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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156화 (156/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156화>

이호성은 민성과 삼천교주의 싸움을 지켜보면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둘의 전투는 자신이 가히 올려다보기도 힘든 경지의 경합이었다.

겨우 단순히 한 수를 섞었음에도 불구하고, 둘이 이루는 전력의 포스가 대단했다.

민성과 삼천교주 주변으로는 단 한 수의 경합 만으로 반경 약 5미터 정도의 바닥이 마치 공사 현장처럼 갈려 있었다.

이호성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러다 자신의 다리 쪽에 감각이 이상한 걸 느끼고 밑을 보자, 바가지가 코알라처럼 다리에 찰싹 붙어 있었다.

바가지는 강민성이 혹여나 피해를 입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모양새였다.

반면 황금 고블린 쏠은 아무 생각 없이 민성과 삼천교주를 보며 재밌다는 듯 웃고 있었다.

이호성은 바가지와 쏠을 보면서 헛웃음을 흘렸다가 민성 쪽을 다시 보곤 표정을 굳혔다.

삼천교주는 민성을 보면서 웃었다.

세계를 지배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은 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각성자들을 믿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부하들은 단지 심부름을 시키기에 편한 녀석들일 뿐.

세계를 장악하고자 결정을 내린 것은 바로 자신의 능력을 철저히 믿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시체들을 밟고 올라왔다.

그 과정에서 깨닫고 또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의 강함은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패왕의 존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때부터였다.

강한 놈과 붙고 싶어 하는 근질근질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홀로 마인의 탑을 해결했다고 하기에 기대감을 갖고 흥분했었는데, 저놈은 별달리 대단해 보이지가 않았다.

단순히 속도가 빠르고, 오러의 출력이 좋았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게다가 무엇보다 근본이 썩어 빠졌다.

수천 명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 무공의 대가를 이룬 자신의 수련 과정과 달리, 놈은 그저 야생의 짐승처럼 바닥을 구르면서 체득한, 단순히 재능이 좋았던 수준에 불과하지 않았다.

막상 실체를 알게 되자 조금 시시한 기분이 들기도 했으나, 삼천교주는 조금 더 놈을 가지고 놀고 싶었다.

이 정도 능력을 가진 각성자를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충분히 즐긴 다음 죽일 생각이었다.

“선공을 양보하마. 먼저 와 보거라. 좀 더 실력을 발휘해 봐.”

삼천교주가 양손에 파괴적인 힘을 집중시키며 말했다.

“꼴값을 떨고 있네.”

민성의 오리하르콘 단검에서 마기가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 마기를 발출시키는 순간, 삼천교주는 간담이 서늘하고 온몸의 털이 쭈뼛 곤두서는 것만 같은 감각을 느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출력이 민성의 무기에서 흘러 나왔다.

삼천교주는 눈을 크게 뜨고 오러의 내력을 끌어 올리며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뭐야, 저게?!’

그는 잠시 방심하고 있었던 터라 미처 피할 보법을 밟지 못했다.

그사이 민성의 오리하르콘 단검에서 발출되어 날아온, 마치 안개와도 같은 정체 모를 검기를 보고 삼천교주는 양손을 앞으로 내밀며 그 힘과 그대로 충돌했다.

처음 검기를 썼던 출력과는 차원이 다른 힘이다.

삼천교주의 손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멸흡공(滅吸功)이 급하게 펼쳐졌다.

민성의 마기와 삼천교주의 멸흡공이 충돌했다.

쿠크크크크콰콰콰!

“크윽!”

삼천교주는 눈을 부릅뜨며 하체에 힘을 실었다.

‘이게 무슨……?!’

본래 자신의 비기 중 하나인 멸흡공을 쓰면 대상의 검기를 흔적도 없이 순식간에 소멸시켜야만 정상이다.

한데 저놈이 쏘아 낸 정체 모를 이상한 검기는 그 출력이 멸흡공의 그릇을 넘어서는 듯했다.

