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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200화 (200/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200화>

민성은 궁니르를 노려보며 코웃음을 쳤다.

“어차피 확률 싸움이고, 승부라는 건 시간을 끈다고 해서 될 게 아니야. 결국 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안 되는 거지.”

민성이 궁니르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난 아마 될 놈일 거고.”

“아, 아니! 그렇지만 헌터님, 저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날아가면 어째요. 으아악! 난 못 보겠다, 진짜.”

이호성이 두 손으로 자신의 눈을 콱 가렸다.

하지만 민성의 손에 망설임이란 없었다.

쏠의 눈이 커졌고, 바가지는 심연과도 같은 검은 안광으로 궁니르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민성이 무기 마법 주문서를 찢어 내자.

번-쩍!

유일한 창 무기인 ‘궁니르’에서 눈이 멀 것만 같은 강렬한 파란빛이 번쩍였다.

이호성이 눈을 가렸던 손을 내림과 동시에 입을 쩍 벌렸다.

- ‘+9 궁니르’가 한순간 파랗게 빛납니다!

민성이 시스템 문장을 보며 시시하다는 듯 혀를 찼다.

그 반면.

“우와아아아! 9창, 그것도 궁니르를 띄우다니. 맙소사아! 떴어, 떴다고요-!”

이호성이 비명처럼 소리 지르며 오도방정을 떨었다.

쏠이 허공에 부양한 채로 오묘한 빛을 내고 있는 ‘+9 궁니르’를 홀린 듯이 쳐다보았고, 바가지는 양손을 치켜들며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며 칵칵 웃었다.

축제 분위기 속에서 민성이 공중에 부양되어 있는, ‘+9 궁니르’를 손에 쥐었다.

쿠궁!

주인의 손길을 반기는 듯한 강한 이펙트 음향이 터졌고, 핏빛의 기운이 +9 궁니르에서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헌터님, 스, 스, 스, 스탯이요. 스탯 좀 알려 주세요.”

이호성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으며 스탯을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민성은 +9 궁니르의 스탯을 확인하며, 그 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 +9 궁니르 ]

등급 : 초월

공격력(작은/큰 몬스터) : 49 / 52

한 손 / 양손 : 한 손

옵션 : 민첩+40, 힘+90, 추가 타격치 +138

재질 : 헤파이토스의 파편

손상 여부 : X

레벨 제한 : X

마법 : 디스 인티 그레이트

민성의 스탯 설명이 끝나자 이호성은 기절할 것 같은 얼굴로 헤롱거렸다.

“……정말 끝내주네요. 와, 게다가 데미지가 이 정도인데 한 손? 그냥 사기라고밖에 할 수 없을 정도로, 그야말로 지상 최강의 무기. 아니, 우주급 무기네요. 미친…….”

이호성이 넋이 나간 채 말하다가.

“잠깐만. 그런데, 헌터님. 디스 인티 그레이트? 그건 뭐죠?”

이호성이 다급하게 물었다.

“마법 특성이겠지.”

민성은 덤덤하게 말했다.

“아니, 마법 발동 조건이요.”

“마기를 소모하겠지.”

“아니, 그런 거 말고, 다시 마법을 발동시키는 데 필요한 쿨 타임 같은 것 말이에요.”

“없는데?”

“…….”

고요한 정적이 침묵을 만들어 주변을 장악했다.

“없다고요?”

“그래.”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사기템이 다 있는 거지…….”

“시끄럽고. 방어구 장비는?”

민성이 물었다.

“말씀드렸다시피 전 심장 떨려서 못 지르겠습니다. 헌터님이 하세요.”

이호성이 준비되어 있는 방어구 장비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남아 있는 방어구와 액세서리 아이템은 다음과 같았다.

+7 하데스의 반지 1개

+7 마인의 반지 4개

+7 용기사 반지 1개

+7 지혜의 반지 1개

+7 파멸의 목걸이 1개

+7 고리의 벨트 1개

+6 가시 부츠 1개

+7 신화의 갑옷 1개

+7 파멸의 숨결 세트 (방패 2개 / 투구 1개 / 장갑 1개 / 각반 1개)

+7 마신의 비늘 갑옷 세트 (투구 1개 / 갑옷 1개 / 장갑 2개 / 각반 1개)

+7 철혈의 용 사냥꾼 세트 (방패 3개 / 투구 2개 / 갑옷 2개 / 장갑 4개 / 각반 3개)

·

·

·

등등으로, 주로 그 이후로부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아이템이 주를 이뤘다.

