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자의 삼시세끼 154화>
시선이 머무른 포스터는 워프 게이트 내에 새로 입점한 레스토랑의 광고였다.
포스터에는 미니 런치로 한정 시간에 판매하는 ‘스페셜 새우튀김’이 굉장한 비주얼로 스스로를 빛내고 있었다.
꼬르륵―!
삼천교 헌터들 때문에 밥때를 놓쳐서 그런지 배에서 알람 소리가 났다.
바가지가 민성의 주머니에서 머리를 빼꼼 내밀어 민성을 올려다보았다.
황금 고블린 쏠은 민성의 배를 보며 와아? 하고 웃었다.
민성은 이호성에게 메시지 한 통을 보내고 곧바로 식당이 있는 엘리베이터 2층 버튼을 눌렀다.
* * *
“후우.”
이호성은 로비 부근 VVIP 1번 대기실 룸 안에서, 어색하게 다 죽어 가고 있는 얼굴을 한 삼천교 헌터와 대치 중이었다.
이호성은 시계를 보다가 삼천교 헌터를 흘깃 보았다.
눈에 거의 초점이 없어, 정신이 반쯤 나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호성은 심장이 벌렁거렸다.
강민성이 장난 아닌 성격이라는 건 알았지만, 겪을 때 마다 적응이 안 되는 건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분위기를 잡은 다음에, 순식간에 다 죽여 버리다니.
하긴 그동안 좀 조용하긴 했지.
“어휴.”
이호성은 몸서리를 치듯 한숨을 툭 뱉었다.
새삼 소름이 돋는다.
그가 얼마나 냉정하고 무서운 사람인지.
아니, 사람이 맞긴 한 걸까…….
‘마신’이라는 게 살려 달라고 하는 판에…….
민성의 존재에 한 차례 몸을 부르르 떨었던 이호성은 자신의 몸처럼 부르르 떨리는 진동을 느끼고 휴대폰을 꺼냈다.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 튀김 먹고 간다.
이호성은 문자 메시지를 넋이 나간 눈으로 보았다.
눈을 깜빡이며 문자 메시지를 보던 이호성은 휴대폰으로 워프 게이트 사이트에 들어가 식당에 대해 찾아보았다.
워프 게이트 맨하튼점 2층에 입점한 레스토랑에서 새우튀김을 선보인다는 광고가 있었다.
“와…….”
이호성은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 와중에, 새우튀김을 먹는다고?
기겁하는 표정을 짓던 이호성은 이내 휴대폰을 넣고 삼천교 헌터를 주시했다.
아무리 자신이라고 해도, 그의 식사에 기여도를 올렸다고 해도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
정신 차리자.
이호성은 약해 보이지 않기 위해, 헛기침을 하며 눈에 힘을 꽉 주었다.
강민성에 의해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라고 해도 그는 삼천교의 헌터다.
월드 헌터들의 머리 위에 있는 헌터.
잘 감시하라는 강민성의 명령을 받은 이상 놓치면 끝장이다.
이호성은 마치 교도관 같은 표정과 심정으로 삼천교 헌터를 석상처럼 미동 없이 주시했다.
* * *
런치 메뉴 중 하나인 ‘스페셜 새우튀김’이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스페셜이라는 이름 때문에 포스터와 달리 잡다한 튀김이 함께 나오는 건 아닌가 걱정됐었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오직 새우튀김뿐이다.
같은 모양 같은 크기의 새우튀김.
커다란 이 새우튀김은 마치 피라미드처럼 세워져 있었다.
우람한 튀김과 반짝거리는 표면은 너무 아름다워서 아주 잠시 넋을 잃고 보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혀를 기분 좋게 긁어 줄 것 같은 겉 표면이다.
이런 건 손으로 먹어야 제 맛.
민성은 새우튀김 하나를 조심히 들었다.
혀의 감각을 뜨거운 온도를 느낄 수 있도록 일반적인 상태로 조정하며, 민성은 새우튀김을 이빨로 깨물었다.
바사삭!
가장 먼저 느껴진 건 입안에서 튀김이 부서지는 식감이다!
그다음엔 연주 소리만큼이나 아름다운 사운드가 최고급 오디오에서 흐르는 클래식처럼 귀를 적신다.
