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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168화 (168/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168화>

* * *

민성은 천천히 일어서서 홀에 있는 기자들과 셀럽들, 그리고 카메라를 훑었다.

이어 그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우는 사람이 많았다.

공포에 떨며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들도 있었으며.

이 순간에도 기자의 본연의 일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소중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노트북을 버리고 떠나는 사람들도 있었다.

민성은 꽤 오랫동안 그들을 지켜보았다.

많은 감정이 담긴 시선들이 쏟아져 온다.

민성은 이내 몸을 돌려 무대를 나가기 위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적막한 공간에 민성의 발소리가 울렸다.

그런 그때.

짝, 짝…… 짝짝.

소리가 났다.

민성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짝짝짝짝짝!

박수 소리가 크게 울렸다.

“……?”

민성은 의아한 눈길로 그들을 훑었다.

홀에 모인 기자들과 초대 셀럽들이 모두 눈물이 번진 얼굴로 자신을 향해 박수를 치고 있었다.

시선을 돌리자, 사회를 맡은 사회자도 마스카라가 번질 정도로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이상한 기분이다.

무디고, 또 무뎌졌던 감정에 아주 조금이지만 균열이 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순간.

- 밥 굶지 말고 다녀.

어째서인지 처음 현세로 돌아왔을 때 보았던 할머니의 쪽지 마지막에 적혀 있던 글귀가 떠올랐다.

100년 동안 마계에 있으면서 감정이라는 건 퇴화한 줄로만 알았는데.

심장 쪽으로 시큰한 통증 같은 것이 올라왔다.

민성은 어금니를 깨물고 미간을 구겼다.

낯선 감각이다.

민성은 자신의 심장 부근을 잠깐 내려다보았다.

심장 박동이 느껴진다.

민성은 쓴웃음을 짧게 짓고 시선을 들었다.

손이 아플 정도로, 끊임없이 박수를 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민성은 그들을 지켜보다가 말없이 돌아서서 무대 밖으로 나갔다.

* * *

민성이 무대 밖으로 퇴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박수는 10분이 다 되어 가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었다.

공부를 늦게 마친 장시아를 태워 오느라 늦게 도착한 장웅과 장시아가 이호성의 옆에 있었다.

장시아는 훌쩍이면서 손등으로 눈가의 눈물을 닦아 내고 있었고, 장웅은 선망하는 눈길로 민성이 퇴장한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반면 이호성은 팔짱을 낀 채 무대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셰프님, 헌터님 뭔가 좀 변한 것 같지 않아요? 이상하게 그런 느낌이 드네. 사람은 잘 안 변할 텐데. 왜 그러지? 아까 옥상에서도 그렇고. 분명 피도 눈물도 없는 양반인데.”

장웅은 여전히 무대를 본 채로, 미소 지었다.

“조금씩 굳어 있던 마음이 열리고 있는 거겠지. 그리고.”

장웅이 미소 지은 채 옆에 서 있는 이호성을 돌아보았다.

“그가 변한 게 아니야.”

장웅이 말했다.

“네?”

“변한 게 아니라…….”

장웅이 무대 쪽을 보며 말을 이었다.

“저것이 바로 헌터님 본래의 모습인 거야.”

이호성은 장웅이 보고 있는 무대 쪽을 빤히 응시하다가 민성을 떠올리며 웃었다.

“에이, 설마요.”

이호성의 말에 장웅은 그저 허허 웃었다가, 뒤늦게 울고 있는 장시아를 발견하고 손녀를 다독여 주었다.

이호성은 울고 있는 장시아를 빼꼼 내다보았다가.

“야, 장시아.”

그녀의 이름을 강하게 불렀다.

장시아가 눈물을 훔치며, 이호성을 뾰족하게 쳐다보았다.

이호성은 빙긋 웃으면서 장시아 앞에 섰다.

“걱정하지 마라.”

“……?”

“넌 내가 지켜 줄 거니까.”

