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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203화 (203/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203화>

이호성이나 바가지, 그리고 쏠을 공격할 수 없도록, 민성은 광역기의 데미지 딜링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레이 울프.

이름은 평범했지만, 베아트리체라는 세계의 몬스터의 공격력은 결코, 평범한 이름과는 달리 평범하지 않았다.

민성이 궁니르를 휘둘러 길쭉한 마기를 쏘아 보냈지만, 놈들은 놀라우리만큼 빠르고 민첩했다.

순식간에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며 민성의 마기 공격을 피해 낸 뒤, 거리를 좁혀 민성의 목을 물어뜯기 위해 놈들이 아가리를 벌렸다.

민성이 궁니르를 내질러, 그레이 울프의 몸통을 관통시켰다.

퍽! 소리가 나면서 단단한 몸체에 궁니르의 창날이 꿰뚫고 들어갔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민성은 확신했다.

바가지와 쏠은 몰라도, 이호성은 결코 놈들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없다는 사실을.

하지만 이호성은 민성의 예상을 완전히 빗겨갔다.

[스킬, 그림자 이동술]

이호성은 하나의 그림자가 되어 바닥에 숨어 버렸다.

그레이 울프의 공격을 피하고 시간을 벌기엔 최고의 스킬 중 하나였다.

그레이 울프들이 갑자기 사라진 이호성을 찾지 못하고 혼란에 접어든 사이.

바가지가 마인을 소환했고, 민성은 두 번째 그레이 울프의 목에 궁니르를 꽂아 넣었다.

푸욱!

민성이 창을 뽑아내자 그레이 울프의 피가 허공으로 솟구치며, 놈이 쓰러졌다.

그사이 바가지의 마인들이 그레이 울프들을 몰아붙였다.

저 그레이 울프라는 몬스터들은 속도가 굉장히 빨라서 발출된 마기를 피해 버릴 정도.

외려, 거리를 좁혀 물리적 공격을 가하는 게 훨씬 효율적인 전투였다.

고작 튜토리얼 정도에, 이 정도 움직임이라니.

새로운 세계라는 것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민성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곳은, 마계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한 곳이라는 사실을.

“바가지, 물러서라.”

민성의 명령에 바가지가 마인들을 회수하고 민성의 등 뒤로 빠졌다.

콰르르릉!

천둥소리를 뿜어내며 궁니르가 찔러 들어갔다.

그레이 울프가 그 날카롭고 강력한 민성의 공격을, 목을 비틀면서 피해 내고는 커다란 발톱을 휘둘렀다.

그레이 울프의 발톱이 민성의 옆구리를 스치기 직전, 민성의 궁니르가 콰르릉! 소리를 내며 그레이 울프를 먼저 반토막으로 찢어 냈다.

두려움을 모르는 그레이 울프들이, 동족들의 죽음을 보고도 동시에 민성을 향해 일시에 달려들었다.

그레이 울프들을 보는 민성의 눈이 하얗게 번쩍였다.

슈아아아악!

민성의 궁니르에서, 거대한 힘이 표출되었다.

마기를 품은 섬광과도 같은 하얀 빛이, 남아 있는 그레이 울프를 뒤덮었다.

마기의 빛이 사라졌을 때, 그레이 울프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오직 바닥에 떨어진 아이템만이 그레이 울프의 죽음을 증명할 뿐이다.

[업적 포인트 300을 획득했습니다.]

[명성이 +1 오릅니다.]

[주신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축하합니다! 소수의 주신들이 즐겨찾기를 등록했습니다.]

상태창을 확인해 보자, 업적 포인트와 명성 수치를 확인할 수 있었고 ‘☆5’라는 수치가 보였는데, 이것이 주신들이 즐겨찾기를 누른 숫자인 듯했다.

민성이 상태창을 닫았을 때, 그림자에 숨어 있던 이호성이 바깥으로 불쑥 올라왔다.

“휴우. 뭔 놈의 튜토리얼이 이래? 난이도가 지금까지 봤던 것 중 최고인 것 같은데요?”

