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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201화 (201/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201화>

* * *

슈퍼 카가 두껍고 강렬한 배기음을 토하며 한 가게 앞에서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슈퍼 카가 주차되고, 운전석에서 민성이 내렸다.

민성은 차 문을 닫으며 가게의 간판을 보았다.

[든든한끼]

이호성이 알려 준 주소대로 온 곳이다.

검은색 바탕의 간판에 ‘든든한끼’라는 귀여운 필기체의 하얀 조명이 빛난다.

부대찌개 집이라기보다는 고급스러운 카페처럼 보이는 가게였다.

간판만 봐서는 이곳이 부대찌개를 파는 곳인지 모를 곳이었지만, 입간판으로 메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민성은 투명한 유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

종업원이 반사적으로 손님인 민성에게 인사를 하려다 말을 멈추고, 깜짝 놀란 얼굴이 되었다.

민성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이 한라산이라는 가게의 종업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음 인사를 하려고 했던 종업원은 물론, 가게 내의 손님들까지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멍한 상태가 되었다.

연예인과 달리 민성은 헌터라는 사실 때문에, 다가가기 힘든 존재였고, 같이 사진을 찍자거나 반갑다고 인사를 쉽게 건네지는 못했다.

때문에 이렇듯 민성이 나타나면 어디든 침묵이 내려앉곤 했다.

바로 지금처럼.

“부대찌개 하나만 부탁드립니다.”

민성이 주방 쪽에 메뉴가 표시되어 있는 커다란 메뉴 간판을 보며 말했다.

잠시 넋이 나가 있던 종업원이 뒤늦게 현실을 인지했다.

“아, 네! 그, 금방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민성은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주변을 훑었다.

고급스러운 간판만큼이나 실내도 전체적으로 나무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는, 굉장히 깔끔한 곳이었다.

그리고 인테리어에 비해 가격은 상당히 괜찮았다.

부대찌개가 7천 원.

1인용 부대찌개와 보쌈이 함께 나오는 메뉴가 9천 원이었다.

민성은 얼마 전에, 보쌈을 먹었기 때문에 부대찌개만 시켰지만, 다른 걸 떠나서 가격이 정말 괜찮은 듯했다.

민성은 깨끗한 물 한 잔을 마신 뒤, 일회용 물티슈로 손을 슥슥 닦으며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초조하게 기다리기를 잠시, 밥과 반찬이 먼저 놓였다.

반찬은 총 4가지.

마늘종, 김치, 감자볶음, 마카로니 샐러드다.

민성은 수저통에서 젓가락을 꺼내, 마카로니 샐러드를 떠먹었다.

달달하고, 묵직한 부드러움이 혀를 감쌌다.

푹신한 식감에, 쫄깃쫄깃하기까지 했다.

마요네즈로 소스가 만들어져서 그런지, 상당한 자극적인 쾌감을 전달하는 맛이다.

다만 오래 먹기는 다소 부담스러운 맛.

민성은 마늘종 하나를 먹으며 단맛을 즐겼다.

반찬을 가볍게 먹어 보고 있는 가운데, 기다렸던 1인용 부대찌개가 등장했다.

부대찌개는 특이하게도 뚝배기 안에 들어 있었다.

뚝배기에 부대찌개가 들어 있는 만큼 1인용으로 먹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뚝배기 안에서 부글부글 끓으며, 뜨거운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부대찌개는 놀라운 비주얼을 자랑했다.

부대찌개 위로는 라면과 맛있게 녹아든 치즈가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위장이 진동을 하듯 떨렸다.

민성은 기대감을 안고서 먼저 젓가락으로 라면을 집어 들어 올렸다.

치즈가 묻은 라면이 젓가락에 의해 김을 모락모락 피우며 위로 올라왔다.

민성은 그대로 치즈가 가득한 라면을 입안으로 호로로록 빨아 당겼다.

꼬들꼬들한 라면을 씹으면서 치즈 가득한 향을 코안에 품고서, 하얀 쌀밥을 먹고 그대로 진한 부대찌개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서 후룹! 하고 먹었다.

