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자의 삼시세끼 183화>
* * *
마기를 아껴야 했다.
다음 지역으로 빠르게 넘어가기 위해서라도 컨디션 조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민성은 마기의 소모를 어느 정도 컨트롤하며, 일전 삼천교의 교주 양영학이 비급서에 정리한 내용대로, 대기 중에 퍼져 있는 오러를 이용하였다.
그 오러를 섞어서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꽤 위력적인 공격을 펼쳐 낼 수 있었다.
확실히 편하다.
지금까지는 가지고 있던 마기만을 사용했다면, 대기 중의 오러를 이용하는 건 꽤 새로운 느낌이었다.
막상 그렇게 검을 운용해 보자 소모했던 마기를 채우면서도 전투가 가능했다.
꿈에서 만난 그 정체 모를 놈의 말만 아니었어도, 별 달리 생각의 변화 같은 건 없었을 터다.
그러나 꿈에서 보았던 그 세계가 사실이라면 대기 중의 오러를 조금 더 파괴력 있게 운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앞으로 심도 있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었다.
삼천교주 양영학의 비급서에도 대기 중의 오러를 운용하는 것에 대해 내용이 나와 있었지만, 그건 불완전했다.
보다 확실하고 완전한 형태였다면, 당시 삼천교주가 자신에게 그런 식으로 패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대기 중의 오러를 이용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것이지만, 민성은 그 한계를 뚫어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게 가능하다면, 대기 중의 오러 운용과 자신이 가진 마기의 힘이 합쳐지면서 훨씬 높은 단계의 수준에 이를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그것은 추정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해도 마계에서 살아남아 현세까지 돌아와 이렇듯 마인을 잡을 수 있는 건 그런 사소하면서도 그 무엇보다 중요한 작은 추정에서부터 시작된 결과였다.
촤아아아아아악!
“키에에에에엑!”
마기가 붙어 있는 민성의 검기에 의해 마법벽에 붙어 있던 한 마인의 다리가 잘려 나가면서 비명과 함께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민성의 주변에는 시체가 되어 버린 마인들이 파편이 되며 소멸 과정으로 흩어져 가는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마인들이 민성을 향해 무더기로 힘을 합쳐 공격을 했지만, 그럼에도 민성의 검 듀랑달은 마인들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무겁고 빠르게 떨어지는 빗줄기 때문에 시야가 여의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인들의 무기라고 할 수 있는 손톱과 마법 공격은 민성의 옷자락 하나 스치지 못했다.
이제 적당히 처리를 했으니…….
민성의 눈이 하얗게 번쩍였다.
잠시 멈춰 있었던 힘이 봉인을 풀어낸다.
민성의 체내의 마기가 꿈틀거렸다.
그 강대한 힘이 듀랑달에 담겨, 그 마기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폭발하듯 발출되었다.
콰르르르르릉!
남아 있던 반경의 마인들이 마기가 내뿜은 그 빛의 파장에 단 티끌만큼의 흔적도 없이 그대로 사라졌다.
* * *
민성의 발아래로 마인들의 피가 빗물과 섞여 웅덩이를 만들었다.
여전히 빗물은 강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민성은 왼손으로 젖은 머리를 쓸어 올리며 오른손에 들고 있던 듀랑달을 템창에 던져 놓고, 피로 물든 웅덩이를 철퍽철퍽 밟으며 하늘을 보았다.
이곳이 이호성과 바가지, 그리고 쏠이 타고 있는 전용기가 도착할 변경된 A파트 지점이었다.
때마침 현장의 정리가 끝난 시점,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는 전용기가 보이고 있었다.
* * *
주변에 마인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몽골의 헌터들이 마법벽의 일부를 개방했다.
민성은 그 문을 통해 마법벽을 통과했다.
대열을 갖추고 있던 해당 지역의 책임자 헌터가 깍듯하게 인사했다.
민성은 그의 안내를 받아, 차를 타고 2차 방어선 안쪽에 있는 워프 게이트 건물 쪽으로 향했다.
