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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141화 (141/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141화>

“101마리 다 만나 보면 뭐 해요. 결국 다 내가 이상하다면서 싫어할 텐데.”

“1분 남았다.”

민성이 마지막 고지를 날렸다.

“하하! 이런 바보 같은 녀석. 네가 헌터님이랑 함께 가족이 돼서 마인의 탑을 클리어하면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갖게 된다고. 그럼 고블린들이 널 어떻게 생각하겠냐? 영웅으로 생각할걸? 넌 고블린의 왕이 될 수 있다고, 이 바보야!”

황금 고블린의 금색 동공이 빠르게 흔들렸다.

“……저, 정말요? 고블린의 왕?”

“그래! 너보다 적합한 녀석이 누가 있어. 어떤 고블린이 너처럼 특별하고 멋있을 수 있냐고! 다들 아직 네 진가를 몰라본 것뿐이야.”

황금 고블린이 침을 꿀꺽 삼켰다.

“계약하자. 내가 단언컨대, 너를 고블린의 왕으로 만들어 수많은 암컷들이 너를 원하게 만들어 주마. 나를 믿어라.”

이호성이 간절한 눈으로 황금 고블린을 보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10초 남았다.”

“…….”

이호성은 극도로 긴장한 얼굴로 황금 고블린을 주시했다.

고민을 하던 황금 고블린이 이내 이호성을 향해 입을 짝 벌리며 소리 없이 빵끗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됐어!”

이호성이 벌떡 일어나 민성을 돌아보았다.

그와 동시에 민성이 스톱워치를 중단시켰다.

“1초 04.”

이호성은 기절할 것 같은 얼굴로 바닥에 철퍽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계약은 어떻게 하는 거지?”

민성이 비서를 보며 물었다.

비서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계약 방식에 대해 물어 오는 민성을 보며 잠시 숨을 삼켰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검지를 맞대시면 됩니다.”

“검지?”

“예. E.T 보셨죠? 외계인끼리 손가락 맞대는 영화 말입니다.”

민성은 별것 다 한다는 듯 황금 고블린에게 다가가 검지를 툭 하고 내밀었다.

황금 고블린은 그런 민성을 보며 손가락을 수줍게 내밀었다.

그리고 민성의 손가락과 황금 고블린의 손가락이 서로 맞닿는 순간.

피이이이이이이이잉!

황금빛이 사방으로 쭈욱 퍼져 나가며 허공에 글자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기존에 계약된 주인이 있습니다.]

[계약이 해지되어야만 새로운 계약을 이행할 수 있습니다.]

[‘을’의 동의하에, ‘갑’에게 계약 해지를 요청합니다.]

잠시 후, 만수드의 얼굴 앞에 계약을 해지할 것인지에 대한 글자가 나타났다.

만수드가 허락하자 새로운 계약이 시작될 수 있는 준비가 되었다.

민성과 황금 고블린의 맞댄 손가락 위로 계약 내용이 주르르륵 빼곡하게 나타났다.

민성은 계약서를 읽다가 그 본문이 너무 길어 포기했다.

“바가지.”

민성의 부름에 만수드의 품에 안겨 있던 바가지가 앗! 하며 빠르게 만수드로부터 빠져나와 민성의 옆으로 뛰어가 섰다.

“읽어 봐. 문제가 없는 계약인지.”

바가지는 흑마법사인 만큼 마법 계약에 역시 빠삭했다.

“와아! 엄청 대단하네요. 이 황금 고블린이라는 거.”

바가지가 감탄한 듯 허공에 떠오른 계약 내용을 보며 말했다.

“괜찮은 조건인가?”

“네. 좋은 계약이에요, 주인님! 독소 조항도 없고요.”

바가지는 계약 내용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갑’은 마인의 탑을 클리어하면 그 즉시 반드시 ‘을’이 암컷을 만나 살림을 차릴 수 있도록 한다, 는 조항만 지켜 주면 된다고 했다.