“마, 말도 안 되는……!”

삼천교주의 멸흡공이 민성이 출력시킨 마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이내 깨져 버렸다.

쩌어어어어어어엉-!

삼천교주의 얼굴에 일순 놀람이 번졌다.

“읍……!”

마기가 강한 호신강기를 두르고 있는 삼천교주의 피부를 찢어 냈다.

왼쪽 어깨가 반쯤 잘리고―

“크읏……!”

옆구리와 허벅지 발목이 움푹 베였다.

치솟는 고통을 무시하며, 놈의 다음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서둘러 자세를 낮추며 내력을 끌어 올렸는데―

“……?”

삼천교주는 물음표와 의문이 담긴 눈으로 멍하게 민성을 보았다.

민성은 더 공격할 의지가 없는 듯 오리하르콘 단검을 들고 있는 손을 아래로 축 늘어트리고 있었다.

삼천교주는 그런 민성을 보고 이를 부서질 듯 깨물고 이내 바드득 갈았다.

“감히 본좌를 능멸하는 것이냐……!”

삼천교주가 낮은 소리로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죽을 것 같으면 얘기해. 봐줄 거니까.”

민성이 감정이 들어가 있지 않은 무정한 눈으로 삼천교주를 보며 말했다.

드드드드드드드!

삼천교주가 기력을 드러내자 아래의 땅이 진동했으며 땅이 큰 지진처럼 땅 주변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건방진 꼬마놈……! 네놈의 교만함을 찢어발겨 주마.”

마뢰(魔牢) 3식

멸마 금환공(滅魔 禁環功).

양손으로 커다란 공을 쥐듯 손을 모은 삼천교주에게서 심상치 않은 기류가 모여들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삼천교주가 품은 마력의 힘은 상당했다.

삼천교주의 눈이 살기로 번들거리며, 이내 손끝에서 빛을 뿜었다.

한번 시전되면 타깃의 반경 100미터 정도는 폐허로 만들어 버릴 만큼 파괴력과 파장이 큰 기술.

“이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 끝내 주마!”

파아아아아아아아-!

멸마 금환공이 민성을 향해 펼쳐졌다.

민성은 오리하르콘 단검을 들어 마치 권총처럼 삼천교주를 겨누었다.

민성이 손에서 무기를 살짝 놓았을 때, 오리하르콘 단검이 부유하며 콰지직! 하고 뇌력을 머금었다.

그리고.

번―쩍!

삼천교주가 직선 방향으로 땅을 후벼 파며 날려 보낸 거대한 기공의 힘을, 이기어검술로 출두된 오리하르콘 단검이 단숨에 쩌저저적! 소리를 내며 씹어 삼키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보고 삼천교주는 눈을 찢을 듯이 크게 떴다.

전력에 가까운 비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멸마 금환공은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게,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보다 더한 충격이 삼천교주의 머릿속을 뒤흔들어 놓았다.

“……이기어검술?”

삼천교주가 민성의 손끝에 거리를 두고 떠 있는 오리하르콘 단검을 보며 작게,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이기어검술을 쓰는 자가 존재한다니?

지금껏 그는 꿈의 영역이라고만 생각했다.

한데 그런 능력을 지금 눈앞의 남자가 쓰고 있다는 사실에, 삼천교주는 지금 이 현실이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이었고, 그런 망상은 현실 도피에 지나지 않았다.

온몸의 힘이 쭉 빠졌다.

“이토록 강할 수가…….”

삼천교주는 허탈한 표정으로 양손을 아래로 축 내렸다.

완전히 수준이 다르다.

애초에 시작 자체가 모순이었어.

헛웃음이 나왔다.

저런 자를 상대로, 들뜨고 흥분하고 우월감에 빠져 있었던 자신이 못 견디게 창피했다.

대체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달려왔던 것인지 자조적인 패배감이 가슴을 묵직하게 눌렀다.

삼천교주는 이를 악물었다.