이호성이 질렸다는 듯 주변을 훑으며 말했다.

“네가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하던 서포트가 고작 숨어 다니는 거냐?”

민성의 핀잔에 이호성은 훗 하고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제 능력을 보여 드릴 필요가 없었을 뿐. 앞으로 곧 저의 무궁무진한 발전을 확인할 수 있게 되실 겁니다, 하핫.”

민성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시스템 지도를 보며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이호성은 머쓱하게 코를 훌쩍 마시며 뒤따랐다.

바가지가 그런 이호성을 보며 칵칵 웃었고, 쏠도 빵긋 웃었다.

“재밌냐?”

이호성이 바가지와 쏠을 꼴 보기 싫다는 듯 말했다.

바가지와 쏠은 이호성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서로 장난을 치면서 민성을 뒤따랐다.

“뭐지 이 왕따가 된 것 같은 기분은.”

이호성은 이마에 빠직, 혈관을 세우며 입술을 심술 맞게 비틀었다.

* * *

시스템 지도를 통해, 아란시아 마을 찾아가는 건 별달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만 곧 도착할 마을을 앞두고 선택을 해야 했다.

사냥을 하면서 조금 더 업적 포인트를 획득해야 할지, 바로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쪽으로 갈지.

민성은 양 갈래길 앞에서 결정을 내려야 했다.

“헌터님, 보통 게임 같은 걸 해 보면 말이죠. 사냥 보다는 퀘스트 쪽으로 진행을 먼저 하는 게 훨씬 좋습니다.”

“이건 게임이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만, 헌터님이 약한 것도 아니고, 초기 스탯 자체가 높으니까 메인 퀘스트 위주로 진행하면서, 최대한 빨리 특전 혜택으로 아이리스 나무의 성장을 멈추는 게 급선무 아닐까요?”

민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다. 마을로 바로…….”

그러다 민성은 말을 멈추며 한쪽 방향을 보았다.

이호성이 의아한 표정으로 민성을 보았고, 잠시 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민성의 시선 끝에는 선남선녀가 있었다.

한 명의 금발 남자와, 두 명의 미인.

남자는 평범하게 잘생긴 미소년이었지만 두 명의 여자는 생김새가 조금 달랐다.

늘씬한 키에, 인형 같은 외모를 가진 여자는 귀가 뾰족했고, 반대로 키가 작고 귀엽게 생긴 여자는 머리에 동물의 귀 같은 것이 붙어 있었다.

엘프와 묘인족이었다.

그 사이에 서 있는 남자만이 평범한 인간처럼 보였다.

“안녕하세요.”

금발의 미소년이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인사해 왔다.

한국어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영어나 다른 외국어도 아닌, 완전히 다른 언어였음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 그 말은 모두 해석이 되면서 들렸다.

그건 이곳 베아트리체라는 세계가 해 준 일종의 배려 같았다.

랭귀지 워치가 모르는 언어까지 해석해 줄 수는 없으니까.

“하하. 경계하실 것 없습니다. 저희 역시 당신들과 같은 노비스니까요.”

노비스(novice).

초심자, 무경험자, 풋내기를 의미하는 단어의 뜻으로, 자신들이 이곳이 처음이라는 걸 설명하는 것이었다.

“혹시 아란시아 마을로 가는 게 첫 번째 퀘스트이신가요?”

미소년이 물었다.

이호성이 민성의 앞으로 나섰다.

“네. 저희 역시 아란시아 마을로 가는 중입니다.”

민성 대신 이호성이 대답을 했다.

“그럼 동행하는 게 어떨까요? 인원이 늘면 훨씬 안전하게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미소년 남자가 생글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할까요?”

이호성이 민성을 돌아보며 물었다.

민성은 낯선 세 명의 일행을 차가운 눈으로 훑었다.

“요정을 다시 부를 수 있는 방법은 없나?”

민성이 미소년을 보며 물었다.

