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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207화 (207/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207화>

아란치니를 첫입으로 먹으면 황홀해질 수밖에 없다.

그 정도로 아란치니라는 음식에는 마성의 매력이 담겨 있었다.

끝내주는군.

민성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순식간에 한 개를 해치우고, 민성은 두 번째 아란치니를 먹기 위해 손을 바쁘게 놀렸다.

마지막 아란치니까지 깔끔하게 해치우고 나자 민성은 이곳 베아트리체의 음식이 지구의 음식과 크게 다르지 않고, 맛까지 있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

베아트리체에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지금의 이 감동은 평상시의 두 배에 달했다.

치즈의 극한을 경험하게끔 하는 아란치니를 즐기고 나자 다음 메인 메뉴인 등갈비가 존재감을 빛냈다.

튀긴 감자와 함께 파티를 이룬 빨간 칠리소스가 발린 등갈비는 보는 이로 하여금 침샘이 폭발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져 있다.

뼈를 들어 한입 베어 물어 먹어 보자, 약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어린 돼지의 갈비라 그런지 그 부드러움이 구름과도 같았다.

이거 정말, 베아트리체의 음식도 절대 무시할게 못 되는데?

아무래도 배경이 다소 현대적이지는 않다 보니까 음식에 대해서는 그다지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기대 이상의 맛이다.

칠리소스와 등갈비의 조합이 일품이었다.

“맥주를.”

민성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함께 식사를 하고 있던 이호성이 벌떡 일어나 맥주를 주문하고, 맥주를 직접 가져왔다.

차가운 맥주에 길들여져 있던 민성은 베아트리체의 미지근한 맥주에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이것은 이것대로 또 괜찮은 매력이 있기는 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맥주고, 무엇보다 상온의 맥주라 그런지 그 깊이감이 더 진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역시 맥주는 모름지기 시원한 맥주가 최고라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었다.

민성은 뜨거운 기름을 머금고 있는 튀긴 감자를 포크로 찍어 먹었다.

감자가 부드럽게 으깨지듯 씹히면서 기름이 입안으로 쫙 퍼지는 쾌감이 뇌를 팍팍 찔러 왔다.

맛있다.

기분 좋은, 만족스러운 식사 시간이었다.

* * *

민성은 식사를 마치고, 숙소 앞 벤치에서 시스템 지도를 통해 주변의 구조를 면밀히 파악해 나갔다.

놀러 온 것도 아니고,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면서 여유롭게 일을 처리할 생각 같은 건 눈곱만큼도 없었다.

최단 시간 안에 이 베아트리체라는 세계와 연결된 아이리스 나무를 잘라 낸다.

하지만 급하다고 해서, 감정적으로만 움직일 생각은 없었다.

지구라는 별은 자신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였다.

중차대한 문제를 급한 마음으로 가볍게 처리하지 않는다.

빠르게, 하지만 침착하게, 완벽히.

그 세 가지의 규칙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움직일 것이다.

뱅가드 프론티어 도시의 주변에 있는 던전은 총 3개.

민성은 고민했다.

퀘스트와 던전을, 무시하고, 랭커를 찾아서 죽일지.

아니면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올라갈지에 대해.

그 고민에 대한 답은 하나로 정해졌다.

파악.

우선 이 베아트리체라는 세계의 무력 수준을 체크할 필요가 있었다.

강하다고 해서 그 힘에 자만했다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끝이 없는 향상심.

생존에 대한 욕망.

그 두 가지가 없었다면, 결코 지금처럼 살아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다소 돌아간다는 느낌이 들더라도, 차근차근 장악해 나간다.

민성의 눈이 차분하게, 그리고 냉철하게 번쩍였다.

* * *

민성은 이호성과 바가지, 그리고 쏠을 데리고 던전을 찾아 나섰다.

길잡이는 묘인족과 엘프가 해 주었다.

그녀들은 뱅가드 프론티어의 주변 지리에 대해 잘 알았고, 덕분에 쉽게 던전을 찾아갈 수 있었다.

