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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180화 (180/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180화>

“크와아아아!”

버서커 상태에 이른 이호성이, 균열의 틈을 통해 순간 이동을 하려던 마신 가이아의 등에 칼질을 했다.

[헬 파이어 발동]

콰아아아앙!

커다란 불꽃이 터졌다.

분명 공격을 했지만, 데미지는 없었다.

이호성은 연쇄 공격을 쏟아부었다.

불꽃을 쾅쾅 터트리며 빠른 속도로 광적인 칼질이 쇄도했지만, 그의 공격은 강민성에 비해 간지럽지도 않을 정도의 수준에 불과했다.

자신에게 칼을 휘두르고 있는 이호성을 보며 가이아는 스트레스가 솟아올랐다.

강민성도 아니고, 이따위 벌레 같은 놈이 자신에게 공격을 한다는 게 못 견디게 불쾌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버러지 같은 게!

가이아는 이호성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능력이 발동되면, 그 어둠에 의해 놈은 먼지처럼 퍽! 하고 사라질 것이다.

그 마계의 능력이 발동되기 직전.

어느새 그 많았던 마인들을 모조리 죽인 민성이 가이아의 옆으로 바짝 붙었다.

민성의 예상치 못한 등장에, 가이아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민성의 듀랑달이 부드럽게 소리 없이 가이아의 옆구리로 찌르고 들어왔다.

푸부북!

가이아는 헉 소리를 내며 반격하려 했지만, 그땐 이미 민성이 검을 빠르게 빼고, 몸통을 한 번 더 베어 낸 후라 극렬한 통증이 솟구치고 있었다.

비틀거리며 중심을 잃었을 때, 민성이 대각으로 듀랑달을 휘둘렀다.

콰르릉!

민성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며 마신 가이아에게 치명적인 데미지가 들어갔다.

“크윽-!”

가이아가 비틀린 신음을 흘리며 팔 한 짝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피를 뿜으며 뒷걸음질 치던 가이아가 본체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몸체가 불어나며, 바닥에 큰 마법진이 생겼고, 본체를 드러내자마자 공격 마법이 발동되었다.

바닥에서, 천지를 불태울 것만 같은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그 불길이 이호성과 바가지를 삼킬 수 있었기에, 민성은 듀랑달을 휘둘러 풍압을 일으키는 마기를 퍼트려 순식간에 솟구치는 화염을 진압했다.

“크워어어어어어-!”

팔을 잃은 채, 본체로 변신한 마신 가이아가 괴기스러운 모습으로 두꺼운 포효를 내질렀다.

민성은 무시무시한 형체의 본체를 드러낸 마신을 보면서도 덤덤한 표정을 고수했다.

하지만 마음만큼은 확실하게 전달했다.

“고맙다. 덕분에 시간을 줄였어.”

민성에게 있어 가장 큰 걱정은, 마인의 탑을 클리어하는 동안 다른 마인의 탑에서 마인들이 세상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이었다.

어쩌면 지금 벌써 마인들이 도시를 점령하기 위해 날뛰고 있을지도 모를 일.

한시라도 빨리 마탑을 클리어하고 넘어가야 했다.

그 점을 가이아가 도와주었으니, 고맙지 않을 리가 없다.

민성은 빠르게, 뛰어 거리를 좁히며 접근해 지면을 차고 뛰었다.

가이아가 남아 있는 팔 하나로, 거대한 도끼를 소환하여 손에 잡아 휘둘렀다.

민성은 가볍게 피했고, 가이아의 도끼는 바닥을 내리찍었다.

바닥이 탑이 무너질 것만 같을 정도로 크게 깨졌다.

민성은 도끼를 잡고 있는 가이아의 팔을 타고 뛰었다.

그리고 시간을 단축해 준 고마움을 담아, 민성은 놈을 향해 듀랑달을 내질렀다.

듀랑달에 마기의 최대 출력을 담았다.

마신 가이아가 자신의 최대 비기를 사용해보기도 전에.

콰르르르르르르릉!

