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자의 삼시세끼 150화>
* * *
민성은 시선을 위로 올려 거대화를 이룬 마신 데오피란트를 보았다.
마신의 작았던 뿔은 사람의 몸체보다도 훨씬 클 정도로 우람해져 있었고, 전신은 크고 단단해 보이는 비늘로 모두 뒤덮여 있었다.
몸체는 마치 드래곤과 같았으며, 도마뱀처럼 두껍고 긴 꼬리가 육중하게 흔들렸다.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었던 머리는 시커먼 해골로 변해 있었고, 그 주변의 표면을 시커먼 뼈들이 마치 장식처럼 자리해 있었다.
마신이라는 이름에 걸맞을 만큼, 악마의 괴기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나 있는 외양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 마비를 일으킬 만큼, 마신은 압도적 위압감의 포스를 뿜어냈다.
그래서인지 바가지는 구석으로 후다닥 뛰어가 오들오들 떨었고, 이호성도 전신을 떨면서 뒷걸음질 치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쏠도 소리 없이 울면서 이호성의 등 뒤로 숨어들었다.
민성만이 변함없이 무던한 시선으로 마신 데오피란트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갈 땐 가더라도, 네놈의 팔 한짝은 반드시 씹어 먹고 갈 것이다…….”
마신이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되겠냐?”
민성이 한심하다는 듯이 나지막이 말하고서 걸음을 떼고, 이내 마신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오리하르콘 단검을 휘둘렀다.
콰르르르르릉!
오리하르콘 단검이 천둥소리를 내며 마기가 실린 오러가 마신 데오피란트를 향해 날아갔다.
마신은 민성의 공격을 실드를 두른 손으로 쳐 냈다.
콰아아아앙!
강렬한 오러의 폭발이 일어났다.
민성은 놈의 방어 능력을 무시하고 전진을 계속했다.
거리를 좁혀 근접.
마신의 괴물 같은 손에 검은 묵빛의 창이 생겨났다.
번쩍!
강렬한 빛을 뿜는 묵빛의 창날이 검은 마기를 머금고서 민성을 향해 찔러 들어왔다.
민성은 창날을 가볍게 피하고, 그대로 마신을 스쳐 지나 마신의 등 뒤에서 무기를 휘둘렀다.
서걱!
마신 데오피란트의 다리 한쪽이 절반가량 베어져 나갔다.
“크우워어어어어어―!”
마신이 고통으로 울부짖으며 중심을 잃고 비틀렸다.
“……이 망할 인간 같지 않은 인간 새끼!”
그가 흥분하여 도마뱀 같은 꼬리를 민성을 향해 휘둘렀다.
민성은 날아오는 꼬리에 오리하르콘 단검을 박아 넣었다.
푹!
부우우우우욱!
마신의 꼬리가 민성의 오리하르콘 단검에 의해 찔리고 해체라도 하듯이 살이 쭉 갈려 나갔다.
민성은 쏟아지는 피를 온몸에 철퍽 맞으면서도 눈을 감지 않고 마신을 향해 다시금 엄청난 출력의 마기가 담긴 오러를 뿜어냈다.
마신이 겁에 질린 눈으로 민성을 돌아보았을 때.
피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민성의 오리하르콘 단검에서 마기가 폭발하며 대량의 마기가 마신을 향해 출력되었다.
콰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마기의 힘이 개방되면서 천둥소리가 귀를 찢을 듯 울렸다.
그리고 그 힘은.
서- 걱!
가볍게 마신의 몸을 대각선으로 양단했다.
용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한 거대한 마신 데오피란트의 본체가 2등분으로 쩍 금이 갔다.
“-검은 학살……!”
마신 데오피란트는 말을 채 끝내지 못하고.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엄청난 피를 터트리며 몸이 갈라졌다.
쿠우우우우웅!
분리되어 죽은 육체가 육중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파지지직!
