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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178화 (178/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178화>

바가지는 한순간에 자신의 언데드 마인이 사라졌다는 것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마인이 사라진 방향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마인들을 모두 자신의 주인이 없애 버렸다는 사실에 양손으로 자신의 커다란 머리를 붙잡고 철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이내 양손으로 바닥을 짚은 채 좌절하고 있는 바가지를 보며 이호성은 중간에서 눈치를 살폈다.

그때, 민성이 저벅저벅 걸어와 바가지의 머리 앞에 섰다.

“보유 마인이 10마리가 한계라면, 조합을 특성 마인 일곱. 일반 마인 3마리로 구성한다. 내가 없앤 일반 마인 6마리를 모두 특성 마인으로 채워 주마. 지금부터 일반 마인은 소멸하지 않는 이상 버린다. 조합을 기억해라.”

민성의 그 말에, 바가지가 그제야 민성의 뜻을 이해하고 해골 머리 위로 황금색 느낌표가 나타났다.

바가지는 좌절했던 게 부끄럽다는 듯 민성의 허리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민성은 무시하고 걸음을 옮겨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이호성도 곧바로 뒤따르던 때, 종이 울렸다.

종이 울리는 건 익숙했기 때문에, 민성은 무시했지만, 이호성은 뒤늦게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허, 헌터님.”

이호성이 걸음을 멈춘 채로, 민성을 불렀다.

그 부름에 민성도 걸음을 멈추고 이호성을 돌아보았다.

의아한 눈빛을 던지자 이호성이 굳은 표정을 펴지 못하며 굵은침을 꿀꺽 삼켰다.

“왜 그래?”

민성이 빨리 말하라고 채근하는 느낌으로 물었다.

“종소리 들으셨습니까?”

이호성이 심각해진 표정으로 물었다.

“처음 듣는 것도 아니…….”

민성은 하던 말을 멈췄다.

“이상해요.”

이호성이 긴장이 꾹꾹 담겨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대로다.

본래대로라면 6번을 쳐야 했을 종소리가, 이번에는 무슨 이유인지 세 번밖에 들리지 않았다.

“둘 중 하나일 겁니다. 어떠한 이유로, 규칙이 변했든가, 그게 아니라면 애초에 이 종소리가 가진 의미가 다르다는 거겠죠.”

민성은 미간을 구겼다.

“이유야 어떻든 이 탑을 클리어해야 하는 건 변하지 않는다. 시간을 잡아먹지 마라.”

“네, 헌터님.”

* * *

마인의 탑 바깥.

중앙 헌터 기관의 헌터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다소 느슨하게 풀어져 있었다.

하지만 6번 울려야 할 종소리가 단숨에 세 번으로 바뀌자 헌터들은 일제히 공포에 휩싸였다.

종소리가 변했다는 것은, 상황 역시 언제 변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김지유는 즉각 헌터들에게 무장 상태와 긴장을 유지하고 언제라도 전투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전투 준비에 만전을 기하라고 명령했다.

* * *

마신 ‘가이아’는 수정 구슬을 통해, 탑을 올라오고 있는 ‘검은 학살자’를 보면서 오만상을 찌푸렸다.

“빌어먹어도 시원찮을 징그러운 인간 새끼…一!”

마신은 수정 구슬을 통해, ‘검은 학살자’라는 닉네임답게 마인을 학살하며 탑을 오르고 있는 놈을 보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놈만 아니었어도, 인간계를 패망시키는 것은 일도 아닌, 아주 수월한 작업에 불과했다.

그런데 ‘검은 학살자’라는 변수가 나타날 줄이야.

마신 가이아는 검고 기다란 손가락으로 이마를 붙잡으며, 끙끙 앓았다.

하필이면 다른 곳도 아닌, 검은 학살자의 나라에 마탑이 떨어지다니.

이건 뭐 시작도 하기 전에 소위 ‘나가리’가 된 셈이다.