비서가 민성의 근처로 가서 입을 열었다.

“계약 내용을 받아들이신다면 마지막으로 황금 고블린과 악수를 하면 됩니다.”

비서의 말대로 황금 고블린이 손가락을 치우고 손을 수줍게 내밀고 있었다.

민성은 번거롭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하며 황금 고블린의 손을 잡았다.

황금 고블린의 손은 황금이라 그런지 정말 잘 다듬은 황금처럼 반질반질했다.

아무튼 악수를 마치고 나자 번쩍이던 황금빛이 사라졌다.

그리고 민성은 아주 가느다란, 주의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새하얀 실이 민성의 몸과 황금 고블린의 몸 사이에 이어져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이 계약의 증표인 듯했다.

[황금 고블린의 이름을 지어 주십시오.]

글자를 쓸 수 있는 창 하나가 민성의 얼굴 앞에 나타났다.

“이름이라…….”

민성은 황금 고블린을 빤히 보다가 황금 고블린의 이름을 거침없이 적었다.

[황금 고블린의 이름을 저장했습니다.]

[정말 황금 고블린의 이름을 ‘쏠’로 하시겠습니까?]

[승인 / 거절]

민성은 승인을 터치했다.

그러자 황금 고블린의 머리 위로 ‘쏠’이라는 글자가 생성되었다.

“쏠? 헌터님. 황금 고블린 이름이 왜 쏠이에요?”

이호성이 쏠이라는 이름을 부여받게 된 황금 고블린을 보면서 의아해하며 물었다.

“모솔이잖아. 모태 솔로. 그건 기니까 발음 기호로 그냥 쏠.”

이호성이 역시- 라는 표정으로 풉! 하고 웃었다가 황금 고블린 쏠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황금 고블린 ‘쏠’이 또 소리 없이 입을 크게 벌린 채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으로 된 눈물이 뚝뚝 떨어지자 바가지는 그걸 신나서 줍고 있었다.

이호성은 조용히 황금 고블린 쏠에게 가서 그를 안아 주며 등을 토닥여 주었다.

* * *

만수드가 바가지와 수영장에서 한창 놀고 있는 사이, 민성은 식사를 대접 받게 되었다.

아랍 에미리트 왕실의 식사는 과연 어떤 맛일까?

민성은 나름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평범한 식당이 아닌 아랍 에미리트 왕실의 식사이니까.

과연 식당의 분위기도 굉장했다.

마치 거대한 야외 파티 홀을 연상하게 하는 곳은, 나무와 연못 등으로 인해 마치 자연 속에서 식사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황금 고블린 쏠은 오랜만에 보는 나무를 보며 빵끗 웃고 있었다.

“신기하군요. 보통 황금 고블린은 수집욕이 강해서 이렇듯 밖에 나오게 되면 정신없이 물건을 주워 담기 바쁜데.”

만수드의 비서가 옆에서 말하자 민성이 쏠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런가?”

“네. 아마 주인으로 모시게 된 헌터님을 잘 따르려고 하는 모양입니다.”

비서는 주인을 잘 만났다는 듯 말을 이었다.

“사실 그동안은 좀 미안했습니다. 언어를 가르칠 때도 그렇고, 먹이를 줄 때도 그렇고. 저렇게 갇혀 있는 게 사실 보기 좀 안쓰러운 마음도 있었으니까요.”

그는 추억에 잠긴 듯한 눈빛으로 쏠을 보며 웃었다.

“몬스터임에도 불구하고 저 녀석은 꽤 특별했으니까…… 하지만 사실 인간과 계약을 맺는 것만 봐도 평범한 몬스터는 아니죠. 특별한 녀석인 겁니다. 좋은 주인을 만난 것 같아 저 역시 기분이 좋군요. 왕자님도 그 바가지라고 했었나요?”

“그래.”

