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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177화 (177/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177화>

민성은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무기.

‘+7 마인의 듀랑달’을 내려다보았다.

손잡이부터 검신까지 모두 핏빛을 머금은 무기였다.

마인의 무기인 만큼 손끝을 타고 이질감이 퍼지긴 했지만, 마기를 주입시켜 보자 거대한 힘이 검에서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이 꿈틀거렸다.

추측컨대 템이 좋으면 적은 힘으로도 큰 힘을 낼 수 있을 듯했다.

템에 의존하는 건 별로 취미에 없던 일이었지만, 놈이 보여 준 그 영상 속에서 본 놈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무구를 구하는 것이 불가피할 듯했다.

‘끝이 없군, 정말.’

민성은 불쾌감이 번진 얼굴로, 듀랑달을 들고 마인을 찾아 나섰다.

바가지와 쏠이 민성을 바로 뒤따랐지만, 이호성은 민성이 바닥에 버린 오리하르콘 단검을 주워 이 무기의 스탯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스탯을 확인하자마자 이호성은 마치 혐오스러운 것을 발견한 것처럼 확 일그러졌다.

‘이때까지 이 말도 안 되게 썩어 빠진 무기로 싸워 왔다는 건가?’

그동안 체감하지 못했다.

강민성은 워낙 강하니까, 아이템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썩은 무기를 가지고도 그 정도의 파괴력을 보였다니…….

이호성은 시선을 들었다.

“뭐 해?”

민성이 이호성을 돌아보며 눈빛을 쏘았다.

“아……! 죄송합니다.”

이호성은 뒤늦게 허겁지겁 뛰었다.

그러면서 민성이 손에 쥔 핏빛의 ‘+7마인의 듀랑달’을 보았다.

저걸 저 인간이 들면…… 대체 얼마나 데미지가 세다는 거야?

이호성으로서는 도저히 그 수준과 깊이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 * *

키에에에에에엑!

마치 원한이 깊은 귀신만큼이나 소름 끼치게 긴 비명을 지르며 마인 한 마리가 소멸했다.

언데드화시키려고 뛰어왔던 바가지가 그걸 보고 아쉬워했지만 곧장 다음 기회를 기다렸다.

민성은 이미 다음 마인을 향해 새로 손에 들게 된 무기 듀랑달을 휘두르고 있었다.

퍼어어어어어억!

팔 한 짝이 허공을 날아 바닥에 철퍽 떨어져 내렸다.

팔을 잃은 마인이 피처럼 붉은 눈으로 민성을 노려보며 비틀비틀 뒷걸음질 쳤다.

민성의 무정한 눈이 마인에게 향하며, 듀랑달의 긴 검신이 마인의 가슴을 관통했다.

가슴을 뚫고, 등 뒤로 나온 듀랑달의 피 묻은 검이 금빛 조명을 받아 피를 머금은 채로, 번들거리듯 빛났다.

민성이 검을 뽑아내자.

촤아아아아악!

마인이 피를 흩뿌리며, 무릎을 꿇었다.

인류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마계의 영장류, 마인.

그런 마인들조차 민성의 앞에서는 너무도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민성에게 모순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까다롭고, 가장 거슬리는 상대이기도 했다.

하나의 인간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넘쳐 나는 개체수를 제한된 시간 안에 박멸시키는 건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어려운 일이라고는 해도, 민성은 1분 1초라도 빨리 그 시간을 단축시켜, 하나의 식당과 한 명의 이름 모를 요리사라도 더 지키고 싶었다.

민성은 바가지가 언데드화 흑마법을 걸고 있는 바가지를 뒤로하고, 마인의 피로 물든 듀랑달을 들고 마인을 찾기 위해 움직였다.

이동을 하면서 민성은 자신의 새로운 무기인 듀랑달을 흘깃 보았다.

확실히 성능이 좋은 무기를 들자, 한결 공격이 편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기에는 분명히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왜 일반 헌터들이 무기에 목숨을 거는지, 지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마인을 죽이는 데는 ‘오리하르콘 단검’으로 충분했지만, 한 단계 위의 세상.

