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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169화 (169/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169화>

“크르르……!”

이호성이 마치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며 경계가 가득한 눈으로 민성과 바가지, 그리고 특성 마인인 샤먼을 번갈아 보며 침을 흘렸다.

버서커가 된 이호성의 시야에 선두 타깃으로 잡힌 건 특성 마인 ‘샤먼’이었다.

이호성이 손에 쥔 데스나이트의 검에서 푸른 오러가 붉은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없었던 모습이었다.

그렇다는 건, 이호성의 버서커 능력이 일정 수준을 넘어 진화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호성은 버서커 상태에서도 피해 데미지와 전술 대련 경험치를 얻었고, 그로 인해 성장할 수 있었다.

그것도 일주일 사이에.

일반 상태보다, 버서커 상태에서 그 성장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에 이호성은 민성과의 대련으로 꽤 높은 수준에 이를 수 있었다.

그건 일반 상태에서 쌓은 삼천교의 무공 능력은 버서커 능력에도 발휘가 된 것이 주요 요인이기도 했다.

“크으으으……!”

이호성이 특성 마인 샤먼을 노려보며 자세를 낮추었다.

그리고 이내.

이호성이 눈부신 속도로 자세를 낮추며 달렸다.

처음 잡은 타깃인 만큼, 이호성은 바가지가 소환한 샤먼 마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호성의 묵직한 데스나이트 검이, 마치 깃털처럼 가볍게, 쾌속으로 날아가 샤먼 마인에게 향했다.

바가지가 흑마법을 이용해, 이호성의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를 늦추었다.

빨랐던 이호성의 움직임이 둔화되기 시작했고, 그사이 샤먼 마인의 마법 능력이 이호성을 노리고 펼쳐졌다.

검은 망령 다섯 개가 버서커가 된 이호성의 몸에 달라붙었다.

끈적끈적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검은 망령에 의해 이호성은 제자리에서 한 걸음도 떼지 못하고, 마치 껌에 달라붙은 개미처럼 버둥거렸다.

“크으으으…… 크으으아아아!”

이호성이 괴성을 지르며 전신에서 오러를 폭발시켰다.

샤먼 마인이 쏘아 보낸 검은 망령이 터지면서 파장의 바람이 사방으로 번졌다.

바가지는 놀란 눈으로 이호성을 보았다.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검은 망령 때문에 제대로 된 공격도 못 했던 이호성이었다.

하지만 검은 망령을 오러의 폭발로 터트린 것은 그 자체로 성장했음을 단적으로 증명해 낸 것이기도 했다.

폭발 능력으로 검은 망령을 떼어 낸 이호성이 마인을 향해 다시 뛰었다.

전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

거리를 좁혔고, 이내 이호성이 데스나이트의 검을 휘둘렀다.

데스나이트의 검과 마인의 팔이 충돌했다.

데스나이트의 검이 가진 특성, ‘헬 파이어’가 발동됐다.

콰아아아아아앙!

샤먼 마인의 팔이 절반가량 잘리고, 폭발로 인해 검게 그을렸다.

샤먼 마인이 움찔거리며 뒷걸음질 칠 때, 이호성의 연속 공격이 연계되었다.

사방에서 헬 파이어 폭발이 터지며, 버서커가 된 이호성의 총공격이 연거푸 쏟아졌다.

샤먼 마인은 폭렬적으로 몰아쳐 오는 이호성의 공격을 양팔로 막으며 빠르게 뒷걸음질 쳤다.

그사이 샤먼 마인이 소멸될까 염려한 바가지가 등에 매고 있던 완드 지팡이를 들고 그림자 보드를 타며 이호성에게 빠르게 접근했다.

바가지는 흑마법으로 마법 데미지를 막는 검은 방어막을 두르며, 이호성의 검에 의해 폭발하는 헬 파이어의 불꽃 사이로 진입했다.

바가지가 검은 눈을 일렁이면서 검은 마력이 깃든 작은 완드 지팡이로 이호성의 다리를 툭! 때렸다.

기본적으로 스탯상 힘이 높았기 때문에 물리 공격력이 절대 약하지 않았다.

이호성은 예상치 못했던 바가지의 가담으로, 갑작스러운 물리 데미지에 의해 몸이 휘청거렸다.

