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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219화 (219/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219화>

한 명 남은 로이스 마을의 플레이어는 감히 민성에게 대항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넋이 나간 표정으로 무릎을 꿇었다.

그는 충격과 공포를 넘어 그저 본능적으로 생존에 대한 몸부림이 가득한 눈길로 민성을 올려다보며 몸을 떨 뿐이었다.

민성이 철그렁거리는 갑옷 소리를 내며 하나 남은, 무릎을 꿇고 있는 플레이어 앞에 섰다.

“사, 사, 살려 주십시오. 무엇이든 할 테니. 제발 목숨만…….”

휘이익!

퍼억!

민성의 궁니르 창끝이 플레이어의 정수리에 내려찍혔다.

피가 플레이어의 얼굴을 붉게 적셨다.

스윽- 철퍽!

민성은 소리 없이 죽은 마지막 플레이어를 내려다보다가 장비를 한 번에 해제하고, 무기인 궁니르도 템창에 던져 넣었다.

[주신들이 플레이어의 화끈한 배포와 전투에 감탄합니다.]

[주신들이 드디어 업적 포인트를 선물하기 시작합니다.]

[명예가 올랐습니다.]

[메인 퀘스트가 발동되었습니다.]

[최하위 랭커를 찾아 전투를 통해 랭커 자리를 탈취하세요.]

[최하위 랭커가 되면 D-급부터 도전 자격이 주어지며 전투를 통해 빠른 랭크업을 가능해집니다. ]

[플레이어의 화끈한 전진에 주신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주신들의 즐겨찾기는 총 802명입니다.]

[지금까지 누적된 총 업적 포인트는 +12,000입니다.]

[인기 플레이어에게 일정 확률로 제공되는 특별 이벤트에 당첨되었습니다.]

[+10,000 업적 포인트를 사용하면 스킬이나 기술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옵션 능력을 갖춘 소모용 아이템을 살 수 있습니다.]

[구매하시겠습니까?]

[승인 / 거절]

마침 보유하게 된 업적 포인트는 +12,000이었다.

굳이 거절할 필요가 없는 제안이었다.

전투에 있어서, 소모용 아이템은 굉장히 중요하다.

민성은 고민할 것도 없이 메시지를 보자마자 승인을 터치했다.

[업적 포인트 +10,000을 사용해 옵션 기능을 추가합니다.]

[남은 업적 포인트는 +2,000입니다.]

* * *

가벼운 몸이 된 민성의 주변으로는 플레이어들의 처참한 시체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이호성은 그 광경과 더불어 민성을 보면서 전율했다.

분명 랭커의 세계라 일컬어지는 곳이었다.

지금은 시체가 된 그들이 랭커는 아니라고 해도, 이곳은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한 플레이어들만이 나다니는 곳이었다.

그런 플레이어들을 이렇게 쉽게 잡다니.

대체 강민성은 얼마나 강한 것인지 가늠이 오질 않았다.

이 정도의 능력이라면 랭커들을 밟아 올라가 랭커 1위에 오르기까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호성.”

민성의 부름에 이호성이 재빨리 그의 앞으로 뛰어갔다.

“네, 헌터님.”

“퀘스트가 발동되었다. 최하위 랭커를 찾아 제거하는 것이 퀘스트다. 일단 숙소를 알아보고, 최하위 랭커에 대한 정보를 찾아와라. 가능한가?”

“가능합니다.”

민성과 함께 베아트리체에 오게 되면서 이호성도 함께 경험치를 먹었고 성장했다.

이호성도 민성에 비하면 아주 극소수지만 업적 포인트를 받아 왔었다.

“헌터님, 혹시 지금까지 주신들에게 받았던 업적 포인트를 사용하신 겁니까?”

“그래.”

“아. 그래서 이렇게 쉽게 저놈들을 잡을 수 있었던 거구나. 그런데 대체 업적 포인트를 얼마나 받으셨길래…….”

“오늘 받은 걸 합치면 대략 6만 포인트 정도 될 거다.”

