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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188화 (188/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188화>

* * *

대대적인 공사가 시작되었다.

마인들의 침범으로 인해 세계의 꽤 많은 지역이 망가졌기 때문에 보수해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전 세계가 마인들에 의해 무너진 보수 공사에 열을 올리고 있었고, 그사이 민성은 집으로 돌아와 전담 셰프인 장웅부터 찾았다.

마인의 침공으로 인해 거리 또한 상태가 말이 아니었기에, 집에서 장웅의 요리를 먹는 것이 여러모로 가장 편했다.

“금방 준비해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장웅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민성이 샤워를 한 후 거실로 나왔을 때, 이호성이 바가지와 함께 현관문을 열었다.

“주인니임-!”

바가지가 애교 섞인 소리를 내며 탁탁 뛰어 민성에게 매미처럼 찰싹 달라붙었다.

반면 이호성은 반쯤 넋이 나가 있는 표정이었다.

“왜 그래?”

민성이 이호성을 보며 물었다.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일어나 보니 마인이고 마신이고 탑이고 전부 사라지고 없더군요.”

이호성이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꽤 충격이 남아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헌터님은 대체 그 인간같이 생긴 마인을 어떻게 드신 겁니까? 제가 먹어 보려고 했는데요, 피부가 너무 단단해서 이빨도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이호성은 다시 생각을 떠올리자 끔찍한 듯 더위를 먹은 사람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랬나? 나도 마인을 먹어 본 적은 없어서 미처 거기까진 생각 못 했다.”

“예……? 마인을 드시지 않았다고요?”

민성이 손을 들자 그 손 주변에 거대한 기운이 잠시 소용돌이치다가 사라졌다.

“흡성 능력으로 기운과 영양을 흡수할 수 있다. 때문에 몬스터는 먹어 봤지만, 마인을 먹어 본 적은 없지.”

이호성은 뺨을 씰룩였다.

“그런데 저보고 그 인간같이 생긴 마인을 먹으라고 하신 겁니까?”

“안 먹었잖아?”

“그야 이빨이 안 들어가…….”

“네 말대로 피라도 먹든, 어떻게든 먹었어야지.”

민성은 한심하다는 시선을 던졌다.

“여전히 약하구나, 넌. 정신도 몸도.”

이호성이 면목 없다는 듯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민성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가운에 바가지를 대롱대롱 달고서, 안방으로 들어갔다.

* * *

2층에서 계단 아래로 내려오던 장웅의 손녀딸 장시아는 이호성이 심각한 우울감을 어마어마하게 뿜어내며 서 있자, 조금 놀란 상태로 서서 사태를 파악했다.

그사이 민성의 전담 셰프 장웅은 복잡한 심정으로 쓰러진 채, 미동 없이 엎어져 있는 이호성을 응시했다.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잠시 후, 이호성은 벽에 등을 대고 바닥에 철퍽 앉으며 피식 웃었다.

그런 이호성을 보며 장웅이 다가가 무릎을 굽혀 앉아 이호성의 어깨를 토닥였다.

“너무 상심하지 마. 헌터님이 자네를 아끼니까. 아끼는 만큼 강하게 키우는 걸세.”

이호성은 허공을 보며 깊게 한숨 쉬었다가 픽 하고 웃었다.

“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헌터님 말씀도 맞아요.”

장웅이 쓴웃음을 지으며 이호성의 어깨를 한 번 더 토닥여 주었다.

이호성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데 말이에요……. 헌터님이 생각하는 수준, 기대. 거기에 맞추기가 너무 힘드네요. 물론 제가 나약한 거겠지만요.”

장웅이 코를 찡긋하며 이호성의 어깨를 짚고 일어섰다.

이호성은 장웅이 민성의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움직이는 걸 멍하니 지켜보았다.

그때 발소리가 들렸다.

옆을 돌아보자 장시아가 서 있었다.

핫팬츠 차림의 새하얀 다리를 이호성이 빤히 쳐다보자 빠직 혈관이 돋은 장시아가 이호성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어딜 봐, 이 변태야.”

