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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165화 (165/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165화>

* * *

강민성이 모든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헌터 마스터 에단의 주변으로 월드 헌터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에단 앞에서 먼저 한숨부터 쉬었다.

그리고 잠시 후, 월드 헌터들이 하나둘 입을 열었다.

“분명 진정제 제조서와 물량으로 거래를 해 올 게 틀림없는데, 대체 얼마를 들이밀지 좀처럼 감이 오질 않습니다.”

“목숨을 가지고 거래를 해 오는 거라면 언론 플레이로 강민성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쪽은 어떨까요?”

“그거 괜찮은데요? 영웅화되고 있는 강민성을 여론으로 흔들면 충분히 가능성이…….”

에단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월드 헌터들을 훑었다.

그러자 월드 헌터들은 에단의 눈빛에 기가 죽었다.

“저자가 그따위 여론 조작에 휘말릴 것 같소? 정말 놈의 성격을 몰라서 하는 말이오?”

월드 헌터들이 합죽이가 되었다.

“우리가 흔들었다는 걸 눈치 채는 그 즉시 우리 씨를 말려 버릴 텐데. 감당할 자신 없을 텐데.”

“…….”

월드 헌터들이 에단의 시선을 피했다.

에단은 크게 한숨 쉬고는 각종 셀럽들로부터 둘러싸여 칭송을 받고 있는 민성을 보며 눈살을 구겼다.

“오늘 저자가 부작용을 막는 진정제로 얼마를 제시할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은 놈의 조건에 장단을 맞춰 줘야 할 거요.”

에단의 말에 월드 헌터들이 끔찍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월드 헌터들이 연거푸 술을 들이켜 마셨다.

* * *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남자로서의 구실(?)을 못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이에요?”

현직 빅토리아 속옷 모델 중 최고의 모델이 민성의 위아래를 훑으며 말했다.

말은 조롱조로 했지만, 은근한 유혹이었다.

그녀는 뇌쇄적인 눈빛을 보내고 있었고, 살짝 비틀고 있는 자세에서 가슴과 골반의 각도가 섹시미를 풀풀 풍겨 내고 있었다.

민성은 스트레이트 잔에 담긴 최고급 싱글 몰트를 마시며 그 모델을 빤히 보았다.

눈빛이 마주치자 그녀는 발그레 붉어진 얼굴로 새하얀 건치가 보이도록 큰 입으로 미소를 지었다.

남자라면, 영혼이라도 내어 주고 싶을 정도로 완벽한 미소였지만 민성은 덤덤하게,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가 귀에 귓속말을 전했다.

“스타킹이 나갔어. 흥분한 건 알겠는데, 찢으려면 침대에서 찢었어야지. 냉수 한 잔 하고 그 흥분 좀 가라앉혀.”

민성은 빅토리아 모델의 어깨를 툭 두드리고 시계를 보며 이동하면서 직원 한 명을 불렀다.

“월드 헌터 미팅은 어디서 하나?”

민성이 물었다.

“12층입니다. 엘리베이터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직원이 친절히 말하며 안내했다.

민성이 직원을 뒤따르자, 각자 대화를 나누고 있던 셀럽들이 민성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 사이에서 빅토리아 모델은 빨갛게 붉어진 얼굴로 멀어지는 민성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 * *

월드 헌터들이 모두 착석해 있다.

VVIP 미팅 회의실의 상석은 비어 있었다.

민성의 자리였다.

월드 헌터들은 고요한 침묵 속에서 약속 시간에 민성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째각째깍-

분명 본래 7시가 예정된 약속 시간이었다.

하지만 5분, 10분, 15분…….

이윽고 30분이 흘렀지만 강민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월드 헌터들은 하나같이 굳은 얼굴이 되었다.

가뜩이나 초조한 상태였는데, 민성이 나타나지 않고 시간을 끌자 그들로서는 죽을 맛이었다.

목숨 줄이 걸려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1분 1초가 고통스러웠다.

“사람을 시켜 왜 안 오는 건지 한번 알아보는 것이…….”

