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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137화 (137/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137화>

* * *

이호성은 템 창이 부족해 짐꾼을 구해야 하는데, 적임자로 쓸 사람이 없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주절주절 장웅에게 토로했다.

- 꽤 고민스럽겠구먼.

“아이고. 이 미션 성공 못 하면 또 헌터님한테 밥값 못 한다고 혼날 텐데. 아니, 적임자로 쓸 만한 사람이 없는데 이걸 어떻게 구해요.”

답답함에 하소연을 하는 이호성에 장웅이 껄껄 웃었다.

- 아, 그러고 보니 얼핏 그런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무슨 얘기요?”

이호성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 황금 고블린 말일세.

“아……!”

그가 벤치에서 벌떡 일어났다.

희망의 싹이 마음 깊은 곳에서 피어나기 시작했다.

“맞아요, 맞아! 황금 고블린이 있었죠!”

이호성이 흥분해서 소리쳤다가 뭔가를 깨닫고 금세 풀이 훅 죽었다.

“하지만…… 그건 소문만 들었지, 실제로 촬영된 영상도 없어서 거짓 소문이라는 말도 많잖아요.”

황금 고블린은 일종의 몬스터로 온몸이 황금으로 된 고블린이었다.

황금 고블린의 왼쪽 손목과 연결되어 있는 주머니도 황금.

태어날 때부터 캥거루처럼 달고 태어난 그 황금 주머니 안에는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아이템을 넣을 수 있다.

그야말로 전설적인 몬스터랄까.

하지만 그건 소문일 뿐.

실존한다는 증거를 본 적은 없었다.

- 별로 도움이 못 돼서 미안하네.

“아닙니다. 혹시 모르잖아요. 정말 황금 고블린을 만나게 될지도.”

- 그렇게 되면 좋겠군. 그럼 수고하게. 아, 그리고 추가로 정리한 레시피는 이메일로 보내 놨어. 다음에 장을 볼 때 도움이 될 걸세.

“감사합니다, 셰프.”

- 그럼 힘내게!

“네. 쉬세요. 셰프-”

밝게 전화를 끝마친 이호성은 담배를 마저 피우고 꽁초를 버리며, 휴대폰을 들고 집중했다.

황금 고블린.

만약 찾아만 낸다면 이보다 좋은 결과는 없다.

제발 실존해라. 제발, 제발, 제발……!

이호성은 기도하는 심정으로 인터넷에 황금 고블린에 대해 검색했다.

하지만 검색 내용은 이호성의 기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쉬울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인터넷에는 이미 황금 고블린에 대한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다.

마치 철 지난 유행처럼, 황금 고블린에 대한 내용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호성은 휴대폰을 보며 찌든 얼굴로 머리를 북북 긁었다.

역시 없는 건가.

황금 고블린이라는 건.

이호성은 휴대폰을 보며 짧게 한숨 쉬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템 판매 사이트에 황금 고블린이 어디 있는지 알거나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연락을 달라고 연락처를 남겼다.

게시글을 등록하고 벤치에 발랑 누웠다.

그렇게 누워 있기를 잠시, 띠링! 하고 메시지 알람 소리가 들렸다.

이호성은 음? 하고 휴대폰을 들어 알람을 확인해 보았다.

메시지가 한 통 도착해 있었고, 그 메시지 내용은 황금 고블린을 판다는 글이었다.

이호성은 벌떡 일어나 다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황금 고블린 판다는 거 진짜입니까?”

이호성이 흥분해서 물었다.

- 네. 황금 고블린 팔아요. 선금 천만 원 이체해 주시면 바로 보내 드릴게요.

택배……?

“아니요. 직거래로 해야죠. 황금 고블린이 무슨 물건도 아니고, 택배 보내듯이.”

- 그렇게 안 하면 안 해요.

이호성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스트레스가 묵직하게 뒷골을 타고 올라왔다.

“너 이 새X, 사기꾼이지?”

- 아닌데요.

“너 내가 누군지 알고 사기 치는 거냐? 진짜 죽고 싶어?”

