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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155화 (155/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155화>

슈아아아악!

어디선가 공기를 찢어발기는 파공음이 들렸다.

민성이 삼천교 헌터에게 시선을 돌렸을 때, 그와 동시에 검기가 맺힌 비수 한 자루가 삼천교 헌터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민성은 몸을 틀어 순식간에 거리를 이동하여 비수를 낚아챈 다음, 비수가 날아왔던 방향으로, 역으로 비수를 다시 날렸다.

쐐애애애애애애애액-!

푹! 하고 박히는 소리가 났다.

나무 사이에서 검은 로브의 흑랑대 헌터 한 명이 툭 하고 바닥에 떨어져 꿈틀 거렸다.

민성의 시선이 주변을 훑었다.

몇 명 더 있는 것 같았지만, 감각의 레이더에 잘 걸려들지 않았다.

마인만큼이나 자신들의 기척을 비교적 잘 지우는 녀석들이었다.

민성은 죽은 삼천교 헌터를 내려다보다가 시선을 거두고 정문을 통과했다.

이호성이 주변을 살피다가, 꽃을 보고 있는 황금 고블린 쏠과 삼천교 헌터를 데리고 서둘러 민성을 뒤쫓았다.

삼천교 헌터는 자신이 죽을 뻔했다는 사실에 눈이 화등잔만큼 커져 있었고, 심장 박동이 폭발할 것처럼 빨라졌다.

* * *

삼천교주는 고풍스러운 방에서 느긋하게 옷을 갈아입었다.

그의 입가에는 가느다란 미소가 사라지지 않고, 마치 자리를 잡은 듯 호선을 계속해서 그리고 있었다.

이내 옷을 다 입은 삼천교주.

교주는 뒷짐을 지고서 걸음을 옮겨 벽면에 붙어 있는 그림을 보았다.

자신의 업적을 의미하는 그림이었다.

시체가 산을 이루고, 그 시체의 산 위에 오롯하게 서 있는 지존.

그것이 바로 자신이었다.

한동안 삼천교의 교주로서 부족함 없는 생활을 영위했지만, 스스로를 단련시키고 무공을 공부하는 데 있어 게으름을 부리지는 않았다.

언제고 저 그림에 하나의 영웅을 시체로 더 그려 주기 위해서.

삼천교주는 그림을 보며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아주 오래간만에 느끼는 흥분감이 스스로를 휘어 감았다.

삼천교주는 몸을 돌려 빠르게 문을 열고 나갔다.

그리고 가볍게 땅을 차면서 뛰었다.

신법(身法).

삼천교주가 마치 미끄러지듯 엄청난 속도로 바람을 가르며 나아갔다.

그는 순식간에 먼 거리를 이동하여 넓은 광장인 태화전(太和殿)에 이르렀다.

그는 태화전 삼도의 중심부에 서서 주변을 훑어보다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파란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높았다.

삼천교주는 전조 안 중앙 측 위에 위치한 으리으리한 정전으로 향했다.

그는 계단을 밟고 올라가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는 교좌에 앉았다.

그리고 삼도의 엄청나게 넓은 광장 홀을 바라보며 여전히 미소를 지우지 못한 얼굴로, 자신의 손님을 기다렸다.

그의 눈에는 이글거리는 흥분감이 맴돌고 있었다.

* * *

민성의 발이 태화전의 광장 홀을 밟았다.

그런 민성의 뒤로, 삼천교 헌터와 이호성, 그리고 황금 고블린 쏠이 두리번거리며 뒤따랐다.

전위에 선 민성은 태화전의 광장 홀 중심에 멈춰 서서 내정의 교좌에 앉아 있는 사내를 보았다.

삼천교의 교주였다.

그는 용이 자수된 용포를 입고 있었다.

용포ㅋ는 피처럼 탁한 붉은색이었으며, 용의 문양은 금빛으로 자수되어 있었다.

50세가량 정도로 보이는 중년의 삼천교주가 민성이 나타나자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네놈이로구나. 마인의 탑을 부쉈다는 한국의 헌터가.”

삼천교주가 웃으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메아리처럼 쩌렁쩌렁 울렸다.

