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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139화 (139/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139화>

- 약속을 잡으셨나요?

“네.”

-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강민성으로 미팅 예약이 되어 있을 겁니다.”

- 확인되었습니다. 그런데 왕자님께서 현재 꽤 거리가 있는 곳에 계셔서, 그쪽으로 넘어오라고 메모가 되어 있네요.

“예?”

이호성은 황당해서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가 하고 되물었다.

“넘어오라고? 어디로? 그럼 미리 얘기를 해야 할 것 아닙니까.”

- 저한테 그렇게 말씀하셔도…….

“하아…… 거기가 어딘데요?”

가정부가 위치를 불러 주었다.

휴대폰으로 확인해 보자, 차량으로 몇 시간은 족히 걸릴 거리였다.

이호성은 짧게 한숨 쉬며 차로 가서 창문을 톡톡 두드렸다.

창문이 반쯤 내려가고 민성의 얼굴이 보였다.

“헌터님. 아랍 에미리트 왕자가 다른 곳에 있다고 그리로 오라고 했다는데요? 어떻게 할까요?”

“뚫어.”

“……예?”

“문 부수라고.”

이호성은 마른침을 삼키며 민성을 보다가, 하는 수 없이 크고 넓은 쇠창살 문 앞으로 걸어갔다.

이호성이 힘을 모아 호흡을 삼키며 이내 쇠창살 문을 발로 밀어 찼다.

콰앙!

하지만 쇠창살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엇…… 헌터님. 이거 마법 효과가 깃들어 있는 것 같은데요?”

철컥!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민성이 차에서 내렸다.

뚜벅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났다.

이호성이 뒤를 돌아보자 민성이 빠르게 걸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민성이 주먹을 내지르자, 마법 효과에 휩싸여 있던 쇠창살문이 문짝째로 날아가며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민성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차에 올랐다.

이호성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운전대를 잡고 차를 출발시켰다.

잠시 후, 정원 마당을 지나고 있는데 멀리서 헌터로 보이는 인력들이 달려오고 있는 게 보였다.

헌터들이 멈춰 서서 길을 막아섰다.

이호성이 차를 멈춰 세웠을 때.

“길 열고, 지금 당장 아랍 에미리트 왕자 1시간 안에 이곳으로 도착하라고 전해.”

민성의 명령에 이호성이 운전석에서 내렸다.

“문을 부수다니, 무슨 짓입니까!?”

경호 헌터 중 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대표로 소리쳤다.

이호성은 민성이 앉아 있는 차량을 한차례 돌아본 뒤, 경호 헌터 팀장 앞으로 걸어갔다.

“제가 모시는 분이 당장 길 열고, 아랍 에미리트 왕자 1시간 안에 이곳으로 도착시키라고 하셨습니다.”

경호 헌터 팀장이 황당하다는 듯 웃었다.

“빨리 보고 올려요. 그러다 큰일 납니다?”

그는 잠시 이호성과 민성이 타 있는 차량을 지켜보다가, 비서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통화가 연결되자 경호 헌터 팀장은 현 상황을 전파했다.

그리고 응답이 오기까지 대기했다.

이호성은 답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경호 헌터 팀장을 보면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수화기 너머로 소리가 나는 것이 들렸다.

답신을 들은 경호 헌터 팀장이 못마땅한 얼굴로 길을 터 주었다.

“짜식들이.”

이호성은 그를 노려보며 담배를 끈 뒤, 운전석으로 돌아가 다시 차를 출발시켰다.

* * *

아랍 에미리트 왕자의 저택 내부는 그 입구부터가 으리으리했다.

금빛이 번쩍거리는 실내에, 눈이 부실 정도의 샹들리에.

단순히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넘어, 디자인의 감각 자체가 남달랐다.

입구에는 새끼 호랑이 3마리와 새끼 백호 2마리가 어슬렁거리며 다니고 있었다.