부대찌개 본연의 맛이 절정으로 살아 있는 데다가 퓨전으로 치즈가 가득한 라면까지 먹으니, 그 맛은 마치 천재가 그린 벽화를 보는 듯했다.

정말이지 몽롱해질 정도로 맛있는 부대찌개였다.

민성은 밥과 함께, 작지만 푸짐한 맛을 선사하는 부대찌개를 먹으며 원기를 충전해 나갔다.

* * *

민성은 식사를 마치고, 자신의 주택으로 향했다.

차를 타고 가다 보니 벌써 집보다 나무가 먼저 보였다.

그 짧은 사이에, 나무는 훨씬 더 크게 자라 있었다.

자라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벌써 웬만한 아파트 높이의 3분의 2 정도나 되어 보였다.

민성은 불쾌감이 어린 표정으로 나무를 보다가, 액셀을 깊게 눌러 밟았다.

집 앞에 도착하자, 수많은 기자들이 자신을 촬영하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차에서 아직 내리지도 않았는데,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번쩍였다.

차고 안에 슈퍼 카를 주차시킨 뒤, 민성은 빠르게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호성은 이미 먼저 도착해 있었다.

“오셨습니까, 헌터님.”

이호성의 인사를 받으며 민성은 주변을 훑었다.

“김지유는?”

“여기 헌터님 집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에 대한 공식 언론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래저래 준비할 게 많나 봐요.”

“벌써 공개를 한다고?”

“아니요. 지금 당장 할 거는 아니고. 대비하는 거죠. 꼭 발표를 해야만 하는 상황을요.”

민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하자.”

민성이 마당 정원으로 향하며 말했다.

이호성은 크게 심호흡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헌터님, 마계도 정리하셨으니. 이것 역시 쉽게 클리어하시겠죠?”

이호성이 기대감이 서린 얼굴로 말했지만.

“글쎄. 어떻게 될지야 모르지.”

민성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마계에 대해서도 엄청 힘겨운 싸움이 될 거라 하셨지만, 생각만큼은 아니었잖아요. 저는 헌터님을 믿습니다.”

“아무도 믿지 마라. 네 자신만 믿어.”

민성은 짤막하고 차갑게 말했다.

그 말은, 언제든지 전투 중에 버릴 수 있다는 말처럼 들려서, 이호성은 참담한 심정이었다.

* * *

민성이 나타나자 연구진들은 연구를 멈추고 인사를 올린 뒤, 뒤로 물러났다.

그들도 나무에서 게이트가 열린 건 알고 있었고, 민성이 진입할 거라는 사실 역시 미리 전해 들었기 때문에, 조용히 자리를 비켜 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상황에서조차 분주했다.

민성이 게이트를 통해 던전으로 가게 되면, 나무의 변화에 대해 철저히 연구할 계획을 준비 중이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무 근처는 연구진들이 분주하게 컴퓨터를 만지거나, 자료를 준비 중에 있었다.

“헌터님, 총군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그때 이호성이 휴대폰을 넘겨주었다.

민성은 높게 솟은 나무를 올려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끊어.”

민성의 말에 이호성은 “헌터님이 좀 예민하십니다. 다녀오시면 통화하시죠.”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진입한다.”

민성이 걸음을 옮겨 나무를 터치했고, 이호성은 바가지 쏠과 함께 서둘러 뛰어가 민성의 등 뒤에 섰다.

[게이트 오픈]

[플레이어 체크]

[……로딩 중]

[‘이호성’을 ‘서포터’로 동행시킬 수 있지만, 이호성 플레이어가 사망할 위험이 너무 높습니다. 그래도 데려가시겠습니까?]

“어쩔래?”

민성이 물었다.

“네? 뭐가요?”

“널 데려가면 사망할 확률이 높다는데. 들어갈 거냐고 묻는 거다.”

“안 가도 됩니까?”

“안 가도 돼.”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는지, 이호성은 민성을 보며 쓴웃음을 흘렸다.

