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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134화 (134/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134화>

콰아아앙!

“큭! 끼악! 크아악!”

목이 붙들린 마인이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버둥거렸지만.

콰지지지지지직!

민성의 손에서 흘러나온 마기의 힘이 마인을 휘감는 순간, 마인은 엄청난 속도로 몸을 떨면서 온몸에서 피 분수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인은 민성의 손끝에서 파편이 되어 소멸했다.

이호성이 질린 얼굴로 민성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바가지만이 한 마리의 마인이 떠났다는 것에 슬퍼할 뿐이었다.

구르르르르르!

땅을 울리는 발소리는 점점 더 거세져 갔다.

민성은 템 창에서 오리하르콘 단검을 꺼내며, 소리가 나고 있는 전방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탑은 기본적으로 폭이 넓다.

때문에 아무리 민성이 전위에 섰다고 하더라도, 마인의 숫자가 많다면 그만큼 이호성과 바가지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은 높을 수밖에 없었다.

긴장감이 극에 달했을 때, 발소리의 원천인 마인들이 나타났다.

시커먼 피부에 빨간 눈.

위압감이 흘러넘치는 뿔의 기세.

밀려드는 마인들의 숫자는 가히 징그러울 정도였다.

몇 마리인지 세기조차 힘든, 마치 바글거리는 박쥐 떼와 같은 모습에, 이호성과 바가지는 놀라서 감히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민성만큼은 달랐다.

꽈르르르르릉!

민성의 오리하르콘 단검이 밀려드는 마인들을 향해 사선으로 그어졌다.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악마들의 울음소리와 같은 마인들의 비명이 탑 안에서 울려 퍼졌다.

* * *

집결지에 모인 월드 헌터들이 멍한 얼굴로 탑을 보았다.

마인의 탑은 어느덧 14층 플로어까지 불이 밝혀져 있었다.

그들은 믿기지 않는 듯 마치 꿈을 꾸는 듯한 표정이었다.

삼천교 7인의 헌터들 역시 14층까지 불을 밝힌 강민성이라는 헌터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이 증폭되고 있었다.

모두가 소리 없이 마인의 탑을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삼천교 헌터들 중 왕웨이만이 신경질적으로 바닥에 침을 뱉으며 마탑을 노려보았다.

* * *

강민성은 특성 마인이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15층까지 올라오면서 특성 마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모두 하급 마인에 불과했다.

때문에 하급 마인을 죽이고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는 기회는 많았으나.

‘……제기랄.’

이호성은 바가지를 노려보며 울 것 같은 얼굴로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이번에도 역시 모든 마인의 막타를 바가지가 먹고 말았다.

망할 바가지 자식.

피도 눈물도 없이 혼자 다 처먹냐!

이호성은 애가 탔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바가지 좋은 일만 하다가 인생 종칠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이렇게 계속 뺏기고만 살 수는 없다.

바가지는 벌써 다섯 마리의 언데드 마인을 거느리는 데 성공했다.

특성 마인까지 나타나기 시작하면 그 격차는 더 심해질 거야.

한숨을 내쉰 이호성은 아이템을 모두 주운 후, 허리를 세워 민성에게 걸어갔다.

“헌터님! 템 창 다 차지 않으셨어요? 저도 이제 MAX예요.”

“그 인챈트할 때 쓴다는 주문서라는 거. 얼마나 있어?”

“그렇게 여유 있게 보유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럼 일단 내려간다. 올 때마다 다섯 플로어 이상을 못 버티네.”

민성이 짧게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템을 챙길 수 있는 짐꾼을 고용하든지 해야겠다. 네 템 창에 요리 재료를 넣는 바람에 템 창이 부족해. 이런 식으로는 오래 올라갈 수 없다. 근데-”

이호성은 허리를 세우고 또랑또랑한 눈으로 민성을 보았다.

“네, 헌터님. 말씀하십시오.”

“너 아까 뭐 말하려고 했었지?”

“네. 저, 그게요……. 바가지만 막타를 먹는 것 같아서요…….”

이호성이 그 말을 하자, 바가지가 와서 로킥을 하듯 이호성의 발목을 툭툭 찼다.

이호성은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해서 헌터님이 좀 나눠 주시면 안 되나 해서…….”