하지만…….

마신 ‘가이아’의 빨간 눈이 번들거렸다.

“……적어도 시간은 벌 수 있지.”

자신은 마계에서 서열 46위의 마신이었다.

검은 학살자라고 해도 단칼에 죽을 정도로 약하지는 않다.

시간만 충분이 끌면, 마신과 마인들이 인간계를 점령하고, 군대를 이룰 수가 있다.

군대를 이루기만 하면, 마계에서 그랬듯이 저 검은 학살자 놈을 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

검은 학살자가 아무리 강해도, 군단은 버거울 수밖에 없다.

그건 이미 마계에서 증명된 바였다.

시간을…… 시간을 끌어야 했다.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까?

고심을 하던 끝에, 마신 ‘가이아’는 한 가지 방법을 찾아냈다.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마신 ‘가이아’가 뱀 비늘과도 같은 눈을 붉게 반짝였다.

* * *

“……이것들 봐라.”

민성은 마인들의 행태를 보고 비틀린 웃음을 흘렸다.

힘을 합쳐 달려들던 전층 플로어와는 달리 마인들은 민성이 근처에 있으면, 그야말로 꽁지가 빠지도록 도망 다녔다.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제한된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준비가 끝나면, 대규모 군대를 편성하려는 얄팍한 속셈이었다.

이렇게 되면 시간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바가지의 마인 습득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바가지에게 마인을 넘겨주면서, 플로어를 클리어하기 에는 이 숨바꼭질이 길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가지. 해당 플로어의 마지막 마인만을 언데드화로 시도한다.”

민성의 말에 바가지는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판단이라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에 토를 달지 않았다.

* * *

민성은 거의 탑을 마치 스티로폼처럼 깨부수며 다녔다.

예컨대, 듀랑달을 휘두르면 벽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부서졌고, 도망 다니던 마인이 갑자기 나타난 민성을 보고 경악하다 죽어 나갔다.

‘저 미친 인간 새끼…….’

수정체를 통해 그 꼴을 모두 보고 있었던 마신 ‘가이아’는 불끈 쥔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도저히 인간이라고 믿을 수 없는,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시간을 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어림없는 수작이었다.

이대로라면 눈 깜짝할 사이에 자신의 룸으로 당도할 듯싶었다.

안 되겠다.

마신 가이아는 시간을 끄는 건 버리기로 결정했다.

차라리, 모든 마인을 자신의 방으로 소환해, 놈을 죽일 각오로 싸우는 게 훨씬 유리할 듯했다.

그렇게 될 경우, 탑의 계단 출입구는 모두 오픈될 것이다.

다른 마신들이 이런 결정을 싫어하겠지만, 그들도 자신과 같은 처지라면 같은 방법을 선택했을 것이다.

결정을 내린 마신 ‘가이아’는 자신의 힘을 신비로운 수정체로 흘려보냈다.

마신 ‘가이아’가 보내는 의식의 메시지가 탑 내부에 존재하는 마인들에게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 * *

민성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주변 마인들의 움직임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민성은 유일하게 자신의 속도를 맞출 수 있는 황금 고블린 쏠에게 이호성과 바가지를 데려오라고 명령했다.

쏠이 사라진 후, 민성은 주변을 스윽 훑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생각보다 일이 쉽게 가는군.

* * *

마인의 탑 전 층에 머무르고 있는 마인들이 일제히 개떼처럼 우르르 최상층을 향해, 플로어 출입구를 열면서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시커먼 마인들이 속도를 내기 위해 네발로 달리다가 서로 뒤엉키면서, 속도 빠른 좀비처럼 우글거리며 올라가는 건 가히 장관이었다.

마신 ‘가이아’는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확신했다.

자신은 다른 누구도 아닌 서열 46위의 마신 ‘가이아’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일대일 승부는 확실히 다소 부담스럽지만, 마인들을 미끼로 활용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가이아는 판단했다.