그녀들은 던전에 가 본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도를 보는 것만으로도 쉽게 위치를 찾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여기가 바로 지도에 나와 있던 북쪽 던전인 것 같아요.”

엘프가 걱정과 두려움이 물든 눈으로 던전을 보며 말했다.

“돌아오시면, 따뜻한 목욕물과 음식을 준비해 놓을 게요. 저희 묘인족과 엘프족은 은혜를 잊지 않는답니다.”

사사로운 감정 따위는 없다는 듯, 그녀들은 솔직하게 자신들의 예의를 표했다.

민성은 그녀들에게 짧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던전 게이트가 연결되어 있는 동굴 속으로 이동했다.

이호성과 바가지, 그리고 쏠이 지켜보고 있는 묘인족과 엘프족들에게 걱정 말라는 듯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 * *

던전 안은 입구에서 봤던 것처럼 동굴로 되어 있었다.

울퉁불퉁한 벽과 바닥은 어디로 보나 동굴 속이었다.

내부는 상당히 넓었고, 야광석이 어슴푸레 빛을 밝히고 있는 것이 이곳이 던전임을 알려 주었다.

민성은 망설임 없이 전진에 속도를 올렸다.

단숨에 3개의 던전을 돌파할 작정이었다.

걷는 속도를 올리면서, 그는 기감을 사방으로 펼쳤다.

여기저기서 몬스터들의 존재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그 수는 상당했지만,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었다.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는 판단이 선 이상 굼뜬 행동 따위는 없었다.

민성은 바람처럼 움직였다.

[퀘스트 발동]

[던전 내의 모든 몬스터를 처리하세요.]

[보상 : 업적 포인트 +300]

콰르릉-!

민성이 템창에서 궁니르를 꺼내 잡았다.

동굴 내에서 울린 천둥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번져 나갔다.

몬스터에게 있어 민성의 천둥소리는 끔찍한 공포가 될 것이다.

내가 너희들의 악몽이 되어 주마.

앞서가는 민성의 등 뒤로 이호성과 바가지, 그리고 쏠이 빠르게 뒤따라 붙었다.

이내 몬스터 한 마리가 나타났다.

사위가 밝아진다.

해골이었다.

온몸이 불에 타오르고 있는 해골.

민성의 눈이 차가워졌다.

냉기가 풀풀 날리는 시선으로 불타는 해골을 노려보며, 민성은 템창을 열어 방패를 터치했다.

무기는 있으면 활용한다.

체력을 아낄 수 있으면 아껴야 한다.

마계나 지구와는 달리 베아트리체는 처음 겪는 세계였다.

변수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늘 대비해야 하며, 빠른 속도로 돌파해야 한다.

초행 사냥은 그게 최고다.

사냥 중에 고랭크의 플레이어라도 나타나면 일은 복잡해질 수 있으니까.

이런 곳에서 체력과 마력의 컨트롤은 필수다.

창대를 꽉 쥐자, 궁니르가 부르르! 떨면서 당장이라도 뛰어나가려는 황소처럼 꿈틀거렸다.

불타는 해골이 넙데데한 언월도를 휘둘렀다.

굉장히 빠르고 강력한 힘이 실린 공격이었으나.

민성이 방패를 어깨에 걸치듯이 하며 그 언월도를 막았다.

카아아아앙!

언월도와 용 사냥꾼의 방패가 맞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민성이 방패를 왼쪽으로 살짝 비틀면서 허리와 어깨도 함께 비틀었다.

그리고 직선으로 내지르는 궁니르의 창끝.

퍼어어어억!

불타는 해골의 뼈가 궁니르의 찌르기 한 방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크으. 역시 헌터님이십니다.”

이호성이 감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럴 만도 했다.

민성의 방어와 공격은 깔끔함 그 자체였다.

막고 찌르기의 표본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FM.

때문에, 그 단순함 속에서도 민성의 무위는 빛을 발했다.

“집중해라.”

민성이 낮은 톤으로 전방을 주시하며 말을 이었다.

“온다.”

두두두두두두.

연달아 퍼지는 소리와 땅을 울리는 진동.

그리고 붉은 실루엣.