민성의 듀랑달이 마신 가이아를 치명적 빈사 상태에 이르게 만들었다.

가이아의 커다란 본체가 찢어지면서, 바닥에 쿠우웅!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민성이 마지막 마무리를 위해, 가이아에게 걸어갔다.

놈을 내려다보자 가만히 둬도 죽을 정도였다.

외려, 팔 다리와 몸통이 분리될 정도로 잘려 나갔음에도 아직 숨이 붙어 있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하지만 마신이라는 것들이 워낙 회복 속도가 빠르기에, 확실한 확인 사살이 필요했다.

민성이 듀랑달을 쓰기 직전-

“크와아아아아아악!”

이성을 잃은 버서커 상태의 이호성이 다 죽어 가는 상태의 마신의 머리에 데스나이트의 검을 내려찍었다.

콰아아앙!

헬 파이어가 터졌다.

가이아가 이미 죽어 가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호성이 데미지를 입힐 수 있었다.

폭발과 동시에, 라스트 데미지가 들어가면서 시스템 문구가 나타났다.

[마신을 사냥했습니다!]

[‘이호성’의 레벨이 사라집니다.]

[버서커 등급이 ‘돌’에서 ‘은’으로 두 단계 성장합니다.]

[위대한 업적 달성]

[새롭고 특별한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이호성이 소멸 상태에 이르고 있는 가이아 앞에서 고개를 뒤로 젖히며 거칠게 포효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악!”

바가지가 그 광경을 보고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잡은 채 무릎을 철퍽 꿇었고, 황금 고블린 쏠은 그런 이호성을 향해 웃으며 박수를 쳤다.

* * *

민성이 마인의 탑을 클리어함으로써 마인의 탑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이 드론을 통해 촬영하였고, 중앙 기관의 헌터들은 환하게 웃으며, 마탑을 클리어했을 민성을 향해 커다란 환호를 보냈다.

마인의 탑은 처음 등장했을 때의 공포와는 달리, 마치 유려한 미술처럼, 아름다운 파편이 되어 사라져 가고 있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클리어하다니. 이대로라면, 전 세계의 탑 역시 어쩌면 피해 없이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중앙 헌터 기관의 간부 헌터 한 명이 주먹을 불끈 쥐고서 흥분하여 소리쳤다.

김지유도 희망적인 상황에 미소를 지으며 가슴이 부풀었지만, 그 감정은 안타깝게도 오래가지 못했다.

“총군주님!”

부하 헌터 한 명이 태블릿을 통해 화면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그 영상 화면을 보는 순간 김지유의 낯빛은 어둡게 그늘지고 말았다.

예상은 했지만, 결코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지 않았던 상황이 화면 속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1차 방어선을 마인들이 이미 절반 이상 깨부수고 있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부하가 화면을 한 번 터치하자 여러 개의 화면이 분할되어 나왔고, 그곳 모두 처음 봤던 장면처럼, 곧 1차 마법벽이 끝내 부서지기 직전의 모습이었다.

이대로라면 채 얼마 되지 않아 마법벽이 무너지고, 사상자가 나타나기 시작할 듯했다.

김지유는 영상을 보며 두려운 얼굴로,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 * *

마인의 탑이 파편이 되어 사라지고, 민성과 이호성, 그리고 바가지와 쏠은 마포 대교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이호성은 아직 버서커 상태에서 깨어나지 않은 상황이라, 의식이 없는 채로 공중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굉장히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대로 바닥에 떨어질 경우 상당한 충격이 있을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지면에 착지한 이는 민성이었고, 그다음은 이호성이었다.

이호성이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 민성이 이호성의 옷깃을 거칠게 잡은 다음 대충 바닥에 툭 던졌다.

의식이 없는 이호성은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다가, 딱 그 타이밍에 눈을 깜빡이며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그 이후, 하늘에서 바가지와 쏠이 떨어져 내렸다.

민성이 양손으로 두 녀석을 안전하게 낚아채듯 잡은 후, 바닥에 던졌다.