“그냥 나한테 맞자.”

“예……?”

“너 맞으면 경험치 오르잖아.”

“그, 그건……!”

“이번에 내려가는 김에 템 창에 포션 꽉꽉 채워. 내가 도와줄 테니까. 내가 버서커 상태로 보내 주고, 버서커 상태에서도…….”

“아닙니다, 헌터님. 당분간은 지금 이대로가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마음을 정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러든가.”

민성이 플로어를 내려갈 때, 이호성은 먼눈으로 허공을 보며 체념한 얼굴로 하얗게 미소 지었다.

* * *

왕웨이는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며 몸을 배배 꼬았다.

꼬리뼈부터 올라온 간지러움이 온몸을 괴롭혔다.

근질근질한 감각이 떠나질 않았다.

어서 그 강민성의 졸개들을 베어 버리고 강민성이라는 놈과 붙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저놈의 흑랑대 자식들이 징그러울 정도로 따라붙는 바람에, 당분간은 삼천교의 지시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왕웨이는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바다를 보다가 짜증이 가득한 숨을 훅! 뱉어 내며 간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왕웨이는 이제 집결지 중심에서 대놓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흑랑대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야. 교주님 공문은 아직이시냐?”

“예.”

흑랑대는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에 왕웨이가 라면같이 구불구불하고 치렁치렁 긴 머리를 투박한 손으로 쓸어 올리며 집결지를 훑어보았다.

월드 헌터들이 저마다 불만 가득한 얼굴로 대화를 하거나 넋을 놓고 있는 게 보였다.

“쓸모없는 쓰레기들.”

왕웨이는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던 중 왕웨이와 한 월드 헌터의 눈이 마주쳤다.

그 헌터는 피하지 않고 왕웨이의 시선을 그대로 받았다.

월드 헌터의 눈에는 불만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

이내 월드 헌터가 다시 시선을 돌리기는 했지만, 왕웨이의 얼굴은 이미 상기되어 있었다.

왕웨이는 월드 헌터에게 뚜벅뚜벅 걸어갔다.

남미 출신의 월드 헌터는 왕웨이가 다가오자 다소 얼굴이 굳어졌다.

“야.”

왕웨이가 월드 헌터를 불렀다.

월드 헌터는 불쾌감과 불편함, 그리고 긴장감이 섞인 눈으로 간이 의자에 앉은 채 왕웨이를 올려다보았다.

“너 계속 나 기분 나쁘게 노려보더라?”

주변의 월드 헌터들이 천천히 일어나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왕웨이가 손으로 월드 헌터의 앞머리를 꽉 쥐고 짧게 흔들었다.

“왜 봤냐? 불만 많아 보이던데. 말해 봐.”

그에게 앞머리가 붙잡힌 남미의 월드 헌터는 연거푸 마른침을 삼켰다.

“불만 없습니다.”

“근데 왜 쳐다봤냐고.”

왕웨이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벼, 별달리 의미는…….”

“거짓말하네, 이 자식.”

왕웨이가 남미의 월드 헌터를 보며 히쭉 웃었다.

삼천교 헌터 중 한 명이 한숨 쉬며 왕웨이에게 걸어갔다.

“웨이! 이쯤 하고 그만…….”

그 순간, 왕웨이가 템 창에서 환수도를 꺼내 월드 헌터의 목을 곧바로 잘라 냈다.

서걱!

목이 잘리며 피분수가 왕웨이의 앞면을 적셨다.

왕웨이에게 걸어가던 삼천교 헌터는 그 꼴을 보고 걸음을 멈추며 한숨 쉬었다.

“왜 이래, 또.”

삼천교 헌터가 어르듯이 말하자, 왕웨이가 피로 물든 모습으로 동료를 돌아보며 이를 바득 갈았다.

“어차피 계약이라는 건 다 일 편하게 하자고 겉치레하는 거에 불과한 거고. 진짜 통제라는 건 이런 거 아니야? 이래야 이 쓰레기들이 딴생각을 안 하고 통제에 따를 것 아니야!”