민성은 삼천교주를 보며 핏 하고 웃었다.

“태화전이라는 이름도 그렇고, 황제 놀이를 하고 있는 꼬락서니도 그렇고. 가관이군.”

민성의 놀림에도 삼천교주의 입가에 머무른 웃음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너의 그 오만한 태도가 과연 네 실력과도 견줄 만한 것인지 어디 한번 확인을 해 보고 싶구나.”

삼천교 교주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광장 주변에서 사람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인원은 이내 빼곡해지기 시작하더니, 곧 엄청난 수가 삼도의 중심부에 있는 민성을 반원 형태로 둘러섰다.

모두 검은 무복을 입은 각성자들이었으며, 그들의 눈에는 형형한 기운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놀아 보자.”

삼천교주가 말했다.

누군가 북을 쳤다,

둥! 둥! 둥! 둥! 둥!

북소리는 점점 더 빨라졌다.

삼천교주의 미소가 더 진해졌다.

민성이 보기에 그는 지금 마치 연회를 하듯 즐기고 있었다.

민성의 한쪽 입꼬리도 위로 올라갔다.

감히 나를 광대로 세웠다?

콰지지지지지직!

민성이 템창에서 오리하르콘 단검을 뽑아내며 턱을 들어 느슨한 눈으로 삼천교주를 보았다.

삼천교주는 여전히 능글능글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삼천교주 아래, 수백에 달하는 무인. 그리고 민성.

그 대치 상황 안에서, 집결지에서 이곳까지 함께 온 삼천교 헌터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땀을 뻘뻘 흘렸다.

“뒤로.”

민성이 말했다.

이호성이 삼천교 헌터와 쏠을 끌어냈다.

바가지도 주머니에서 꾸물꾸물 나와, 바닥에 탁! 착지한 후, 이호성이 있는 곳으로 몸보다 훨씬 큰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뛰어갔다.

공간을 편하게 확보한 민성이, 수백의 무인들이 좌우 대각 방향에서 칼을 겨누고 있는 방향의 정면으로 천천히 걸었다.

삼천교 무인들의 눈이 예리하게 번쩍였다.

민성이 적정 거리에서 멈춰 섰고.

삼천교의 무인들이 칼을 상단으로 비스듬히 얼굴 옆으로 들어 민성을 향해 경공술을 쓰며 달려들었다.

그럼에도 민성은 검기를 두른 채,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무인들을 보지 않았다.

민성의 시선은 오로지 내정 교좌에 앉아 있는 삼천교주에게 향하고 있었다.

전위에 위치한 삼천교 헌터들의 칼이 민성을 찔렀다.

찔렀다고 생각했지만, 민성의 형체는 어느덧 연기처럼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사라졌다고 인식한 그 순간에.

콰르릉! 소리와 함께 새하얀 섬광이 천둥을 치듯 주변을 밝혔다.

후두두두둑! 우루루!

몸이 잘려 나간 삼천교 헌터들이 무력하게 도미노처럼 쓰러졌다.

단 한 번의 공격에 삼천교 무인들 3분의 1의 몸이 찢겨 나갔다.

삼천교 무인들이 공포를 넘어서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이를 악물고 민성을 향해 검기를 뿌렸다.

사방에서 검기가 난무했다.

하지만 그 엄청난 양의 검기 다발은 놀랍게도 민성의 털 오라기 하나 스치지 못했다.

민성은 마치 유령 같이 움직였으며, 오리하르콘 단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마치 신이 격노한 듯 삼천교 무인들을 쓰러트렸다.

콰르르릉! 콰르릉!

오리하르콘 단검에서 천둥소리가 쏟아질 때마다 죽음이 펼쳐졌다.

민성의 오리하르콘 단검에 담긴 마기가 출력을 뿜어 낼 때 그 힘과 범위는 삼천교 무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콰르릉!

삼천교 무인들이 지독한 피비린내를 풍기며 넓었던 홀을 시체가 되어 덮어 나갔다.

그 광경에 삼천교주가 미소를 지운 얼굴로 등받이에서 등을 떼고 허리를 세워 민성을 보았다.