이호성이 설명을 마친 뒤, 방어구와 액세서리를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헌터님, 좋은 아이템이 대부분 세트 아이템인데요. 이거 1개라도 날아가면 세트 효과를 볼 수가 없어요. 그래서 세트는 사실 이렇게 +7세트로 맞춘 것 자체가 기적이거든요? 그러니까 웬만하면 세트 아이템은 조금조심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호성은 민성의 표정을 보고 불안감이 가득한 얼굴이 되었다.

“헌터님, 특히나 가장 좋은 효율을 보일 것 같은 여기 철혈의 용 사냥꾼 세트는요. 헌터님의 창 무기인 궁니르와 조합이 엄청 좋아서, 되도록 +7짜리 세트는 남겨 두고 여분 개수가 있는 것만 강화하시는 게 현명한 선택이실 겁니다.”

이호성은 곧 아무 생각 없이 지를 것만 같은 민성의 눈빛을 보고 식은땀을 흘렸다.

“헌터님, 현명하게 판단하셔야 합니다. 괜히 어설프게 +8 장비로 부분부분 업그레이드해 봤자 세트 효과를 보지 못하면 말짱 꽝이에요.”

“알고 있어.”

민성이 그렇게 말하며 방어구 마법 주문서를 챙겨 들었다.

이호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헌터님, 저 담배 좀 피고 오겠습니다. 진짜 이 광경을 도저히 지켜볼 수가 없네요.”

이호성은 달아나듯 테라스 밖으로 나와, 담배를 꺼내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입에 물었다.

담배를 피면서도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용 사냥꾼 세트 정도는 +7세트로 남겨 두겠지.

‘그럴 거야. 분명히.’

이호성은 기도하듯 그렇게 믿으며 담배를 뻑뻑 피웠다.

이 담배를 다 피우고 나서, 안으로 들어가면 어떤 상태가 되어 있을까?

도박 중에서도 가장 큰 도박이 아이템 도박이었다.

기본적으로 강화 러쉬 같은 경우 확률이 상당히 낮은 편이기 때문에, 사실상 러쉬 자체가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강민성은 칼도 박히지 않는 무지막지하게 견고한 나무의 게이트를 통해 새로운 던전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니만큼 최고의 아이템을 맞춰야 하는 건 맞지만, 도박수의 확률이 너무 낮았다.

‘제발 +7용 사냥꾼 세트 정도는 남겨 둬라.’

이호성은 담배를 끄고, 심호흡을 크게 한 후에, 테라스 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섰다.

허공에 방어구와 액세서리가 둥실둥실 떠올라 있었다.

이호성은 그 장비를 혼이 빠진 것 같은 넋 나간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이호성이 보고 있는 장비는 다음과 같았다.

+9 하데스의 반지 1개

+8 용기사 반지 1개

+8 지혜의 반지 1개

+8 파멸의 목걸이 1개

철혈의 용 사냥꾼 세트

(+9 방패 / +9 투구 1개 / +9 갑옷 1개 / +8 장갑 1개 / +9 각반 1개)

이호성은 손으로 자신의 두 눈을 문질렀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인지 꿈인지 실감이 나질 않았다.

그리고 이내.

이호성은 ‘진짜 미친 인간이다.’라는 눈빛으로 민성을 보았다.

“아니 대체 무슨 생각으로 8템을 질러서 +9 장비를 만들 생각을 하신 겁니까?”

이호성이 정말 질린다는 듯이 물었다.

민성은 “그냥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됐어. 더 질러 볼까?” 하고 말하며, 손으로 턱을 받쳐 괴면서 장비를 지켜보았다.

“그만하세요. 날아가면 끝장이라고요.”

이호성이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지만, 용 사냥꾼 세트 중에 장갑 하나만 8템이잖아. 찝찝하다고.”

“하나도 안 찝찝해요!”