“내가 졌다. 죽여라…….”

패배했다.

더 이상 살아갈 이유 따위는 없었다.

지존을 꿈꾸며 많은 것을 누리고, 많은 것을 꿈꾸고 살아왔다.

더럽고 추잡하게 목숨을 구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삼천교주는 방어할 생각을 버리고 어깨를 펴고 가슴을 내밀었다.

죽을 때 죽더라도, 당당하게, 저토록 믿을 수 없게 강한 자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싶었다.

“얘기했잖아. 죽을 것 같으면 봐줄 거라고.”

민성이 담담하게 크지 않은 목소리라 말했지만 그 말은 삼천교주의 귀에 분명하게 들렸다.

삼천교주의 얼굴이 노기로 일그러졌다.

“어서 죽여라……! 마무리를 지어.”

삼천교주가 호랑이 같은 얼굴로 대노했다.

그때 허공에 뇌력을 뿌리며 떠 있던 오리하르콘 단검이 삼천교주가 눈으로 쫓을 수 없는 속도로, 반응할 수 없는 속도로 허벅지에 박혀 들었다.

푹!

파지지직!

“억……!”

삼천교주가 입을 쩍 벌리며 자신의 허벅지에 박힌 민성의 무기를 내려다보았다.

고통이 극렬했다.

단순히 칼이 살을 찢고 들어와 뼈를 건드린 고통뿐 아니라 마기가 퍼지면서 세포 하나하나를 찢어 내는 것만 같은 고통까지도 해일처럼 일었다.

심한 고통감에 움직이지 못하고 있던 차―

오리하르콘 단검이 저절로 빠져 나오는 걸 보았다.

고통이 이렇게 큰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보고 있자니 꼭 귀신에 홀린 기분이었다.

아주 잠시 고통이 잊힐 정도였다.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이기적인 능력.

질시의 부러움과 패배감이 끔찍하게 감정을 자극하고 난도질했다.

삼천교주는 반쯤 허물어진 것만 같은 얼굴로 민성을 보았다.

마치 신을 마주하고 있는 것만 같은 끔찍한 기분이었다.

“……내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삼천교주가 텅 빈 눈으로 민성을 보며 물었다.

민성은 두둥실 허공을 날아온 자신의 무기를 살며시 쥐었다.

“싸우는 데 일종의 규칙 같은 게 있더군, 삼천교라는 곳에서 온 것들은. 그게 좀 괜찮아 보여서 알아 볼까 싶거든.”

“날 죽이지 않은 이유가 단지 그것이라고……?”

“더 있어야 하나?”

“이기어검술을 쓰는 자가 뭣 하러 그런…….”

삼천교주는 그 뒤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깨닫게 된 것이 있어서였다.

만약 독학으로 이룬 경지가 이기어검술에 이른 것이라면……!

꿀꺽―

삼천교주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전율에 의해 털이 곤두섰다.

저자가 무공에 대해 알게 된다면 이기어검술의 경지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급성장의 문이 열릴 수 있음이었다.

그런 사실에, 잠시 넋을 놓고 있던 삼천교주는 초점이 흔들리며 헛웃음을 흘렸다.

결국 강민성의 경지는 현재 몸으로만 알고 있지,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즉 사용할 수는 있어도 누군가에게 가르칠 수는 없다는 것.

물론 ‘이기어검술’의 경지가 애초에 누가 누구를 가르쳐서 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무공에 ‘배움’을 마음먹는다면 어쩌면 강민성이라는 남자는 또 다시 새로운 문을 열게 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삼천교주는 부러움에 치가 떨렸다.

강민성.

그는 ‘신’을 원망하고 싶을 정도로, 대단한 인간이었다.

저토록 강한데, 더 성장할 폭이 그렇게 많을 수 있다니.

삼천교주는 당장이라도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대체 그동안 뭘 하고 살았는지,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그 의미를, 삼천교주는 찾을 수 없었다.

그것은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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