“한국 다음으로 저희 몽골을 지원해 주신 점, 절대 그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방어선 책임자 헌터가 진심이 담긴 어조로 지극히 정중한 자세로 감사를 표했다.
민성은 간단하게 손을 휘젓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잠시 후, 워프 게이트 건물 부근에 이르자 이호성과 바가지, 그리고 쏠이 입구 쪽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헌터장.”
민성의 부름에 몽골의 헌터장이 바로 옆에서 허리를 바짝 세우고 깍듯하게 목례했다.
“예! 헌터님.”
“내가 떠나고 나면 2차 방어선의 마법벽 추가 보수 작업에 바로 들어가도록. 인력과 자원은 있겠지?”
“물론입니다.”
차가 워프 게이트 건물 입구에 멈춰 섰다.
민성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이호성이 다가왔다.
“헌터님, 제 판단이 틀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이호성이 굳은 안색으로 민성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알고 있다.”
민성이 간단하게 대답하며 이호성을 지나쳐 바로 워프 게이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바가지가 탁탁 뛰어 민성의 주머니 안으로 들어갔다.
쏠은 황금 주머니에 민성이 템창에서 꺼내 던져 주는 아이템을 모두 챙겨 넣었다.
이후, 이호성이 민성의 옆으로 바짝 따라붙었다.
“헌터님. 인근 지역에 대한 현 상황이 파악된 것으로, 중앙 기관의 총군주가 보내 준 자료입니다.”
민성은 이호성이 넘겨준 자료를 확인했다.
자료를 보는 즉시 민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김지유가 구한 자료에는 참혹한 현실이 담겨 있었다.
1차 방어선이 파괴된 이후로, 2차 방어선 안쪽으로 대피하지 못했던 인원은 모두 마인에 의해 죽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었다.
세계의 일부가 마인들에 의해 파괴되고 있었다.
민성은 손에 들고 있는 테블릿을 당장 부서트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런 감정 소모를 할 만큼 상황은 결코 여유롭지 않았다.
* * *
마인을 상대할 수 있는 건 오직 강민성밖에 없다는 사실은 두 가지의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하나는 강민성이 있기에 세상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마인과 맞설 수 있는 것은 강민성 밖에 없기에, 어쩌면 그가 인류를 지키기도 전에, 이 세계가 끝장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의외의 상황이 일어났다.
중국 안에서 삼천교 뒤에서, 정체를 숨기고 있던 암중 세력들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마인들을 상대로 기대 이상의 저력을 내보였다.
2차 방어선에서 추가 방어선 구축에 힘을 쓰는 게 아니라, 중국만큼은 헌터들이 마인들과 직접 맞서 싸웠다.
헌터들의 예상하지 못했던 선전이 시작됐고, 워프 게이트에서 다음 행선지로 이동을 앞두고 있는 민성 역시 그 소식을 전해 들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짙게 어두워져 있었다.
“헌터님?”
이호성이 민성을 살피며 불렀다.
민성은 그런 이호성의 부름에 반응하지 않고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이를 강하게 깨물었다.
예상을 못 한 건 아니지만, 마법벽이 이렇게 빠르게 깨질 줄은 몰랐다.
예상을 훨씬 웃도는 속도다.
전 세계에 72개의 탑이 생겨났다.
그리고 거기서 마인들이 튀어나오고 있는 상황.
순회공연을 하듯 각 나라에 들려 마인들을 처치한다고 해도, 계산상 마인을 죽이는 사이에 세계의 절반 그 이상이 놈들에 의해 폐허로 변할 가능성이 다분했다.
지금의 방식으로는 돌이킬 수 없는 누적된 데미지가 세계에 남을 것이다.
늘 혼자 싸우는 데 익숙해서 생각이 짧았어.
민성은 눈을 감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이 세계를 지키기 위해, 가장 빠르고 확실하며, 효과적인 방법에 대해.
