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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159화 (159/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159화>

끼익-

문이 열리고, 이호성과 삼천교주 양영학이 들어온 뒤, 그 뒤를 이어 삼천교의 어차선방 직원들이 음식을 들고 들어왔다.

민성은 허리를 세우고, 테이블에 내려놓았던 비급서를 손으로 탁 쳐서 옆으로 치웠다.

음식이 등장하는 순간 비급서 따위는 민성에게 안중에도 없었다.

민성의 시선은 오직 어차선방 요리사들이 들고 들어오는 음식에 고정되어 있었다.

어차선방의 요리사가 음식을 민성의 앞으로 대령했다.

민성은 반짝이는 눈으로 음식을 내려다보았다.

어차선방에서 메인 메뉴 중 하나로 내어 온 것은 건륭황제(乾隆皇帝)가 13일 중 8일을 즐겼다 하여 유명해진 ‘베이징 카오야(北京烤鸭)’다.

베이징 카오야는 중국이 내세우는 최고의 요리 중 하나로, 오리가 통으로 나오는 요리였다.

한국의 트럭에서 파는 전기 구이와 닮았지만 그 빛깔은 전기 구이와 차원이 다르다.

빛을 받은 베이징 카오야는 그 피부가 너무 뽀얗게 빛나서 자칫 섹시해 보이기까지 할 정도였다.

마치 선탠을 완벽하게 한 미녀 같달까.

요리사가 커팅해 주겠다며 다가왔고, 민성은 요리사에게 순순히 맡겼다.

요리사는 민성이 보는 앞에서 베이징 카오야를 먹기 좋게 칼로 커팅하기 시작했다.

껍질과 고기를 분리하여 먹기 좋게 자르는 걸로 보아, 베이징 카오야는 껍질과 고기를 따로 먹는 듯했다.

민성은 그 과정을 보며 목울대가 크게 출렁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당하게 되는 느낌이다.

그게 정말 신기했다.

한국의 통닭 전기 구이와 별 달라 보일 게 없는 생김새이지만 그 고급스러움이 차원이 다르달까?

민성은 기대감에 베이징 카오야를 보며 뜨거운 숨을 내쉬었다.

민성은 젓가락을 들어 먼저 껍질부터 먹어 보았다.

우물우물!

“음……!”

바삭바삭하고 고소하다!

민성은 껍질의 고소함을 느끼며, 요리사의 설명대로 마치 한국의 보쌈을 먹듯 하였다.

베이징 카오야의 속살을 중국식 된장에 속하는 첨면장 소스에 찍어, 오이채를 비롯한 채소들을 바오빙이라는 밀전병에 보쌈을 먹듯 싸서 입에 넣었다.

우물!

입안에서 가득 씹히는 식감이 그야 말로 예술이다.

맛있다!

절로 미간을 찌푸리게 만들어,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맛.

이것이 바로 중국의 대표 음식 베이징 카오야.

“후우.”

민성은 부드러운 속살과 야채, 그리고 바오빙이라는 밀전병과 어우러진 그 파티에, 호화로움을 느꼈다.

마치 요트에 올라타, 찬란한 햇살을 즐기는 듯한 풍요로움이 입안에서 슉슉 흘러 다녔다.

정말 맛있어.

민성은 규칙을 준수하며 베이징 카오야를 즐겼다.

먹으면 먹을수록 가히 청조 시대에 왜 황제들이 그토록 이 음식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적당히 메인 요리를 먼저 즐긴 민성은, 다음으로 메뉴를 옮겨 갔다.

치킨 요리 중 갑 오브 갑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의 또 다른 대표 음식 중 하나, 바로 ‘꽁빠오지띵’ 되시겠다.

치킨 요리임에도 불구하고 매운 냄새가 솔솔 났다.

민성은 새로움에 빠져든 얼굴로 음식을 내려다보았다.

이것은 청나라 때 쓰촨성 총독이 지냈던 정보정에서 유래된 음식 중 하나로, 깍두기처럼 조금은 각지게 튀겨져 있다.

닭고기, 땅콩, 고추, 오이, 당근, 양파, 생강 등을 조미용 황주, 간장, 설탕, 식초, 화자오로 맛을 내어 볶은 음식이다.