이호성이 엉덩이를 문지르며 웃었다.

장시아가 뭔가를 내밀었다.

“……음?”

이호성은 그녀가 준 것을 놀란 눈으로 보았다.

“뭐야, 이거?”

“초코바잖아.”

이호성은 피식 웃으며 장시아가 주는 초코바를 받았다.

“이걸 왜 주는데?”

“고마워서.”

장시아가 낯부끄러운지 딴 곳을 보며 말했다.

“뭐가 고마워서?”

“지켜 줬으니까.”

이호성은 그녀의 말에 멍한 표정이 되었다가 조금은 흐려진 표정이 되었다.

“……내가 한 건 아무것도 없어. 전부 다 헌터님이 한 거지.”

이호성이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장시아가 찌릿한 시선으로 이호성을 쏘아보았다.

“바보야?”

“……?”

“목숨을 걸고 싸웠잖아.”

“…….”

“그럼 고마운 거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장시아가 가느다란 팔로 팔짱을 낀 채 여전히 먼 곳을 보며 말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이호성은 픽 하고 웃었다.

“그런 건가……?”

“그런 거야.”

장시아가 못을 박듯 말했다.

“난 잠깐 산책 나갈 건데, 이제 안전한 거 맞지?”

장시아가 이호성을 보며 물었다.

이호성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쉬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도 너무 멀리 가지 말고 근처만 돌아. 혹시 모르니까.”

“으 아저씨 같애. 아무튼 변태 오빠! 기죽지 마.”

장시아가 그 말을 끝으로, 아름다운 미소를 남긴 후, 집을 나섰다.

이호성은 그녀가 나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그리고 훗 하고 웃음을 흘렸다가 옆을 돌아보았을 때, 이호성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화들짝 놀랐다.

“헉……?!”

옷을 갈아입은 민성이 유령처럼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호성이 놀란 얼굴로, 입을 벌린 채 민성을 보며 쿵쾅 거리는 가슴을 붙잡았다.

“허, 헌터님……! 언제 거기에.”

“주접떨고 앉아 있네, 진짜. 밥 먹을 준비나 해.”

민성이 짜증 섞인 말을 던지며, 거실 소파에 털썩 앉았다.

“아, 예!”

이호성은 크게 대답하며 벌떡 일어난 뒤, 거실로 가려다가 민성에게 돌아갔다.

“저, 헌터님…….”

이호성이 소심하게 불렀다.

“왜?”

민성이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뭐가?”

“헌터님이 말씀하신 거요.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원래 인간은 잘 안 변해. 네가 미안할 필요가 없어. 넌 딱 그 정도니까.”

그 말은 곧, 네게 기대하지도 않았다는 말로 해석되어 이호성의 심장에 꽂혔다.

민성의 가시가 들어 있는 말에, 이호성은 풀 죽은 얼굴로 그저 변명하지 않고, 꾸벅 인사를 하려고 하다가 장시아의 말을 떠올렸다.

“목숨을 걸고 싸웠잖아.”

“그럼 고마운 거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아무튼 변태 오빠! 기죽지 마.”

그녀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쟁쟁 울린다.

이대로 민성의 차가운 대우에 기죽어 있어선 안 된다.

이유 같은 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몸이 반응하는 것 같았다.

“헌터님.”

“…….”

“다음에는 절대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 겁니다.”

민성이 TV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

“퍽이나.”

이호성은 어금니를 질끈 깨물며, 민성에게 꾸벅 인사를 올렸다.

그리고 그의 식사 준비를 위해, 빠르게 거실로 걸음을 옮겼다.

“음식은 어디에 세팅할까요?”

이호성이 거실에서 민성을 내다보며 큰 목소리로 물었다.

“마당.”

“네, 알겠습니다.”

이호성은 재빨리 장웅에게 뭐부터 할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테이블부터 세팅하라고 장웅이 말했고, 이호성은 테이블을 깔기 위해 마당 정원으로 이동했다.

정원에 식사 테이블을 놓기 위해 테라스 문을 열고, 정원 마당으로 넘어간 이호성은 이내 멍한 얼굴로 한 곳을 응시했다.