잠시 후, 민성은 눈을 뜨고 템창에서 휴대폰을 꺼내, 중앙 헌터 기관의 총군주 김지유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얼마 가지 않아 통화가 연결되었다.
- 네, 민성 씨!
“마신에 대해 확인된 정보가 있나?”
- 마신이라 하면……?
“그러니까, 마인이랑은 다르게 생겼다. 몸이 뱀 비늘처럼 되어 있는. 본 적 없어?”
- 아직 확인된 바가 없어요. 정보가 들어오는 대로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무인 기계를 통해 계속 정찰을 하고 있으니까, 우리 중앙 기관 정찰 팀은 물론, 전 세계 헌터장들에게 민성 씨의 말을 전달하도록 할게요.
“알았다.”
민성은 전화를 끊고, 머릿속으로 프로펠러를 돌렸다.
그리고 이내 입을 열었다.
“나는 마신을 찾아야겠다.”
민성의 갑작스러운 말에 모두 그 뜻의 의미를 모르겠다는 표정이 되었다.
“우두머리부터 제거하는 게 상책이다. 마신이 죽으면 마인들은 힘을 잃게 될 거야. 이대로 마인들 꽁무니만 쫓아다니는 건 의미가 없는 시간 낭비에 불과해. 많은 것을 잃을 뿐이다.”
덧붙인 민성의 설명에 의해 그제야 이호성과 바가지 그리고 쏠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신도 필드에 나타난 겁니까?”
이호성이 물었다.
“아직까지 확인된 바는 없어.”
이호성의 얼굴이 흐려졌다.
“하지만 만약 마신을 찾지 못한다거나 마신을 죽였음에도 마인들의 움직임에 변화가 없다면…….”
이호성이 끔찍하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말끝을 흐렸다.
“네 말대로다. 그것 역시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야. 하지만 지금의 방식으로는 놈들을 모두 제거한다고 해도…….”
민성의 얼굴이 무거워졌다.
“의미가 없어.”
1차 방어선이 깨지고서부터 이미 벌써부터 사상자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대로라면, 중국이 아무리 선전을 하고 있다고 해도 마인들이 인간을 죽이는 속도를, 민성이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이호성은 이해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행선지는 정하셨습니까?”
“나는 따로 움직인다.”
“……예?”
그가 말한 의미를 이해할 수 없다는 이호성이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황금 고블린만 데려간다. 이호성, 넌 바가지와 함께 중국 헌터들과 합류해.”
이호성이 파랗게 질린 얼굴로 마른침을 삼켰다.
“제가 중국 헌터들과 합류를 하라고요……?”
“그래.”
“제가 레벨이 사라지면서 기타 능력자 범주에 들어서긴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지금의 능력으로는 힘들 겁니다. 별달리 도움도 되지 않을 거고, 분명 전 얼마 가지 못해서 마인들에게 죽고 말 거라고요.”
“그럴 수도 있겠지.”
이호성은 상처받은 표정이 되었다.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눈빛을 보냈지만, 민성은 그런 이호성의 시선에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래서 언제까지 내 뒤에 숨어만 다닐 생각인 거냐?”
민성이 이호성을 직시하며 말했다.
이호성은 뜨끔한 표정으로 민성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전…….”
“이호성. 고개 들고, 어깨를 펴라. 그리고…… 살아남아라.”
이호성이 시선을 들어 민성을 보고는 깊게 한숨 쉬었다.
“늘 위기라고 생각했는데. 지난 위기들은 지금에 비하면 위기라고 부를 수도 없는 일들이었네요. 하하, 죄송합니다. 멋지게 헌터님을 위해서 1인분을 하고 싶은데, 마음은 정말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호성이 힘없이 웃었다.
그의 표정은 마치 마지막을 예감하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방법이 없는 게 아니야.”
이호성이 의문이 담긴 눈으로 민성을 보았다.
“마인을 먹어라.”
민성이 무던한 시선으로 이호성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