맹수류라고는 해도 본능적으로 헌터에게는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새끼 호랑이들은 그저 민성과 이호성, 그리고 바가지를 경계만 하며 주변을 맴돌 뿐이었다.

이호성은 그런 맹수들을 신기하다는 듯이 보았다.

“이곳에서는 이런 것도 키울 수 있나 보네요.”

이호성이 그렇게 말했을 때, 아랍 에미리트 왕자의 비서가 나타났다.

그의 안내에 따라 대기실로 쓸 법한 고급스러운 룸에 들어왔다.

민성은 소파에 앉아 랭귀지 워치로 시간을 체크했다.

“1시간이라고 했다.”

민성이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비서는 예의를 담은 미소로 고개를 숙여 보이곤 룸을 나갔다.

바가지는 신기한 게 많은지 방 안 이곳저곳을 구경했고, 이호성도 눈을 돌리며 구경했다.

이곳 손님용 접객 대기실은 웬만한 호텔은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고 고급스러웠다.

넋이 나가 있는 이호성과 바가지와는 달리, 민성은 이기어검술로 멀리 떨어져 있던 책장의 책을 끌어당겨 손으로 탁 잡았다.

민성은 소파에 편한 자세로 기대, ‘두바이의 요리’라는 이름의 책을 랭귀지 워치를 활용해 읽어 나갔다.

민성이 요리 책을 읽고 있는 사이, 시간은 째깍째깍 흘러갔다.

* * *

아랍 에미리트 왕자, 만수드는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헬기에서 내렸다.

지금껏 14년 동안 살아오면서 이렇게 자신을 제멋대로 오라 가라 부른 건 아버지나 어머니를 제외하고는 처음이었다.

“수영장에서 헬레나 누나랑 재밌게 놀고 있었는데, 짜증 나.”

만수드는 짜증과 투정이 가득 배어든 얼굴로 강민성이라는 남자가 있을 접객실로 비서와 함께 향했다.

접객실로 가면서 만수드의 비서는 강민성을 대할 때의 태도에 대해 연거푸 설명을 해 주었다.

“알았어. 엄청 위험한 인물이니까 아버지나 어머니를 대할 때처럼 예의를 갖추라는 거 아니야.”

“그렇습니다. 절대 잊으시면 안 됩니다.”

“알았다고. 그만 좀 설명해.”

만수드의 아버지는 현재 중요한 비즈니스 때문에 만수드의 곁을 지킬 수 없었다.

만수드는 비서의 주의 사항이 지겨웠는지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으며 아아아아아- 하고 소리를 냈다.

비서는 그런 만수드를 보며 걱정이 담긴 얼굴로 깊게 한숨 쉬었다.

그는 비서의 마음 따위는 안중에도 신경 쓰지 않고 접객실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대체 누구길래 왕자인 자신을 이리로 부를 수 있는 것이지?

만수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접객실 안을 훑었다.

다리를 꼬고 책을 읽고 있는 남자 민성.

그 옆에서 애매하게 서 있는 남자 이호성.

그리고 이것저것을 흥미롭게 구경하고 있는 작은 해골…….

해골?

만수드가 깜짝 놀란 눈으로 바가지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저, 저것은 무엇이냐?”

만수드가 바가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접객실 내부를 구경하던 바가지가 의아하다는 듯 만수드를 돌아보았다.

만수드는 바가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리 작은 해골이 살아 움직이다니.

그는 충격적인 신선함을 받았다.

“저것이 갖고 싶노라.”

만수드는 바가지를 보며 홀리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비서가 눈치를 살폈다.

그때, 민성이 책을 내려놓자 이호성이 만수드 앞으로 갔다.

“안녕하십니까. 아랍 에미리트 왕자님.”

이호성이 일전의 모욕을 참으며 애써 예의를 갖춰 인사했다.

하지만 만수드는 그런 이호성의 인사 따위는 무시하고 바가지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저것을 갖고 싶노라. 나는 저것을 갖고 싶다고 했다.”

만수드가 비서를 보며 애원하듯 말했다.