바사삭거리는 소리.
그 아름다운 소리가 귓속으로 파고 들었으며, 거의 그와 동시에 촉촉하고 탱글탱글한 튀김 안쪽 새우살의 맛이 입안을 거칠게 휘어 감았다.
“하……!”
뜨거워서 낸 소리가 아니다.
민성은 마치 고통스러운 듯 눈을 질끈 감고 미간을 구겼다.
너무 맛있다.
이건 정말 먹길 잘했어.
민성은 간신히 눈을 뜨고서 기름기가 묻은 입술을 혀로 핥았다.
마인의 탑에서 도시락으로 먹었던 튀김과 비교하는 것은 그 자체가 튀김이라는 본연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할 만한, 실로 무례한 처사다.
좋은 기름으로 갓 튀겨 낸, 신선한 튀김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 존재 자체로써 말이다.
민성은 감동받은 얼굴로 새우튀김을 내려다보았다.
튀김을 싫어하는 사람도 새우튀김은 좋아하지 않을까?
그런 막연한 추측마저 들 정도로 이 새우튀김은 맛있다.
꼬리 부분은 버리고 두 번째 새우튀김을 들었을 때, 웨이터가 ‘머리’만 따로 튀긴 것을 그릇 위로 가지고 왔다.
민성의 시선은 웨이터가 가져온 새우 머리 튀김에 고정되어 떠날 줄을 몰랐다.
새우 머리 튀김에는 기다란 수염까지도 멋지게 튀겨져 있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처럼이나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
민성은 새우 머리 튀김을 들어 입에 신중히 넣었다.
와그작-!
머리 튀김은 껍질이 살짝 단단한 편이라, 경쾌한 소리가 명확하게 울렸다.
튀겨진 수염은 뾰족해서 입안에 찔리는 느낌이 조금 났지만, 충분히 무시할 수 있는 수준.
그리고 머리 내장의 진한 맛이 고소하고 쌉싸름하게 입안에 퍼지면서 적당한 양의 기름기가 혀를 휘어 감는다.
아작아작 씹히는 새우 머리의 맛은 몸통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맛이었다.
역시 포만감을 빠르게 채워 주기 때문에, 새우튀김만 먹어도 충분히 배를 채울 수 있을 듯했다.
하지만 이것만 먹는 건 뭔가 아쉽다.
민성은 500cc 맥주 한 잔을 주문했다.
노란 빛깔에 거품이 쌓인 맥주 한 잔이 민성의 테이블로 올라왔다.
민성은 두껍고 투명한 맥주잔을 들어 입에 가져다 댔다.
꿀꺽- 꿀꺽- 꿀꺽-!
목울대를 움직이며 시원한 맥주의 탄산이 목을 긁으면서 지나간다.
“후우.”
짧은 숨을 토해 내며, 민성은 맥주잔을 내려놓고 다시 새우 몸통을 집었다.
튀김의 겉 표면을 씹는 식감과 안쪽의 부드러운 속살은 황홀함 그 자체였다.
민성은 기분 좋게 한 번 더 몸통 쪽 새우튀김을 바사삭 깨물어 먹었다.
* * *
“안녕히 가십시오.”
지배인의 인사를 받으며 식사를 즐겁게 마친 민성은 식당을 나왔다.
그러고는 쏠을 데리고 이호성과 삼천교 헌터가 있는 VVIP 대기실의 문을 열었다.
민성이 나타나자 초점 없이 허공을 보고 있던 삼천교 헌터가 화들짝 놀랐다.
그는 감히 민성을 쳐다보지 못하고 땅만 내려다보았다.
삼천교 헌터는 무력하게 그대로 어깨가 축 늘어져 있었다.
“출발한다. 나와.”
민성의 말에, 이호성의 통제 아래 삼천교 헌터가 일어섰다.
그는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휘청거렸고, 이호성이 그를 부축했다.
* * *
민성이 게이트실로 향할 무렵, 현재 맨하튼 밖으로 피신했던 사람들이 다시 되돌아오고 있었다.
