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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206화 (206/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206화>

“마석 먹고 싶다앙…….”

마석을 먹은 지 오래된 바가지가 시름시름 앓듯이 말했다.

민성은 템창에서 마석 하나를 꺼내 던져 주었다.

바가지가 왕 하고 입을 벌려 마석을 아작아작 씹어 먹었다.

그러곤.

“칵칵칵!” 하고 바가지가 기분 좋다는 웃었다.

그 모습을 보고 엘프와 묘인족의 여자들이 서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쿡쿡! 하고 작게 웃었다.

이호성이 그런 그녀들을 보며 히쭉 웃었다.

“이야……. 정말 여긴 완전히 딴 세상이네요. 도시 풍경부터 엘프와 묘인족이라는 이계의 종족까지. 정말 환상 속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입니다.”

이호성이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이 섞인 표정으로 작게 웃었다.

“그리고 네가 언제 죽을지 모를 세상이기도 하지.”

이호성이 ‘꼭 그렇게 제 낭만에 초를 치셔야 합니까?’라는 눈빛으로 민성을 쏘아 보았지만 민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율리스라는 놈.”

민성이 율리스라는 이름을 꺼내자 묘인족과 엘프가 그 이름만으로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에 의해 마을을 잃었던 그들은 지난 기억에 괴로운 얼굴이 되었다.

그러나 민성은 그런 걸 신경 쓰는 타입이 아니었고, 그런 만큼 분명하게 말을 이었다.

“삼천교의 교주보다 몇 배는 강했어.”

“그래도 무리 없이 이기신 것 같은데.”

이호성이 이상하다는 듯이 민성을 보며 물었다.

“문제는 저런 놈이 노비스나 사냥하는 하급 사냥꾼에 불과하다는 거고.”

“아…….”

이호성은 그제야 민성이 말하는 바를 깨달았다.

중요한 건 저 율리스라는 녀석이 아니라 앞으로 만나게 될 녀석들이었다.

시작부터 이 정도라면, 얼마나 강한 놈들이 즐비할지는 굳이 상상해 보지 않아도 알 만큼 분명한 사실이었다.

“헌터님, 우리 지금 숙소로 가고 있는 거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숙소에도 음식점이 있을 테고. 그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계시면, 제가 그 사이에 장을 봐 오겠습니다.”

“지구에서의 1시간은 여기 시간으로는 한 달이다. 네가 장을 보고 오면 여기서는 상당한 시일이 지난다.”

“헌터님이 퀘스트 때문에 여기 없으실 수도 있겠네요, 그럼?”

“그래.”

“음……. 그럼 헌터님, 일단 쏠 주머니에 재료가 많이 있거든요, 그래도? 그걸로 일단 쓰고. 한 3분의 1 정도 남았을 때 같이 내려가시죠.”

“왜?”

“저 혼자 갔다가 못 올라올 수도 있고, 무엇보다 헌터님을 찾는 게 어렵잖아요. 잘 알지도 못하는 이 넓은 땅에서 말이에요.”

“그렇게 해.”

“그럼 일단 숙소에서 식사를 드셔 보시고. 입에 안 맞으시면 제가 바로 요리에 들어가겠…….”

이호성을 말을 끝맺지 못했다.

예고 없이 나타난 튜토리얼의 요정 ‘아린’ 때문이었다.

“파티원 중 일부가 로그아웃을 할 수는 없어요. 로그아웃은 파티원 전체여야만 한답니다.”

갑자기 나타나 버린 아린 때문에 이호성은 깜짝 놀란 얼굴로 헛바람을 삼켰다.

“노, 놀랐잖아!”

“아하하, 죄송해요.”

요정 아린은 순수하게 웃으며 사과하고는 팟! 하고 사라졌다.

“하여튼 정말 제멋대로인 요정이라니까.”

이호성이 민성을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함께 다녀와야 한다네요. 어쩔 수 없이 당분간 장을 보는 건 포기해야겠습니다.”

“상관없어. 아직 재료는 있잖아.”