이호성은 완전히 질려 버린 표정으로 민성을 보았다.

“6만 포인트요? 와……. 미친.”

이호성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동안 자신이 받은 업적 포인트는 모두 합쳐 봐야 100포인트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6만 포인트라니.

이호성은 침을 꿀꺽 삼켰다.

역시 차원이 다르구나.

“일단 기다리고 계시면 숙소부터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민성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호성이 숙소를 알아보기 위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민성은 기감을 펼쳤다.

주변에 혹시나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들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감각이 뛰어나게 변한 만큼 주변을 탐지하는 능력 역시 좋아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기감을 펼치는 것으로 플레이어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아무리 마을이 작다고는 하나 이 로이스 마을에 플레이어가 10명밖에 없다고?

그건 말이 안 된다.

분명 더 있을 게 틀림없다.

민성은 만약 자신의 추측이 맞는다면 설령 플레이어가 숨어 있다고 해도 잡아내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 둘 생각이었다.

그럼 명성은 더 빠르게 오를 테니까.

* * *

최하위 랭커 ‘오든’.

그는 침대 위에서 시스템 메시지를 보고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도전자가 나타났습니다.]

오든은 굵은 담배를 입에 물며 미간을 훅 찌푸렸다.

그는 랭커에 진입한 이후, 오랫동안 최하위 랭커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만큼 도전자를 맞이하는 건 지금처럼 이렇듯 한두 번이 아니었다.

“후-우!”

최하위 랭커 오든은 담배 연기를 깊게 뿜어내며 나른한 표정으로, 여러 여자들이 얽혀 있는 침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창밖의 마을 풍경을 보며 담배 연기를 뿜었다.

“이번엔 또 어떤 놈이려나.”

오든은 늘어진 눈빛으로 도시의 풍경을 보며 그늘진 얼굴이 되었다.

지긋지긋하다는 감정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표정이었다.

* * *

민성은 이호성이 숙소를 찾고 있는 동안 업적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상점’을 오픈하여, 구매 가능한 옵션 아이템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리고 어떤 아이템이 있는지 확인하는 순간, 민성은 고민 없이 옵션 기능을 구매한 것이 훌륭한 선택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투에 유용한 소모성 아이템들이 많았다.

당장 구입할 건 아니지만, 민성은 차후 업적 포인트가 모이게 되면 어떤 것들을 사야 할지 미리 그 품목들을 상점을 보며 머릿속에 담았다.

옵션 품목뿐만 아니라 다른 기술서나 아이템에 대해서도 구입해야 할 것들이 있는지 미리 체크했다.

얼추 상점에 대한 파악이 끝났을 무렵 이호성이 돌아왔다.

“헌터님, 숙소 찾았습니다. 근데 좀 허름해요. 괜찮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상관없다. 안내해.”

“네. 이쪽으로 오시죠.”

이호성이 앞장섰다.

* * *

이호성이 앞서 말했던 대로 숙소라고 하기도 힘든 형편의 장소였다.

집은 곧 무너질 것처럼 보였지만, 가장 넓고, 침대가 그나마 깔끔하다는 게 이호성이 이 숙소를 고른 이유였다.

어차피 다른 숙소는 이보다도 못하리라는 건 굳이 확인해 보지 않아도 알 만했다.

“그럼 저는 랭커에 대한 정보를 얻으러 나가 보겠습니다.”

“바가지랑 같이 가.”

민성이 주머니 안에 들어 있는 바가지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자고 있던 바가지가 ‘으음’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기어 나왔다.

이호성은 바가지를 손에 들고.

“다녀오겠습니다.”

곧장 숙소 밖으로 나섰다.

* * *

최하위 랭커 오든이 장비를 점검하는 중에, 부하가 들어와 인사를 올렸다.

“뭐 좀 알아왔나?”

“예. 로이스 마을에서 소란이 일어난 탓에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로이스 마을?”

‘오든’이 눈살을 찌푸리며 부하를 보았다.

로이스 마을이라면 빈민들이 모여 사는 곳이자 플레이어들의 시작점.

