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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221화 (221/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221화>

민성이 무너진 집으로 걸어가던 중-

퍼엉!

나무가 터지는 소리가 나면서, 무너진 집에서 앵커가 피로 물든 채로 민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 기대하는 눈빛 같은 거 하지 마.”

민성이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앵커가 휘두른 장검을 피하고 주먹으로 앵커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콰득!

갈비뼈 3대 정도가 부러지는 느낌이 민성의 손끝으로 전해져 왔다.

“쿠욱!”

앵커는 피를 한 움큼 토하며, 들고 있던 장검을 놓치고서 철퍽 무릎을 꿇었다.

“쿠웩!”

피를 토하는 건 한 번이 아니었다.

그는 연이어 속에서 피를 게워 냈다.

그러던 앵커가 다시 떨어진 장검을 주우려고 손을 뻗었을 때, 민성이 그의 팔꿈치 쪽을 밟았다.

뻑! 소리가 나면서 팔이 부러지며 팔이 반대 방향으로 기괴하게 접혔다.

“아아아아악!”

앵커가 비명을 지르며 흙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우는 것처럼 신음을 흘렸다.

민성은 무정한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그의 목을 틀어잡아 위로 끌어 올렸다.

앵커가 민성의 손에 붙잡힌 채로 버둥거렸다.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 죽음을 앞두고 있었지만, 앵커는 민성을 죽일 듯이 쳐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여전히 충성심이 남아 있었고, 살기 역시 그대로였다.

“좋은 눈이네.”

민성은 그의 목을 틀어잡은 채로, 그대로 바닥에 집어 던졌다.

퍼억!

둔탁한 소리가 나면서 앵커가 바닥을 구르고 이내 눈의 초점이 흔들리면서 몸을 가늘게 떨었다.

앵커가 바들바들 떨면서 민성을 노려보았다.

“죽여, 이 개자식아…….”

앵커가 피를 옅게 뿜으며 말했다.

민성이 감정이 없는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죽고 사는 건 내 결정이다. 너희들이 이곳에서 자유랍시고 약한 인간들을 짐승처럼 가지고 노는 것에 대해서 별달리 감정은 없어. 그럴 수 있으니까.”

“…….”

앵커가 멍한 눈으로 민성을 보았다.

민성은 말을 이었다.

“결국 이 세계는 인간이나 짐승이나 약육강식에 의해 흘러가고 있지. 물론 정의롭고 따뜻한 인간들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들은 괴물이 되기도 하고, 정의와 선의라는 의지를 꺾거나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도 있지.”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거야, 이 오만한 거지새끼야.”

민성은 앵커를 보며 옅게 웃었다.

“하지만 난 정의나 선의를 지키면서 살아갈 생각이 없어. 난 그런 인간이 될 수 없다는 걸 오래전부터 깨달았거든.”

“…….”

“내가 지금부터 너를 아주 고통스럽게 할 거다. 그냥 생각을 하지 마. 부탁도 애원도 들어주지 않는다. 넌 그냥 고통받다가 죽게 될 거야. 죽으면 지옥 같은 건 없어. 살아 있을 때, 그때 내가 네게 지옥이 되어 줄 거다.”

앵커의 얼굴이 비틀렸다.

그의 눈에는 공포가 파고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강한 척을 했다.

“네가 그런다고 내가 겁이라도 먹을 것 같냐? 결국 너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새끼인 거야. 잘난 척해 봤자…….”

중얼중얼 길게도 말한다.

이렇게 마지막 자존심을 부리는 놈들을, 민성은 오랫동안 봐 왔다.

하지만 결과는 늘 같았다.

민성이 손을 들자 하얀 기류가 흘러 나와 앵커의 몸을 에워쌌다.

그리고 그 기운은 전신의 피부로 스며들며 이내 뇌로 올라갔다.

대상을 괴롭히는 데 있어 뇌를 공격하는 것보다 훌륭한 건 없다.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알 수 있다.

그건 자신도 겪어 봤던 일이니까.

“끄으으으…… 으아아……!”

앵커가 경련하듯 떨었다.

지독한 공포는 비명을 만들지 못한다.

