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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143화 (143/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143화>

* * *

회의가 끝난 후, 한재혁이 사라지고 삼천교 헌터들이 대화를 나누었다.

“저들이 정말 마인의 탑을 클리어할 수 있을까?”

“모를 일이지.”

“만약 마탑을 클리어한다면…….”

“가장 좋은 결과는 저들이 마탑 안에서 죽는 것. 하지만 정말로 마탑을 클리어한다면…… 교주님의 뜻대로 해야겠지.”

“월드 헌터들은 사실상 허수야. 종이 방패에 지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마탑을 클리어하고 놈의 체력이 빠졌을 때 빈틈을 찌르는 것.”

“하지만 허수를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판이 달라질 수도 있어.”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하는 법이다. 상대는 범이 아니라 용에 가깝다. 전략을 충실히 짜야 돼.”

집결지에서 부는 바람이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새로운 회의가 시작되었다.

* * *

15층에 이르자 어둠은 점점 더 가까워졌다.

정체 없이 나서는 걸음에는 속도가 붙고 긴장감에도 속도가 붙었다.

물론 그 긴장은 민성을 제외한 이호성과 바가지의 것.

쏠은 순수하게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았다.

그사이, 불쾌한 호흡 소리가 사방에서 흘러 다녔다.

민성은 그 소리의 근원지와 위치를 모두 파악할 수 있었지만 굳이 나서진 않았다.

모두 하급 마인에 불과한 존재감이니까.

“특성 마인은 기본적으로 상위종이다. 하급 마인들을 부리면서 대장질을 하지.”

민성이 걸으면서 말을 이었다.

“특성 마인은 여러 종류가 있다. 주술을 부리는 샤먼부터 물리적인 마기의 출력이 남다른 챔피언 등 여러 가지다. 놈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민성의 눈이 하얗게 번쩍였다.

“……죽음을 각오해라.”

그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특성 마인, 특성 마인, 특성 마인.

적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강한 강민성조차 그렇게 반복적으로 말을 한다는 건 놈들이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

그러나 강민성의 말은 두려워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죽음의 선을 넘어서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헌터님.”

앞서 걸어가던 민성은 돌아보지 않고 계속해서 걸었다.

그의 등에 대고 이호성이 말을 이었다.

“헌터님. 저 죽지 않고 강해지겠습니다. 마인 놈들이 헌터님의 식당을 털끝도 건드리지 못하도록 말입니다.”

이호성의 열의에 끓는 눈이 빛났다.

“오버하다가 죽지만 마라.”

“……예.”

* * *

[놈이 점점 더 깊이 들어오고 있어.]

[불쾌해. 아니, 불안해…….]

[검은 학살자다. 검은 학살자가 우리를 찾아왔어. 무서워.]

[두려워하지 마라. 놈은 인간에 불과해. 우린 이길 수 있다.]

[샤먼은 아직인가?]

[샤먼과 함께라고 해도 우리 숫자로 놈을 막을 수 있을까?]

[인간 따위에게 겁먹지 마라.]

[저놈은 인간이 아니야!]

[샤먼. 샤먼이다. 샤먼이 오고 있다.]

15 플로어.

탑의 벽면에 마인의 글자가 피처럼 새겨지기 시작했다.

* * *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민성이 걸음을 멈추자, 그에 따라 파티의 이동도 중지되었다.

발소리는 점점 더 선명하게 들렸다.

잠시 후, 어둠을 가르고 누군가가 나타났다.

“……!?”

이호성의 눈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바가지도 흠칫 어깨를 떨었다.

강민성의 전담 셰프 장웅.

그의 손녀딸 장시아가 피로 물든 채 절뚝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민성은 그런 장시아를 물끄러미 보았다.

이호성이 민성을 보았다가 곧 쓰러질 것 같은 장시아에게 뛰어갔다.

한데 그때.

“멈춰라.”

민성이 말했다.

달려가던 이호성은 속도를 줄이며 민성을 돌아보았다.

“시아예요. 장웅의 손녀딸 장시아라고요! 대체 쟤가 여기에 왜…….”

“멈추라고 했다. 돌아와.”

이호성은 피투성이의 장시아와 민성을 번갈아보다가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일그러진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민성이 차가운 시선으로 장시아를 보며 템 창에서 오리하르콘 단검을 꺼냈다.

콰지지지직!

오리하르콘 단검을 쥔 민성의 손 주변으로 뇌전이 회오리쳤다.

저벅, 저벅-

민성이 느리면서도 느긋하게 걸어갔다.

장시아는 여전히 비틀거렸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위태해 보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보는 민성의 눈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민성과 장시아의 거리가 지척에 이르렀을 때.

사아아아아아악-

공간을 가르며 수십 마리의 마인이 나타나 민성을 향해 커다랗고 날카로운 손톱을 휘둘렀다.

민성이 이를 악물며 오리하르콘 단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콰르르르르릉!

천둥 벼락 소리와 함께 허공에서 퍼버벅! 소리가 나며, 마치 불꽃이 터지는 것처럼 대량의 피가 쫙 퍼졌다.

흥건한 피가 중력에 의해 쏟아져 내리며 장시아를 흠뻑 적셨다.

민성은 마인의 피를 온몸에 뒤집어쓴 장시아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오리하르콘 단검이 장시아의 심장을 찔렀다.