중동의 월드 헌터가 참지 못하고 말하자 에단이 고개를 저었다.

“놈이 우리를 시험하려는 것일 수도 있소. 기다려 보도록 합시다. 이럴수록 침착하게 대응해야 하오.”

미국의 마스터 에단의 말에 에단을 제외한 월드 헌터들 모두 초조하게 손목시계를 보며 신음을 흘렸다.

* * *

민성은 한쪽에 고급 요리가 진열되어 있는 곳 앞에 있었다.

반짝이는 눈으로 벅찬 심정으로 음식들을 살폈다.

애초 민성을 월드 헌터 미팅 회의실로 안내를 맡았던 직원은 난처한 표정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민성의 근처에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그러든지 말든지 민성의 관심은 오로지 요리 테이블에만 고정되어 있었다.

불 냄새가 강하게 나는 구운 버섯들도 맛있었고, 구운 피망과 아스파라거스도 역시 맛있다.

냉면을 먹고 왔기 때문에 별로 배가 부르지 않을 음식들로 먹어 보다가 다시 식욕이 오른 민성은 현재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랍스터 치즈 버터 구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랍스터 살 위에는 치즈가 녹아 있고, 소스가 진하게 배합되어 있는 듯했다.

먹기 편하게 잘라져 있는 랍스터를 보며 민성은 꿀꺽- 침을 삼켰다.

오른손에 포크를 들고 랍스터의 두툼한 몸통을 푹 찍자, 먹기 좋게 편하게 포크에 꼽혀 나왔다.

소스가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에 민성은 랍스터를 소스에 깊이 찍은 뒤, 입에 쏙 넣었다.

랍스터의 살점이 오동통하게 씹히고, 치즈의 맛이 입에 넓게 퍼졌으며, 버터향이 콧속을 확! 장악해 왔다.

맛있다.

치즈와 버터, 그리고 소스의 조합이 기가 막혔다.

기름기가 느끼하지도 않았고, 달달했으며 소스가 가진 밝은 느낌의 호화로운 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정말 맛있는걸.

민성은 홀린 듯이 두 번째 몸통 살점을 먹었다.

내장이 포함되어 있는 부위라 내장의 달콤 쌉싸름한 맛이 너무 좋았다.

풍부한 내장의 향은 정말이지 일품이다.

민성은 랍스터를 먹으면서도 입맛을 다셨다.

새우와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새우가 입 안에서 가볍게 터지는 느낌이라면, 바닷가재는 꽉 찬 살이 팍! 하고 폭발하듯 터지는 느낌이다.

민성은 그 화려한 감각에 취하며, 약간의 기름기가 남아 있는 입안으로, 레드 와인을 마심으로써 그 기름기를 지워 냈다.

무거운 레드 와인의 붉은 액체가 혀를 진하게 휘어 감는다.

코끝으로 여운이 남아 향이 길게 퍼지듯 흩어져 나간다.

……미쳤군.

민성은 미간을 구기며 와인병을 들어 와이너리를 보았다.

프랑스산 와인.

와인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분명 대단한 와인인 것만큼은 틀림없을 거라고 민성은 생각했다.

민성은 와인의 이름을 기억한 뒤, 병을 내려놓고 물티슈로 입과 손을 닦으며 돌아섰다.

엄청난 수의 셀럽들이 자신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민성은 들고 있던 물티슈를 버리고, 옆에 서 있던 안내 직원에게 턱짓했다.

그러자 잠시 멍하니 있던 직원이 아차하며 안내를 시작했다.

민성은 그제야 그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월드 헌터들과의 미팅을 위해 이동했다.

* * *

자동문을 통과하며 민성이 월드 헌터 미팅실로 들어섰다.

민성이 등장하자 앉아 있던 월드 헌터들이 동시에 우르르 일어섰다.

월드 헌터들이 목례로 인사했지만, 민성은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으며 지나쳤다.

민성은 긴 테이블의 상석으로 가서 털썩 늘어지게 앉았다.

민성이 의자에 앉고 나서 빤히 월드 헌터들을 훑어보자, 월드 헌터들은 어찌할 줄을 모르며 눈치를 살폈다.