이호성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장시아는 커다란 눈이 살짝 흔들렸다.

얼굴이 붉어진 그녀는 이내 콧방귀를 뀌며 이호성의 급소를 무릎으로 찍었다.

퍽!

“웃겨! 변태 아저씨 주제에.”

장시아는 후다닥 자리를 벗어나 어디론가 도망가 버리고 말았다.

“어억……!”

이호성은 하체의 소중한 위치를 붙잡고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엎드려 몸을 떨었다.

장웅은 자신의 손녀딸이 달려간 방향을 보며 한숨 쉬었다가 이호성의 꼬리뼈 쪽을 두드려 주었다.

“괘, 괜찮나?”

이호성이 엎드린 채로 흐느끼듯 몸을 떨었다.

“……터진 것 같아요.”

장웅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정말인가?”

“히, 힐러를 찾아 주세요. 없으면 구급차라도…….”

“미안하네. 내 손녀딸이 워낙 부끄러움이 많…….”

“힐러! 구급차!”

이호성이 부들부들 떨면서 빽 소리를 질렀다.

* * *

민성의 인터뷰가 전파를 타자마자 전 세계가 격동했다.

거리에 인류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음유 시인들이 나타났으며, 각종 종교에 사람이 몰렸다.

마인을 두려워하는 글이 인터넷에 무더기로 올라왔으며 전 세계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여 충격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의식은 빠르게 변화했다.

그들은 일을 줄였고, 사람을 만났으며, 취미에 집중했다.

꿈을 포기했던 자들이 다시 꿈을 이루기 위해 움직였다.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모든 걸 손에서 놓고 여행을 떠났다.

때아닌 여행사의 호황이 시작되고 있었다.

* * *

“헉……. 헉……! 헉!”

이호성은 민성을 보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당장 숨이 넘어갈 듯 헐떡이는 이호성과 달리 민성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고고하게 서 있었다.

중앙 기관에서 설치한 헌터 훈련소에서 이호성은 민성과 함께 훈련을 시작한 지 이제 딱 ‘일주일’이 되었다.

그리고 그 일주일 동안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던전과 탑이 없는 상황에서 레벨을 올리고 성장을 해야 했다.

게다가 맞을수록, 고통을 받을수록 성장할 수 있다는 패시브를 갖고 있는 이호성은 삼천교의 무공을 수련하면서 민성에게 일주일 동안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처참한 물리적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머리에서 피가 흘렀고, 온몸에 멍이 들어 있었다.

민성은 목검을 들고 있었는데, 이호성이 보기에 도저히 저것은 목검처럼 보이지 않았다.

민성이 때릴 때면, 저 목검은 마치 전설급 곤봉으로 후려치는 것만 같이 아팠다.

저 인간은 분명 대충 잡초를 뽑아 들어도 그걸로 바위 정도는 두부 자르듯 잘라 낼 수 있을 것이다.

……빌어먹을.

분명 레벨이 오르고 있긴 한데, 너무 고통스럽다.

차라리 버서커 상태로 변하고 싶을 정도로, 오롯하게 서 있는 민성은 거대한 벽처럼 느껴졌다.

마치 어린아이인 자신이 높고 단단한 콘크리트 벽과 싸우는 것만 같았다.

민성이 목검을 까딱이며 들어오라고 지시했다.

이호성은 한숨을 내쉬곤, 어금니를 깨물며 다시 달려들었다.

데스나이트의 검에 맺힌 오러가 한결 더 강하게 빛을 발했다.

“싸울 의지를 버렸군.”

민성의 눈이 차갑게 식었다.

이호성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는다.

‘진짜 무섭다고!’

퍼억-!

“억…….”

민성의 목검이 이호성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묵직한 소리가 났고, 이호성은 그대로 허공을 날아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쿨럭……!”

쓰러진 이호성의 입 밖으로 피가 한 움쿰 뿜어져 나왔다.

[데미지 발생.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저 인간, 일부러 버서커 상태가 되지 않는 한 가장 큰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 때렸어.

