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자의 삼시세끼 163화>
후, 정말 맛있다.
나오는 종류가 굉장히 많아서 하나같이 즐겁게 즐길 수 있었다.
구운 마늘의 맛.
아작아작 고소하게 씹히는 복어 껍질 튀김.
살이 통통하게 오른 구운 복어살.
가지 요리와 옥수수 크로켓까지 먹고 나자, 머리를 몇 대 맞은 것만 같은 충격감이 머리를 꽉 눌러왔다.
바로 그 시점이 애피타이저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그 예술 같은 타이밍에 정통 복어 요리의 메인이 등장했다.
- 복어 샤브샤브(뎃지리).
민성은 확장된 동공으로 샤브샤브를 위해 준비된 재료를 보았다.
그러다 그의 시선이 옆으로 옮겨 갔다.
직원이 주전자로 예술적인 장식의 종이 냄비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그걸 보면서 민성은 피가 끓어오르는 걸 느꼈다.
이렇듯 메인 요리라는 것은 파괴력과 힘이 있다.
메인 요리는 마치 전투 상태에 들어선 것만 같은 흥분감을 이끌어 내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민성은 메인 요리를 맛보기 위해 부글부글 끓고 있는 물에 야채와 버섯 그리고 신선한 참복을 투하시켰다.
샤브샤브인 만큼 재료는 뜨거운 온도의 물에 의해 빠르게 익어 갔다.
종이 냄비에 재료가 꽉 찬 상태로, 육수가 부글부글 맛있어 보이게 끓는다.
알맞게 익었다고 판단되었을 때, 민성은 곧바로 능숙한 사냥꾼처럼 젓가락을 놀렸다.
가장 먼저 집은 것은 단연 참복이다.
특제 소스에 찍어 한입 먹어 보니 확실히 자연산에 냉동이 아닌 살아 있는 복어여서 그런지 그 부드러움이 남달랐다.
또한 특제 소스가 진리였다.
입안에 퍼지는 복어의 맛도 맛이지만, 특제 소스에 의해 참복의 맛은 그 즐거움이 두 배가 되었다.
긴 기다림의 끝을 시원하게 채워 줄 만한 가치가 있었다.
입안이 호사스럽다.
맛있어.
민성은 부드러우면서도 탄탄한 참복의 살을 즐겁게 음미하며 축 늘어지게 잘 익은 배추도 들어서 호롭! 하고 먹었다.
부드러운 샤브샤브 배추와 복어살이 합쳐지자 진정 이것이 샤브샤브의 힘이구나 하고 감탄하게 된다.
숟가락을 들어 국물을 떠먹어 보았다.
훕!
보통 지리탕이라 부르는 하얀 국물은 참복의 기름을 머금고 있어, 그 깊이가 마치 심해의 바다와도 같았다.
뜨거운 국물은 보통 입안에서 빠르게 식기 마련인데, 깊이를 담고 있는 참복 샤브샤브의 국물은 뜨거움이 온전하게 몸 안에서도 쫘악 퍼지는 것만 같았다.
마치 뜨거운 수건 위에서 타이 마사지를 받는 것만 같은 강렬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이었다.
민성은 입가에 미소를 띠우며, 참복을 하나를 더 들어서 베어 물었다.
자연산 참복의, 꽉 찬 스트라이크와도 같은 포동하면서도 살살거리는 맛이 최고였다.
최고의 복어집이라 할 만한 맛집 중의 맛집이었다.
* * *
다음 날 아침.
민성은 장웅이 만들어 준 계란 토스를 맛있게 먹고 정원으로 나왔다.
정원 나무에 물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이호성이 나타났다.
“헌터님, 헌터님이 말씀하신대로 자동차 면허와 헬기 면허를 딸 수 있는 준비를 모두 끝마쳐 놓았습니다.”
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출발하자.”
민성이 호스를 제자리에 놓고 넓은 마당을 가로지르자 이호성이 빠르게 뒤따라 붙었다.
“이번에도 총군주인 김지유 씨 도움을 받았습니다. 편하게 독자적으로! 방해 없이 면허를 딸 수 있도록 따로 중앙 기관에서 연습장과 시험장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잘했다.”