겨우 16여 초였다.

20여 초도 되지 않은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수백에 달했던 삼천교의 무인은 지금 고작 30여 명에 불과했다.

삼천교 헌터들이 민성에게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하고, 다닥다닥 붙어 민성을 향해 칼을 세우며 뒷걸음질 쳤다.

그들의 칼은 떨리고 있었다.

민성의 오리하르콘 단검에서 피가 뚝뚝 흘러내려 바닥을 적셨다.

앞머리를 왼손으로 쓸어 올리는 민성 너머로 검은 무복을 입은 수백의 삼천교 무인들 시체가 널브러져 있다.

민성이 삼천교주를 보며 오리하르콘 단검으로 내려오라는 듯 까딱이며 웃었다.

“주접떨지 말고 내려와라.”

싸늘한 공기가 맴돈다.

시체를 등진 민성과 삼천교주의 눈이 허공에서 스파크가 튀듯 마주쳤다.

삼천교주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우리 삼천교의 본대 병력은 아니지만, 녀석들이 나선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건 없겠어. 놀라운 실력이야.”

삼천교주가 그렇게 말하며 교좌에서 몸을 일으켰다.

2미터에 달하는 키.

넓은 어깨와 단단한 골격을 가진 몸체.

큰 풍채를 가진 삼천교주는 템창에서 따로 무기를 꺼내지 않고, 민성이 서 있는 삼도의 홀을 향해 계단을 타고 천천히 내려갔다.

“그만들 물러서라.”

삼천교주가 말했다.

그 말에 민성과 대치했었던, 살아남은 30인의 무인들이 인사를 올리고, 몸을 날리며 사라졌다.

피비린내 가득한 시체들을 등진 민성과 그의 앞으로 느긋하게 도포를 휘날리며 내려온 삼천교주가 마주 섰다.

“내 아랫것들이 쉽게 당했다고 해서 나까지 그렇게 얕잡아 봐서는 곤란해.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수준이 차원이 다를 터이니.”

민성은 무표정한 얼굴로 오리하르콘 단검을 휘둘렀다.

콰르릉!

민성의 새하얀 마기가 삼천교주에게 날아갔다.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삼천교주는 손바닥으로 민성의 마기를 간단하게 쳐 냈다.

그의 손바닥에서 새하얀 연기가 피시식 흘렀다.

그가 받은 타격은 전혀 없어 보였다.

“겨우 이 정도로, 그리도 오만하게 굴었던 것이냐?”

삼천교주가 민성을 보며 음흉하게 웃었다.

민성은 그의 손을 보았다.

따로 무기를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의 무기는 자신의 신체.

즉 권법에 바탕을 둔 무공을 쓰는 듯했다.

방어 기술이 일반적이지 않아.

단순히 오러를 둘러서 막은 게 아니다.

오러를 응용해서 적용시키고 있어.

놀랍군.

민성이 생각에 잠겨 있자 삼천교주가 웃었다.

“왜 말이 없나? 겁이라도 먹은 건가?”

삼천교주의 눈이 번쩍였다.

출수.

삼천교주의 손바닥이 마치 잡아먹을 듯이 민성에게 향했다.

풍천공(風穿攻).

삼천교주의 손바닥에서 거대한 오러의 힘이 소용돌이쳤다.

민성은 간단히 피해 내려 몸을 틀었지만, 삼천교주의 손이 그를 뒤쫓았다.

급격히 방향을 틀면서 민성의 몸 근사치에 이른 삼천교주의 손이 마치 마수의 손처럼, 팔이 길어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들며, 민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민성은 오리하르콘 단검으로 치고 들어오는 삼천교주의 손을 쳐 냈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앙!

귀를 찢을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렬한 타격음.

민성은 뒤로 물러나면서 자신의 오른팔을 내려다보았다.

저릿저릿했다.

민성은 호기심이 담긴 눈으로 조금 떨어져 있는 삼천교주를 보았다.

삼천교주는 마치 귀신같은 눈으로 자신을 보며 전신에서 새하얀 기류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확실히 놈이 말했던 대로, 지금까지 만나 온 삼천교 헌터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만큼은 인정할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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