민성은 여전히 뇌전이 번쩍거리는 오리하르콘 단검을 들고서 빛의 파편이 되어 흩어지는 마신의 마지막을 지켜보았다.
[마인의 탑 최종층 클리어.]
[마인의 탑은 120초 후, 파괴됩니다.]
* * *
김지유는 눈을 깜박였다.
흐릿한 시야가 초점을 찾았다.
의식이 돌아오면서 통증이 훅, 하고 올라왔다.
김지유는 몸을 일으키려다 그것이 어려움을 깨닫고, 가쁜 호흡을 내쉬며 주변을 훑었다.
개인 병실이었다.
손등에는 수액 주사가 연결되어 있었고 앞가슴 쪽은 붕대로 감겨 있었다.
뒤늦게 기억이 났다.
검은 로브의 사내, 한재혁.
그에게 당해 낭떠러지 아래 바다로 추락했었지.
김지유는 눈을 질끈 감으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때, 병실문이 열렸다.
중앙 헌터 기관의 간부 5성 군단장이었다.
군단장이 병실 입구에서 목례로 인사를 올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어떻게 된 거예요?”
김지유가 침대에 누운 채 쉰 목소리로 물었다.
군단장은 누워 있는 김지유를 안쓰럽게 보며 입을 열었다.
“집결지의 움직임이 수상하다고 중앙 기관 병력을 다시 맨해튼으로 부르셨던 것, 기억하십니까?”
김지유는 눈을 깜빡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해요……. 군단장님이 절 구해 주신 건가요?”
김지유가 물었다.
당연히 그렇다는 대답이 들려올지 알았지만, 군단장의 표정이 조금 이상했다.
“맨해튼 집결지 부근에 이르렀을 즈음, 이상한 것이 나타났습니다.”
“몬스터?”
“아니요. 몬스터가 아니었습니다. 아니, 몬스터라고 해야 할까…….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유령 같았어요. 슬라임처럼 생겼죠.”
군단장은 여전히 그 정체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놀란 운전수가 차를 세웠고, 우리는 혹여나 마인의 탑에서 파생된 몬스터가 아닐까 싶어 곧장 전투를 준비했었는데…….”
“……?”
“그 유령과도 같은 것이 넓게 모니터처럼 퍼지더니 하나의 영상을 보여 주었습니다. 총군주님이 삼천교의 헌터와 마주한 모습이었죠.”
“대체…….”
김지유도 무슨 일인지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이 되었다.
“저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놈에게 당하신 이후여서, 긴급하게 총군주님을 구해 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했습니다.”
“삼천교의 헌터는…….”
군단장이 고개를 저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우리의 존재는 눈치채지 못했을 겁니다.”
김지유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러다 천천히 다시 눈을 뜨면서 마른침을 삼켰다.
“집결지에서 강민성 씨를 제거하려 들 겁니다.”
김지유의 말에 군단장이 충격을 먹은 표정이 되었다.
“그런……!”
“군단장님. 무리한 부탁일 수도 있지만…… 중앙 기관의 병력을 이끌고 강민성 씨에게 가 주세요.”
군단장의 얼굴이 흐려졌다.
“하지만…… 저희가 그에게 도움이 될지 알 수도 없고, 저희 기관 병력에 큰 희생이 따를 수도…….”
김지유가 엷게 미소 지었다.
“우리는 절대 그를 잃어서는 안 돼요. 국민을 위해서도, 그리고 세계를 위해서도. 물론 그는 겨우 삼천교 따위에게 지지 않겠지만요.”
굳은 얼굴로 잠시 생각에 잠겼던 군단장이 김지유를 보았다.
“저희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김지유가 중앙 헌터 기관의 총군주로서 명령을 전달했다.
명령을 들은 군단장이 인사를 올리고 바로 병실을 빠르게 나갔다.
김지유는 군단장이 나간 방향을 보며 이를 꽉 물었다.
그녀는 제발 단 한 명도 다치는 사태 없이 일이 잘 마무리되기를 마음 깊이 기도했다.
