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자의 삼시세끼 223화>
콰르릉!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며, 민성의 +9 궁니르에서 거대한 마기의 빛이 오든이 펼쳐 낸 수백 개의 오러의 빛줄기를 그대로 삼켜 버렸다.
민성이 오든의 공격을 깔끔하게 지워 버리고 그를 찾았을 때, 그는 어느새 자신의 등 뒤에 포지션을 잡은 상태였다.
방금 전의 공격은 일종의 미끼.
오든이 히죽 웃으며 애초 계획대로 장검을 내질렀다.
오든은 장검으로 민성의 등을 찔렀다고 생각했지만, 민성은 마치 연기처럼 몸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
오든이 놀란 표정을 지었을 때, 민성의 궁니르의 창날 끝은 오든의 뒤통수를 겨누고 있었다.
“겨우 이 정도 실력으로 그렇게 떠들어 댔던 거냐? 너무 느리잖아.”
민성이 한심하다는 듯이 오든을 보며 말했다.
“아, 아직 끝나지 않았……!”
민성이 궁니르를 휘둘렀다.
창날이 오든의 옆구리를 훅! 하고 찢어 냈다.
“허억!”
오든은 헛바람을 삼키며 옆구리를 부여잡고 돌아서면서 비틀거렸다.
가운이 찢어지면서 그의 나체가 옷 사이로 보였다.
단 한 번의 공격을 허용하는 것으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몰골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민성을 노려보며 웃음 지었다.
“조금 전 기회가 왔을 때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이 네놈에게 천추의 한이 될 것이다!”
오든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장검을 휘둘렀다.
피잉-!
장검에서 발출된 거대한 오러의 힘이 땅을 터트리며 민성을 향해 돌진했다.
쿠크크콰콰콰!
성 전체를 날려 버릴 수 있을 만한 오러의 힘이 민성에게로 쏘아져 나갔다.
민성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 거대한 오러를 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외려 눈을 하얗게 번쩍이며 정면으로 다가오는 거대한 오러를 향해 마기의 힘을 실은 궁니르를 일직선으로 내질렀다.
궁니르가 오러의 빛을 두 동강으로 갈라 내 버렸다.
오든이 발출한 오러는 민성의 살갗을 조금도 스치지 못하고 민성의 등 뒤의 성벽을 흔적도 없이 쓸어버리는 데 그쳤다.
오든이 재공격을 하려고 했지만 그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오든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두 눈은 공포로 물들어 있었다.
민성은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오든은 칼날이 목젖 아래로 바짝 붙어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지금 움직이면 곧장 목숨이 날아갈 것만 같은, 공포에 지배당하여 옴짝달싹할 수 없는 그런 상태.
오든은 눈알을 돌려, 주변을 훑었다.
“인질을 찾는 거라면 시선이 가기 전에 먼저 움직였어야지.”
잠깐 눈을 한 번 감았다가 뜨니 민성은 오든의 코앞에 있었다.
오든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입을 쩍 벌렸을 때, 궁니르는 용서 없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며 오든의 몸을 부부북 찢어 냈다.
오든은 피를 뿜으며 뒤로 발랑 나동그라졌다.
가운은 넝마가 됐다.
피를 잔뜩 머금은 그의 꼴사나운 나체는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넌 대체 정체가 뭐지?”
오든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민성을 보며 말했다.
민성은 무정한 눈으로 오든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어디로 가야 최대한 빨리 명성을 쌓을 수 있지?”
민성이 물었다.
죽기 직전의 상태에 이른, 피범벅 상태의 오든은 연거푸 피를 분무기처럼 뿜으며 이를 바드득 갈았다.
“네놈에게 정보를 줄 것 같으냐. 내 저승에서 네놈을 기다려, 네놈의 혼을 잘근잘근 씹어 먹…….”
퍼억!
궁니르가 오든의 어깨를 꿰뚫으며 뼈를 박살 냈다.
민성은 오든의 목을 발로 짓밟고 궁니르를 뽑아냈다.