“글쎄요. 저희도 노비스라, 아직 이 세계에 대해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요.”

궁금한 건 하나였다.

어차피 다른 별의 인간이니 외계인이다.

그 외계인을 죽이면, 명성이 올라가는지.

민성이 궁금한 건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요정이 아니라, 저놈들에게 물어봤자 그 대답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또한 섣불리 그들을 죽일 수는 없었다.

그럴 경우, 최악의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예컨대 명성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꺼지라고 전해.”

민성이 이호성에게 그렇게 말하고, 먼저 걸음을 옮겼다.

이호성은 세 명의 선남선녀 종족들에게 짧은 목례를 한 뒤에, 민성을 뒤따라 자리를 떠났다.

세 명의 선남선녀는 민성의 일행이 떠나는 모습을 소리 없이 지켜보았다.

* * *

“와…… 진짜 신기하네요. 엘프와 묘인족. 만화나 책에서만 봤던 건데 실제로 있다니. 우리 지금 이계의 종족을 본 거잖아요. 그죠? 와 ,신기하다.”

아란시아 마을로 가면서 이호성이 나불나불 말했다.

“입 닫아. 우린 놀러 온 게 아니다.”

“……네.”

이호성이 입을 닫았을 때, 아란시아 마을 근처에 이르렀다.

나무 사이로, 마을 하나가 어렴풋이 보이는 듯했다.

저기로 가면 첫 번째 퀘스트는 완료된다.

비교적 쉬운 퀘스트였다.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퀘스트 클리어 보상으로 업적 포인트 50을 획득했습니다.]

[메인 퀘스트 #2

약탈당한 마을.

이 마을은 약탈에 의해 죽어 버린 마을입니다.

범인을 찾아 심판을 내리세요.]

두 번째 퀘스트가 나타났다.

퀘스트의 설명대로 마을에 들어와 보자, 집들이 하나같이 성한 곳 없이 망가져 있었으며, 불에 탄 흔적으로 모두 검게 그을려 있었다.

흙바닥 역시 그을려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민성은 폐허가 되어 버린 아란시아 마을을 훑어보며 미간을 구겼다.

범인을 찾으라니.

이 넓은 땅에서,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는 곳 주변에 범인이 남아 있을 리가…….

그렇게 생각하던 민성은 고개를 들었다.

아직 튜토리얼은 끝나지 않았다.

황당한 퀘스트를 퀘스트랍시고 던졌을 리가 없다.

아무리 신의 장난이 지나치다고 해도 규칙 없이 진행되는 게임은 없다.

아란시아 마을에 오기 전에 만났던 세 명의 이계인들.

그들이 이 퀘스트에 관계되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민성은 놈들을 찾아내기 위해, 사방으로 기감을 펼쳤다.

그리고 이내 민성의 감각 안에, 세 명의 인물이 걸려들었다.

북쪽 방향.

그들은 이쪽을 지켜보고 있었다.

“여기로 오면서 만났던 세 명.”

민성이 북쪽 방향을 보며 말을 이었다.

“놈들이 범인인 것 같다.”

이호성과 바가지, 그리고 쏠이 놀란 얼굴로 북쪽 방향을 보았다.

“자리를 지켜.”

민성이 그 말을 남기고, 마치 발사된 탄환처럼 콰앙! 소리를 내며 북쪽 방향으로 튀어 나갔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창 궁니르를 내질렀다.

콰르릉!

천둥소리와 함께 마기가 민성의 앞을 막고 있는 커다란 나무들을 날려 버렸다.

거대한 마기의 힘에 의해 나무가 송두리째 날아가면서, 이내 뭔가와 부딪쳐 그 마기가 이내 분산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민성은 속도를 늦추고, 느리게 걸어가며 앞을 보았다.

아란시아 마을에 도착하기 전에 만났던 세 명의 이계 종족들이 보였다.

그중 중심에 선 미소년이 두 명의 여자를 등 뒤에 세우고, 얇은 검을 든 채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그는 민성의 공격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멀쩡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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