“즐거워 보여서 좋습니다.”

비서는 그 말을 하고선 만수드가 바가지와 놀고 있는 모습을 한참 동안 보았다.

민성은 그가 추억에 잠길 수 있도록 충분히 시간을 주었다.

오랫동안 쏠을 보고 있던 비서가 사색에서 깨어나 멋쩍게 웃었다.

“하하, 곧 식사가 나올 겁니다. 맛있게 즐겨 주시길 바랍니다.”

민성은 가볍게 손을 들어 보이는 걸로 인사를 대신했다.

비서가 물러가고 민성도 수영장에서 바가지와 놀고 있는 만수드를 응시했다.

만수드는 어린 나이에 맞게 바가지와 열정적으로 놀고 있었다.

바가지는 그런 만수드를 피해 도망 다니기 바빴다.

하지만 민성의 명령 때문인지, 일부러 속도를 늦춰서 만수드가 즐길 수 있도록 잘 놀아 주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중, 이호성이 식탁 앞에 앉았다.

“함께 식사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헌터님.”

“황금 고블린을 설득한 것. 잘했다, 이호성.”

민성이 바가지와 만수드가 놀고 있는 것을 보면서 말했다.

“하하, 제가 바로 이호성 아닙니까. 헌터님이 시키시는 일이라면 어떠한 일이든 완수하겠습니다.”

“좋은 자세다.”

“헌터님을 모시는 자로서 당연한 도리입니다.”

“앞으로도 죽지 않도록 잘해라.”

이호성이 식은땀을 흘리며 하하 웃었다.

“이따가 집결지 쪽으로 돌아갈 때 마트에 들러서 되도록 많은 재료를 넣어라. 쏠, 저 녀석 주머니에는 엄청난 양의 물건이 들어갈 수 있다고 하니까.”

“알겠습니다. 최대한 담을 수 있는 대로 담아 보겠습니다.”

“앞으로 네 템 창은 포션 위주로 넣고.”

“예.”

“그리고 앞으로 내가 피를 깎아 놓기 전까지는 함부로 나대지 마라. 네가 아무리 버서커 능력이 있다고 해도 머리가 날아가면 끝장이다. 특성 마인은 일반 마인과 달리 똑똑해.”

“……명심하겠습니다.”

이호성의 이마가 거의 테이블에 닿을 정도로 내려왔을 때쯤 왕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음식을 줄줄이 들고 왔다.

민성은 기대감이 든 얼굴로 그들을 보며 조용히 포크를 들었다.

* * *

아랍 에미리트 왕실에서 대접해 준 식사는 성찬이었다.

로브스터를 비롯한 잘 구운 각종 고급 해물 요리가 화려하게 식탁 위로 올라왔고, 스테이크 등의 고기 요리도 한가득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민성은 느긋하게 식사를 즐겼다.

기름기를 머금은 도톰한 로브스터의 살점이 참 맛있다.

훈제의 향과 로브스터의 향이 좋았다.

오동통한 새우 역시 두툼하게 씹힌다.

분명 맛있다.

맛있는데, 식사를 하면서 민성은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다.

아랍 에미리트 왕실이라 해서 꽤 기대했던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글쎄…….

식사는 분명 맛이 있었지만, 그렇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딱히 들지 않았다.

예컨대, ‘아랍 에미리트 왕실 식사라고 해 봐야 겨우 이 정도 수준인가……?’라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아마 그 이유는 한국인에게 외국의 음식이란 그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음식만큼 맛의 깊이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역시 고국의 음식만 한 것이 없어.’라고 민성은 생각했다.

그는 커다란 새우가 들어 있는 감바스를 먹으면서 한국으로 가게 되면 뭘 먹는 게 좋을까 하고 고민해 보았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이호성에게 물어보면 되겠지.

민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올리브 오일이 잔뜩 묻은 오동통한 새우를 아작아작 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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