피가 철철 흐르면서 오든이 고통으로 몸을 떨었다.
“대체 언제 장비를 착용해야 할지 모르겠어. 언제 내 진짜 ‘능력’을 써야 할지 감이 안 온단 말이지.”
오든이 덜덜 몸을 떨면서도 죽일 듯이 민성을 노려보았다.
하나 거기까지였다.
오든이 할 수 있는 것은.
민성은 가라앉은 눈빛으로 오든을 내려다보다가 이내 짜증이 솟았는지 미간을 구겼다.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말해. 난 한 계단씩 올라가는 걸 원하지 않는다.”
민성이 기류를 흘려보냈다.
오든의 피부가 타들어 가듯이 변하기 시작했고, 그의 머리카락은 흘러내렸으며 순식간에 그는 밀랍처럼 변해 갔다.
그리고 치료가 시작되자 그는 이 고통이 언제까지고 계속될 수 있을 거란 사실을 인지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를 토해 낼 수밖에 없었다.
그가 읊어 댄 정보를 들어 본 바에 의하면, 베아트리체에 있는 대부분의 랭커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권력을 즐긴다고 했다.
그 말인즉슨 그들은 악명을 가지고 있으며, 악명을 가진 만큼 그들을 죽이면 빠르게 명성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간단한 대답이었고, 누구나 유추할 수 있을 만한 것이었지만 그건 그렇지가 않다.
확실한 정보와 추측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기 마련이니까.
“……살려 주면 안 되겠나? 랭커 자리는 굳이 내가 죽지 않아도 넘겨줄 수 있어.”
오든이 처참한 몰골로, 떨리는 눈으로 민성을 보며 물었다.
“왜 이렇게 머리가 나빠?”
“……?”
“부탁하는 자세가 글러 먹었잖아.”
민성이 서늘한 눈으로 오든을 보며 말했다.
“부, 부탁드립니다. 제발 목숨만……!”
오든이 힘겹게 웅크려서 목숨을 구걸할 때-
민성의 궁니르 창끝이 오든의 뒤통수를 꿰뚫었다.
퍽!
창이 뒤통수로 들어가 안면을 뚫고 나왔다.
바닥에 피가 쭉 퍼졌다.
민성은 무표정한 얼굴로 궁니르를 뽑았다.
[주신들이 플레이어의 예상 밖의 활약에 감탄합니다.]
[주신들이 남아 있는 업적 포인트를 과감하게 선물하기 시작합니다.]
[최근 즐겨찾기를 등록한 주신들이 과감하게 업적 포인트를 선물하고 있습니다.]
[업적 포인트와 명성을 획득 중입니다.]
[집계 완료.]
[획득된 총 업적 포인트는 현재 보유 중인 업적 포인트를 합산하여 +25,000입니다. 또한 현재까지 얻게 된 명성은 +500입니다.]
* * *
민성과 오든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는 까마귀 한 마리가 있었다.
까마귀의 눈이 붉게 이글거렸고, 이내 까마귀는 까악-! 소리를 내며 퍼드득! 날아올랐다.
까마귀는 여전히 붉은 눈으로, 어딘가를 향해 세차게 날갯짓을 했다.
꽤 오랫동안 날아간 이후 까마귀는 산 중턱보다 조금 아래에 있는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땅에 착지한 후, 까마귀는 동굴 안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한 사내에게로 다가갔다.
까마귀의 붉은 눈에 파란 글자가 새겨졌다.
동굴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사내는 까마귀를 보며 검은 눈을 번쩍였다.
* * *
“바로 이동하실 건가요?”
이호성이 오든의 시체를 징그럽다는 듯이 본 후에 물어온 질문이었다.
“그래야지. 오래 머물 이유 따위는 없으니까.”
이호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민성은 시스템을 통해 지도를 펼쳤다.
그리고 바로 다음 행선지로 이동했다.
주변에서 전투를 지켜본 무장 차림의 플레이어들은 모두 숨을 삼키고 있었다.
감히 막아설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들은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어할 정도였다.