‘이 악마…….’

“포기하지 마라. 포기하는 순간 끝이다. 일어서. 마인에게 죽고 싶나?”

“젠장…….”

이호성은 피가 잔뜩 섞인 침을 바닥에 툭 뱉곤, 검을 바닥에 찍으며 일어섰다.

“이렇게 수련하고, 대련하고 레벨을 올리면 마인을 잡을 수 있는 겁니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네가 한 만큼에 달렸지.”

민성이 목검을 어깨에 걸치며 말했다.

이호성은 눈을 지그시 감고 긴 숨을 뱉었다.

저 ‘한 만큼’이라는 말은 ‘강해졌다’라는 결과도 포함된 내용일 것이다.

사실 민성의 말대로 이호성은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일주일 동안 고문에 가까운 대련을 계속했으니, 지칠 만도 했던 것이다.

하지만 민성은 매일같이 노력하고 한계를 넘어서라는 걸 대련으로 말하고 있었다.

노력하지 않는다면 ‘마인’에게 죽는 건 기정사실이나 다름없겠지.

민성은 그토록이나 강했음에도, 입버릇처럼 마인은 위험하다고 말했으니까.

하지만 힘들어질 때면 늘 그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노력해도 어차피, 마인에게 허무하게 죽는 건 아닐까? 하고.

마인이라는 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니까.

마탑이 겨우 테스트에 불과한 수준이라면, 본 게임이 시작된다면 분명 버틸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인지 그런 심정이 수시로 유혹처럼 찾아왔다.

그리고 그런 감정이 조금이나마 가슴에 남아 있을 때면 여지없이 민성의 검이 귀신처럼 날아왔다.

바로 지금처럼.

퍽! 퍽! 퍼억……!

“크윽!”

민성의 목검이 3연타로 이호성의 몸을 쳤다.

이호성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검을 놓치며 철퍽 무릎을 꿇었다.

[데미지 발생.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이런 식으로는 단순히 얻어맞는 걸로만 성장하는 것 같잖아.

“집중이 되지 않습니다. 패시브 쿨타임 돌아왔어요.”

이호성의 말에 민성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를 본 이호성이 이를 악물었다.

‘마인 전쟁? X발, 내가 죽을 것 같아? 난 절대 안 죽어. 살아서 꼭 결혼할 거라고!’

애도 낳고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 거다.

강해져야 돼.

이호성은 검을 양손으로 역수로 잡았다.

그리고.

이호성은 자신의 배에 검을 찔러 넣었다.

푸욱!

“쿨럭……!”

의식이 흐릿해지면서, 동공이 풀렸다.

버서커로의 진화가 시작된 것이다.

민성은 이호성이 버서커로 진화하는 걸 느긋하게 지켜보았다.

그리고 버서커 상태가 완료되었을 때, 주머니를 톡톡 두드렸다.

“바가지, 나와.”

민성의 부름에, 주머니 안에 들어가 있던 바가지가 꾸물거리며 나와 풀쩍 뛰어 바닥에 탁 착지했다.

“하암-.”

손으로 입을 가리며 하품한 바가지가 버서커가 된 이호성을 보며 눈을 검게 일렁였다.

그러자 바가지의 언데드인 특성 마인이 소환되었다.

특성 마인 샤먼.

검은 인간형 몸체에 수많은 마계어 글자가 빛을 내며 번쩍였다.

바가지는 자신의 소환수를 자랑스럽게 보며 통제를 시작했다.

샤먼 마인은 바가지와 의식의 일부가 연결되어 있었다.

때문에, 저 혼자 폭주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어 이호성을 위험하게 하지 않을 정도의 대련이 가능했다.

그건 곧, 바가지가 일정 수준 이상 성장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얻어맞아야 경험치가 오르고 레벨이 오르는 이호성과 달리, 바가지는 단순히 시간이 흐르는 것만으로도 보이지 않는 성장이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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