“헌터님이 그렇게 말씀하실 정도면, 정말 지독한 곳인가 보네요. 이 지구를 잡아먹는 새로운 던전 말입니다.”

“헛소리하지 말고. 갈 거야, 말 거야?”

민성이 이호성을 노려보며 물었다.

“말씀드렸잖아요. 저 달라졌다고. 그 결과를 확인시켜 드리겠습니다.”

이호성이 패기 있게 말하며, 나무를 쏘아보았다.

민성은 망설이지 않고, ‘승인’을 터치했다.

그러자 일순 몸의 감각이 이상해지는 게 느껴졌다.

마취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처럼 감각이 묵직하게 둔화되기 시작했다.

몸이 굳어지는 걸 느끼던 때, 민성과 이호성, 그리고 바가지와 쏠은 손가락 끝이 마치 그래픽이 깨지는 것처럼 변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아마, 던전 진입에 의한 과정인 듯했다.

잠시 후, 손끝뿐만이 아니라 빠르게 온몸이 마치 깨진 그래픽처럼 변해 갔고, 이내 의식에 어둠이 찾아왔다.

온 세상이 검게 변한 것은 그다지 길지 않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들에게는 굉장히 길게 느껴졌다.

그리고.

짹― 짹―!

새소리를 들으며, 민성을 포함한 이호성과 바가지, 그리고 쏠.

이 네 명의 플레이어는 천천히 눈을 떴다.

푸른 숲속의 풍경이 보였다.

이호성과 바가지, 그리고 쏠은 놀랍다는 듯 눈을 커다랗게 뜨며 연신 주변을 훑었다.

가까운 낭떠러지 너머로, 광활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폭포와, 거대한 넓이의 강이 보이는 풍경은 가히 절경이었다.

“새로운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곳은, 전설과 신화가 살아 숨 쉬는 세계. ‘베아트리체’랍니다. 최초의 베아트리체 진입을 축하해요!”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민성이 가장 먼저 그 소리가 나는 곳을 돌아보았고, 뒤이어 이호성과 바가지 그리고 쏠의 시선으로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엔 작은 아기가 나체로, 중요 신체 부위는 나뭇잎으로 가린 채, 등에 달린 날개를 빠르게 움직이며 하늘에 떠 있었다.

그 생명체의 머리 위에는 [요정 ‘아린’]이라고 나타나 있었다.

“……넌 누구니?”

이호성이 요정 ‘아린’을 가까이서 신기하게 보며 물었다.

“여러분들에게 이곳 베아트리체에 대해 설명해 줄 요정이에요!”

“하하, 되게 귀엽게 생겼네.”

“정말요? 감사합니다!”

요정 아린이 기분 좋은 듯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손으로 자신의 뺨을 잡으며 부끄러워했다.

“넌 남자야, 여자야?”

이호성이 물었다.

“전 숲에서 태어나서 성별이 없어요. 요정이니까요.”

아린이 검지를 세우며 말했다.

“그렇구나. 그나저나 이곳이 베아트리체라는 세계라고? 그러니까 일종의 던전인 거지?”

“인간계에서는 그렇게 부르는 것 같더군요!”

그때-

민성이 요정 아린의 앞으로 가까이 다가섰다.

요정 아린은 민성의 차가운 표정을 보고 살짝 겁먹은 얼굴로 어깨를 움츠렸다.

“이 베아트리체라는 세계와 연결된 나무. 그러니까 인간계에 생긴 나무. 그건 어떻게 하면 제거할 수 있는 거지?”

“역시 인간계를 지키고 싶어 하는군요. 방법은 간단하답니다.”

“정말?!”

이호성이 반색하며 되물었다.

요정 아린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랭킹 1위를 달성하시면, 특전 혜택을 받으실 수 있어요. 특전 혜택 중 선택지 하나가 바로 게이트 통로인 아이리스 나무를 시들게 한답니다.”

요정 아린이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랭킹 1위라고? 그건 무슨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는 건데? 그리고 그건 여기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도 있다는 얘기야?”

이호성이 물었다.

요정 아린은 팔짱을 낀 채, 진지한 표정으로 아주 자그마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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