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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161화 (161/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161화>

이호성은 확신했다.

강민성은 악마의 신, 그것도 최상위의 악마신이 인간으로 현신한 것이 틀림없다고.

이호성은 실로 삼천교주의 정신력이 놀랍다고 생각했다.

대체 그 끔찍한 일을 얼마나 오래 당한 것인지 삼천교주 양영학은 몸이 마치 마른 장작이 물에 젖은 것처럼 변해 있었다.

만약 자신이었다면…… 진즉에 미쳐 버렸을 것이다.

“헌터님, 문연각에서 확보한 진정제 제조서입니다.”

이호성이 생각을 지우고, 서둘러 확보한 물건을 넘겼다.

축 늘어져 있는 삼천교주 양영학의 앞에서, 민성이 이호성에게 제조서를 받아 확인했다.

거짓은 없었다.

제조서에는 환단 부작용을 진정시키는 제조법이 상세하게 나와 있었다.

“헌터님, 뿐만 아니라, 문연각에서 이미 만들어져 있는 진정제도 대량 발견되었습니다.”

민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제조서를 자신의 템창에 넣었다.

“월드 헌터들에게 우리가 삼천교를 처리했으니 만날 준비 하라고 해.”

민성이 상황을 정리하며, 못을 박듯 말하고서 오리하르콘 단검을 휘둘렀다.

콰르르르르르르릉!

귀청을 때리는 천둥소리와 함께 거의 뇌사 상태에 이르러 있던 삼천 교주 양영학의 몸이 찢어졌다.

민성은 삼천교주의 죽음을 두 눈으로 확인한 것을 끝으로, 발길을 돌려 태화전을 미련 없이 떠났다.

* * *

미국의 헌터 마스터 에단은 이호성으로부터 삼천교가 패망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에단은 허공을 보며 담배 연기를 쭉 뿜고서 힘없이 얼굴을 찌푸렸다.

“이제 완연히, 강민성의 시대가 도래했군.”

에단은 헛웃음을 흘리며, 씁쓸하게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 후, 두꺼운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슥슥 세수를 하듯 문질렀다.

“후우…….”

그가 긴 한숨을 내쉴 때, 사무용 인터폰이 울렸다.

에단이 스피커 버튼을 누르자 비서실 비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스터, 강민성과의 미팅 일정이 잡혔습니다. 메일로 확인 가능하십니다.”

에단은 인터폰 연결을 끊고, 조금 긴장한 얼굴로 마우스를 잡았다.

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들어가자 비서의 말대로 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후 저녁 6시.

코리아 그랜드 파티 홀.

‘월드 헌터’ 전원 소집.

에단은 모니터에 나와 있는 짤막한 초청 글자를 보며 손으로 이마를 쓸어 내듯 문질렀다.

언론의 차가운 비판이 벌써부터 아찔하게 에단의 머릿속을 헤집는 것 같아, 에단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한숨을 쉬며 이를 강하게 물었다.

지금은, 아니, 당분간은 그저 이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 * *

“쏠 얘는 어디 있는 거야?”

이호성은 삼천교의 악당들을 처단하는 동안에도 보이지 않았던 황금 고블린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다녔지만 좀처럼 보이지가 않았다.

이마를 긁으며 주변을 살피며 걷다가 담배를 물었을 때, 부스럭 소리가 났다.

“와아-?”

황금 고블린 쏠이 마치 귀신처럼 나무 사이에서 훅! 하고 나타났다.

“으악!”

이호성은 깜짝 놀라며 뒤로 나동그라졌다.

그 모습을 보고 황금 고블린 쏠은, E.T.처럼 툭 튀어나온 배를 붙잡고 고개를 젖히며 소리 없이 웃어 댔다.

“놀랐잖아, 인마!”

이호성이 빽 소리를 질렀지만 쏠은 나뭇가지에 맺힌 꽃을 보며 웃고 있었다.

“어휴.”

이호성은 마치 애 셋을 키우는 엄마의 심정으로 쏠의 목에 헤드록을 감으며 끌고 갔다.