하지만 오든은 단순히 그 문제에 반응한 것이 아니었다.

“그럼 신규 플레이어가 여기로 넘어오자마자 일을 벌였다?”

“그렇습니다.”

“하…….”

오든은 헛웃음을 흘렸다.

“수는 얼마나 돼?”

오든이 점검을 마친 장비를 모두 템창에 넣으며 물었다.

“한 명입니다.”

“길드가 없다고?”

“그렇습니다.”

오든은 피식 웃었다.

“쉽게 끝나겠네. 초대장 하나 보내 줘.”

오든의 말에 부하가 깊이 머리를 숙였다.

* * *

시스템 지도창을 통해 주변에 사냥을 할 만한 곳이 있는지 찾아보았지만, 로이스 마을은 황폐했다.

사냥을 할 만한 곳도 없었고, 주변은 텅 비어 있었으며, 지도 자체가 작아서 그 주변의 위치도 파악하기 힘들었다.

뉴티 도시까지와는 달리, 로이스 마을로 포탈을 통해 넘어오게 되면서 달라진 게 있다면, 시스템창은 더 이상 쉬운 길을 안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뉴티 도시까지만 해도 인터페이스에서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것에 반해, 로이스 마을에 도착한 이후부터는 그 정보가 상당히 제한적이다.

만약 이호성이 구해 온 정보가 빈약하다면, 민성은 직접 인근 지역을 탐색해 볼 생각이었다.

속도가 빠른 쏠을 이용하면, 이정표가 없다고 해도 길을 찾는 것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듯했다.

쏠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니까.

쏠의 능력이 빛을 발할 때가 온 것이다.

민성은 침대 밑에서 침대에 기대 쿨쿨 자고 있는 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 * *

앵커는 최하위 랭커 오든의 명령을 받아, 민성에게 초대장을 전달하기 위해 로이스 마을에 도착했다.

그는 마을에 들어오자마자 인상을 확 찌푸렸다.

빈민가는 언제나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마치 변기 속을 헤매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곳이었다.

앵커는 말쑥한 세 명의 부하를 대동하고 있었는데, 특히 앵커의 복장은 로이스 마을의 주민들과는 다르게 굉장히 고급스러웠다.

그는 패션에 민감했고, 또한 재질에 민감한 사내였다.

혹여나 자신의 옷이나 피부에 더러운 것이 닿을까, 불쾌감이 잔뜩 어려 있는 표정으로 민성의 집을 찾아 나섰다.

앵커의 부하 세 명이 주민들에게 새로 들어온 ‘플레이어’에 대한 위치를 물었다.

그들에게 들은 정보로, 신규 플레이어가 묵고 있다는 숙소로 가던 중, 그들은 한 명의 사내와 마주쳤다.

이호성이었다.

“실례지만 뭣 좀 물어보겠습니다.”

이호성이 앵커 일행의 앞을 가로막았다.

플레이어로 보였고 못 보던 인물이었기 때문에, 앵커는 자신의 부하들과 눈빛을 주고받은 뒤 다시 이호성을 주시했다.

“최하위 랭커에 대해 알고 계시는 게 있습니까?”

이호성이 물었다.

앵커와 세 명의 부하들이 모두 극도로 긴장했다.

그들은 확신했다.

바로 이자가, 자신들의 상관이자 랭커인 ‘오든’에게 도전장을 내민 플레이어라고.

앵커는 이호성을 위아래로 훑었다.

보통 이쪽 바닥으로 넘어오는 플레이어들은 일정 수준의 존재감을 표출하기 마련인데, 지금 눈앞에 있는 자는 평범하다 못해 허접했다.

반면 이호성은 앵커의 눈빛에 미간을 찌푸렸다.

“저기요?”

앵커는 즉각, 인터페이스 시스템창을 통해 최하위 랭커 ‘오든’에게 시스템 메시지를 보냈다.

현재 상황과 더불어, 이호성이 그다지 강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러자 답변은 바로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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