민성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고 이호성은 빙긋 웃음 지었다.
“하하! 중앙 기관의 도움인데 제가 뭐 한 게 있나요.”
“밖에서 출발 대기해.”
“예썰!”
이호성이 밖으로 나간 사이, 민성은 옷을 챙겨 입고 나갈 채비를 했다.
자동차와 헬기 면허를 따기 위해서였다.
민성은 면허를 따기 위해 밤을 새고 공부를 했다.
공부는 하루면 족했다.
암기 능력은 뛰어났기 때문에 시험을 치기에 문제는 없을 듯했다.
민성은 이호성의 차를 타고 시험장으로 출발했다.
* * *
중앙 기관에서 마련한 ‘개인 면허 시험장’에 도착했다.
이호성은 강민성이 운전면허 이론 시험과 헬기 면허 이론 시험을 단 한 방에 패스하는 걸 보고 혀를 내둘렀다.
애초에 싸움을 저렇게 지존급으로 잘한다는 것은 애초에 머리가 똑똑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데 대체 아이러니하면서도 미스터리한 것은, 왜 요리는 그렇게 못하는 걸까?
뭐…… 요리라도 못하니까 최소한 인간 같기는 하지만. 또 이럴 때면 그가 괴물은 괴물이라는 걸 새로운 측면으로 실감하게 된다.
“이제 실기 연습인데, 조금 쉬었다가 하시겠습니까?”
면허 시험을 주관하는 사람의 물음에 민성은 쉴 것 없이 빨리 끝내자고 말했다.
때문에 쉬지 않고 바로 실기 연습에 들어갔다.
규정상 연습 시간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본래는 그 시간을 모두 채워야 했다.
하지만 요구하는 것을 단 한 차례의 실수 없이 완벽하게 해내면서 더 이상 가르칠 게 없는 수준이 되자, 실무 연습 시간은 결국 단축되고 말았다.
마치 모든 프로그램이 완벽하게 짜여 있는 알파고가 시험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탓에 민성은 운전면허와 헬기 면허를 오전에 시작해 오후에 취득할 수 있는 초스피드 면허 취득에 성공했다.
그나저나…… 확실히 세계를 구한 영웅인 데다, 중앙 기관 총군주인 김지유가 전폭적으로 민성을 서포트할 준비가 되어 있어서 그런지 지원이 아주 빵빵하다.
개인 면허 시험이라니.
일반인이었다면, 언론에서 크게 들고 일어났을 만한 일이다.
그런데 강민성은 중국 삼천교마저 재패한 인간이라 그런지 시민들이 민성이 짧은 시간 만에 면허를 취득한 것을 외려 역시 강민성이라며 극찬할 것만 같았다.
그 정도로 현재 언론은 강민성을 신격화하는 수준으로 굳어지고 있었다.
한 명을 죽이면 살인마지만 천 명을 죽이면 영웅이 된다더니, 정말 그 말이 사실이 되는 것 같아 이호성은 뭔가 웃기면서도 이 상황이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그런 인간을 옆에서 모시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기도 한 이호성이었다.
* * *
“전무후무한 초스피드 면허 취득. 축하드립니다.”
이호성이 집사처럼 깍듯하게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차는?”
“이렇게 빨리 면허를 취득하실지 몰랐는데, 그래도 미리 차량을 갖다 놔서 다행입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이호성이 민성을 안내했다.
면허장을 나와 바깥으로 가자 멋진 차량 한 대가 외부 주차장에 세워져 있었다.
스페셜 한정 모델로, 전 세계에 5개밖에 없는 아우디 R12였다.
현 시대 최고의 차량 중 하나였고, 제조사에서는 민성을 위해 기꺼이 명품 차량을 내어 주었다.
“여기 차량 키입니다.”
이호성이 공손하게 반짝이는 차량 키를 건네주었다.
민성은 키를 받고 운전석 쪽으로 돌아갔다.
“바로 파티장으로 가실 건가요? 가실 거면 제가 미리 중앙 기관에 연락을 넣어 놓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타고 온 차가 있어서 바로 헌터님 따라 가겠습니다.”
“아직 시간 좀 남았잖아. 점심을 걸렀더니 배가 고프다. 어디서 먹어?”
