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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140화 (140/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140화>

만수드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민성을 조심스레 보며 물었다.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 봐라.”

민성의 말에 만수드가 소심하게 바가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민성이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돼.”

그러자 바가지가 옆에서 양손을 허리에 얹고 칵칵 웃었다.

“우리 주인님이 너 같은 꼬맹이에게 나를 넘길 것 같으냐. 나는 대흑마법사 리치…….”

“우와! 말도 하네. 진짜 귀엽다. 그럼 하루만 같이 놀게 해 줘! 제발!”

만수드가 절박하게 손을 모으고 말했다.

민성은 엷게 웃었다.

“그 정도는 충분히. 그렇게 해라.”

민성이 허락하자 바가지가 흠칫 몸을 떨며 민성을 올려다보았다.

마치 거대한 배신감에 물든 눈빛이었다.

“와아아아!”

만수드는 만세를 하며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었다.

바가지를 얻지 못하는 것은 아쉬웠지만, 저런 신기한 해골 인형과 같이 놀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엄청난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로써 계약은 성립인가?”

민성이 손을 내밀었다.

‘악수’는 ‘약속’의 의미.

만수드가 작은 손으로 민성의 손을 잡아 크게 위아래로 흔들었다.

이로써 ‘황금 고블린’의 거래는 성립이었다.

* * *

민성과 이호성은 황금 고블린을 만나기 위해, 앞서 걸어가는 만수드와 그의 비서를 뒤따르고 있었다.

만수드는 품에 안은 바가지를 귀여워하며 연신 반들반들한 뼈 머리를 매만졌다.

바가지는 이빨을 딱딱 부딪치며 괴로워했지만, 민성의 명령은 절대적이었기 때문에 만수드의 손길에 몸을 내맡겼다.

반면 이호성은 울고 싶어 하는 바가지를 보며 연신 웃음을 흘렸다.

십 년 묵은 체증이 한 번에 가시는 것만 같았다.

그동안 바가지가 놀려 댄 것 때문에 속이 다 시원했다.

역시 강민성이야.

어린아이를 손쉽게 구워삶는군.

아이에게도 피도 눈물도 없이 매정하게 구는 게 아닌가 싶었으나, 의외로 인간의 감정이 그래도 조금은 있는 것처럼 보여 다행이었다.

“그나저나 대단하네요. 마치 유적지 같아요.”

이호성이 지금 걷고 있는 지하 동굴과도 같은 커다란 통로의 길을 훑어보며 말했다.

마치 인디아나 존스라는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공간이었다.

고대의 그림체 같은 모양새로 벽화가 그려져 있고, 바닥은 황토로 된 흙이었으며, 고급스러운 물건들이 예술품처럼 벽가에 길게 나열되어 있었다.

그렇게 특이하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의 통로를 걷다가 커다란 철문 앞에 도착했다.

푸른빛이 어슴푸레하게 감돌고 있는 걸 보니 마법 장치가 되어 있는 듯했다.

만수드가 홍채 인식과 지문 인식을 마치자 자동문처럼 철문이 양쪽으로 그그극! 소리를 내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철문 너머의 광경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마치 보물 창고 같았다.

값비싸 보이는 물건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고, 그중에서도 더 가치가 있는 것들은 유리관 안에 보관되어 있다.

이호성은 입을 쩍 벌리며 그 공간을 보았지만, 민성만이 한쪽으로 시선을 고정시켜 두고 있었다.

민성이 보고 있는 것은 바로 커다란 철창 우리였다.

안에는 황금빛을 내는 물건이 있었다.

아니, 물건이 아니라 살아 있는 몬스터.

전신이 황금으로 되어 있는 몬스터, 황금 고블린이었다.

민성이 황금 고블린 있는 철창 우리 쪽으로 걸어가자, 이호성도 뒤늦게 황금 고블린을 보고서 깜짝 놀라며 민성을 빠르게 뒤쫓았다.