중국 음식답게 기름기가 아주 좔좔 흐른다.

베이징 카오야의 부드러움이 채 머릿속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민성은 ‘꽁빠오지띵’ 하나를 집어 먹었다.

우물우물, 푹신푹신!

닭고기의 부드러운 맛과 함께 매운 향이 코를 훅 찔러 오고, 달달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뇌를 자극해 온다.

이것이 중국이라는 대륙의 깊이가 가진 맛일까?

민성은 홀린 듯이 젓가락질을 서둘렀다.

맛있어.

매운맛이 있어, 자극성과 중독성이 상당히 강하다.

그런 점이 민성의 젓가락질 속도를 끌어 올리고 있었다.

* * *

삼천교주 양영학은 민성이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넋이 나간 얼굴로 보았다.

양영학의 미간은 (川)자로 구겨져 있었고, 입은 반쯤 열려 있었으며, 그의 시선은 마치 먼 곳을 쫓는 듯했다.

……어떻게 저렇게 복스럽게, 맛있어 보이게 먹을 수 있는 거지?

무력으로 세계를 지배하고자 했던 자신에 비해, 당장 한 끼의 식사에 초집중을 하고 있는 민성의 모습은 삼천교주 양영학에게 실로 충격적이었다.

돌이켜 보면 지난 세월 자신의 모든 시간은 강해지는 데만 초점이 잡혀 있었다.

그렇기에 사소한 것 하나 즐기지 못했다.

그저 강함을 추구하는 것에 취했고, 권세에 취했으며, 세상을 지배하고자 하는 야망에 휩싸여 있었다.

그럼 뭐 하리…….

결국 지금은 이렇듯 더 강한 자에게 패배해 수치를 당했고, 저자가 저리도 맛있게 먹고 있는 한 끼 식사조차 제대로 챙겨 먹지 못했던 삶이었거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모두 무의미한 가치라는 것을 격통하며 삼천교주 양영학은 눈을 질끈 감았다.

“야, 교주.”

민성의 부름에 삼천교주 양영학은 눈을 떴다.

어느새 그가 식사를 다 마친 상태였다.

민성은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일어서서 빈 접시와 그릇을 가리켰다.

“설거지해라. 이호성, 넌 자살 못 하도록 잘 감시하고.”

“예, 헌터님.”

민성이 그 말을 끝으로 비급서를 챙겨, 내실 밖으로 나섰다.

삼천교주 양영학은 민성이 나간 방향을 바라보았다.

가슴 안에 헛헛한 감정이 파고들었다.

하고 싶었던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어차피 들어주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삼천교주 양영학.

그는 나라를 잃은 얼굴로 터덜터덜 걸어 그릇을 들었다.

정신이 바깥쪽으로 빠져 있어서인지 손에서 그만 그릇을 놓치고 말았다.

그릇이 떨어지면서 남아 있는 꽁빠오지띵의 닭고기 하나가 용포를 툭 건드렸다.

삼천교주 양영학은 자신의 용포에 묻어 있는 기름을 빤히 보았다.

그리고.

“크크크큭…… 큭큭.”

삼천교주 양영학이 손으로 눈가를 덮으며 낮게 웃더니.

“하하하하하!”

이내 고개를 젖히며 커다랗게 웃었다.

이호성이 그런 그를 불안하다는 듯 보았다.

“왜 그러세요?”

이호성의 물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삼천교주 양영학은 마치 한을 풀 듯이 시원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다 웃었는지 겨우 숨을 고른 그가 맑아진 눈빛으로 땅에 떨어진 그릇을 주워 들었다.

그리고 나머지 식기들도 챙겨, 내실을 조용히 나갔다.

이호성은 여전히 그런 그를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황급히 따라 나섰다.

* * *

산속이라서 그런지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가득했으며, 햇빛은 찬란했고 공기는 산속인 만큼 맑았다.

민성은 긴 계단의 중심에 앉아 무공 비급서를 만화책 보듯 페이지를 휙휙 넘기며 보고 있었다.

그렇게 비급서를 보고 있던 중, 인기척이 들렸다.

민성은 시선을 들어 인기척이 난 방향을 보았다.