제 아무리 날고 기는 놈이라고 해도, 약점은 있기 마련이다.

놈에게는 파티가 있다.

흔히 인간들은 한낱 자신의 파티원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날리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그건 역사를 통해 이미 증명된 바였다.

그러니 놈의 파티원을 약점으로 잡고, 마인들을 활용해 놈을 몰면서 자신의 마기 출력을 쏟아붓는다면, 제 아무리 검은 학살자라고 해도 승산이 없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검은 학살자만 잡는다면, 그 명예는 어마무시하다.

이름뿐인 마신이 아니라 진짜 신의 영역에 이르러 있는 대마신.

그 대마신께서는 명예를 세운 자신에게 큰 영광을 안겨다 줄지도 몰랐다.

대마신이 내리는 영광의 힘을 부여받기만 한다면, 서열 1위로 올라서게 되는 것도 꿈은 아니었다.

반드시 성과를 세워 보이리라.

마신 ‘가이아’는 야욕을 불태우며, 놈과의 전투를 앞두고 신체를 예열하기 시작했다.

한번 해보자.

검은 학살자!

* * *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이호성이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활짝 열려 있는 나선형 계단 출입구를 보며 입을 쩍 벌렸다.

이호성이 어서 편하게 올라가라는 듯 열려 있는 계단 출입구를 가리켰다.

“우리 여기 플로어에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았잖아요. 설마 그 말도 안 되게 짧은 시간에 마인들을 다 잡으신 겁니까?”

이호성이 민성을 보며 물었다.

“내가 연 게 아니야.”

민성이 계단을 오르면서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헌터님이 연 게 아니면 이 문을 누가 열어요?”

이호성이 민성을 뒤따르며 등 뒤에서 물었다.

“아마 마신이 열었겠지.”

민성이 말했다.

“마신이라면…… 이 마인의 탑 보스?! 걔가 왜요?”

“아마 마인들과 함께 싸울 생각인 거겠지.”

“아……!”

이호성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주먹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탁 쳤다.

“차라리 잘된 건가? 헌터님은 강하니까, 한 번에 쓸어버릴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건 없잖아요? 하하, 그럼 저희는 보스룸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까요? 괜히 같이 들어가서 인질이라도 잡히면 헌터님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가뜩이나 시간도 없는데 말이지요.”

이호성이 쿵쿵 뛰는 심장 고동을 느끼며 기대감이 담긴 눈으로 민성을 지켜보았다.

“마음대로 해.”

민성이 상관없다는 듯이 말했다.

허락이 떨어졌다.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허락이 떨어질 줄이야.

이호성은 민성의 등 뒤에서 팔을 머리 위로 바짝 들며 소리 없이 쾌재를 불렀다.

바가지가 한심하게 올려다보고 있자, 이호성은 헛기침을 했다.

“야, 바가지. 너는 보스룸 들어가면 괜히 마인 먹겠답시고 까불지 마라. 괜히 너 때문에 헌터님이 난처해질 수 있으시니까.”

“겁나서 쥐구멍으로 숨는 주제에 뭘 잘났다고 떠들어, 이 똥개야.”

바가지의 말에 반박이 불가했기 때문에 이호성은 그저 먼 곳을 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 * *

플로어는 조용했다.

벌레 한 마리 보지 못할 정도로, 텅 비어 있었다.

마치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 만큼 각 플로어마다 모두, 계단 출입문이 오픈되어 있었기 때문에 다음 플로어로 올라가는 길은 지루할 정도로 편안했다.

길은 편했지만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속도를 올렸고, 그런 이유로 빠르게 보스룸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보스룸 앞에 이르자.

[마신의 방으로 들어가시겠습니까?]

[승인 / 거절]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민성은 승인을 터치했고, 이호성은 약속대로 거절을 터치했다.

그러자 시스템 메시지가 또 다시 나타났다.

[파티원이 함께 들어가지 않으면 마신의 방에 입장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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