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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162화 (162/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162화>

“정말 걱정했었는데,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이에요.”

김지유가 밝은 얼굴로 다가와 민성을 환대했다.

하얀 슈트 차림의 그녀는 어느새 상처가 다 회복이 된 건지 이동이나 움직임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듯했다.

다만 얼굴은 화장 때문인지 후유증이 남은 것인지 조금 창백했다.

카메라 셔터의 플래시 빛이 쉬지 않고 번쩍이는 가운데, 민성은 취재진들을 훑어보았다.

김지유가 민성의 옆으로 살짝 가까이 붙었다.

“언론사 쪽에서, 민성 씨를 헤드라인으로 내세우고 있어요. 아마, 불편하시더라도 당분간 시선은 꽤 따가울 거예요.”

“바리게이트를 친 건 그쪽 생각인가?”

민성이 말했다.

김지유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어쩔 수 없이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되시겠지만, 저희 중앙 기관에서 편히 지내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사생활에 문제가 없도록 신경 써 드릴게요.”

바리게이트 주변에는 수십 명의 경호원들이 위치해 있었다.

김지유가 신호를 주자, 경호원들이 취재진을 물리며 길을 만들었다.

그 길 끝에, 고급 대형 승용차가 있었다.

“저희 차로 자택으로 모실게요.”

민성은 그들이 준비한 차량과 경호원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사람 죽이고 돌아온 것 같지가 않네.”

민성이 차갑게 말하며 걸음을 옮겼다.

김지유는 짧게 숨을 가다듬고 그런 민성을 뒤따랐다.

이호성과 쏠, 그리고 김민호도 뒤따랐다.

차량으로 가면서 김지유는 다소 긴장하고 있는 김민호에게 다가가, 그를 편하게 대해 주며 차량으로 안내했다.

* * *

“한국에서 파티 홀을 준비했어요. 월드 헌터와의 미팅은 그 곳에서 하시면 됩니다. 시간은 내일 저녁 오후 6시. 위치는 호성 씨한테 메시지를 보냈고 이동 구간 역시 불편함이 없도록 저희 중앙 기관에서 도와 드릴 겁니다.”

김지유가 창밖을 보고 있는 민성의 눈치를 살짝 보며 미소 지었다.

“그 자리에서 공식적인 인터뷰. 가능하실까요?”

“진행해.”

민성의 말에 이호성이 제일 먼저 눈을 찢어질 듯 뜨며 민성을 돌아보았다.

김지유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답변인 듯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민성은 그저 계속 창밖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이호성.”

“네?”

“복어 맛집은?”

“아! 죄송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알아봤는데요. 시기 상 헌터님이 밖에서 먹기에 상당히 불편하실 것 같아서, 해당 전문점에 전화해서 출장은 안 되냐고 물어봤더니, 원래 안 되는데 헌터님이라면 얼마든지 그렇게 해 줄 수 있다면서 헌터님 승인만 떨어지시면 바로 헌터님 집으로 출발한답니다. 어떻게 할까요?”

“뭘 어떻게 해. 당연히 오라 해야지. 바로 출발시켜.”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헌터님 집에서, 식사 준비하라고 호출하겠습니다.”

이호성은 곧장 복어 전문점으로 전화를 걸었다.

* * *

김지유는 민성의 일행을 집 앞에 데려다준 후, 김민호를 데리고 중앙 기관으로 떠났다.

취재진이나 낯선 이들이 민성의 집 부근에 올 수 없도록, 중앙 기관의 헌터들이 주변에서 경호를 섰다.

그사이 민성은 집으로 돌아왔다.

하우스 전담 셰프 장웅이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민성의 일행을 반겼다.

장웅의 손녀딸 장시아는 민성을 넋 놓은 얼굴로 쳐다보았다.

그녀는 언론에서 민성에 대해 얘기 하는 걸 듣고 민성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마치 고귀한 예술품을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턱 빠지겠다, 아주 턱 빠지겠어.”

이호성이 질투하는 표정으로 장시아를 보며 투덜거리듯 말했다.

반면 민성은 관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기에 장시아를 훅 지나치고―

‘돌아왔다.’라고 장웅에게만 인사말을 짤막하게 남기고 지나갔다.