바가지와 쏠은 신난다는 듯이 바닥에 자세를 잡고 착지했다.

그러다 쏠이 뒤늦게 이호성이 의식을 차리고 일어서려는 걸 뛰어가서 부축해 주었다.

“헌터님.”

잠긴 목소리로 민성을 부르던 이호성은 파편의 흔적이 하늘에 흩날리고 있는 걸 보면서 입을 벌렸다.

“클리어하신 겁니까?”

이호성이 멍한 눈으로 흩날리는 파편을 보면서 물었다.

“그래. 네가.”

“예? 제가요?”

이호성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는 식으로 민성을 보았다.

“시간 끌지 말고 움직여. 바로, 워프 게이트로 넘어간다.”

민성이 앞장서며 말했다.

“아, 예!”

어안이 벙벙해 하던 이호성이 잠시 어지러웠던 머리를 뒤흔들며 민성을 쫓아 뛰었다.

그러다 이호성은 민성이 갑자기 멈춰 서는 걸 보고 자신도 멈춰 섰다.

민성은 눈을 감고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대답 없는 그의 안색을 살피며, 이호성은 조용히 기다렸다.

이윽고, 민성이 눈을 뜨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호성이 보기에 아마도 빠른 시간 안에 마인의 탑을 클리어하기 위해 오러의 출력을 높인 것이 꽤 높은 피로도를 만들어 낸 것 같았다.

그러고 보면 전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빠르게 마인의 탑을 클리어했다.

강민성이 피로도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 이호성은 그도 인간은 인간이구나 싶었다.

“배고프다.”

이호성은 귀를 의심했다.

“예?”

“배가 고프다고.”

……그런 거였냐.

이호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쏠의 황금 주머니 안에서 초코바 하나를 꺼냈다.

“이거라도 드시죠. 허기가 조금은 채워지실 겁니다.”

* * *

민성은 이호성이 건넨 초코바를 받았다.

비닐을 찢은 다음, 초코바를 한입 깨물었다.

강한 초콜릿의 맛과 동시에 아몬드가 어금니에 의해 으깨어진다.

강렬하고 무거운 초콜릿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높은 출력의 마기를 쓴 탓인지, 머릿속이 답답하고 몸이 다소 처지는 것 같았지만 초코바를 먹고 나자 그 현상이 꽤 나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민성은 놀란 눈으로 초코바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니까, 뭐랄까.

에너지가 고속으로 충전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민성은 초코바를 보며 피식 웃고선 마저 씹어 먹었다.

그렇게 초코바를 단숨에 먹어치우고 손을 탈탈 털었을 때, 민성의 앞으로 김지유가 태블릿을 든 체, 다급한 표정으로 뛰어왔다.

“민성 씨, 큰일이에요. 타국에서 벌써 1차 방어선이 곧 붕괴 될 위기에 처한 것 같습니다.”

김지유가 급히 들고 있던 태블릿 화면을 보여 주었다.

민성은 태블릿 화면에 나타난 상황을 응시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 못 했던 거 아니잖아. 치워야지.”

민성이 태블릿 화면에서 시선을 떼고, 걸음을 옮겼다.

김지유가 빠르게 민성의 옆으로 따라붙으며 어깨를 나란히 걸었다.

“어디로 가실 건가요?”

김지유가 궁금함이 가득한 눈으로 민성을 빤히 보며 물었다.

“몰라. 그냥 발길 닿는 대로.”

민성이 그렇게 정처를 정하지 않은 채 마포 대교 부근에 세워 둔 차량으로 향했다.

이호성이 운전석에 올랐고, 민성은 뒷좌석에 탔다.

김지유는 민성의 일행이 떠나는 모습을 보며 짧게 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중앙 헌터 기관은 그를 따라간다고 해서 도움이 될 만한 전력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타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오는 마인들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는 그가 해야 할 일을, 자신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야 할 때였다.

김지유는 멀어지는 민성의 일행이 탄 차량을 보다가 새로운 방어선 구축을 위해,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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