왕웨이가 소리치듯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와 마주 보고 있는 삼천교 헌터는 왕웨이를 보며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다 죽여 버리다간 남아나질 않을 거야. 적당히 스트레스 풀었으면 가서 좀 쉬어. 그게 좋을 것 같다.”

왕웨이는 월드 헌터의 시체를 내려다보다가 시체에 침을 탁 뱉고는 거친 걸음걸이로 물러갔다.

왕웨이를 제외한 6인의 삼천교 헌터들은 못 말린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 * *

민성은 물기 하나 묻지 않게 보트를 마기의 힘으로 끌어당겨 손쉽게 올라탔다.

바가지는 그림자 보드를 타고 서핑이라도 하듯이 칵칵 웃으며 즐겁게 바다를 건넜지만, 오직 이호성만이 헤엄을 쳐서 바다를 건넜다.

X발! 이쯤 되면 그냥 보트 태워 주면 안 되나! 요리까지 했는데, X발!

이호성은 속으로 욕을 쉴 새 없이 해 대며 수영했다.

이제 수영을 너무 많이 해서 요령이 붙어, 강민성이 탄 전동 보트와 속도가 비슷할 정도였다.

그런 가운데, 바가지는 그림자 보드를 타고 묘기까지 부리고 있었다. 파도를 타고 공중으로 뛰어올라 회전까지 하며 서핑을 즐겼다.

그 꼴을 보고 있자니 이호성은 헤엄치는 데 힘이 쭉 빠지는 것만 같았다.

나도 저런 스킬 하나만 있으면 얼마나 좋아.

꼴랑 옵션이랍시고 준 게 얻어터지면 경험치가 오르는 거냐?

하…… 대단한 팔자다. 대단한 팔자야.

이호성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그 분노로 수영 속도를 올렸다.

팍팍팍팍팍!

첨벙첨벙!

결국 이호성은 민성의 전동 보트를 앞질러 먼저 뭍에 도착할 수 있었다.

“헉! 헉! 헉!”

그가 거친 호흡을 쏟아 내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나마 강민성을 이겨 먹었다는 소심한 정신 승리를 하고 싶었다.

이호성이 그렇게 히죽히죽 웃고 있든 말든, 민성은 보트를 대고 여유롭게 뭍으로 올라왔다.

바가지도 바로 그런 민성의 뒤로 바짝 따라붙어 땅을 밟았다.

민성이 나타나자 집결지의 분위기는 지금까지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공기의 흐름으로 바뀌고 있었다.

강민성이라는 존재와, 7인의 삼천교 헌터의 충돌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야, 이호성.”

“네. 헌터님.”

이호성이 미역같이 된 머리의 물기를 쭉 자면서 대답했다.

“누구냐?”

“네? 누구냐니요?”

“내 차를 탄 것도 모자라서 너희들 건드렸다는 놈. 누구야.”

민성이 집결지에 있는 모든 이들을 눈으로 훑으며 말했다.

이호성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강민성이 앞으로 무슨 일을 저지를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었다.

“삼천교. 7인의 헌터 중 한 명입니다.”

이호성이 긴장감이 배어들어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한판 붙으려는 건가?

이호성의 그런 예감은 적중했다.

“데려와.”

민성이 무정한 눈으로 이호성을 돌아보며 말했다.

화가 난 것도 아니고, 흥분하지도 않았다.

민성의 눈은 해야 할 일을 앞둔, 그런 눈빛이었다.

이호성은 굵은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탑 안에서도 그랬듯이 마음속으로는 그 재수 없는 놈을 강민성이 박살 내 주면 좋겠다는 심정이긴 했지만, 막상 그 기대가 현실이 되자 이호성은 그 두려움의 본질이 무엇인지 뒤늦게 깨달을 수 있었다.

왕웨이를 건드린다는 것은 삼천교, 크게는 중국과 한판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엄청난 일이었다.

그를 데려와도 괜찮을 걸까- 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강민성의 명령이 떨어졌으니 어쩔 수 없었다.

명령이 떨어진 이상, 반드시 왕웨이를 찾아야 했다.

이호성은 월드 헌터들 사이를 걸어 다니다 삼천교 헌터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은 아시아인인 데다가 존재감이 뛰어나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 자신이 알고 있는 얼굴.

왕웨이는 보이지 않았다.

‘어디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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