공격이 멈춘 그때, 샤먼의 단단하고 강한 손톱이 틈을 놓치지 않고 이호성의 가슴을 할퀴었다.

가드가 풀린 탓에, 공격 찬스를 내어 준 이호성.

그는 피를 흩뿌리며 날아가 바닥을 뒹굴었다.

“크으으어어어어어!”

이호성은 고통인지 분노인지 모를 음성을 토해 내면서, 격렬하게 몸을 떨었다.

그리고 좀비처럼 일어나 곧바로 쓰러진 몸을 일으키는 것과 동시에, 데스나이트의 검을 휘둘렀다.

굵직한 검기가 허공에 헬 파이어의 폭발을 일으키며 시야를 방해하면서 마인과 바가지를 향해 분리되어 날아갔다.

이호성의 검기가 바가지의 방어막과 마인의 몸을 건드렸다.

헌터 수련장은 마법 장치로 보호되어 있는 공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닥이 쿠르르! 울렸다.

허공에서 터진 폭발에 의해, 주변에 화염의 파장이 남았다.

불꽃의 폭발이 남아 있는 가운데, 이호성이 공중에서 그 화염의 불꽃을 직접 몸으로 뚫고 나타났다.

이호성이 공중에서 샤먼 마인을 향해 자신의 머리 위로 치켜든 데스나이트의 검을 내리긋기 직전.

샤먼 마인이 손톱에 날을 세워 팔을 뒤로 당겼고, 바가지도 마법 캐스팅을 준비했다.

크로스 카운터에 가까운 타이밍을 앞둔 바로 그때-

“그만.”

민성이 명령을 내렸다.

바가지는 황급히 샤먼 마인의 소환을 해제했고, 바가지 자신 역시 캐스팅을 멈추었다.

샤먼 마인이 사라지자 이호성이 손에 쥔 데스나이트의 검이 길을 잃고 바닥을 찍었다.

콰아아아아아앙-!

헬 파이어의 폭발.

바닥에서 불꽃의 화염이 퍼짐과 동시에 이호성의 버서커 시간이 종료되었다.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 이호성은 의식을 잃고 바닥에 철퍽 엎어졌다.

민성은 저 멀리 치워 둔 의자를 이기어검술의 기초라 할 수 있는 허공섭물의 능력으로 끌어당겼다.

의자가 주르륵 바닥을 긁으며 민성의 앞에 도착했다.

민성은 손을 휘둘러, 허공에 흩날리는 불꽃의 여파를 순식간에 꺼트려 버린 후, 의자에 앉았다.

바가지는 조용히 손에 쥔 완드를 등에 다시 매고, 탁탁 뛰어 민성의 발아래에 서서 자신의 주인을 올려다보았다.

뭐 시킬 일 없냐는 눈빛이었다.

민성은 바가지의 시선을 무시하고 템창에서 삼천교의 무공 비급서를 꺼내 다시 읽었다.

다시 읽어 봐도, 좀처럼 더 이상 체크할 만한 부분은 보이지 않았다.

이호성은 분명 삼천교 비급서에 나와 있는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며 수련을 하고 대련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성은 이호성의 발전 속도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느린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빠르지도 않다.

이대로는 위험하다고 판단.

민성은 쓰러져 있는 이호성을 보며 미간을 구겼다.

“바가지.”

“네, 주인님.”

“여기에 남아서 이호성의 폐관 수련을 도와라.”

“네. 알겠어요, 주인님!”

바가지가 든든해 보이게 외쳤다.

“고맙다.”

“네? 뭐가요?”

“그냥 여러 가지로.”

바가지가 칵칵 웃으며 민성의 다리에 민둥민둥한 머리를 비볐다.

* * *

민성의 폭탄 발언이 전 세계로 퍼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종말을 실감하지 못했다.

규칙적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은 자신의 규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한국의 한강에는 운동을 하기 위해 러닝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신의 생활을 이어 가고 있었다.

어쩌면 회피하고 싶은 본능일지도 몰랐고, 또는 인류의 위기가 삶의 패턴에 영향을 끼치지 못했던 것도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운동복 차림으로 러닝을 하던 사람들은 서서히 안개가 끼는 걸 보고 잠깐 이상하게 생각하며 운동을 계속했다.

