해 집중되어 쏟아졌다.

민성은 그것을 보고 궁니르를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휘둘렀다.

민성의 힘에 의해 그들이 쏘아 보낸 오러는 수백 개의 조각으로 나눠지며 마치 불꽃놀이처럼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그리고 그 오러는 이내 힘없이 흩어졌다.

“마, 맙소사! 저런 말 도 안 되는!”

단순히 피하거나 오러를 파괴한 것이 아니라 오러를 잘라서 원하는 방향으로 쳐 내는 건, 그들의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능력이었다.

경악한 얼굴을 하고 있는 가운데, 민성의 궁니르는 징벌을 위한 준비를 이미 끝낸 후였다.

민성이 왼손을 뻗자, 라면 머리와 그의 동료를 포함해 총 두 명이 그대로 민성의 앞으로 허공을 날며 날아왔다.

“어, 어어? 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몸이 멋대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자 그들은 놀람과 공포로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리고 허공에서 민성의 앞으로 떨어지는 그때, 민성의 궁니르가 눈부시게 선을 그렸다.

퍼어억! 퍼어억!

궁니르는 정확히 두 번을 찔렀다.

라면 머리는 허공에서 얼굴이 터져 버렸고, 그의 동료는 목과 심장을 관통당하며 그대로 바닥에 철퍽 떨어졌다.

9명을 모두 처리한 민성은 템창에 궁니르를 던진 후, 처음 앉았던 가게로 걸어가 자신의 자리에 다시 앉아 맥주를 마셨다.

꿀꺽- 꿀꺽 -!

민성은 맥주잔을 탁 소리 나게 내려놓은 뒤, 종업원을 보았다.

종업원은 감히 민성을 보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중간에 싸움이 벌어지는 바람에, 요리는 중도에 멈춰 버린 듯했다.

민성은 다 비운 잔을 슥- 내민 뒤, 이호성을 돌아보며 일어섰다.

“숙소를 잡고 제대로 된 식사를 해야겠다.”

민성이 말했다.

“지금 즉시 알아보겠습니다.”

이호성이 서둘러 뛰어갔고, 바가지가 시체가 생겼음을 귀신같이 알아채고 민성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바가지는 죽어 있는 시체들에게 흑마법을 걸었고, 그들은 땅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민성은 바가지의 언데드화 능력이 어느새 꽤 실력이 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 * *

밋밋한 대머리의 외양을 한 랭커 플레이어 ‘페우스’는 한 소년에게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면서 바닥에 남아 있는 핏자국을 흘겨보았다.

그리고 이내 주변을 훑었다.

핏자국만 남아 있을 뿐, 건물이 무너져 내린 곳은커녕, 건물에는 작은 상처조차 없었다.

심지어 바닥조차 매끈한 것이, 전투를 했다기보다는 누가 피를 뿌렸다고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 자리는 깔끔했다.

“의도한 거라면 제법이군.”

페우스는 핏자국을 보며 옅게 웃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페우스의 뒤에 서 있던 회색 로브의 사내가 물었다.

“뭘 어째. 이제 막 랭커가 돼서 어깨에 힘 좀 들어가 있을 텐데. 이 정도는 즐기고 다녀도 되잖아? 내버려 둬. 만나야만 한다면 언제든 만나게 되겠지.”

페우스는 그렇게 말하며, 걸음을 옮겼다.

거리에 있던 하이크만 항구 도시의 주민들이 일제히 페우스를 향해 굽신굽신 머리를 조아렸다.

* * *

이호성이 숙소를 구했다.

바다가 훤히 보이는 곳이었다.

3층이었고, 지대가 높아서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아주 보기 좋았다.

민성은 침대 위에서, 가까이 붙은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와 배를 응시했다.

내대륙으로 가려면 바다를 건너야만 했다.

몸으로 이동하는 게 가장 빠르겠지만, 온몸이 젖어 가면서까지 용을 써서 바다를 건너고 싶지는 않았다.

괜찮은 배 한 대를 타고 넘어가도 충분할 듯싶었다.

베아트리체의 시간과 지구의 시간이 다른 만큼 최소한의 여유가 완전히 없는 것만큼은 아니다.

적어도 바다를 건너는 것만큼은 서두르지 않고 정상적인 방식으로 하고 싶었다.

똑똑-

노크 소리가 울리고 이호성이 문을 열었다.

“헌터님, 식사 준비됐습니다.”

아까 전의 식당에서 맥주만 먹고 안주를 먹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다 날 정도였다.

마계에서는 이런 소리가 나지 않았었는데, 들어오던 음식이 갑자기 안 들어오니 배에서 알람 소리가 잘도 울렸다.

민성은 배를 가볍게 문지르며, 식사를 위해 방을 나섰다.

1층에는 크지는 않지만 작은 규모의 식당이 있었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차려진 음식은 숙소의 식당 메뉴가 아니라 이호성이 직접 조리한 것이었다.

민성은 식탁 앞에 앉아 숟가락을 들었다.

“이건…….”

민성이 음식을 내려다보며 눈에 이채를 띠었을 때, 이호성이 빙긋 웃으며 끼어들었다.

“잡채밥입니다.”

민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호성의 설명대로 잡채밥이다.

하얀 밥 절반이 보이고 나머지 절반은 잡채와 돼지고기, 그리고 시금치, 양파, 당근, 청경채, 청양고추와 파. 전복.

그 위로 예술처럼 펼쳐져 있는 깨를 보고 있자니 침이 꿀꺽 넘어갔다.

반들반들 깨끗해 보이는 색감도 끝내준다.

“비주얼이 상당하네.”

“하하. 공을 좀 들였죠. 모름지기 보기 좋은 게 맛도 좋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 법이지.”

“청양고추가 들어가서 조금 매콤하기는 하겠지만, 느끼함을 잡아 줄 겁니다.”

민성은 전적으로 동의하며 잡채밥을 숟가락으로 삭삭 비벼 나갔다.

소스가 배어든 밥알과 잡채밥의 재료들이 서로 섞여 들었다.

민성은 잘 섞은 잡채밥을 숟가락으로 크게 떠서 입을 크게 벌리고 한입을 덥석 먹었다.

우물우물!

민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게 첫입을 음미했다.

부드럽고 뜨거운 밥과, 탱탱하면서 쫄깃한 잡채의 맛.

그리고 부드러운 시금치와 단맛을 전해 주는 양파와 당근, 쾌감 있게 씹히는 파와 고소하게 마무리의 끝을 보여 주고 있는 깨.

정말 끝내주는 잡채밥이다.

민성은 꿀꺽 삼키고, 다시 잡채밥을 내려다보며 피식 웃었다.

“웬만한 셰프 부럽지 않을 정도군. 아니, 셰프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민성의 극찬에 이호성은 멋쩍게 웃었다.

“나날이 요리 솜씨가 늘고 있어서 저도 놀라는 중입니다. 사실 헌터라는 사실은 거의 잊어 가고 있는 중이에요. 만약 지구로 돌아가게 된다면 장웅 셰프에게 요리를 조금 더 집중적으로 한번 배워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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