그저 본능적인 생존을 위해, 간헐적으로 호흡하며 불규칙한 신음을 흘리게 할 뿐이다.

그렇게 대상은 죽어 간다.

“제발 그만. 사, 살려 줘. 잘못했어. 잘못했다고……! 끄으으으.”

“어차피 너희 같은 놈들에게 고통을 준다고 해 봤자 달라지는 건 없어. 너만 더러운 짓을 일삼은 건 아닐 테니까. 하지만 네가 이런 고통을 겪는 이유는 간단해.”

민성이 서늘한 눈으로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앵커를 보며 말을 이었다.

“네가 내 기분을 불쾌하게 만들었어.”

“아아아아……! 제, 크억! 제, 제발 잘못했습…… 컥!”

민성은 목을 삐딱하게 꺾은 채 앵커를 보며 입술을 열었다.

“그저 그뿐이야.”

“끄으으으, 크으으으윽!”

손가락 끝이 구운 오징어처럼 말려들어 가고, 뒤틀린 피부는 이내 밀랍처럼 말라 간다.

뇌는 급속도로 망가지다가 회복되는 것을 반복한다.

그렇게 반복하다가 놈의 눈이 이성을 잃게 되었음이 보였을 때, 회복을 멈추고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이렇게 죽어 가는 놈을 지켜볼 때마다 떠오르는 건, 마계라는 건 정말 끔찍하다는 거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기까지는 꽤 오래 걸렸다.

민성은 템창에서 궁니르를 꺼내 들었다.

이미 의식이 죽어 버리고, 육신만 살아 있는 앵커의 머리를 무정한 눈으로 쳐다보며, 빠르고 강하게 내려찍었다.

퍼어어억!

[죽음의 신이 환호합니다.]

[천사들이 눈물을 흘리며 비난합니다.]

[주신들이 가학적인 플레이어의 태도에 의견이 분분해지고 있습니다.]

[너무 자극적인 행동은…….]

민성은 컴컴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비웃음을 던졌다.

까고 있네…….

내 마음이다. 이 자식들아.

민성은 궁니르를 템창에 던졌다.

* * *

“날이 밝으면 바로 떠날 준비를 할까요?”

숙소로 돌아가는 길.

이호성이 민성과 함께 걸으면서 물었다.

“아침 먹고.”

민성이 짤막하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

주위는 고요했다.

함께 걸어가면서, 이호성은 강민성이라는 인간의 인간성에 대해서 새삼 생각해 보았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가끔은 인간적으로 느끼다가도 방금처럼 ‘앵커’라는 플레이어를 죽일 때는 감정이 없는 기계처럼 보였다.

얼추 알고 있다.

마계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는 것 정도는.

‘보통 그렇게 긴 시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면 사람이 이렇게 기계적으로 변하는 건가?’

아니지.

냉정한 거다.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반응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겠지.

그 말은 곧, 언제든지 자신을 버릴 수도 있다는 얘기.

‘하…….’

시간이 지나면 그래도 조금은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럴 가능성은 0퍼센트.

그건 곧 강민성이 이성을 버리고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0퍼센트.

그것이 그가 약점이 없는 살인 병기라는 걸 증명하는 셈이다.

그나저나 대체 이 지긋지긋한 전투는 언제쯤 끝이 나는 거야?

던전이 사라졌더니, 마인이라는 것들이 튀어나오고, 마인이라는 것들이 사라지니 마신이. 그다음에는 베아트리체.

종착지는 어디지?

여기 베아트리체인가?

베아트리체가 끝이라면, 전투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이호성은 상한 우유를 실수로 먹은 것처럼 양쪽 입꼬리를 아래로 내렸다.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보다도 더 상상이 안 가는 건, 강민성이 베아트리체에서 랭커 1위가 되어 지구로 돌아갈 때까지 자신이 살아 있을 수 있는가에 대한 답.

이호성은 짧게 한숨 쉬었다.

여전히 알 수 없는 질문이다.

* * *

다음 날 아침.

이호성은 아침을 준비하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

이제는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원하는 시간에 일어날 수 있는 기이한 능력이 생겼다.