그러다 이호성은 한쪽 방향을 보며 멈춰 섰다.

민성이 문화전 전각의 난간 쪽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이호성의 팔에 목이 감겨 있는 쏠도 민성을 보며 오와? 하는 소리를 냈다.

‘뭘 하고 계시는 거지?’

민성의 옆에는 삼천교주가 남긴 비급서의 서책이 쌓여 있었다.

‘명상을 하시는 건가?’

이호성이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비급서에서 알려 준 심법.

쉽게 말하면 ‘명상’이라는 이것은 꽤나 흥미로웠다.

굉장한 집중력을 발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편안하게 심상에 빠져들게 된다.

민성은 육체 자체에 마기가 깃들어 있었으며, 그것을 대기에 흐르는 마력을 흡수하여 혼합하곤 했었다.

하지만 삼천교의 비급서에 나온 내용은 상당히 다른 방식이다.

단전에 대기의 마력을 저장하여 그것을 기경팔맥에 순환시키는 것.

그것만으로도 머릿속이 맑아지며, 몸은 개운해지고, 신체가 한결 가볍게 느껴지며 소모된 마기가 급속도로 충전되는 것을 민성은 경험할 수 있었다.

즉 생명력과 민성이 가진 본연의 마기 회복력은 물론, 대기 중의 마력까지도 흡수가 가능해진다는 뜻이었다.

그 놀라운 마법에 민성은 시간의 흐름을 잊은 채, 운기조식(運氣調息)에 빠져 들었다.

* * *

민성이 삼천교에 잠시 머무르고 있는 사이, 모든 언론사에서는 강민성에게 집중 조명을 비추었다.

지금까지 마인의 탑을 레이드하기 위한 장소였던 집결지는 군사 기밀 지역으로서 철저히 언론과 차단되어 있었다.

하지만 마인의 탑이 사라지고 평화가 도래하면서 각 언론사는 그동안 모아 온 자료를 대방출시켰다.

물론 그 모든 비밀 자료의 주인공은 단연 강민성.

지금까지 민성의 존재가 세간에 드러나지 않았던 만큼 언론사들은 공격적으로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람들 앞에 깜짝 등장하게 된 강민성이라는 존재는 전 세계인들에게 사실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강민성이 얼마나 대단한 활약을 했는지 언론사의 연이은 보도로 그의 존재 가치를 알게 되면서,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은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또한 연쇄 작용처럼 강민성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변화를 맞았다.

오전에 하루아침에 떠오른 슈퍼스타였다면 오후에는 영웅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아주 조금 더 시간이 흘렀을 때, 강민성은 대중에게 살아 있는 신(神)이 되어 있었다.

강민성이라는 인물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의식 변화는 고작해야 채 5시간이 걸리지 않는 시간에 불과했다.

* * *

민성은 길었던 운기를 마치고 천천히 눈을 떴다.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이호성이 급히 담배를 끄고 민성의 앞으로 걸어갔다.

뭐라 말을 붙이려다 이호성은 살짝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민성의 눈빛이 어쩐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달랐다.

늘 컴컴한 지하의 어둠과도 같은 눈이었는데, 어째서인지 지금만큼은 광명정대한 빛이 흐르고 있었다.

“이호성.”

“네?”

“복어다.”

“……예?”

민성이 가부좌를 풀고, 일어서서 전각의 난간 위에서 지상으로 훌쩍 가볍게 뛰어내렸다.

“한국으로 돌아가서 복어 맛집을 찾아라.”

민성이 이호성을 보며 말했다.

이호성은 낡은 눈으로 민성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명상하시면서 지금까지 뭐 드실지 생각하신 거예요?”

“집중이 잘됐거든. 떠날 준비해. 슬슬 배가 고파졌다.”

민성의 말에 이호성은 식은땀 한 줄기를 이마에서 흘렸다.

“바로 채비하겠습니다. 저 그런데, 세 형제 중 막내 김민호 말인데요. 그 사람은 어떻게 할까요?”

