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자의 삼시세끼 190화>
“……암컷 말고 수컷은 안 되는 거죠?”
담당 직원이 극도로 긴장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녀의 눈빛이 마치 몬스터를 범하는 신종 변태를 보는 듯해, 이호성은 일순 자신이 실수를 했음을 깨달았다.
“아, 보신 적 없습니까? 저희 헌터님이 황금 고블린 하나 데리고 다니는 걸.”
그제야 담당 직원이 안도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렇구나, 하하하. 네. 그래서 암컷 고블린을 찾으시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담배 한 대만 피겠습니다.”
“아! 네. 편하게 피우세요.”
그녀는 오해한 게 미안했는지 서둘러 테이블 위의 고급 재떨이를 내밀었다.
이호성은 담배에 불을 붙여, 연기를 쭉 빨아 당기면서 근심을 담배 연기와 함께 뿜어냈다.
암컷 고블린을 찾는 것도 문제지만, 설령 암컷 고블린을 찾았다고 해도 문제였다.
이호성은 쏠을 떠올리며 얼굴을 구겼다.
만약 소개팅이 모두 실패한다면?
쏠에게 미안한 것도 미안한 거지만, 우선 쏠은 어마어마한 우울감에 빠질 게 틀림없었다.
그로 인해 파생되는 모든 문제는 자신이 떠안아야 했다.
이호성은 눈을 질끈 감고서, 담배 연기를 코로 폭포처럼 길게 뿜었다.
“저기…….”
담당 직원의 목소리에 이호성은 천천히 눈을 떴다.
“……네.”
이호성이 힘이 하나도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방금 확인을 해 봤는데, 암컷 고블린. 찾아냈습니다.”
이호성은 놀란 눈으로 담당 직원을 보았다.
“벌써요?”
“네.”
담당 직원은 저 잘했죠? 하는 예쁜 미소를 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호성은 좀 어안이 벙벙했다.
사실 애초에 던전이 다 사라진 마당에 몬스터가 있을 거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1차 난관을 통과했다는 것 자체가 이호성은 의외, 아니, 믿기지가 않았다.
“암컷 고블린이 있다고요……?!”
조금 큰 목소리로 외치듯 물었다.
그러자 담당 직원은 아하하 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말도 안 돼…….”
설마 하니 진짜로 몬스터를 구할 수 있는 곳이 있을 줄이야.
이호성은 놀란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여기 보시면.”
담당 직원이 태블릿을 통해 하나의 영상을 보여 주었다.
그러면서 그녀가 설명을 덧붙였다.
“기관이 하나 있어요. 몬스터 분석하는 곳이죠. 그렇다고 생체 실험 같은 걸 하는 건 아니고요. 성향이나 습성 같은 걸 체크해서, 자료를 만들고 있죠. 몬스터의 종류가 꽤 다양하고 다행히, 고블린도 있다고 하네요.”
담당 직원이 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호성은 화면 속에 닭장 같은 곳에 갇혀 있는 고블린들을 보며 마음 한쪽의 감각이 조금 이상했다.
몬스터는 인간을 죽이는, 혐오스러운 적인 게 분명한데, 쏠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옥에 갇힌 몬스터들이 조금은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저 암컷들과 쏠을 엮어 주어야 한다 생각하니 머릿속이 아찔했다.
“주소와, 찾기 쉽게 인쇄된 지도입니다.”
담당 직원이 친절한 미소로 인쇄된 종이를 이호성에게 건넸다.
이호성은 그것을 받아들고서 마지막 한숨을 섞은 담배 연기를 뿜으며 일어섰다.
“감사합니다.”
이호성은 축 늘어진 채, 힘이 하나도 없는 모습으로 VIP룸을 나갔다.
* * *
“키에에에에애액!”
“쿠웨애애애애액!”
“취이이이잇!”
옥 안에 갇혀 있는 고블린들이, 인간이 나타나자 공격 본성을 드러내며, 시끄럽게 울어 댔다.