불타오르는 해골들이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붉은 화염을 휘어 감은 채 달려왔다.

민성은 창과 방패를 들고 자세를 살짝 낮추었다.

이호성은 질렸다는 듯 얼굴을 구기며 살짝 뒷걸음질 쳤다.

쏠은 와아? 하며 놀란 표정이 되었고.

바가지는 검은 안광을 불태우며, 마인들을 소환했다.

하지만 바가지가 나서기 전에 민성이 창을 살짝 들어 보임으로써 바가지에게 물러설 것을 경고했다.

바가지는 하는 수 없이 마인들과 함께 뒤로 빠졌다.

민성이 떼거지로 달려오는 해골들을 보며 조금 더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이내 불타는 해골들이 지척에 다다랐을 때.

콰르릉!

천둥소리가 터지며, 민성의 창 궁니르가 바닥을 찍었다.

-피이이이잉!

하얀 마기가 앞으로 퍼져 나갔다.

이내 마기의 힘이 사방에서 뇌력을 터트렸다.

쾅! 쾅! 쾅! 쾅!

마치 벼락이 치듯 해골들을 향해 허공에서 마기가 터지며 번쩍였다.

그다지 큰 마기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불타는 해골들이 혼란에 빠지기에는 충분했다.

데미지는 줄 수 있지만, 방금의 기술은 마력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한, 잔기술에 지나지 않았다.

일종의 낚시였다.

진짜는 지금부터다.

민성이 불타는 해골들에게 바짝 다가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창을 찌르고 휘두르자 놀라서 허둥대고 있던 불타는 해골들의 뼈가 터지기 시작했다.

민성의 창에 의해 부서져 가는 해골들은 그야말로 마치 예술적 그림을 보는 듯했다.

민성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강렬하면서도 유려한 선을 갖추고 있었다.

마치 지옥 속에서 춤을 추듯 해골들은 민성의 창 궁니르를 버티지 못하고 죽어 나갔다.

그리고.

촤르르르!

불타는 해골들이 죽으면서 바닥에 빗물처럼 아이템을 떨어트렸다.

[주신들의 시청수가 늘어납니다.]

[즐겨찾기가 빠르게 증가합니다.]

[주신 이데아가 업적 포인트 +500을 선물합니다.]

[주신 카를로스가 흥미로운 눈으로 지켜봅니다.]

민성은 소멸되어 가는 해골 몬스터는 쳐다보지도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사이 쏠은 눈부신 속도로 아이템을 황금 주머니에 쓸어 담았고, 이호성과 바가지는 민성의 능력에 새삼 감탄했다.

* * *

베아트리체 세계라고 해도, 스타팅 포인트라 할 수 있는 뱅가드 프론티어 부근의 던전은 민성에게 그저 시간을 잡아먹는 던전에 불과했다.

그 어떠한 몬스터도 민성의 창 궁니르 앞에서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저 무력히 죽어 나가고, 소멸할 뿐이었다.

그런 가운데, 던전의 끝에 이르렀다.

민성의 창에는 몬스터의 피와 살점이 묻어나 있었지만, 체력과 마기의 소모는 거의 없었다.

이렇게 시시하게 클리어되는 던전인가 하고 생각했을 때, 던전의 보스 몬스터가 마법진과 함께 등장했다.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2미터는 훌쩍 넘을 법한 키의 흑마법 계열의 몬스터였다.

민성은 가볍게 코웃음 치며 놈을 향해 달려갔다.

보스 몬스터 이르케니오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보라색 빛의 불꽃이 민성을 향해 날아갔다.

민성은 그 보랏빛의 불꽃을 보며 코웃음을 치고는 방패를 들었다.

이어 마기가 스며든 +9 용사냥꾼의 방패로 그 보랏빛의 불꽃을 후려쳤다.

퍼어어엉!

마법의 불꽃이 폭발과 함께 사라졌고,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민성의 궁니르가 보스 몬스터 이르케니오의 가슴을 관통했다.

끼아아아아아악!

보스몹이 유령 같은 비명 소리를 내며 마치 불에 타오르듯 소멸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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