“대체 이게 무슨…….”

이호성은 완전히 넋이 나간 채 한 곳을 보며 중얼거렸다.

황금 고블린 쏠이 족히 수백 년은 된 듯한 커다란 나무 주변을 신이 난 듯 뱅글뱅글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호성은 입을 벌린 채, 그 나무를 보았다.

누가 가지고 와서 심었다고 하기엔 그 크기가 너무 컸다.

나무는 고개를 위로 젖혀야 할 만큼 높았고, 나무의 두께는 성인 5명 정도가 양팔로 끌어안아도 모자랄 정도였다.

게다가 가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파란 잎이 무성하게 달려 있었다.

이호성은 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나무를 멍하니 보다가 쏠을 손짓으로 불렀다.

“야, 쏠. 이거 뭐야?”

이호성이 쏠을 보며 묻자, 쏠은 나무에 뺨을 부비적거리며 웃었다.

“여기서 자란 거야.”

쏠이 말했다.

이호성은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은 얼굴로 쏠을 향해 목을 뺐다.

“뭐?! 여기서 자랐다고?”

쏠은 대답하지 않고, 새끼 코알라처럼 나무에 매달렸다.

이호성은 테라스 출입문을 열고, 민성에게 가서 바로 상황을 보고했다.

“헌터님, 이걸 좀 보시죠. 쏠 말로는 이게 마당에서 자랐답니다.”

이호성이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민성은 귀찮음이 만연한 표정으로 테라스 문을 통해 정원 마당으로 나갔다.

그러고는 역시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허리에 손을 짚은 채, 마당 정원에 생긴 커다란 나무를 보았다.

바가지도 신기하다는 듯 나무를 올려다보았다.

민성은 직접 다가가서 손으로 나무를 만져 보았다.

나무에서 전해지는 기운 같은 것은 없었다.

그저, 평범한 나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원래 이렇게 빠르게 자라는 나무가 있나?”

민성이 나무를 보면서 물었고.

“그럴 리가요.”

하고 이호성이 말했다.

“그늘져서 시원하고 좋네, 뭐. 배고프니까 빨리 밥이나 준비해.”

“아, 예!”

이호성은 테이블을 가지러 뛰어가면서도, 엄청난 속도로 자라 버린 나무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 * *

“장웅 셰프님, 나무 자라는 거 보셨어요?”

“그래, 봤지. 너무 빨리 자라기에 사실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그동안 별달리 문제는 없더군. 웃차!”

장웅이 뚜껑이 닫힌 메인 요리를 내려놓으면서 말을 이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장웅이 싱긋 웃었다.

“새로운 던전이나 탑. 뭐 그런 것에 대한 암시 같은 거 아닐까요?”

이호성이 말했다.

“밥 먹을 거니까 시끄럽게 하지 마라. 집중해야 하니까.”

“……죄송합니다.”

이호성이 조용히 착석했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장시아도 밥을 먹기 위해, 마당 정원으로 와서 테이블로 왔다.

“너 저 나무 자라는 거 봤어?”

이호성이 옆에 앉은 장시아에게 작게 속삭였다.

“응, 봤는데. 왜?”

“이상하지 않아?”

“신기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저분’이랑도 한집에서 사는데, 뭐.”

장시아는 민성을 가리켰다가, 배고프다고 배를 슥슥 문질러 댔다.

“으으…… 산책 갔다 왔더니 배고파.”

장시아가 테이블에 머리를 박으면서 말했다.

그에 장웅이 메인 요리의 뚜껑을 열었다.

마당 정원에 나타난 신비한 나무가 만들어 낸 그늘 아래에서, 민성의 전담 셰프 장웅이 준비한 요리가 정체를 드러내며 맛있는 냄새를 정원 야외에 풀풀 풍겼다.

그 기가 막힌 냄새에, 장시아가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비명을 질렀고, 민성은 이미 수저를 들었으며, 바가지와 쏠도 궁금하다는 듯 내다보았다.

오직 이호성만이, 음식이 아닌, 정원에 나타난 신비한 나무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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