이호성은 퀭한 눈으로 주변을 훑었다.
복도 양쪽으로 옥에 갇혀 있는 고블린들이 내뱉는 소리가 정말이지 끔찍하다.
쏠은 온몸이 황금으로 되어 있어 예술적인 데다가, 순수한 면모가 있어 꽤 귀엽기까지 했다.
그러나 쏠에 비해 분석당하기 위해 옥살이를 하고 있는 고블린들은 그야말로 혐오스러움이 대단했다.
냄새는 물론이고, 생긴 것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 징그럽게 생겼다.
코는 길고, 입은 쭉 찢어져 침이 질질 흘렀으며, 눈은 회색 빛깔이었다.
게다가 피부는 쭈글쭈글하고 반점이 나 있었으며, 전체적으로 피부병이 걸린 것 같은 외양을 갖고 있는 게 대다수였다.
쏠은 같은 동족이랍시고 저런 몬스터와 짝짓기를 하고 싶은 건가?
이호성은 그저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까…….”
이호성이 중얼거리자.
“……예?” 하고 기관 담당자가 되물었다.
이호성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보다, 여기 암컷 고블린은 몇 마리 정도 있습니까?”
기관 담당자가 손으로 얼추 세어 보더니.
“10마리밖에 없네요.”라고 말했다.
이호성은 난감한 표정으로 이마를 긁적였다.
10마리라…….
쏠에게 약속한 건 101마리다.
잠시 고민하던 이호성은 그림자 길드에 전화를 걸었다.
신분을 밝히자, 사무적이었던 태도의 목소리는 급호감으로 바뀌었다.
- 네, 이호성 님!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몬스터 고블린이 필요합니다. 그냥 고블린 말고 암컷 고블린.”
- …….
이호성의 담당 직원이 아니었던 탓에, 전화를 받은 이가 처음 듣는 얘기라 당황했는지 목소리가 잠시 들리지 않았다.
그러든가 말든가 왜 암컷 고블린을 찾는지 설명하기 귀찮았던 이호성이 재빨리 할 말을 덧붙였다.
“오늘 그림자 길드에 들렀었습니다. 우리나라에 몬스터를 분석하는 기관이 있더군요. 그럼 분명 다른 나라에도 있겠죠. 고블린을 우리나라로 이송해 올 수 있는지 빨리 알아봐 주십시오.”
- 아……! 네, 알겠습니다. 확인되는 대로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이호성은 전화를 끊은 뒤, 악취를 풍기며 괴성을 질러 대고 있는 고블린들을 보다가 얼굴을 찌푸리며 기관 담당자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민성과 계약한 쏠에 대한 이야기였고, 설명을 들은 담당 기관자는 TV 뉴스를 통해 본 적이 있다며 신기해했다.
“암컷 고블린들만 깨끗이 씻겨서 깨끗한 방으로 옮길 수 있습니까?”
이호성이 물었다.
“당연히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깨끗하게 씻겨서 깨끗한 방에 모아 놓겠습니다. 다만…….”
담당 기관자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성격이 포악해서, 철창 안에 가두는 건 양해를 해 셔야…….”
이호성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야 물론이죠.”
“그리고 만약 101마리를 전부 한 공간에 놓을 수는 없고, 룸을 나눠서 세팅을 해야 할 겁니다.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습니다.”
“아차. 소개팅을 하는 자리니까, 예쁘게 꾸며야겠군요.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파티 플래너가 있는데 그쪽으로 연락을 할까요?”
“아…….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이호성은 담당 기관자를 놀란 눈으로 보았다.
굉장히 일 처리를 잘해서 놀랐고, 그 덕분에 편하게 이번 쏠의 소개팅 건을 진행할 수 있을 듯했다.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암컷 고블린을 구하는 문제는 쉽게 해결이 됐지만, 문제는 소개팅의 결과였다.
그리고 그 성공 여부에 대한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이호성 자신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인지.”
그 말에 기관 담당자가 “예?” 하고 되물었다.