민성이 그렇게 말했을 때, 엘프와 묘인족이 숙소를 가리키며 도착했다는 뜻을 알렸다.

이국적인 풍경의 숙소는 꽤 큰 편인 데다 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구조나 인테리어 역시도 훌륭했다.

“와우. 좋은데요?”

이호성의 말에 엘프와 묘인족이 서로를 보며 작게 웃었다.

* * *

엘프와 묘인족은 자신의 친구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그 친구는 가장 먼저 엘프와 묘인족을 안아 주며 그들의 슬픔을 위로해 주었다.

그들을 지켜보는 이호성은 숙소의 주인도 묘인족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베아트리체 세계의 플레이어가 아닌 본래의 인간들은 다 저렇게 엘프거나 묘인족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바가지와 쏠은 숙소 내의 이것저것을 구경하러 다녔고, 민성은 조용히 방이 배정되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위로를 끝마친 숙소의 주인이 눈물을 닦으며 방을 배정해 주었다.

함께 온 엘프와 묘인족도 당분간 이 숙소에 묵는 모양이었다.

민성이 혼자 쓸 방과, 이호성과 바가지 그리고 쏠이 쓸 방까지 방은 총 2개였다.

이호성은 민성이 그레이 울프를 잡고 얻은 아이템을 팔아 베아트리체 화폐로 환전한 다음, 숙소의 값을 치렀다.

* * *

“으…… 생각보다 좁네.”

이호성은 방 안의 크기를 보며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5평 남짓한 공간밖에 되지 않는 방이었다.

“밖에서 봤을 때는 좋아 보였는데. 겉과 속이 다르구만.”

이호성은 그렇게 투덜대다가 방의 크기가 어떻든 침대에 사이좋게 발랑 누워 있는 쏠과 바가지를 보면서 짧게 한숨 쉬었다.

“하여간 쟤네들만 보면 늘 나만 쓸데없이 심각하단 말이지.”

이호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인 후, 창문을 열었다.

숙소로 들어올 때는 노을이 졌는데, 어느덧 깜깜한 밤이 됐다.

창밖의 밤 풍경은 꽤 좋았다.

거리를 보고 있자 확실히 여행 온 느낌이 났다.

이국적인 낮은 건물들도 그렇고, 바닥 타일이며 모든 것이 새로웠다.

더군다나 이곳이 지구가 아니라는 점이 신기하면서도 막막하기도 했고, 무섭기도 했다.

그 다양한 감정이 섞여 있는 한숨이 담배 연기와 함께 창밖으로 흘러 나갔다.

* * *

똑똑-

침대에 걸터앉아 쉬고 있던 민성은 노크 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호성입니다.”

문 밖에서 이호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민성은 몸을 일으키곤 문을 열었다.

“헌터님, 식사는 여기 숙소 식당에서 하시겠어요? 아니면 제가 만들까요?”

“네 생각은?”

“개인적으로는 베아트리체의 음식 스타일을 알아보기 위해서라도 여기서 한번 드셔 보시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맛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요.”

“바가지랑 쏠은?”

“자고 있습니다.”

“내려가자.”

“네.”

이호성이 싱긋 웃으며, 앞장서는 민성을 따라 계단을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1층의 식당 쪽으로 가자, 식당은 한산했다.

저녁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손님이라고는 동행해서 온 엘프족과 묘인족뿐이었다.

식당에 모습을 드러내자 엘프와 묘인족이 반가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그들은 웃고 있었지만, 민성이 보기에 그들의 눈 안에는 마을과 가족, 그리고 친구들을 잃어버린 절절한 슬픔이 배여 들어 있었다.

그 점을 딱히 감추려 하는 것 같지는 않았고, 그렇다고 지난 슬픔에 미련을 크게 두는 것 같지도 않았다.

‘플레이어’에 대한 감정이 결코 좋지 않을 텐데도, 그녀들에게 자신의 일행에 대한 악감정 같은 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외려 호의를 표하고 있었다.

그런 점은 확실히 의외였다.

민성은 그녀들을 잠깐 보았다가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호성이 옆에 앉았을 때, 엘프와 묘인족이 다가와 맞은편에 앉았다.