그러던 차, 안개가 점점 심해지기 시작하는 걸 보고 사람들이 당황해하며 뛰던 속도를 멈췄다.

산책을 하던 사람도 걷는 속도를 줄이며 주변을 훑어보았고, 한강의 운동 기구로 운동을 하던 사람들도 안개가 심하게 끼는 걸 이상하게 여겼다.

안개가 점점 더 짙어졌다.

마치 드라이 아이스(Dry ice) 연기처럼 진한 안개였다.

이내 주변 시야를 파악하는 게 거의 불가능할 정도가 되자, 사람들은 공포를 느꼈다.

이 현상은 현 시점,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현상이었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은 안개 속에서 보았다.

안개 사이로,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마인의 탑을.

* * *

장시아가 놀란 얼굴로 TV를 향해 손을 가리켰다.

그녀의 뒤에서 뒤늦게 TV를 보게 된 민성의 전담 셰프 장웅의 얼굴이 이내 굳어졌다.

장웅은 곧장 마당으로 가서 나무를 보고 있는 민성의 등을 보며 입을 열었다.

“헌터님.”

장웅이 민성을 나직이 불렀다.

민성이 천천히 돌아보았다.

“이걸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장웅이 긴장으로 굳어진 채 말했다.

민성은 정원 마당에서 거실 안으로 들어와, 장웅과 장시아와 함께 TV를 보았다.

TV에서는 드론이 촬영 중인 마인의 탑을 방송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민성은 고개를 살짝 삐딱하게 꺾으며 TV를 응시했다.

마인의 탑은 서울의 마포대교 위에 나타나 있었다.

긴급 대피 명령이 떨어져, 현 지역을 벗어나기 위한 차량이 도로에 줄을 짓는 모습이 보였다.

뉴스에서는 현 인근 지역을 군사 기밀 지역으로 지정할 것이며, 당장 대피하여 사전 숙지된 안전지대로 이동할 것을 자막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화면이 마치 바둑판처럼 변하며 각각 다른, 수십 개의 영상이 화면에 가득 채워졌다.

그건 총 72개로써, 72개의 탑이 전 세계에 나타났음을 알려 주고 있었다.

- 아직 방어선 구축이 20퍼센트밖에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민성 헌터가 예고한 대로 전 세계에 탑이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이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입니다.

해당 사안에 대해 당국은…….

장웅이 마른침을 삼키며 민성을 돌아보았다.

“헌터님, 호성 군을 불러올까요?”

장웅이 민성을 보며 물었다.

TV를 빤히 보던 민성은 고개를 저었다.

“내버려 둬.”

“……알겠습니다.”

“잠깐 나갔다 올 거야. 함부로 이동하지 말고, 현 위치에서 쉬고 있도록.”

민성이 그렇게 말하고 현관문 쪽으로 이동했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장웅이 민성을 향해 90도로 인사했다.

민성은 현관문 밖으로 나섰다.

뚝뚝 비가 떨어지고 있었다.

민성은 그 비를 맞으며 마당을 지나 집 밖으로 나왔다.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하늘을 올려다보자 어느새 먹구름이 가득했다.

점차 굵어지기 시작한 빗방울은 어느새 소나기처럼 퍼붓듯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민성이 지면을 밟자.

쿠우웅-

바닥이 넘실거리며 울렁였고, 이내 민성은 그 자리에서 마치 사라진 것처럼 보일 정도로 빠르게 도약했다.

민성이 떠난 뒤, 장웅은 장시아와 함께 우산을 쓰고 집 밖으로 나왔다.

장웅과 장시아는 민성이 땅을 밟은 자국을 보았다.

주변 바닥에 금이 가 있었다.

민성이 도약을 위해 밟은 지점은 움푹 패여 있었다.

장시아는 놀란 눈으로 비가 떨어지는 바닥을 보았고, 장웅은 민성이 떠났을 방향을 바라보았다.

분명 민성에 의해 예상했던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불안과 두려움에서 기인된 감정이, 마치 쏟아지는 지금의 빗줄기만큼이나 빠르고 강하게 연약한 마음을 두드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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