이호성은 손사래를 찼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담당 기관자가 이호성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좋게 생각하자, 좋게. 내가 약속한 거니까. 그래. 약속을 지켜야지.”
이호성은 외국에서 줄줄이 고블린들이 몬스터 분석 기관으로 들어오는 모습과 고블린들이 샤워하는 모습, 그리고 파티 플래너들에 의해 룸이 꾸며지는 모습을 하나 하나 두 눈으로 확인하며 직접 꼼꼼하게 체크했다.
직접 현장을 진두지휘하며 소개팅 자리를 만들어 나갔고, 드디어 작업이 끝이 났다.
이제 내일 아침이면, 쏠이 소개팅을 시작할 터였다.
이호성은 민성에게 보고를 올리기 위해 손을 탁탁 털고 몬스터 기관에서 민성의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 * *
자신의 집 마당 정원 벤치에 앉아 있던 민성은 손에 듀랑달을 들고서, 그것을 빤히 보고 있었다.
스펙상 +7이라는 숫자가 인챈트된 무기.
그 무기를 보면서 민성은 이 무기라는 게 가진 힘에 대해 생각했다.
떠올려 보면 확실히, 오리하르콘 단검에서 무기를 이 듀랑달로 바꾼 이후, 공격 측면에 있어서 딜링이 확실히 편한 걸 느꼈다.
그러니까 적은 마기로도 높은 출력의 힘을 낼 수 있었다는 건 직접 몸으로, 피부로 느껴 증명한 사실이었다.
또한 꿈속에서 만났던 ‘그 남자’의 말은 여전히 민성의 머릿속을 떠돌고 다녔다.
새로운 세계를 만나기 전에 무구를 갖춰야 한다는 말.
그것은 분명, 마계를 뛰어넘을 만큼의 위험한 뭔가가 있음을 암시하는 듯했다.
민성은 그 생각과 함께 피식 웃었다.
어떤 세상일지 전혀, 조금도, 궁금하지 않다.
그따위 것들은 관심 밖이다.
강함을 견주거나, 우위에 서는 것 따위.
전혀 흥미롭지 않았다.
하지만, 이 세계를 지켜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때문에 흥미롭지 못한 그 세계로부터 대항할 힘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었다.
어느 정도일까? 놈들의 수준은.
민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7 마인의 듀랑달’에 ‘축복으로 빛나는 무기 마법 주문서’를 사용했다.
주문서가 찢어지면서 마치 눈을 멀게 할 만큼 강렬한 빛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빛이 사라진 직후, 시스템 문구가 나타났다.
[‘+7 마인의 듀랑달’이 강렬하게 빛났지만 증발했습니다.]
시스템 문구의 말대로 손에 잡혀 있던 듀랑달은 언제 존재했었냐는 듯 사라져 있었다.
손끝이 허전했고, 무기를 날려 먹었다는 사실에 민성은 피식 웃었다.
“언제 봐도 더러운 확률이야.”
민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무기를 날려 먹었지만, 아이템이라면 ‘쏠’의 황금 주머니 안에 차고 넘치도록 있었다.
그동안 주운 아이템 중 고급 무기는 상당할 것이다.
무구는 다시 맞추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헌터님, 저 왔습니다.”
이호성이 나타났다.
“뭐 하고 계셨어요?”
이호성이 벤치에 앉아 있는 민성의 뒤로 다가서면서 물었다.
“듀랑달에 무기 마법서를 발랐다.”
“헉-?!”
이호성이 눈을 크게 뜨며 헛바람을 삼켰다.
그리고 이내 마른침을 삼키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서, 성공하셨어요? 하셨죠?”
“아니. 날렸는데?”
민성이 천 원짜리 지폐 떨어트린 양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자 이호성은 짧게 한숨 쉬었다.
그는 대체 얼마짜리 무기를 날려 먹은 건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무기는 지르신 거예요?”
“조금 더 좋은 장비가 필요해.”
이호성은 심장이 쿵쿵 뛰었다.
‘이 타이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