이호성이 커다랗게 소리쳤지만, 민성은 이미 방어구 마법 주문서를 주워 들고 있었다.

“허, 헌터님, 지금까지 뜬 것만 해도 헌터님의 평생 운을 다 쓰신 것 같은데, 이제 제발 그만 좀 지르시죠. 제발요! 이거 무조건 날아가요.”

“당연히 날아갈 확률이 높겠지. 네 말대로 기적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장비야 새로 구하면 그만이야.”

아이템을 보는 민성의 눈이 낮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애초에……. 최고가 아니면 안 된다고 난.”

민성이 +8 용 사냥꾼의 장갑을 향해 ‘갑옷 마법 주문서’를 찢었다.

그리고 강렬한 파란빛이 터져 나왔다.

- ‘+8 용 사냥꾼의 장갑’ 이 한순간 파랗게 빛납니다!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호성이 무릎을 꿇고 기도하듯 양손을 깍지 낀 채, 입을 벌리며 비명처럼 소리 질렀다.

“떴어, 떴어. 9템을 맞췄다고. 이런 미친. 우와아아아아!”

온갖 오두방정을 떨며 소리를 지르고 있는 이호성을 민성이 쳐다보며 눈살을 구겼다.

“좀 시끄럽다.”

“아니, 안 시끄럽게 됐어요! 9템이 떴다고요. 그것도 용 사냥꾼의 세트 장비가아-!”

이호성이 소리를 지르며 마치 공처럼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바가지도 기분 좋다는 듯 칵칵 웃었고, 쏠은 빵긋 웃으며 바닥을 굴러다니는 이호성을 끌어안았다.

그사이, 민성은 아이템을 하나하나 템창에 챙겨 넣었다.

장비 장착은 템창에 있는 아이템을 한 번 터치하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입을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불편하게 착용하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

“이호성.”

민성이 소파에 걸쳐 둔 가을용 외투를 걸쳐 입으면서, 그를 불렀다.

“네, 헌터님.”

이호성이 그새 잔뜩 지친 표정으로 일어나며 대답했다.

민성은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는 이호성을 보며 짧은 한숨을 쉬었다.

“왜 그래?”

“헌터님, 너무 긴장해서 저 신경성 위염에 걸린 것 같아요. 휴식을 조금 취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밥 먹고 바로 게이트가 열렸다는 우리 집 나무로 간다.”

“식사하고 출발하실 때 연락 주시면, 저도 그때 출발하겠습니다.”

이호성이 시름시름 앓는 표정으로 말했다.

“추천 맛집은?”

이호성은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벌써 오후 4시다.

보통 이 시간대에는 브레이크 타임을 가진 곳들이 있기 때문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리스트 중에서 브레이크 타임이 있는 곳을 제외했다.

그는 애매한 시간대에 가장 괜찮게 먹을 만한 식사가 뭐가 있을지 생각하다가 곧 맛집 한 곳을 떠올렸다.

이호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민성에게 시선을 돌렸다.

“부대찌게 집으로 가시죠. 배가 꽤 고프실 테니, 든든하실 겁니다.”

“문자로 위치 보내.”

“예.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이호성이 힘이 하나도 없는 얼굴과 목소리로 말하며 머리를 꾸벅 숙였다.

민성이 바가지와 쏠을 데리고 떠난 뒤, 이호성은 소파에 널브러졌다.

그리고 높은 천장을 보며 마치 젤리처럼 변한 것만 같은 상태로 골골거렸다.

“와…… X발. +9 용사냥꾼 세트라니, 하하하……. 어떻게 저 양반은 운까지 저렇게 세지? 안 센 게 뭐야? 어이가 없네. 게다가 어떻게 저런 어마어마한 장비를 저렇게 막 지르고도 멀쩡할 수가 있는 거지. 지켜보는 나도 배가 꼬이는데.”

멍하니 멍을 때리던 이호성은 마른침을 삼키며 손으로 꾸르륵거리는 배를 붙잡았다.

“아, 신경성 위염…….”

이호성은 새우처럼 웅크린 채, 시름시름 앓듯이 숨을 쉬었다.

던전 출발 전부터 머리와 속이 벌써 아픈 이호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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