“그렇게 서서 얘기할 건가?”

민성이 물었다.

랭귀지 워치가 작동되고, 언어가 해석되자마자 월드 헌터들이 헛기침을 하며 모두 끙끙 앓는 표정으로 착석했다.

“…….”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모두 가시방석인 얼굴들이었고, 민성만이 편안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런 민성의 여유로움이 월드 헌터들을 훨씬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민성은 의자에 등을 깊숙이 묻은 채, 검지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며 월드 헌터들을 훑어보다가 픽 하고 엷게 웃었다.

“그러니까 꼭 그런 기분이야.”

민성이 말문을 열자, 월드 헌터들이 하나둘 민성을 보았다.

그들의 시선을 받으며 민성은 말을 이었다.

“동네 똥개들 비싼 간식 주러 온 기분.”

그 말에 몇몇 월드 헌터들은 아부 섞인 표정으로 어색하게 웃었고, 몇 명은 기분 나쁘다는 듯 굳어졌다.

미국의 마스터 에단은 표정 변화 없이 그저 테이블 만을 보고 있었다.

민성이 천천히 일어나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미국의 마스터 에단의 대각선에 위치한 테이블 가까이 앉았다.

민성은 에단을 내려다보았다.

에단은 여전히 테이블을 보고 있었지만 미묘한 표정의 변화는 있었다.

민성이 에단을 보는 눈빛이 점점 차가워졌다.

에단의 얼굴에 서서히 땀이 배여 들기 시작했고, 에단은 이내 목을 긁는 듯한 기침을 하며 두꺼운 손으로 자신의 넥타이를 살짝 풀어 헤치며 민성의 눈치를 살폈다.

“크흠…….”

에단은 민성의 눈길을 받고 있는 것이 영 힘들었는지 기침을 하며 얼굴을 구겼다.

민성이 시선을 들어 월드 헌터들을 훑었다.

“진정제를 먹고 싶겠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제조서도 갖고 싶을 거야. 매번 간식 받듯이 날 찾고 싶지도 않을 테고.”

민성이 말했다.

“우리가 원하는 건 당신이 말한 대로 당장의 진정제와 진정제 제조서요. 원하는 조건을 말해 보시오.”

에단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월드 헌터들의 표정은 모두 판에 찍은 것처럼 같았다.

모두 하나같이 대형 사고를 앞둔 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민성은 앉아 있던 테이블에서 천천히 일어나 상석으로 돌아가 앉았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월드 헌터들에게는 어둡고, 무겁고, 불편한 침묵이었다.

민성이 어떠한 조건을 제시하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그들의 처지였으며 현실이었다.

“그렇게 불안해할 거 없어.”

민성이 말을 이었다.

“아무리 너희들이 날 죽이려고 삼천교에 협조했다고는 해도…….”

민성의 말에 공기가 얼어붙었다.

월드 헌터들은 숨을 참았고 눈은 커졌으며 심장은 빨리 뛰었다.

불안감은 가속되었다.

민성이 의자에서 등을 떼며 테이블에 팔꿈치를 올리고 부드러운 눈길로 월드 헌터들을 훑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다 죽여 버리면, 피곤하잖아. 그 잡일은 누가 다 하겠어.”

민성의 말에 월드 헌터들이 굵은 침을 꿀꺽 삼켰다.

“잘 들어.”

민성이 낮고 힘 있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내가 지금부터 명령을 내릴 건데. 만약 그 진행 과정에서 개인적인 문제로 작업에 차질이 생길 경우, 그 국가는 내가 철저히 배제한다.”

묵직한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월드 헌터들의 시선이 하나둘 민성에게로 모아졌다.

그들의 눈빛은 진행 과정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불안해하고 궁금해하는 눈이었다.

언제나 그랬듯.

“대체 무엇을 하고자 하는 거요?”

에단이 월드 헌터들을 대표해, 민성에게 물었다.

민성이 도착하고 회의가 시작된 이후, 최고조의 긴장감이 공간을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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