그녀들은 호의적인 시선으로 이쪽을 보며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식사를 하려고 하는 거죠?”

귀여운 스타일의 묘인족이 고양이 같은 귀를 쫑긋 세우면서 말을 이었다.

“저희가 추천해 드려도 괜찮을까요?”

묘인족이 꼭 추천해 주고 싶다는 표정을 하고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모르는 음식을 시키는 것보다는 그녀들의 추천을 받는 게 훨씬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민성은 생각했다.

“고맙게 받지.”

민성의 말에 묘인족과 엘프가 생글생글 웃었다.

그리고 묘인족이 팔을 귀 옆으로 붙이며 손을 바짝 들었다.

“주문!”

묘인족의 부름에, 친구인 숙소 주인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네, 손님. 주문받겠습니다?”

“아츠민 4인분, 등갈비 4인분, 크리엔 쥬스 4개.”

“네, 주문받았습니다. 금방 준비해 드릴게요.”

숙소 주인이 윙크를 하곤 갔다.

살집이 꽤 있는 체구의 묘인족 숙소 주인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묘인족과는 상당히 대조적이었다.

친구라고 하기엔 나이대가 맞아 보이지 않았다.

이계의 종족은 나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듯했다.

“그러고 보니 통성명도 하지 않았네요. 저는 이호성, 그리고 제 옆에 분은 제가 모시고 있는 강민성 님입니다.”

이호성이 소개를 하자, 묘인족과 엘프도 자신들을 소개했다.

묘인족의 이름은 ‘타샤’였고, 엘프의 이름은 ‘슈델리안’이었다.

“저희를 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슈델리안이 차가운 표정과는 다르게, 깍듯하게 인사를 해 왔다.

“딱히 구해 준 건 아니라니까.”

민성의 말에, 슈델리안은 쓴웃음을 지었다.

“강민성 님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그 율리스라는 남자에게, 모진 일을 당했을 거예요.”

슈델리안이 가라앉은 눈으로 먼 곳을 보며 말했다.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마을을 통째로 없애 버린 주제에, 미모를 가진 저 둘을 데리고 다닌다는 것은 사실상 노예로 부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라.”

민성이 말했다.

묘인족 타샤와 엘프 슈델리안은 민성을 보며 미소 짓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두 이계 종족 미녀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는 민성을 이호성이 부러운 듯이 노려보고 있을 때, 마침 준비된 음식이 나왔다.

타샤가 자신 있게 추천한 메뉴들이었다.

묘인족 타사가 주문한 메뉴 중 첫 번째 아츠민은 지구에서 ‘아란치니’라는 명칭을 가진 음식이었다.

라구 소스와 모차렐라, 콩을 밥과 섞은 후에 빵가루를 입혀 튀긴 이탈리아 요리인데 그냥 조금 크고 동그란 치즈스틱 맛이라고 보면 된다.

개수는 총 8개.

인당 2개씩 먹을 수 있게 준비되어 있다.

민성은 아린치니에 집중했다.

과연 이 세계에서 먹는 음식의 맛은 어떨까?

입에 맞아야 할 텐데.

기대감과 두려움이 교차되는 걸 느끼며 민성은 포크와 나이프를 들어 아란치니를 반으로 쪼갰다.

동그란 볼의 아란치니가 절반으로 쪼개지면서 하얀 김이 올라오며 그 속에 들어 있는 새하얀 치즈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걸 보는 순간 민성은 확신했다.

이건 절대로, 맛이 없을 수가 없다는 것을.

포크로 아란치니 한 점을 떠올리자 치즈가 길게 늘어났다.

잘 끊어지지가 않아서 포크로 좀 휘어 감아야 할 정도였다.

겉이 잘 튀겨진 부분과 치즈가 결합된 부분을 입에 쏙 넣었다.

치즈는 뜨거웠고 까슬까슬한 느낌의 튀김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부드럽다.

단순히 치즈 스틱과 비교할 수가 없는 고퀄리티의 맛.

뇌를 울리고 가슴을 채우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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