그 앞을 위해서는 아이템에 적응해 나갈 필요가 있었다.

인간이 아닌, 설령 신이라도.

자신의 영역을 무너트리려 한다면, 민성은 맞설 생각이었다.

촤아아아아악!

마인 한 마리가 피를 뿌리며 뒤로 나동그라졌다.

민성은 마인의 가슴을 발로 밟으면서, 마인의 목에 듀랑달을 찔러 넣었다.

듀랑달은 마인의 목을 뚫고 벽돌로 된 바닥까지 깊숙이 뚫고 들어갔다.

잠시 감전된 것처럼 거세게 버둥거리던 마인이 바닥에 누운 채로 축 늘어졌다.

이내 마인이 액체처럼 녹아내리고 마치 바람에 날리는 모래처럼 사라지면서 아이템을 떨어트렸다.

저 멀리 있었다고 생각했던 황금 고블린 ‘쏠’이 달려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아이템을 황금 주머니에 쓸어 담아 넣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처리될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민성은 아이템을 다 챙기고, 귀를 쫑긋 세우며 눈을 깜박이며 자신을 보고 있는 쏠의 머리를 한 차례 쓰다듬어 주었다.

그 뒤에 피가 뚝뚝 떨어지는 듀랑달을 들고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 다음 플로어가는 출입문을 응시했다.

파아아아앙!

마법 자물쇠가 파괴되며 다음 플로어로 가는 문이 열렸다.

“쏠. 이호성과 바가지를 이쪽으로 데려와라.”

민성의 명령에 쏠이 황금빛 잔상을 남기며 엄청난 속도로 사라졌다.

쏠이 이호성과 바가지를 찾으러 갔을 때, 처음 마탑에 들어오기 전에 들었던 종소리가 났다.

종소리는 총 11번.

민성은 어금니를 깨물었다.

김지유의 추측은 아마도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종이 울리는 간격의 규칙은 알 수 없었지만, 종이 울리는 것이, 시작을 앞두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그리고 그건 시간이 없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하는 일이었다.

친절하기도 하지.

민성은 쓴웃음을 흘리며, 마탑의 다음 플로어를 향한 계단을 밟았다.

* * *

김지유와 중앙 헌터 기관의 헌터들은 마인의 탑을 경이롭다는 듯 바라보았다.

마인의 탑 플로어에 불이 밝는 속도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두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마치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체감상 플로어의 불빛이 밝는 속도는 눈부시게 빨랐다.

“처음부터 했던 얘기지만. 봐도 봐도, 정말 대단하네요…….”

중앙 기관 간부 헌터 한 명이 마탑을 보며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그의 말에 김지유를 비롯해, 중앙 헌터 기관의 헌터들은 모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강민성 헌터님이 있기에, 우리 한국은 적어도 피해 없이 안전하게 지켜 낼 수 있을 듯합니다.”

간부 헌터가 밝은 얼굴로 말했다.

주변의 중앙 기관 헌터들의 표정도 편안했다.

하지만 김지유만큼은 표정이 밝지 못했다.

“끝까지 긴장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김지유의 말에, 간부와 헌터들이 표정을 고쳤다.

그녀가 마인의 탑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한국은 문제가 없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타국에서 마인들이 나오기 시작한다면, 그리고 마법 방어벽이 빠르게 부서진다면, 도시가 무너지는 속도 역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일 겁니다.”

김지유의 말에 헌터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다시금 인지했다.

“3차 방어선 구축은 어느 정도까지 진행되고 있나요?”

김지유가 물었다.

“잠시만요.”

김지유와 가까이 있던 간부 헌터가 휴대폰을 통해 상황을 체크했다.

“약 70퍼센트 정도입니다.”

간부 헌터가 말했다.

“만약 시간이 남는다면, 3차 방어선 공사가 끝이 아닙니다. 타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오는 구간에서 최대한 시간을 끌 수 있어야 해요.”