- 뚜우. 뚜우. 뚜우.

“별 또라이 같은…… 아!”

이호성은 뒷골을 잡은 채 어금니를 바짝 깨물곤 줄담배를 뻑뻑 피웠다.

“X발, 그래. 그렇게 쉽게 황금 고블린이 '나 여기 있어요.' 하고 나타나 줄 리가 없지. 그게 그렇게 쉽게 될 리가 없다고. 그냥 깨끗하게 포기하자, 포기해. X발.”

띠링!

그때 또다시 알림 소리가 울렸다.

이번에도 역시 메시지.

“이것도 사기겠지?”

이호성은 헛웃음을 흘리며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러곤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툭 떨어트렸다.

휴대폰을 보고 있는 이호성의 눈은 믿을 수 없는 충격으로 가득 물들어 있었다.

[글 올린 거 이호성 님 맞으시죠?

오랜 팬입니다!

부디 제 정보가 이호성 님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메시지에는 첨부 사진이 붙어 있었다.

마치 고대의 전설처럼 소문만 무성했던 황금 고블린.

그 황금 고블린 사진을 올린 누군가의 SNS 계정을 캡처한 것이었다.

이호성은 침을 꿀꺽 삼키며, 사진상에 나와 있는 SNS 계정을 검색해 보았다.

바로 황금 고블린의 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 건가 싶었지만-

[비공개 계정입니다.]

SNS는 지인만이 볼 수 있도록 비공개로 되어 있었다.

이호성은 공개되지 않았다는 글을 보고 관자놀이를 초조하게 긁었다.

계정을 만들어 팔로우 신청을 해 보았지만, 빠른 답신이 올 리 만무했다.

상대의 SNS 계정을 보며 답답해하던 이호성은 프로필에 나타나 있는 이름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명한 인간인가?

왜 이렇게 팔로우 수가 많아?

이름을 웹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 보자, 그는 무려 아랍 에미리트의 왕자였다.

“아아…… 그래그래. 아랍 에미리트 왕자였구나. 그래, 이렇게 되면 이놈이 황금 고블린을 가지고 있다는 건 충분히 말이 되지.”

이호성이 흥분해서 벤치 위로 올라가 섰다.

“근데 어떻게 연락을 해야 되지?”

잠시 고민하던 이호성은 번쩍 고개를 들었다.

“총군주! 중앙 기관의 총군주라면 가능할 거야!”

이호성은 김지유에게 곧장 연락을 취했다.

* * *

로브의 사내 한재혁은 집결지에 도착했다.

로브 사내의 등장에, 월드 헌터들은 좌우로 갈라지며 길을 텄다.

월드 헌터들이 은근하게 지켜보는 가운데, 한재혁은 그들을 지나 회의장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에 앉아 있던 삼천교 헌터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다소 애매했다.

딱히 상관을 대하는 태도가 아니었다.

상관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홀대할 수도 존중하지 않을 수도 없는 애매한 위치.

그게 로브 사내 한재혁의 위치였다.

한재혁이 상석에 앉았다.

그러자 삼천교 헌터들도 소리 없이 착석했다.

“공문을 전달하러 온 겁니까?”

삼천교 헌터 한 명이 물었다.

“잠정 대기한다.”

한재혁의 말은 삼천교 헌터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지금쯤이면 분명 공문이 떨어질 거라고 예상했건만, 이대로 계속 대기라니?

삼천교 헌터들 모두 의문을 담은 시선을 한재혁에게 보냈지만, 그는 대답하지도 반응하지도 않았다.

고요한 침묵만이 회의장 안을 차갑게 맴돌았다.

* * *

벤치에 앉아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고 있던 이호성은 멀리서 차가 달려오고 있는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직선 도로 방향에서 스포츠카 한 대가 달려오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잠시 후.

끼이이익!

노란색의 멋진 스포츠카가 바로 앞에서 급정거하며 멈춰 섰다.

그 차량 운전석에서 김지유가 내렸다.