바가지를 품에 안아 들고 있는 만수드와 비서도 민성과 이호성의 옆에 나란히 섰다.

“맙소사. 진짜 황금 고블린이야…….”

이호성이 황금 고블린을 보며 경악과 감탄이 섞인 얼굴로 말했다.

그의 말대로 황금 고블린은 눈의 동공까지도 황금이었다.

직접 눈으로 보게 되자 믿기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면서도 놀랍고 신비했다.

“컨디션이 안 좋은 건가?”

그때, 민성이 황금 고블린을 보면서 물었다.

황금 고블린은 철창 안 구석에서 무릎을 끌어안은 채 쭈그려 앉아 있었다.

“그런데 왜 가둬 둔 거지?”

민성의 물음에 왼쪽 편에 서 있던 비서가 황금 고블린을 보며 입을 열었다.

“처음 황금 고블린을 구입한 이후, 통제가 어려웠습니다. 닥치는 대로 물건을 수집하는 수집병이 있어 골치가 아팠죠. 뭐…… 해서 이렇듯 가둬 두게 된 겁니다.”

그러곤 민성을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계약은 저 고블린이랑 직접 하나?”

민성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다만 주의하셔야 할 점은 겁을 주시면 위험합니다.”

“어째서?”

“황금 고블린은 굉장히 예민한 성격을 가지고 있고, 윽박을 지르거나 화를 내면 절대 계약을 하려고 들지를 않거든요.”

민성은 번거롭다는 표정으로 황금 고블린을 응시하며 팔짱을 꼈다.

“그럼 설득이라도 해야 된다는 건가?”

“보통은 거래를 하곤 하죠.”

“무슨 거래?”

“음…… 황금 고블린이 계약하고 싶을 만한 것? 만약 저 녀석이 직접 제안을 한다면 가장 좋겠죠.”

민성은 철창 우리 쪽으로 다가가 철창을 주먹으로 탕탕! 두드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황금 고블린은 반응하지 않았다.

쳐다보지도 않았다.

“뭐 저렇게 힘이 없어?”

민성은 철창 안의 황금 고블린을 응시하며 짧게 한숨 쉬었다.

그리고.

퍼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민성이 주먹으로 철창 우리를 깨부쉈다.

철창 우리 파편이 마치 과자처럼 사방으로 산산조각 나며 흩어졌다.

그제야 황금 고블린이 깜짝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어 민성을 보았다.

민성은 황금 고블린 앞으로 걸어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다리를 굽혀 앉았다.

황금 고블린은 민성의 눈을 보고 겁을 먹어 입을 쩍 벌린 채 울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황금 고블린은 소리를 내지 않고 울었는데, 금으로 된 닭똥 같은 눈물만 흘렸다.

어쨌든 그런 황금 고블린을 보고 민성은 짧게 혀를 차며 주먹으로 바닥을 콩콩 두드렸다.

“네가 필요하다. 너와 계약을 하고 싶어. 원하는 게 뭐지?”

민성의 물음에 황금 고블린은 눈물을 멈추고 경계하는 표정으로 민성을 살폈다.

“말을 할 줄 모르는 건가?”

민성이 비서를 돌아보며 물었다.

“아닙니다. 말을 꽤 오랫동안 가르쳤기 때문에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비서의 대답을 들은 뒤 민성은 다시 황금 고블린을 주시했다.

황금 고블린은 심각한 우울증 말기 환자와 같았다.

만수드는 바가지의 머리를 손으로 문질문질 만지며 일이 어떻게 되든 아무 관심 없다는 표정으로 바가지만을 보았고, 비서는 불쌍하다는 듯 황금 고블린을 응시하고 있었다.

민성은 철창 우리 밖으로 나와 이호성을 손짓으로 불렀다.

이호성이 빠르게 민성의 앞으로 걸어가 앞에 섰다.

“네, 헌터님. 말씀하시죠.”

“5분 준다. 5분 안에 설득해.”

“제가요? 저 황금 고블린을요?”