장웅은 그저 작게 웃으며 민성에게 목례했다.

장시아는 마치 아이돌에 빠진 아이처럼 민성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러다.

“와아?”

숨어 있던 황금 고블린 쏠이 장시아를 올려다보며 웃자 그녀는 꺄악! 소리를 지르며 뒤로 넘어가 엉덩방아를 찧고 울음을 터트렸다.

장시아가 울자 황금 고블린 쏠도 소리 없이 같이 울었다.

장웅도 놀란 눈으로 쏠을 보았다.

“우리랑 함께하게 된 새로운 가족입니다.”

이호성이 황금 고블린 쏠에게 잘했다는 듯 머리를 문질렀다.

장웅은 신기해하며 쏠을 가까이서 구경했다.

그사이, 장시아는 여전히 적응을 못하고 울면서 방으로 도망가 버렸다.

장웅이 그런 손녀딸을 보며 껄껄 웃었고, 이호성은 꼬시다는 듯 장시아가 올라간 계단 방향을 향해 혀를 쭉 내밀었다.

“헌터님 식사는 어떻게 됐나?”

장웅이 물었다.

“아. 지금 복어 전문점에서 요리사들이 장비랑 재료를 챙겨서 오고 있습니다.”

이호성이 손목시계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아마 한 10분 정도면 도착할 것 같은데요?”

장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슬슬 요리를 할 수 있도록 세팅을 해 놔야겠군.”

장웅이 소매를 걷으며 싱크대로 가서 손을 씻었다.

“그럼 나도 복어 팀 사람들이 오는지 밖에서 기다려 봐야겠다.”

이호성은 입에 담배를 물며 현관 밖으로 나섰다.

마당을 지나 담뱃불을 붙이며, 마당 문 너머로 슬쩍 나가 보자 민성이 유명세가 있긴 한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골목이 조용했다.

하지만 이내 중앙 기관의 헌터들이 민성의 주변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호성은 왜 이렇게 조용한지 알 수 있었다.

아아! 중앙 기관 덕분이지 참.

이호성은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을 깨달으며 작게 웃었다.

“뭐 어차피 내일 파티에 민성이 나타날 거라는 다 아는 거니까. 취재진들도 급할 필요는 없겠지.”

이호성은 담배를 피우면서 그렇게 중얼 거렸다.

그리고 내일 있을 파티를 떠올려 보았다.

화려할 것이다.

강민성을 위한 자리가 될 것이고, 강민성이 그 대단한 포스로 월드 헌터들을 누르겠지.

그간 멸시 받았던 한국이 전 세계를 향해 울분의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이다.

이호성은 별달리 애국심이 깊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으로서 내일이 기대되는 건 결국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 생각에 쓰게 웃었을 때- 차량이 오는 소리가 들렸다.

출장 복어 팀이었다.

이호성은 담배를 버리고 팔을 머리 위로 바짝 들었다.

“여기에요, 여기!”

이호성이 손을 크게 흔들며 소리쳤다.

* * *

화려한 저녁 식사가 준비되기 시작했다.

넓은 야외 마당에 긴 나무 테이블이 놓였고, 그 위를 식탁보가 덮었다.

깨끗한 식기와 수저가 세팅되고, 음식이 조리되고 있는 냄새가 허공을 붕붕 떠다녔다.

종류별의 와인이 식탁 주변 작은 나무 박스에 들어 있고 소주는 얼음물이 들어 있는 스테인레스 통에 들어 있었다.

식사를 하기 위한 완벽한 환경이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고 있었다.

“이제 헌터님을 불러와.”

장웅이 거실 쪽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넵!”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이호성은 리모컨을 내려놓고 벌떡 일어나 민성의 방으로 가서 똑똑- 노크를 했다.

“헌터님?”

노크를 하고 귀를 기울이자, 잠시 후 방문이 열리고 민성이 나왔다.

“가시죠.”

이호성이 앞쪽을 가리켰다.

민성이 앞장서고 이호성이 뒤따랐다.

마당으로 나가자, 가든파티나 다름없는 고급스러운 식사 환경이 세팅되어 있었다.