“총군주님! 어떻게 됐습니까?”

이호성이 김지유에게 달려가며 물었다.

김지유는 이호성에게 미소를 지으며 손으로 오케이 모양을 보여 주었다.

“우와아앗! 대박!”

이호성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온몸에 힘을 잔뜩 주었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미션이 점점 커라단 희망으로 변해 가자, 그 쾌감은 마치 변비를 해결한 것만큼이나 속 시원하고 기분 좋았다.

“제가 도와 드릴 수 있는 건 고작해야 아랍 에미리트 왕자와 통화를 연결할 수 있는 것뿐이에요.”

김지유가 걱정된다는 듯이 말했다.

“하하! 그게 어디입니까? 나머지는 제 역량에 달린 것이겠죠. 정말 감사합니다, 총군주님!”

“아니에요. 조금만 기다려 보시면 그쪽에서 호성 씨 폰으로 영상 통화가 올 거예요.”

“네!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볼일이 있어서 먼저 가 볼게요.”

김지유는 이호성과 인사를 나누고 사라졌다.

홀로 남게 된 이호성은 휴대폰을 보며 심호흡을 했다.

“얼마에 산다고 해야 팔까?”

그가 긴장한 얼굴로 손을 파리처럼 싹싹 비볐다.

금덩이로 된 몬스터가 살아 움직이니까 한 100억? 그 정도 줘야 하나?

아니지. 시원하게 쓰자.

괜히 어설프게 가격을 불렀다가는 저쪽에서 안 판다고 화를 낼 수도 있으니까.

희망에 부풀어 계산기를 두드려 보던 이호성은 잠시 위축되는 마음이 들었다.

SNS에 황금 고블린 사진을 올리긴 했지만, 아무리 아랍 에미리트 왕자라고 해도 그걸 실제로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혹 진짜라고 해도 중앙 기관의 총군주인 김지유가 도와준 것은 아랍 에미리트 왕자와의 화상 통화 연결뿐.

또한 왕자 신분이라 돈은 썩어 넘칠 테니 황금 고블린을 팔지 않겠다고 나올 수도 있었다.

여러 가지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해외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이호성은 다급해지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심호흡을 한 후에야 전화를 받았다.

화상 통화가 연결되었다.

음?

이호성은 잠시 당혹스러운 심정으로 휴대폰 액정을 보았다.

휴대폰에 액정 화면에는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어린 아랍 소년이 보였다.

소년 왕자라고 하더니, 진짜 이 정도로 어린 소년일 줄이야…….

이호성은 살짝 땀이 났다.

하긴, 왕자니까 그럴 수도 있지.

잘만 구슬리면 일이 쉽게 풀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하십니까, 왕자님.”

이호성이 비위를 맞추기 위해 꾸벅 머리를 숙여 보였다.

화면 속에 보이는 아랍 에미리트의 소년 왕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한쪽 입꼬리를 위로 올린 채 아주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호성은 그런 왕자를 보며 떨떠름한 얼굴이 되었다가 표정 관리를 하기 위해 애썼다.

‘누가 왕자 아니랄까 봐. 표정 봐라, 어린놈의 새X가.’

이호성은 흠흠! 하고 목을 가다듬은 뒤 가식적인 미소를 입가에 띠었다.

“하하, 왕자님. SNS의 황금 고블린 사진을 보고 연락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 사진대로 정말 황금 고블린을 가지고 계신 겁니까?”

이호성이 기대감이 어린 눈으로 오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왕자를 보며 물었다.

- 응, 있어.

아랍 에미리트 왕자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이호성은 마치 심각한 부정맥이라도 걸린 것처럼 심장이 쿵쾅거렸다.

너무 놀라서 그런지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맙소사!

정말로, 정말로 황금 고블린이라는 게 실존했다고?

강민성의 미션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마리가 동아줄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왕자님. 단도직입적으로 말씀을 드리자면, 그 황금 고블린을 구매하고 싶습니다.”

이호성의 말에 아랍 에미리트 왕자는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로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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