“김민호는 중앙 기관으로 넘긴다. 차에 태워. 같이 워프 게이트로 넘어간다.”

이호성이 확 밝아진 얼굴로 미소 지었다.

“네! 알겠습니다!”

민성이 갑자기 텐션이 올라간 이호성을 이상하다는 듯이 쏘아보곤 자리를 떠났다.

이호성은 히죽 웃다가 화들짝 놀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 쏠 이거 또 어디 갔어!”

이호성이 부들부들 얼굴을 떨며, 다시 쏠을 찾아 나섰다.

* * *

삼천교의 화려하고 큰 전각들이 불타올랐다.

검은 연기를 피워 올리며, 삼천교는 잿더미로 변해 갔다.

불을 끄기 위해 소방대원과 특성 헌터들이 삼천교가 있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고, 그사이 민성의 일행은 워프 게이트 쪽으로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이호성은 조수석에서 바가지와 함께 놀고 있는 남자를 흘깃 훔쳐보았다.

끔찍한 시절을 보냈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바가지와 장난을 치며 놀고 있었다.

기억을 완전히 잃어버린 그에게 아픈 기억이나 슬픔 같은 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새삼 바가지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기억을 삭제시킬 수가 있다니.

이호성은 굉장한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 형제 중 막내 김민호는 궁금해할 것이다.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과 과거를.

이호성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본인이 감내하고 이겨 내야만 할 일이겠지.

“얼마나 남았어?”

민성이 창밖을 보며 물었다.

“이제 한 20분 정도만 더 가면 됩니다. 저, 그런데 헌터님. 한국으로 돌아가시게 되면, 꽤 피곤해지실 것 같습니다.”

“왜?”

민성이 시선을 돌려 이호성을 보며 물었다.

“그게 언론사 쪽에서, 던전과 마탑이 모두 사라지자 헌터님을 전 세계에서 헤드라인으로 동시에 터트린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월드 스타가 되신 겁니다.”

이호성이 눈치를 보며 자신 없이 하하 웃었다.

귀찮은 걸 질색하는 민성이었기 때문에, 이호성은 혹시나 또 성질을 부리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의외로 민성은 잠잠했다.

백미러로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자, 그는 뭔가를 골몰히 생각하는 눈빛으로 다시 창밖을 보고 있었다.

이호성은 연신 곁눈질로 백미러를 통해 민성을 보다가 다시 운전에 집중했다.

* * *

워프 게이트를 타고 한국에 도착했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로비 쪽으로 나오자 바깥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얼핏 봐도, 엄청난 수의 취재진이 몰려 있는 듯했다.

민성이 출입문 쪽을 보고 있는 걸 보고 이호성은 심장이 벌렁거렸다.

제멋대로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눌러 댄다고 싹 다 죽여 버리는 건 아닌가 싶었다.

“헌터님, 제가 편하게 나갈 수 있는 길을 알아보…….”

“됐다.”

“예?”

“됐다고.”

민성은 음료수 냉장고를 열어 작은 캔 맥주 하나를 따서 마셨다.

탁탁 튀는 탄산의 시원한 맥주를 원샷을 즐긴 후, 캔을 버렸다.

민성은 손등으로 입가를 닦으며 출입문을 향해 앞서 걸어갔다.

이호성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쏠과 김민호를 데리고 민성을 뒤따랐다.

자동문이 열리고 민성이 출입문 밖으로 나서자, 약 50여 미터 간격을 두고, 바리게이트 너머로 취재진들이 카메라로 번쩍번쩍 하얀 플래시를 터트렸다.

이호성은 입을 동그랗게 말면서, 놀란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

취재진이 족히 100명은 훌쩍 넘기는 것 같았다.

한국 언론사 기자들은 물론 외신 기자들도 잔뜩 몰려와 있었다.

황금 고블린 쏠은 ‘와아~’ 하고 두 손을 꼭 맞잡은 채, 연신 감탄사를 내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구경했다.

민성의 일행을 따라온, 삼천교의 세 형제 중 막내 김민호 역시 주변의 취재 열기에 벙 찐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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