그곳에서 휠체어를 탄 사내가 삼도의 홀을 가로지르며 오고 있었다.

민성은 읽고 있던 비급서를 내려놓고 그를 응시했다.

살기라든가 속내를 숨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은 받지 못했다.

그는 계단의 앞에 멈춰 서서 민성을 올려다보았다.

각진 안경을 쓴,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였으나 그의 눈빛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안녕하십니까. 정유태라고 합니다.”

자신의 이름을 정유태라고 밝힌 남자가, 휠체어에 앉은 채 정수리가 보일 정도로 공손히 머리를 숙였다.

민성은 말없이 그를 내려다보았다.

정유태가 머리를 들어 다시 민성을 조심스레 올려다보았다.

적의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눈이었다.

민성이 용건을 말하라는 눈빛을 보냈다.

정유태는 적의도 없었지만, 두려움도 없었다.

오직 지독한 고통만이 배어들어 있을 뿐이다.

휠체어 사내, ‘정유태’가 대뜸 휠체어에서 내려왔다.

하반신을 쓸 수 없었기 때문에, 그는 내려오자마자 바닥에 철퍽 엎어졌다.

정유태는 민성에게 절을 올리다시피 머리를 땅에 대고 조아렸다.

“간곡한 청 하나만을…… 부디 들어주십시오.”

민성은 턱을 괸 채 별달리 흥미가 없는 눈으로 그를 빤히 응시했다.

정유태가 머리를 들어 민성을 올려다보았다.

민성과 정유태의 시선이 섞여 들었다.

잠깐의 정적.

“말해 봐.”

민성이 말했다.

정유태는 마른침을 삼키며, 굳은 얼굴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 * *

최초의 몬스터 브레이크가 시작되기 전,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세 명의 남자 아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고아원에서 나온 이후로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서로를 의지했으며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아주 깊었다.

그러던 중 몬스터 브레이크가 시작됐다.

각성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세 명의 이들 중 둘째와 막내도 동시에 헌터로서의 자격을 갖춘 각성자가 되었다.

그들은 그 힘으로 몬스터를 처치할 수 있었고, 남들보다 잠재력이 뛰어나 훨씬 빠른 성장 속도로 강해질 수 있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 삼천교라는 이름의 조직이 탄생했다.

그 단체의 우두머리인 삼천교주 양영학은 삼천교를 더 크게 키우기 위해, 잠재성이 뛰어난 헌터들을 찾아보라고 명했다.

그런 그의 눈에 띈 두 명의 아이가 있었다.

그들이 바로 검은 로브의 사내, 한재혁과 동생 김민호였다.

삼천교주 양영학은 두 아이가 우애가 깊다는 것을 알고, 막내를 납치하여 둘째가 삼천교의 꼭두각시가 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리고 막내를 무기로 그를 협박했다.

그렇게 동생을 살리기 위해 시작된 일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

그것이- 현재 민성 앞에 엎드린 휠체어 사내, 고아원의 형제 중 첫째 정유태가 이야기한 간략한 내용이었다.

“제게 무엇을 명하든지, 무엇을 원하든지 시키는 대로 모든 걸 하겠습니다. 부디 저희의 동생에게만큼은 자유를…….”

민성이 계단 위에서 휠체어 사내 정유태를 내려다보며 ‘픽!’ 웃었다.

“동생 하나 살리자고, 그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나까지 죽이려고 했던 건가?”

휠체어 사내 정유태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저 이마를 땅에 박았다.

“무슨 일이든 할 것입니다. 그러니…….”

“내가 널 어떻게 믿고?”

“마법 계약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던전에서 구한 귀한 물건으로, 이 물건으로 계약을 하게 될 경우, 강제적으로 복종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게 됩니다.”

“별달리 쓸모가 있어 보이진 않는데. 게다가 난 네 형제의 둘째인 한재혁을 죽였다. 그럼에도 날 따르겠다?”

“동생을 찾기 위해 한 죄업을 쌓던 중 벌어진 일……. 결코 원망은 없습니다.”

휠체어 사내 정유태가 민성을 향해 진심이 담긴 눈으로 올려다보며 말했다.

민성이 뒤쪽으로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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