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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157화 (157/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157화>

삼천교주가 황폐한 눈으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더는 날 모욕하지 마라……. 최소한 너 역시 검을 든 무인이라면.”

민성은 가볍게 그의 말을 무시했다.

“너희들이 사용하는 마기. 그러니까 오러의 운용 방식은 아마 무공 같은데. 그걸 어떻게 사용하는 건지 비급 서책 같은 걸로 정리를 해 놨겠지. 어디 있어?”

민성이 물었다.

“……나를 모욕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그게 마인을 죽이는 데 꽤 쓸 만하다고 판단했다. 최소한의 힘으로 최대의 효율을 내는 것 같았으니까.”

민성이 강렬한 눈으로 삼천교주를 눈 안에 담았다.

“그러니 가져야겠다.”

삼천교주가 수염을 파르르 떨었다.

“건방진……! 내 아무리 네놈에게 패했기로서니, 삼천교에 그런 수치스러운 역사를 남길 것 같으냐? 삼천교의 비급은 나의 모든 것이며 흔적이자 일생의 작품이다. 내 평생의 업이 담긴 삼천교의 실리를 그리 네놈에게 간단히 넘길 것 같으냐 말이다!”

삼천교주가 침과 피가 섞인 타액을 튀겨 대며 소리쳤다.

“그건 네 사정이고.”

“내 비록 너에게 패했으나, 나는 삼천교의 주인이자 패왕의 길을 걷고자 하였던…….”

“……그래서. 죽을 자신은 있고?”

민성이 물었다.

삼천교주가 민성을 보며 쓴웃음을 흘렸다.

“흐흐……! 나는 패왕의 길을 걸어온 남자다. 삶을 비참하게 연명하기 위해 죽음을 두려워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어리석은 착각이니라! 본좌가 죽음 따위를 두려워할 것 같으냐!”

삼천교주가 쩌렁쩌렁 소리치며, 눈에 핏발을 세웠다.

그러자 이내 온몸의 혈관이 부풀어 올랐다.

그의 눈에 죽음에 대한 의지가 섰다.

그 의지는 삼천교주의 오른손에 두꺼운 강기로 맺혀졌다.

교주는 자신의 손으로 스스로의 심장을 직접 해칠 생각이었다.

아주 짧은 찰나의 시간에 삼천교주가 되기까지, 그리고 삼천교주가 되어 살아온 삶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에 지나갔다.

삼천교주는 눈을 부릅뜨고 자신의 심장을 향해 강기를 머금은 손을 휘둘렀다.

그의 손이 심장에 이르기 직전―

오리하르콘 단검이 심장으로 향하던 삼천교주의 팔을 꿰뚫었다.

“……?!”

삼천교주가 놀란 눈으로 덜렁거리며 아래로 축 내려간 팔을 내려다보았다.

바닥에 굵은 핏방울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삼천교주가 입을 벌리고 멍한 눈으로 민성을 보았다.

이게 뭐 하는 짓이냐는 의미였다.

“아직 죽으라고 명하지 않았다.”

민성이 건조한 눈에 삼천교주를 담으며 말했다.

죽음을 허락한 적 없다는 이야기에 삼천교주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 마치 가슴이 찌그러지는 것만 같았다.

교주는 자신의 부근을 마치 유령처럼 떠돌고 있는 오리하르콘 단검을 보면서 어금니를 갈았다.

“뭐 하는 짓이냐. 살지도 죽지도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냐……?!”

삼천교주는 그렇게 말하고서 이내 지친 기색을 드러냈다.

처음 태산과도 같았던 이 사내는 현재 강민성을 만나 폐인처럼 변해 있었다.

패배가 주는 상처보다 굴욕에 의한 수치심이 삼천교주의 마음을 병들게 만든 것이다.

그는 해쓱해진 얼굴로 마치 가뭄이 든 것 같은 표정을 짓고서 허공을 보았다.

머릿속이 황폐해지고 있었다.

* * *

-구구구구구!

삼천교주의 몸 안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오러의 형태가 방향을 잃으면서 기혈이 뒤틀리기 시작한 것이다.

주화입마(走火入魔).

신체 내부의 오러 운용 과정에 있어, 물리적, 혹은 심마와 같은 심리적 타격에 의해 기혈이 뒤틀려 치명적인 상태에 이르는 것으로, 현재 삼천교주는 주화입마가 시작되고 있었다.