“그래, 5분이다. 5분 안에 설득하지 못하면 너도, 황금 고블린도 오늘 여기서 몸이 폭파당하는 줄 알면 돼.”

민성이 손목에 찬 랭귀지 워치를 통해 스톱워치를 작동시켰다.

1초. 2초. 3초.

째깍- 째깍-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비서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식은땀을 흘렸고, 바가지를 안고 있는 만수드는 흥미로운 눈빛이 되었다.

임무를 부여받게 된 이호성이 '이런 X발!'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황금 고블린에게 달려갔다.

“우리 헌터님이랑 계약해.”

그에 황금 고블린은 입꼬리를 아래로 내리며 우울한 표정으로 다시 눈물만 뚝뚝 흘렸다.

이호성이 황금 고블린을 보며 가식적인 웃음을 지어 보였다.

“괜찮아. 울지 마, 바보야. 눈물은 왜 흘려. 계약을 하기 싫은 이유가 뭐야? 응? 말해 봐.”

황금 고블린이 바닥을 보며 입을 열었다.

“……난 그냥 여기가 편해요.”

“하하, 여기 갇혀 있는 게 뭐가 편해?”

“난 쓸모없는 고블린. 아니, 난 고블린이 아니에요. 끔찍한 혼종일 뿐…….”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모두 날 이상하게 취급하니까요. 전 한 번도 짝을 만나 본 적이 없어요. 나가 봤자 외로움만 더해질 뿐이에요.”

황금 고블린의 얼굴에서 또다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바닥에 황금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나는 이상하게 생겨서 암컷들이 싫어해요. 나는 고블린 같지 않다면서…….”

황금 고블린이 훌쩍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한 번도 즐겁게 암컷과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없어요. 대화를 나눠 보기도 전에 전부 다 도망갔으니까. 난 쓸모없는 이상한 고블린이에요.”

그에게서 어마어마한 우울감이 쏟아지자, 이호성이 하하 웃었다.

“결국 그거냐? 난 또 뭐라고.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야, 왜 울어, 그런 걸로. 이 바보야. 이렇게 멋진 녀석이. 넌 대단한 녀석이야. 이상한 게 아니라 특별하다고. 너 그 미운 오리 새끼라는 동화 몰라?”

“……?”

“미운 오리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백조였던 거야. 그게 바로 너를 두고 하는 말이야. 넌 정말 특별히 멋있는 녀석이라고!”

황금 고블린은 살짝 흔들리는 눈빛이 되었다. 하지만 이내 그 눈빛은 다시 우울감으로 변했다.

“너 수집하는 거 좋아하지? 헌터님이랑 계약해서 다니면 엄청난 아이템들을 수집할 수 있다고.”

“짝이 없는데 금은보화가 다 무슨 소용이에요. 전 살아갈 가치가 없어요.”

황금 고블린이 무릎에 커다란 금덩어리 얼굴을 파묻었다.

그때, 민성이 손가락으로 랭귀지 워치를 톡톡 두드렸다.

“2분 남았다.”

이호성은 심장이 타들어 가는 듯했다.

“그럼 이렇게 하자. 내가 소개팅 시켜 줄게.”

황금 고블린이 금덩어리 머리를 살짝 위로 들었다.

그걸 보며 이호성은 마지막 찬스라고 생각하고 열변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헌터님이랑 같이 다니면서 아이템 수집하고 마인의 탑을 클리어하고 나면, 내가 암컷 고블린 소개팅 무한으로 시켜 줄게. 어때? 죽이지?”

그리고 쇄기를 박기 위해 쉴 틈 없이 말을 이었다.

“너 101 프로듀스라고 모르지?”

“……그게 뭐죠?”

“그러니까 음악 프로그램 같은 건데, 아무튼 101명의 암컷 고블린을 만나게 해 줄게. 그리고 그중에 하나랑 반드시 살림 차릴 수 있게 해 주겠어. 넌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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