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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194화 (194/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194화>

이호성은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김지유를 보았다.

“긴장하실 것 없어요. 말씀드렸다시피 호성 씨를 위한 얘기니까.”

이호성은 긴장이 담긴 숨을 뱉어 내며 웃었다.

“네. 말씀해 주세요. 준비됐습니다.”

이호성이 그렇게 말하자, 김지유가 준비된 서류 한 장을 꺼내 건넸다.

이호성의 의아한 눈으로 그 서류를 받아 들었다.

내용을 확인해 본 이호성의 눈에 놀람이 번졌다.

“이건…….”

이호성이 서류를 보며 말끝을 흘렸다.

김지유가 이호성을 보며 미소 지었다.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저희 쪽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걸 이해해 주셨으면 해요.”

이호성은 서류에 나와 있는 내용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지유가 준비한 서류에는 이호성을 위한 보상금이 적혀 있었다.

그 금액은 적어도 강민성이 아닌, 자신에게 있어서는 천문학적이라고 느낄 만큼 큰 액수였다.

이호성이 고개를 저었다.

“이건 액수가 너무 큽니다. 제가 받을 만한…….”

“이건 지금까지 중앙 기관이 호성 씨에게 신세를 진 모든 보상금을 합친 금액이에요. 충분하지 않은 금액일지언정, 호성 씨가 이 금액을 받을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호성은 서류에 나와 있는 금액을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호성 씨가, 폭탄범 에이스로부터 무장의 검으로 폭발을 분해했죠. 또 호성 씨는 무기를 잃었고 대신 서울을 구했죠. 그에 대한 보상, 그리고 지금까지 호성 씨가 목숨을 걸고 싸워 준 가치. 그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할 수는 없겠지만, 부족한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우라는 걸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호성이 쓰게 웃었다.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데요, 뭘. 단지……. 분명한 건, 이 모든 대가는 제가 아닌 헌터님이 받아야 하는 거라고 생각될 뿐입니다.”

조금은 어두워진 이호성의 표정을 보고 김지유가 밝은 미소를 지었다.

“호성 씨.”

“네?”

“호성 씨는 아주 똑똑한 사람이에요. 강민성 씨처럼 위대한 사람이 선택했을 만큼.”

이호성이 웃었다.

“하하, 그렇지 않아요. 저는 그냥 헌터님의 식사를…….”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민성 씨에게 호성 씨는 없어서는 안 될 만큼 아주 중요한 사람이죠. 그리고 호성 씨. 단지 식사를 책임지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믿음을 받고 있다는 건. 알고 계시죠?”

이호성은 쓴웃음을 연거푸 지었다.

“여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서요.”

“저는 호성 씨가 굉장한 서포트 능력을 갖고 있는지 알아요. 제가 제 스스로는 엄청 부족해도, 적어도 사람을 보는 눈만큼은 뛰어나다고 자부하거든요.”

이호성은 생각이 깊어진 시선으로 먼 곳을 보았다.

김지유가 말을 이었다.

“호성 씨. 호성 씨가 가진 장점을 한번 극대화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제 장점이요?”

이호성이 김지유를 보며 되물었다.

“네. 호성 씨는 호성 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그리고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는지를 한 번 고려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호성은 느꼈다.

김지유가 단순히 중앙 기관의 총군주로서 하는 훈계나 충고 따위와 같은 것이 아니라, 자신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인정하고 있다고 말이다.

“감사합니다, 총군주님.”

이호성 역시 진심이 담긴 마음을 눈에 투영하여, 그녀를 보며 말했다.

김지유는 언제나처럼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이호성은 그런 그녀를 보며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단순히 기타 능력자라는 이유로, 중앙 기관의 총군주가 된 게 아니라는 것을.

그녀에게는 중앙 기관이라는 곳에서 총군주의 책무를 만큼 놀라운 잠재력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저 역시, 총군주님에게 감사합니다. 이 세계를 위해 싸워 주셔서, 그리고 저를 이해해 주셔서. 저를 응원해 주셔서요.”

“별말씀을요.”

“하하.”

이호성은 낯부끄러움에 웃으며, 일어섰다.

“그럼, 저는 총군주님의 말씀대로, 저의 장점에 대해 한 번 깊이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지러 가 봐야 할 것 같네요.”

“응원할게요.”

이호성은 김지유와 악수를 나눈 뒤, 총군주실을 나왔다.

* * *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은 강민성에서, 강민성의 집에서 자라는 나무로 옮겨졌다.

중앙 헌터 기관에서 나무를 분석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의 일부를 공개했다.

그러자 세간의 이목이 폭발적으로 집중되면서 시민들에게 종교적이라고 해도 될 만큼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전 세계에서 그 나무를 한 번 보자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넘쳐 났으나, 중앙 기관에서 통제했고, 외부의 접근은 완전히 차단했다.

함께 나무를 분석하자는 제의가 사방에서 빗발쳤다.

중앙 헌터 기관에서는 전 세계에서 돈을 받지 않아도 되니 연구를 함께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해왔다.

중앙 헌터 기관은 최고의 학자들을 엄선하여, 뽑았고, 현재 전 세계 최고의 학자들이 민성의 집에서 자라고 있는 신비한 나무를 분석 중에 있었다.

그리고 그 연구 과정에서 시일이 흐를수록 놀라운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민성의 집에서 자라고 있는 이 신비한 나무는 자라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자라 왔던 속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된 것도 아닌데, 육안으로 확인 될 만큼 빠르게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그사이, 민성은- 자신의 두 번째 집인 그랜드 월드 타워에 머무르고 있었다.