삼천교주의 코에서 피가 흐르고, 몸이 마치 시체처럼 퍼렇게 질려 가기 시작했다.

몸은 딱딱하게 굳는다.

신체가 죽어 가고 있었다.

그 꼴을 보고 민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뛰어가 단숨에 거리를 좁힌 다음 삼천교주의 목을 틀어잡았다.

* * *

콰득!

거칠게 목이 잡혔으나 삼천교주는 이미 의식이 반쯤 희미해진 상태였다.

민성은 삼천교의 몸에 마기를 흘려보냈다.

통제 아래 마기를 조종할 수 있었기에, 민성의 마기는 마치 눈이라도 달린 것처럼 삼천교주의 신체 내부를 샅샅이 최첨단 레이더처럼 문제점을 빠르게 캐치해 냈다.

놀랍게도 안정화되어 있어야 할 오러의 기류가 제멋대로 마치 폭주한 것처럼 사방으로 날뛰고 있었다.

민성은 마기의 힘을 이용해 강압적으로, 폭주하고 있는 기혈의 흐름을 풀어 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미친 듯이 날뛰던 오러의 기류 흐름이 점차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삼천교주의 코에서 흐르던 피가 멎었고, 풀려 버렸던 동공도 서서히 그 초점을 찾아갔다.

그제야 민성이 손을 놓았다.

의식을 되찾게 되자 삼천교주는 헉! 하는 신음을 뱉으며 어깨를 들썩이면서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거칠었던 호흡은 점차, 분노로 인해 더 격정적으로 거칠어졌다.

“죽이라고, 죽이라고 하지 않았더냐!”

삼천교주가 발악하듯 외쳤다.

“네가 죽고 사는 건 내 마음이다. 결정권이 없어, 네겐.”

민성이 심연의 어둠을 내포한 눈으로 삼천교주를 응시하며 말했다.

“이런 지독한……!”

“대자연의 기를 오러로 만드는 것이 보통인데, 놀랍게도 그 오러의 기운을 단전에 형성시켜 순환하는 것 같더군. 훌륭하다. 바보같이 그런 생각은 못 해 봤어.”

“……!”

삼천교주의 동공이 흔들렸다.

잠시 잊고 있었던, 그의 능력에 대한 경악이 다시 심장을 철렁이게 만들었다.

단전에 코어[core]를 만들지 않고 그런 출력을 가진 것이라고?

“덕분에 한 단계 성장했다.”

삼천교주는 마치 괴물을 보는 듯한 눈으로 민성을 보았다.

“그리고.”

민성이 절대로 듣고 싶지 않았던 말을 삼천교주의 귓속에 때려 박았다.

“간단한 저주 하나를 걸어 놨어. 마음에 들 거다. 분명”

“저주라니……?”

삼천교주가 되물었다.

“폭주하는 네 몸 내부 상태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네가 대자연의 기를 코어로 쓰는 하단전의 공간과 기를 운용하는 감각 기관 몇 개를 조금 건드려 놓았다.”

삼천교주의 눈에 지독한 공포가 파고들었다.

“네, 네놈. 그 말인즉슨…….”

삼천교주가 믿고 싶지 않다는 듯, 절대로 들어서는 안 될 말을 앞둔 사람의 얼굴로 민성을 직시했다.

“그래. 너는 이제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몸이 됐다. 넌 오러를 운용하면 극도의 고통을 겪게 될 것이지만 죽지는 않을 거다. 그리고 오러를 쓸 수 없게 된 이상 네가 어떤 무기로든 네 자신을 해하려고 해도.”

민성이 쓰게 웃었다.

“너의 아마 ‘패시브 스킬’. 마치 금광불괴 같은 그 본연의 방어력 덕분에…….”

민성의 눈이 낮게 가라앉았다.

“네 의지로 네 자신을 죽이는 건 불가능해졌다.”

민성이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넌 이제 완벽하게, 죽을 수도 살 수도 없는 저주에 걸렸다는 얘기다.”

삼천교주는 마치 자신의 앞에서 악마가 말하는 듯했다.

그는 감당할 수 없는 정신적 충격을 받아 바닥에 철퍽 무릎을 꿇었다.

“어때? 마음에 드나?”

민성이 물었다.

삼천교주의 커다랗게 떠진 눈에서 눈물 한 줄기가 쭉 흘렀다.

무인으로서 가치를 잃었다.

그 사실은 삼천교주를 완전히 바닥으로 만들고 말았다.