마치 멸망한 세상처럼 텅 비어 있던 맨하튼에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혹여나 건물이 부서지면 어쩌나, 집이 사라지면 어쩌나, 터전이 그대로 날아가 버리면 어쩌나 하고 불안해 했었지만 도시가 파손된 곳 하나 없이 멀쩡하다는 사실에 그들은 날아갈 듯 기뻐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벅찬 심정으로 자신의 집을 찾아갔고, 수많은 시민들이 맨하튼으로 밀려들었다.
언론에서 공식적으로 자유를 찾았음을 알렸으며, 마인의 탑이 완전히 소멸했음을 보도하였다.
천둥 벼락과 늘 어두웠던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하게, 맑게 개어 있었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약간의 불안함을 가슴 안에 내포하고 있었지만, 빠르게 맨하튼에서의 삶을 적응해 나갔다.
* * *
개인 서고에서 유명한 작가들의 그림을 보며 차를 마시고 있던 삼천교 교주는 움직임을 멈췄다가 이내 뒤를 돌아보았다.
“어떻게 되고 있느냐?”
삼천교 교주가 아무도 없는 허공에 대고 물었다.
그러자.
후두두둑! 소리를 내며 검은 로브를 쓴 남자들이 나타나 정중한 목례를 올렸다.
삼천교와 월드 헌터들을 감시했던 감시조 ‘흑랑대’였다.
“한국의 헌터 강민성이 교주님을 찾아오고 있습니다. 집결지로 간 삼천교 헌터 중 살아남은 건 단 한 명. 놈이 길을 밝히고 있습니다.”
흑랑대의 말에 삼천교 교주는 천장 쪽을 올려다보며 “끌끌!” 하고 웃음을 흘렸다.
“명을 내려 주십시오.”
삼천교 교주는 흑랑대를 돌아보며 싱긋 웃었다.
“너희들 같은 아해들이 상대할 자가 아니다. 진법을 미리 해제하여 천천히, 편안하게 찾아올 수 있도록 하라.”
흑랑대가 명을 받들고 사라졌다.
그들이 떠난 후, 홀로 방에 남은 삼천교 교주는 먼 곳을 날카로운 눈으로 응시하며 진한 웃음을 지었다.
* * *
호남성 형양시에 위치한 중국 오악 중 하나인 형산(衡山).
민성은 이호성과 주머니에 들어 있는 바가지, 그리고 쏠과 앞장서는 삼천교의 헌터를 따라 굽이진 길을 올라갔다.
일 년 내내 비취색을 가진 형산 산림의 풍경은 놀라우리만큼 아름다웠으나 그런 멋진 산새를 구경하는 이는 오직 황금 고블린 쏠뿐이었다.
특이한 꽃과 야생화가 많은 게 특징이라 쏠은 연신 멈춰 서서 꽃을 구경했고, 그런 쏠을 억지로 끌고 가는 건 이호성의 몫이었다.
바가지는 민성의 주머니 안에서 편안하게 산을 올랐다.
민성은 그저 묵묵히 삼천교의 헌터를 따라 산을 올라갔다.
청량한 공기와 지저귀는 새소리가 거의 끊임없이 계속 들려왔다.
앞장서는 삼천교 헌터를 비롯해 현재 산을 오르고 있는 이들은 평범한 이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산을 오르는 속도는 굉장히 빨랐다.
충분히 더 빨리 갈 수도 있었지만, 민성은 굳이 삼천교의 헌터를 재촉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산을 탔다.
그렇게 산을 얼마나 올랐을까?
그들은 깊은 산속에 위치한 삼천교의 정문에 이르렀다.
“휴우, 여기로군요.”
이호성이 삼천교의 간판을 올려다보며 허리에 손을 얹고서 말했다.
간판을 보는 이호성의 얼굴에 긴장이 서렸다.
무려 삼천교의 교주가 있는 삼천교의 본거지.
삼천교라는 글자가 유려하게 쓰여 있는 간판에는 왠지 모를 힘이 흘러넘치는 듯했다.
민성도 잠시 간판을 보았다가 삼천교 헌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얼굴이 파랗게 얼어 있었다.
마치, 죽음을 피할 수 없음에, 체념 상태에 이른 듯했다.
삼천교 헌터는 시체처럼 정문 입구 부근에 미동 없이 서 있었다.
민성이 그에게 시선을 거두며 가장 먼저 앞장서서 삼천교의 정문을 통과하려 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