복어 팀 요리사들이 민성을 향해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민성은 짧게 목례로 그 인사를 응수하며 긴 테이블의 상석에 앉았다.

장시아가 마당으로 뛰어와 민성의 오른편에 탁 앉았다.

“헌터님 식사하는데 네가 왜 거기 앉아.”

이호성이 입술을 뒤집으며 눈빛을 쏘았다.

그때―

“다들 앉아. 밥 먹자.”

민성의 말에 이호성이 놀란 눈빛으로 그를 보았고, 장웅은 미소 지으며 장시아의 옆에 앉았다.

이호성도 눈치를 보다 착석했고, 바가지도 주머니에서 꾸물꾸물 기어 나와 식탁 위에 마스코트처럼 앉았다.

황금 고블린 쏠만이 마당 정원의 나무들을 보며 뛰어 놀았다.

그사이, 착석을 마친 것을 확인하고 복어 팀이 음식을 내오기 시작했다.

* * *

삼천교에서부터 심법으로 명상을 한 데다,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한 끼도 먹지 못했기 때문에 민성은 현재 상당히 굶주려 있는 상태였다.

꼬르륵-

배에서 신호를 보내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민성은 인내를 가지고 요리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살아 있는 참복이기에 일반적인 복어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민성은 침샘이 꿀꺽- 넘어가고 배에서 곤장을 치는 듯한 압박감을 전해 받았다.

어서 이 고통이 사라지기를 몸이 원하고 있다.

민성은 심호흡을 하며 침착히 기다렸다.

“식전주부터 먼저 준비를 해 드릴까요?”

복어팀 요리사 한 명이 물었다.

“화이트 와인으로.”

요리사가 목례로 인사 후, 화이트 와인 하나를 오픈하여 민성의 잔부터 시작해 식탁에 앉은 이들의 모두의 잔에 채워 주었다.

요리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민성이 잔을 들자, 이호성을 비롯한 장웅과 장시아도 잔을 들었으며, 바가지도 물잔을 들었다.

건배사 같은 걸 기다리고 있던 이들은 민성이 말없이 먼저 잔을 홀짝 마시자 살짝 머쓱해하며 화이트 와인을 음미했다.

* * *

민성의 감각은 현재 이번 한 끼 식사에 초집중되어 있었다.

시원하게 식도를 스치고 지나간 화이트 와인은 깔끔했다.

미국산의 화이트 와인은 비린 향도 없었고, 달달했으며, 가볍게 마시기에 좋은 느낌이라 전체적으로 깔끔했다.

식전주 한 잔으로 기분 좋게 혈액을 순환시키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그때 드디어 고대하고 또 고대했던 복어 코스 요리의 첫 메뉴가 식탁 위로 올라왔다.

가장 처음 나온 것은 유비키라고 하는 참복 껍질이다.

콜라겐 덩어리로서 피부에도 좋고 몸에도 좋은 잔뜩 같고 있는 참복 껍질.

민성은 젓가락으로 참복 껍질을 집어 입에 넣고 짝짝 씹었다.

맛있다.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며, 샐러드와 함께 먹으니 신선하면서도 묘하게 식욕을 끌어 올려 주는 힘이 있다.

참복 껍질은 뭐랄까-.

자! 나는 준비가 되었으니 이제 어서 달려보자.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 했다.

민성은 코스답게 적은 양의 참복 껍질을 순식간에 해치운 후, 이어서 나온 것은 일본에서 ‘아게다시 도후’라는 이름을 가진, 연두부 튀김에 집중 했다.

쏙-

연두부 튀김을 입에 넣고 씹어보자 보자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그 부드러움이 마치 하늘의 구름과도 같았다.

입안을 황홀하게 만드는 코스 요리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복초밥은 한없이 부드럽게 꿀떡 넘어갔다.

복 튀김은 튀김옷이 얇은 탓에 정말 바삭했고 갈비처럼 뜯어 먹을 수가 있었으며 맥주가 미친 듯이 땡기게끔 만드는 치킨과도 같은 식감이라, 맥주를 먹지 않을 수 없었다.

황급히 맥주를 시켜, 꿀꺽꿀꺽 마시자 극락이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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