* * *
[120초]
[119초]
[118초]
[117초]
[116…….]
허공에 시스템 문자가 나타남과 동시에 마신이 소멸하면서 아이템을 떨어트렸다.
쿠르르르르―!
파괴를 앞둔 마인의 탑이 곧 무너질 듯이 흔들렸다.
탑이 흔들리자 화들짝 놀랐던 쏠이 이내 눈을 번뜩이며 떨어진 아이템을 줍기 위해 빠르게 뛰어갔다.
바가지는 민성의 주머니 안으로 뛰어 들어갔고, 이호성은 흔들리는 탑을 불안한 시선으로 훑었다.
그사이 민성은 허공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어째서 마인과 마신까지 현세의 시스템에 영향을 받고 있는 걸까?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이 마계에 있을 때 이런 시스템의 형식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시스템이 나타난 건 현세로 귀환한 이후부터였다.
그저 이곳이 인간계의 현세이기에 시스템을 적용 받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게 가장 편한 추측이었지만, 어째서 이런 시스템이 생긴 건지를 생각하면 또다시 머리가 무거워지는 일이었다.
일전, 오랫동안 잠이 들었을 때 꿈에서 만난 소년 같은 남자도 떠올랐다.
민성은 짧게 한숨 쉬며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고개를 휘저었다.
쿠르르르르르―!
[……10초 후 마인의 탑이 파괴됩니다.]
이호성과 쏠이 불안함이 역력한 표정으로 민성의 옆에 찰싹 붙어 섰다.
민성은 신경질적으로 이호성과 쏠을 팔꿈치로 탁 밀어내는 순간-
시간이 0이 되었다.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앙-!
마인의 탑은 한순간에 파편이 되어 마치 우주에 떠다니듯 흩어졌다.
민성과 이호성, 그리고 바가지와 쏠은 그대로 중력을 거스르지 못하고, 높은 상공에서 출렁이는 바닷물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 * *
삼천교의 헌터들과 월드 헌터들은 집결지의 중심에서 마인의 탑이 빛의 파편이 되어 부서지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역사의 한순간이었고, 또 다른 역사가 시작될 순간을 앞두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들은 긴장이 가득 배어든 얼굴로 마인의 탑이 부서져 흩어지는 장엄한 광경을 지켜보았다.
“작전 준비.”
검은 로브의 사내.
한재혁이 말했다.
이에 따라, 삼천교 헌터들과 월드 헌터들이 강민성을 맞을 준비를 시행했다.
집결지에 내려앉은 폭풍전야의 무거운 공기가 사위를 덮어 나갔다.
* * *
첨벙!
이호성이 가장 먼저 바닷물 속으로 마치 다이빙을 하듯 들어갔다.
그 반면 민성은 쏠을 손에 달랑 든 채, 편안하게 바닷물을 발로 차며 도약하고서 허공섭물의 능력으로 보트를 끌어당겼다.
모터 엔진의 힘보다도 훨씬 빠르게 보트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와, 민성의 발 아래로 철퍽! 떨어져 자리를 잡았다.
민성은 깃털처럼 가볍게 보트 위로 안착했다.
쏠을 내려놓자, 쏠은 부서진 마탑에서 빛의 파편이 쏟아지는 걸 보고 ‘와아-?’ 하고 입을 헤 벌리며 좋아했다.
바가지는 자유로운 서퍼처럼 그림자 보드를 타고 민성의 보트 주변을 신나게 돌아다녔다.
이호성만이, 바닷물에서 첨벙첨벙! 격렬하게 수영을 하고 있었다.
“타라.”
민성이 보트를 세운 뒤 이호성을 보며 말했다.
이호성은 반색하는 얼굴로 민성의 보트 위로 올라왔다.
“후! 감사합니다, 헌터님.”
이호성이 숨을 가다듬으며 꾸벅 인사를 하고서, 보트 밖으로 젖은 머리와 옷의 물기를 쭉 짜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