강민성의 식사를 책임지려다 보니 생긴 일종의 직업병 같은 거라고 해야 하나?

웃기는 능력이지만, 가장 필요하고 쓸 만한 능력 중 하나.

어쩐지 우울해졌다.

‘잡생각은 지우게 일단 담배 한 대 태우고 시작하자.’

이호성은 담배를 물고 숙소 밖으로 나왔다.

여기의 시간 기준으로 이제 아침 7시.

해는 쨍쨍했다.

하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어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다.

날씨 좋네.

모닝 담배를 한 대 태우고 이호성은 아침 메뉴에 대해 고심했다.

워낙 척박한 환경의 마을이었기 때문에 여기서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 어려웠고, 결국 자신이 직접 아침을 준비해야 했다.

이호성은 꽤 긴 고민 끝에, 아침 메뉴를 결정했다.

그러자 다음 고민이 생겼다.

‘어디서 요리를 해야 할까?’

워낙 지저분하기도 하고, 요리를 하기에 적당한 공간이 없기도 해서 조금 고심이 됐다.

이호성은 1층에 놓여 있는 테이블을 한쪽으로 몰아서 치운 뒤, 일단 바가지를 불러 청소부터 하기로 했다.

지저분한 곳에서 먹는 식사는 결코 훌륭할 수 없다.

깨끗한 환경을 만들 수만 있다면 청소부터가 먼저였다.

이호성은 바가지를 부르기 위해, 민성의 방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 *

이호성이 바가지를 몰래 데리고 나가는 소리에 민성은 눈을 떴다.

“아, 깨셨어요? 더 주무세요. 식사 준비하겠습니다.”

민성은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문이 저절로 쿵! 하고 닫혔다.

이호성이 살금살금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민성은 목을 돌리며 스트레칭을 한 후,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카드를 꺼냈다.

최하위 랭커 ‘오든’의 초대장.

현재 자신의 힘은 어디까지 통할까?

어느 랭커까지 상대할 수 있을까?

민성은 이내 의심을 지웠다.

의심을 지우고 그 안에 확신을 욱여넣었다.

랭커 1위는 자신의 자리이다.

그리고 돌아갈 것이다.

이 신물 나게 유치한 신들의 장난을 끝내고, 본래의 땅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음식을 먹는 데 방해하는 인간들이 있다면, 모조리 삼켜 줄 생각이었다.

초대장 카드를 내려다보는 민성의 눈이 하얗게 번쩍였다.

* * *

아침 메뉴가 완성됐다는 소식을 바가지에게 전해 듣고 민성은 1층 아래로 내려왔다.

테이블 위에는 새하얀 식탁보가 깔려 있었고, 그 식탁보 위로 따뜻한 음식들이 놓여 있는 게 보였다.

민성은 이호성이 빼 준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주변을 훑었다.

청소를 했던 것인지 상당히 깨끗해져 있다.

나름 노력의 흔적이 보였다.

“수고했다.”

민성의 말에 이호성이 빙긋 웃으며 깊게 고개를 조아렸다.

바가지는 이제 식사를 위한 준비가 끝났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는 바닥에 발랑 엎드려서는 쿨쿨 잠이 들었다.

그사이 민성은 메뉴를 응시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따뜻한 아침인 것만은 틀림없었다.

이 따뜻한 식사를 마치고 나면, 오든을 없애러 가자.

민성은 수저를 들었다.

오늘의 아침 식사 메뉴는 주꾸미 볶음이었다.

고소하고 매콤한 냄새가 올라와 코를 찔렀다.

메인은 하얀 쌀밥과 주꾸미 볶음.

그리고 계란 프라이와 멸치 볶음. 그리고 소금기가 많지 않은 맨들맨들한 김이 반찬이었다.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는 식사다.

민성이 젓가락을 들고 가볍게 식사를 시작하려고 할 때.

띠링-

알림 소리와 함께 반투명한 메시지창이 민성의 눈앞에 나타났다.

[강민성 ‘플레이어’로 인해 로이스 마을의 주민들이 불안감에 떨고 있습니다. 제한 시간 안에 ‘오든’을 처치하지 않을 경우 명성이 하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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