* * *

띵-!

엘리베이터가 멈추면서, 경쾌한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이호성은 재킷 옷깃을 잡아당겨, 각을 잡고 수트의 단추를 잠그며 안으로 들어가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는 민성에게 정중히 꾸벅 인사했다.

“헌터님, 저 왔습니다.”

이호성이 숙였던 머리를 들며 말했다.

“어떻게 되어 가?”

민성은 신문을 보는 채로 물었다.

“연구 결과 나무의 세포가 조금 남다르다는 점 말고는 특별한 점은 아직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나무가 자라는 속도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하더군요. 속도가 훨씬 더 빨라졌다고 합니다.”

민성이 신문을 접으면서 이호성을 보았다.

“진짜 뭐 세계수라도 된다는 건가?”

이호성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요.”

“다른 건?”

“없습니다.”

“밥 먹으러 가지.”

이호성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장웅 셰프하고 시아는 어디 갔어요?”

“내가 알아야 하나?”

민성이 소파에서 일어나며 외투를 챙겼다.

“아닙니다. 가시죠.”

“오늘 브런치 메뉴는?”

“한우 고기 식당입니다.”

“브런치로 한우를? 농담이지?”

이호성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한우를 파는 고기 식당이긴 한데, 여기서 점심 특선을 팔아요. 그리고 그 점심 특선의 메뉴는 매일 같이 바뀌는데, 가격은 6천 원. 그런데 가격에 비해 나오는 음식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합니다.”

“이유가 있을 텐데.”

“이건 제 생각인데. 그냥 일종의 광고인 것 같아요. 점심을 먹어 보고, 만족했으니 다음에 여기서 고기 한번 먹어 봐야겠다. 뭐 그런?”

“납득이 되네.”

“그런데 헌터님의 재력이나 명성에 비하면, 조금 평범한 식사일 수 있는데, 괜찮으십니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 민성이 이호성을 차가운 눈으로 응시했다.

“그게 질문이야?”

이호성은 미소 지었다.

“역시 헌터님이라면 환경이 변했다고, 음식에 대한 마음이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출발하시죠.”

민성은 이호성을 위아래로 훑었다.

“옷을 갈아입은 후부터 뭔가 갑자기 근거 없는 자신감 같은 게 생긴 것 같은데.”

“근거 없는 자신감 아니고요. 말씀드렸다시피 헌터님을 조금 더 잘 모시기 위한 자세입니다.”

“뭐가 달라지긴 했나?”

민성이 엘리베이터에 타면서 말했다.

이호성은 민성을 따라, 옆에 서서 지하 1층 버튼을 누르며 입을 열었다.

“물론입니다. 앞으로는 다를 겁니다.”

이호성이 가슴을 내밀며 당당하게 말을 이었다.

“일단 식당으로 모시겠습니다. 식사 끝나시고 나면, 제 새로운 계획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안 들어도 돼.”

“들어 주십시오.”

민성은 짧은 한숨을 쉬었다.

어느새 그들은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슈퍼 카가 마치 장난감처럼 나열되어 있는 곳에서, 이호성이 손짓으로 가리켰다.

“어떤 차량으로 갈까요?”

“편한 걸로.”

“그럼 대형 세단으로 모시겠습니다.”

이호성이 차량의 뒷좌석 문을 열어 주었다.

달칵-!

문이 열리는 두꺼운 소리가 났다.

민성이 뒷좌석에 올랐고, 이호성은 운전석에 타고 곧바로 식당을 향해 차를 출발 시켰다.

* * *

식당 앞에 도착했다.

주차장은 그렇게 넓은 편은 아니었지만, 민성과 호성이 주차를 할 공간은 남아 있었다.

이호성이 선글라스를 챙겨 건네자, 민성은 치우라고 손짓하며 바로 차에서 내렸다.

[청정 한우 식당]

고급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그렇다고 허름하지도 않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우 음식점이었지만, 평수는 꽤 넓은 편이었다.

민성이 들어서자 식사를 하고 있던 어른들이 깜짝 놀란 얼굴로 민성과 이호성을 번갈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그들은 직접 민성과 이호성을 보면서 자신의 두 눈을 믿지 못하겠는지 연신 눈을 비볐다.

민성이 먼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뒤늦게 주인장이 민성과 이호성을 알아보았다.

“조용히 식사할 수 있도록,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호성이 정중하게 머리를 숙이며 부탁했다.

다소 놀랐던 식당의 주인과 손님들은, 이호성의 말에 조용히 하던 식사를 이어 갔다.

하지만 흘금흘금 날아오는 시선까지는 어쩔 수가 없었다.

물론 민성은 그런 시선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점심 특선 두 개 부탁드립니다.”

이호성이 주문을 했다.

그사이 민성은 메뉴판을 구경하고 있었다.

메뉴판에는 한우 메뉴와 점심 특선으로 심플하고 간단하게 나타나 있었다.

그리고 점심 특선의 가격은 이호성의 말대로 6천 원.

굉장히 싼 가격이다.

민성은 숨을 고르며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막상 식당에 도착하자, 숨어 있던 허기가 자신의 정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꿈틀거리는 굶주림이 마치 용의 울음소리처럼 꼬르륵 소리를 냈다.

민성은 굶주림의 고통을 견디며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남자 사장이 반찬을 먼저 테이블 식탁 위로 올려 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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