푹!

심장에 단검을 찔리자, 장시아의 외면이 순식간에 시커멓게 변하며 마인으로 변했다.

마인은 이내 털이 곤두설 만한 비명을 내질렀다.

“끼아아아아아아아악-!”

시끄럽고 거북한 소리였다.

민성이 마인의 심장을 찔렀던 오리하르콘 단검을 뽑아내자.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마인의 전신이 갈기갈기 찢어지며 360도로 피를 흩뿌렸다.

그 진득한 피 위로 아이템이 떨어져 내렸다.

멍하게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쏠이 아이템을 보고 이내 얼굴이 해맑게 밝아졌다.

“와- 아?”

쏠은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 떨어진 아이템을 자신의 주머니 안에 챙겨 넣었다.

그가 아이템을 챙기는 속도는 이호성과 바가지의 눈에 거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빨랐다.

이호성은 혼이 빠진 얼굴로 그런 쏠을 보다가 민성을 응시했다.

민성이 이호성을 차갑게 보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샤먼의 장난이다.”

“네?”

이호성이 고개를 들어 민성을 보았다.

“특성 마인이 나타났다는 얘기다.”

민성의 말에 이호성은 앞쪽을 보았다.

피로 흥건한 바닥.

그 너머에 특성 마인이 있다니.

민성이 그토록이나 조심하라고 말했던 특성 마인.

이호성은 굵은 침을 꼴깍 삼켰다.

태어나 단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했던 끈적한 감각이 마치 뼈에 거머리처럼 달라붙는 듯했다.

“바가지.”

민성의 부름에, 바가지가 쫄랑쫄랑 뛰어가 자신의 주인을 올려다보았다.

“네, 주인님.”

“특성 마인이 나타났다. 하급 마인들을 언데드화시키는 것에 욕심 부리지 마라. 특성 마인 하나면 된다. 적어도 지금은.”

바가지가 가분수의 머리를 크게 위아래로 끄덕였다.

“이호성.”

“예. 헌터님.”

“지금부터는 섣불리 경험치에 욕심 부리지 마라.”

“알겠습니다.”

이호성이 긴장감에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간다.”

민성이 전위에서 서서 걷기 시작했다.

* * *

“……계획이 실패했어.”

“역시 검은 학살자야.”

“이대로라면, 우리가 있는 플로어는 뚫리고 만다.”

“소멸하고 싶지 않아…….”

“샤먼은?”

“샤먼은 어디 있나!?”

옹기종기 모인 본대(本隊)의 마인들이 마치 어미를 기다리는 동물처럼 불안에 떨며 떠들어 댔다.

그때, 마인들이 그토록이나 기다리던 샤먼이 나타났다.

주술을 다스리는 상위종의 마인.

샤먼 마인은 일반적인 마인들보다 한 뼘 정도 더 머리가 컸다.

지팡이를 들고 있고 검은 피부에 마인의 언어가 타투처럼 새겨져 있는 것만 빼면, 외모는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샤먼은 빨간 눈으로 웅크린 채 모여 있는 마인들을 내려다보며 상어 같은 입을 벌렸다.

[검은 학살자를 죽일 것이다.]

샤먼의 목소리에는 강력한 마기가 깃들어 있었다.

불안에 떨던 마인들이 조금씩 그 목소리에 의식이 깨어났다.

[소멸을 두려워 마라. 소멸의 두려움은 죽음에 이르는 길일 뿐.]

샤먼의 목소리가 낮게, 어두운 톤으로 쩌렁쩌렁 울렸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마인들의 머릿속에서만 울릴 뿐, 검은 학살자에게는 닿지 않았다.

쿵!

샤먼이 지팡이를 바닥에 찍었다.

그와 함께 바닥에 마법진이 나타났다.

마법진에서 도깨비 불 같은 불타는 푸른빛이 흘러나와 마인들의 몸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이에 각성이 시작되었다.

두려움을 잊고, 전투의 피가 맹렬하게 솟구쳐 오른다.

마인이 가진 피와 전쟁에 대한 갈증. 그 본연의 본능적인 욕구가 용솟음 쳤다.

소심하게 움츠려져 있던 몸이 펴졌다.

마인들의 사기가 죽음을 넘어섰다.

그들의 손톱에 빛이 번쩍이고, 상어 같은 이빨이 사방에서 번쩍였다.

마인들이 좌우로 날개를 펼쳤다.

번쩍!

샤먼이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검은 학살자를 죽이는 자. 마계의 영광을 밟으리라. 인간에게 마계의 위엄을 증명시켜라!]

마인들이 빨간 눈을 번쩍이며, 일제히 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마인들의 뒤로 샤먼이 뒤따랐다.

* * *

감각이 신호를 보내왔다.

이번엔 하나가 아니다.

전투를 작정한 군대다.

민성의 감각은 거미줄처럼 마인들의 움직임을 모두 꿰고 있었다.

하지만 그 감각에 걸리지 않는 것도 있었다.

특성 마인.

놈들은 다르다.

단순히 전투력이 다른 것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의 차이점이 있었다.

‘마계에서도 그랬지.’

하지만 경험을 통해 저들 사이에 샤먼이 있을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분명 놈들 뒤에는 샤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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