김지유의 말에 간부 헌터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인부들이 상당히 지쳐 있는 데다가, 사실 외곽 쪽으로 나가는 건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일이라. 인부들이 쉽사리 3차 방어선에서 벗어나지 않을 겁니다. 일정이 워낙 타이트해서, 지금까지도 불만이 상당히 많았고요.”

김지유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간부 헌터를 직시했다.

“협상을 하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목숨을 걸 만큼의 보수를 걸고,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을 보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간부 헌터가 전화기를 들고, 통화를 위해 바깥쪽으로 빠졌다.

그사이 김지유는 마인의 탑을 응시하면서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분명 강민성이 마인의 탑 플로어를 뚫어 내는 속도는 경이로울 정도였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찜찜한 기분이 명치 부근에 머물러 있었다.

마치……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결여된 느낌과 막연한 위화감이 등 뒤를 서늘하게 만들고 있었다.

부정하고 싶은 감각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느낌은 점점 더 진해지고 있었다.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쾌하고도 두려운, 끈적끈적한 예감이었다.

* * *

고층 플로어로 올라오자 예상했던 대로 마인의 수가 늘었다.

하지만 마인의 수가 늘었다고 해서, 변수가 생기는 건 아니었다.

특성 마인의 수는 고작해야 2마리에 불과했다.

그리고 바가지가 총 10마리의 마인을 부릴 수 있게 되면서, 바가지는 10마리의 운용 가능한 마인을 이호성을 커버하는 데 신경을 쓰며 전투에 임했다.

때문에 안정적으로, 빠른 속도로 플로어 클리어가 가능했다.

민성이 약 50여 마리의 마인 시체를 통해 쌓은 피바다를 등 뒤로 한 채, 벽에 등을 대고 공포로 바들바들 떨고 있는 마지막 마인을 향해 듀랑달을 내질렀다.

콰르르릉!

듀랑달이 천둥소리를 내며 마인의 몸을 마치 분해하듯 폭발시켰다.

민성은 덤덤한 표정으로 돌아서서, 핏물로 흥건한 바닥을 첨벙첨벙 밟으며 되돌아왔다.

“바가지, 왜 마인이 10마리에서 더 늘어나지가 않는 거야?”

민성이 바가지를 보며 물었다.

바가지는 기죽은 듯 커다란 머리가 아래로 축 처졌다.

“아마도 10마리가 한계인 듯해요…….”

민성은 마인의 피로 물든 바닥을 한 번 돌아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레벨에 네가 컨트롤 가능한 마인의 수가 10마리가 한계인 거겠지.”

바가지가 괴로운 듯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바가지.”

민성의 부름에 바가지가 면목 없다는 듯 자신 없는 태도로 머리를 들어 민성을 올려다보았다.

“언데드 마인 6마리를 소환해라.”

“네에!”

민성의 명령에 바가지가 흑마법을 영창했다.

그러자 6마리의 마인이 동시에 종이 가르듯 허공을 가르며 바닥에 섰다.

6마리의 마인들은 마치 복제된 인조인간처럼 일렬로 서서 미동 없이 허공을 보며 서 있었다.

바가지의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언데드였기 때문에 당연한 반응이었다.

“뒤로 물러서라.”

민성이 말했다.

이호성과 바가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공간이 충분하도록 만들어 주었다.

그러자 민성의 눈이 하얗게 번쩍이면서 듀랑달이 ‘콰르르릉!’ 천둥소리를 내며 거대한 마기의 힘이 바가지가 소환한 6마리의 마인 언데드를 베었다.

언데드 마인들은 명령을 받지 않아 무방비 상태였다.

게다가 민성의 마기에는 상당히 높은 출력이 담겨 있었기 때문에 그대로 몸이 잘리면서 이내 흔적도 없이 소멸해 버리고 말았다.

그 광경을 보고 바가지의 머리 위로 황금색 물음표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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