민성이 차문을 달칵 열면서 물었다.
이호성은 민성이 맛집을 물어볼 것을 알고 있었기에 미리 생각해 둔 추천 맛집을 말하기로 했다.
“파티장 부근입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가을 냉면 한 번 드셔 보시죠. 네비 찍으시면 쉽게 찾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자주 오시기도 하고 지금 시간대면 큰 불편 없이 드실 수 있으실 겁니다. 강남의 파티장에서도 드실 게 있을 테니 간단한 식사로 추천드렸는데,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먹고 시간 맞춰서 간다. 따라올 것 없어.”
이호성이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간다.”
민성이 차에 타고 시동을 걸었다.
와르르르릉!
아우디 R12 차량이 거친 배기음을 토해 냈다.
그리고 민성이 액셀을 밟는 순간.
민성의 차가 저속에서 순식간에 바퀴가 회전하며 타이어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러더니 이내 폭발적인 스피드로 질주를 시작했다.
이호성은 멀어지는 민성의 차를 보며 담배를 물고서 한쪽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마탑을 부수고, 삼천교를 잡고 영웅, 아니, 신(神)이 되어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반나절 만에 차와 헬기의 면허를 따 버린 후, 슈퍼카를 타고 시크하게 출발해 버린 민성을 보면서 여전히 괴물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호성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인생은 강민성처럼 살아야 되는데.”
이호성은 길게 담배 연기를 흘려보내며 입맛을 쩝 하고 다셨다.
그러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깐……. 근데 어쩐지 아직 뭔가 2프로가 부족한 느낌인데?
“아아!”
이호성은 이내 그 기시감과도 같은 감각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다.
“여자! 여자구나.”
이호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만 있으면, 진짜 최고의 인생일 텐데. 하하, 그래. 아무리 강하면 뭐 해? 아름다운 여자도 얻지 못하는 남자인데. 뭐? 고자인 게 강해질 수 있는 이유였다고?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어. 남자를 강하게 만드는 건 여자라고.”
큭큭 웃던 이호성은 혹시나 민성이 머지않아 여자를 만나는 게 아닐까 불안해졌다.
“아닐 거야. 강민성이 여자라니. 상상도 못 할 일이지.”
이호성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들고 있던 담배를 버렸다.
* * *
이호성이 추천한 냉면집 앞에 도착했다.
도착한 민성은 비교적 좁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렸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가게였다.
골목 안에 있는 가게였는데 건물이 낡아서 그런지 전통을 고수하고 있는 느낌이 났다.
그가 가게 외관을 구경하고 있는 사이, 커다란 배기음 소리 때문에 나이가 꽤 있어 보이는 70세가량의 여주인이 놀란 얼굴로 가게 밖으로 나와 보았다.
그리고 민성을 발견하고선 그녀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어머! 이게 누구야! 아이고 헌터님, 신님. 이리 누추한 곳에 어찌 오셨습니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여주인은 살짝 쭈글쭈글한 손으로 민성의 손을 잡았다.
민성은 그녀의 손길이 부담스러워 손을 뺐다.
“물냉면 한 그릇만 먹읍시다.”
민성은 그렇게 말하며, 가게 안으로 쑥 들어갔다.
여주인이 민성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며 민성을 따라 가게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다소 어중간한 시간이라 그런지 가게 안에는 손님이 없었다.
민성은 창가에 앉아,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요리사가 냉면을 만들고 있는 사이 여주인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민성을 넋을 놓고 보았다.
민성은 그 시선이 상당히 불편했다.
마계에서 100년을 살다 와서 그런지 현시대에서 사람과 대화를 나누거나 거리를 좁히는 건 불편했다.
혼자 있었던 시간이 긴 만큼, 대체로 혼자인 게 편하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자신을 문제가 있다고 볼지도 모르지만, 민성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살아가는 게 좋았다.
눈치를 보거나, 누군가를 위하거나.
민성에게는 외려 그런 것이 더 어려웠다.
이 세상에 꽤 적응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이다.
민성이 타인의 시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챈 여직원이 냉면이 만들어지자마자 조용히 갔다 주고, 민성이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자리를 피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