반면 그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있는 민성은 걸음을 옮기면서 “귀찮군.” 하고 말했다.
“어떤 게 말씀이십니까?”
이호성이 재빨리 그 의중을 물어 왔다.
“걸어 다니는 거 말이야. 지구에서는 차를 타면 됐었는데, 여긴 그렇지가 않잖아.”
“그럼 말을 한 번 찾아볼까요? 금방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성 안이니까 마구간도 있을 테고요.”
“됐어. 말 타고 가서 어느 천년에 이동을 하나?”
이호성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고 다물었다.
“지금부터 던전은 무시하고, 오로지 랭커를 찾는 데만 집중한다. 그리고 다음 지역에 이르게 되면 악명이 높은 자들에 대한 랭커에 대한 정보를 찾는 데에만 전념해.”
“알겠습니다.”
“빠르게 이동한다.”
그 말을 마침과 동시에, 바가지가 탁탁 뛰어가 민성의 주머니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민성이 타아앙! 하고 발포 소리와도 같은 폭음을 내며 튀어나가 순식간에 멀어졌다.
쏠은 잔상을 남기며 빠르게 민성의 뒤로 붙었지만 이호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 꽁지 빠지게, 혼이 빠지도록 뛰어야 했으니까.
이호성은 민성이 앞서간 방향을 향해 각오를 굳히고 움직였다.
* * *
까마귀로부터 정보를 획득한 대머리에 거구의 근육질 사내는 가부좌를 튼 상태로,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키가 2미터 3센티미터.
동굴의 천장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그는 키가 컸으며 덩치 역시 대단했다.
울퉁불퉁한 근육을 가진 그는 어그적거리며 동굴 밖으로 나왔다.
짹- 짹!
새소리가 울려 퍼지고, 이파리 사이로 햇빛이 강하게 내려왔다.
사내는 손으로 햇빛을 가리며 오랜만에 바깥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었다.
그렇게 있기를 잠시, 발소리가 들렸다.
사내는 기척을 체크한 후, 그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이내 수풀을 해치며, 무장 차림을 한 3명의 사내가 나타났다.
“페우스 님을 뵙습니다.”
그들은 거한의 근육질 사내를 보자마자 꾸벅 예의 인사를 올렸다.
사내는 조금은 나른한 시선으로 그들을 보다가 주변의 풍경을 훑으며 목을 뚜두둑 꺾었다.
“가자.”
사내가 앞서 걸어가기 시작했고, 3명의 새하얀 피부의 백인 사내들은 구릿빛 피부의 사내.
‘페우스’를 뒤따랐다.
* * *
중앙 대륙은 외내해에 의해 둘러 싸여 있었다.
중앙 대륙의 땅을 밟기 위해서는 그 크고 넓은 바다를 건너야만 했다.
그 바다를 건너기 위해서는 거쳐 가야 할 도시가 하나 있었는데, 그 도시에서 민성은 만약 악명이 높은 랭커가 있다면 처치를 하고 곧장 바다를 건널 생각이었다.
그런 이유로 이 항구 도시를 찾았다.
꽤 빠르게 이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 바다를 앞두고 지어진 항구 도시에 도착하기까지는 무려 이틀이나 걸렸다.
이호성의 속도를 맞춰 주지 않고 혼자 달렸다면 반나절도 되지 않아 도착했겠지만, 함께 이동하는 이상 속도를 맞춰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런 탓에 이틀이라는 시간을 잡아먹어야만 했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렸네요.”
이호성이 지친 표정을 애써 감추며 면목 없다는 듯이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일에 사과하지 마라. 무능해 보이니까.”
민성이 그렇게 말하며 항구 도시의 입구로 가면서 신원 코드를 넘겼다.
항구 도시의 입구를 지키고 있던 경비들은 신원을 확인하고 곧바로 안색이 바뀌었다.
그들은 차려 자세로 경례를 바짝 올려붙였다.
“하이크만 항구 도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군기가 바짝 든 자세와, 커다란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