“저건 가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이호성의 말에 그가 눈살을 확 찌푸렸다.

“어째서? 저 해골 인형이 네 것이냐?”

“아니, 뭐. 제 것은 아니고 제가 모시고 있는 분. 바로 저분의 것입니다.”

이호성이 민성을 가리켰다.

“저것을 내게 팔거라. 돈은 원하는 만큼 줄 것이다!”

만수드가 민성의 앞으로 뛰어가 격정적으로 외쳤다.

민성은 그런 만수드를 보며 손가락으로 의자를 가리켰다.

앉으라는 의미.

만수드는 바가지에 눈이 멀어 민성이 시키는 대로 순종적으로 의자에 착 앉았다.

“황금 고블린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정말 가지고 있는 건가?”

민성이 물었다.

그 질문에 아랍 에미리트 왕자 만수드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콧구멍을 벌름거렸다.

“그래.”

만수드의 대답을 듣고 민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게 넘겨라. 그 황금 고블린.”

그에 만수드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에 잠겼다.

그리고.

“그냥 내게 저 해골만 팔 생각은 없나?”

이호성은 초조했다.

저렇게 건방진 태도를 취하고 있는 꼬마.

아랍 에미리트 왕자 소년이 민성의 손에 죽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었다.

“안 되지. 황금 고블린만 넘겨라.”

아랍 에미리트 왕자가 입을 벌리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민성의 뻔뻔한 태도에 잠시 머릿속이 어리벙벙했다.

“내가 왜? 싫은데? 멍청이냐!? 너나 나한테 저 해골을 팔아!”

만수드가 뒤늦게 화가 난 듯 소리쳤다.

그 모습에 민성이 고개를 45도로 살짝 옆으로 기울이며, 손가락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면서 그를 빤히 응시했다.

주변의 공기가 점점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만수드가 당황한 눈초리로 비서를 보자, 비서는 마지못해 중재에 나섰다.

“한국의 헌터님. 아직 저희 왕자님이 현 정세를 잘 알지 못하여…….”

“넌 입 닫아. 어이, 꼬마.”

민성이 만수드를 턱짓하며 불렀다.

만수드는 미간을 구기며 강한 눈길로 민성의 눈빛을 맞받았다.

“왜 네 주변에 헌터가 없다고 생각해?”

그는 민성의 말을 듣고서 확실히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외부인을 만날 때는 물론, 항상 아랍 에미리트 친위대 헌터가 자신을 지켰지만 오늘만큼은 보이지 않았다.

만수드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가 피식 웃었다.

“그, 그게 뭐?”

“네가 아랍 에미리트 왕자든 뭐든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널 죽일 수 있다는 얘기다.”

죽음.

그 의미가 만수드를 확 얼어붙게 만들었다.

두려움에 어린 소년의 몸이 덜덜 떨었다.

태어나 생전 처음 받아 보는 목숨을 위협하는 협박.

협박을 받았음에도 아랍 에미리트 친위대 헌터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 탓에 민성이 살기를 뿌리지 않았음에도 만수드는 전신에 땀을 흘렸다.

이호성은 민성을 보며 완전히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황금 고블린을 넘겨라. 이건 명령이다. 아랍 에미리트 왕자.”

만수드는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남자가 헌터계에서 얼마나 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사람인지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 깊숙한 곳에 위치한 감정은 그 본능을 막아서고 있었다.

황금 고블린을 뺏기고 싶지 않아 비서를 보았으나, 언제나 자신의 편이었던 비서가 묵묵부답으로 자신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절대 갑이었던 인생이 을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저 해골은 진짜 나한테 팔면 안 돼?”

“저 녀석은 물건이 아니다.”

만수드의 애원에도 민성이 덤덤하자, 그는 풀 죽은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

비서가 이렇듯 묵언하고 있다는 건, 자신의 아버지에게 얘기를 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 정도는 만수드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황금 고블린을 준다면 뭘 해 줄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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