심지어 죽고 싶어도 죽을 수도 없다니……?

무인으로써 모든 걸 잃은 자가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가?

무인에게 오러를 잃었다는 것은 전부를 잃었다는 것과 같았다.

그런데 그런 삶을 죽지도 못하고 계속 살아야 한다니?

삼천교주는 눈물 자국이 남은 얼굴을 들어 무릎을 꿇은 채 민성을 올려다보았다.

“내, 내가 잘못했다. 그러니 전사로 죽을 수 있게 나를 죽여 다오……. 제발…… 제발 부탁이니, 살아 있는 것이 지옥이니! 제발 나를 죽여 다오. 부탁이다!”

삼천교주가 울부짖듯이 말했다.

“무공 비급을 넘기고,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게 있으면 설명해라. 그럼 네 소원대로 죽을 수 있도록 해주지.”

삼천교주는 자신에게 더 이상 선택지가 없음에 양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움켜쥐고 절망했다.

교주는 독기가 잔뜩 물든 얼굴을 들어 온몸을 경련하듯 떨어 댔다.

“본좌가 네놈의 말을 들을 것 같으냐?! 나는 대 삼천교 교주 양영학이다!”

* * *

삼천교 문화전(文華殿)의 내실.

이호성은 무공 비급을 읽고 있는 민성에게 커다란 부채로 부채질을 했다.

바가지는 민성의 주머니에서 꿈틀거리며 단잠에 빠져 있었고, 황금 고블린 쏠은 의자에 앉아 있는 민성 뒤에서 어깨를 꾸물꾸물 주물렀다.

마치 이 전각의 주인처럼 편안하게 있는 민성과 달리 그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삼천교주가 팬티 바람으로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

“신기하군. 이런 방식으로 오러를 운용할 수 있다니.”

민성은 무공 비급을 눈을 빛내며 읽어 나갔다.

보면 볼수록 삼천교에서 창안해 낸 무공의 원리는 그야말로 획기적이었다.

단순히 대자연의 기를 빌려와 사용하는 것과 달리, 이 무공의 기준은 체내의 단전에 코어를 형성하여 그 단전에 오러를 쌓아 나가고, 전투시에 이를 활용하는 측면을 다루고 있었다.

코어가 되는 단전은 기경팔맥과 이어져 있고, 그런 만큼 마기를 단전에 쌓아 체내 전체를 오러의 힘으로 인해 신체 능력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었다.

이것이 중국이 월드 헌터들과 달리, 압도적인 무력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이유였다.

하지만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미 자신의 단전에는 넘칠 만큼의 오러가 있었다.

또한 기경팔맥 전체에 마기가 흐르고 있어, 방금 읽은 무공 비급은 그에게는 별달리 필요가 없는 책이었다.

“이호성.”

“예, 헌터님.”

이호성이 부채질을 하면서 허리를 숙이고 고개를 빼꼼 내밀며 대답했다.

“부채질은 그쯤 하고 이거나 읽고 읽혀라.”

민성이 들고 있던 무공 비급을 휙 집어 던졌다.

소중한 무공 비급의 형편없는 취급에 팬티 바람의 삼천교주가 눈을 찢어질 듯이 뜨며 욱 하는 얼굴이 되었지만, 그는 그저 아랫입술을 깨물며 분노를 참았다.

분노를 드러낸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며, 오히려 추잡한 꼴밖에 볼 일이 없어서였다.

삼천교주는 자신의 처량한 신세를 한탄했다.

삼천교의 교주로서 지엄한 존재로 살아가던 때가 바로 몇 시간 전이었다.

“하아…….”

연거푸 한숨 쉬는 삼천교주를 보고.

“자꾸 한숨 쉬지 마라. 듣기 싫으니까.”

민성이 눈총을 주었다.

삼천교주는 또다시 한숨을 쉬려다 숨을 멈추고 고개를 푹 숙이고선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정말 한시라도 빨리 저승으로 가고 싶은 삼천교주였다.

좋게 생각하자.

적어도 삼천교의 비기는 후손을 이을 것이니.

교주는 그렇게 자조적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절대로 정신이 버틸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아니, 차라리 미치고 싶은 삼천교주였다.

그때-

“야, 교주.”

민성의 부름에 삼천교주가 마른침을 삼키며 딱딱하게 굳어 있는 얼굴을 슬쩍 들었다.

“밥 가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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