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자의 삼시세끼 133화>
저런 녀석들을 어느 세월에 키워야 하나, 하는 답답함이 물밀 듯이 가슴 안으로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긴장해. 그러다 죽는다.”
민성이 보다 못해 한마디 거들었다.
“예!”
이호성이 크게 대답하며 자신이 가진 모든 공격 스킬을 쏟아붓던 중, 전설의 해적 선장이 입을 크게 벌렸다.
그의 눈이 시커멓게 변했고 이내 폭발적인 힘이 흘러나왔다.
해적 칼에 맺힌 푸른 오러가 시커먼 색으로 변질되며 그 힘의 강도가 일시적으로 증폭되는 걸 민성은 느낄 수 있었다.
푸부북!
해적 칼이 이호성의 배를 꿰뚫었다.
“컥!”
이호성이 굵직한 피를 울컥 뿜었다.
흔들리는 동공과 신체.
민성은 이호성을 보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이호성이 마인도 아니고 고작 전설의 해적 선장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가진 몬스터에게 당할 거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민성은 짧게 한숨 쉬며 템 창에서 오리하르콘 단검을 뽑았다.
그리고.
마치 증발하듯 민성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눈 깜짝 할 사이에 전설의 해적 선장 앞에 이른 민성이 오리하르콘 단검을 휘둘렀다.
콰르르르릉!
뇌전이 오리하르콘 단검을 휘감으며, 번개가 번지듯 검기가 사방으로 뻗어져 나갔다.
쩌저적!
전설의 해적 선장은 마치 분쇄기에 갈리는 것처럼 사방으로 뼈가 터지면서 흩어졌다.
몬스터가 파편이 되어 날리며 아이템을 떨어트릴 때, 민성은 해적 칼에 찔려 바닥에 쓰러진 이호성을 흘긋 내려다보았다.
죽는 건가? 싶었을 때.
이호성이 이상 증세를 보였다.
“뭐야?”
민성이 불쾌하다는 듯이 이호성이 꿈틀거리는 걸 보았다.
이호성은 마치 간질이라도 걸린 것처럼 발광하듯 몸 전신을 흔들어 대고 있었다.
“얘 왜 이래?”
민성이 바가지를 보고 물었다.
“앗! 버서커 상태로 진행 중인가 봐요, 주인님!”
아.
버서커.
민성은 고개를 끄덕이곤 이호성을 빤히 보았다.
이호성의 머리카락이 빨갛게 변하며 머리카락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온몸의 근육이 부풀고 마력이 폭발했다.
이내 버서커 상태에 이르며, 이호성은 자신의 배를 꿰뚫었던 해적 칼을 뽑아내곤 크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괴음을 내질렀다.
“저게 버서커군.”
“주인님. 이호성 버서커 되면 아무것도 못 알아봐요.”
민성은 이호성을 한심하다는 듯 보았다.
바가지가 말했던 대로 버서커 상태에 이른 이호성은 침을 질질 흘리며 굽은 등으로 민성을 노려보았다.
민성이 자신을 향해 살기를 드러내는 이호성을 보며 피식 웃었다.
“크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호성이 마력을 폭발시켰다.
“아주 발광을 하는구나.”
민성이 그를 보며 헛웃음을 흘릴 때.
[장기 파티 플레이로 인한 특별 효과가 부여됩니다.]
[‘이호성’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시겠습니까?]
[승인 / 거절]
오랜만에 나타난 시스템 창이다.
그동안 나타난 인터페이스상의 시스템은 모두 무시했지만, 이번 건 한번 써 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성은 승인을 터치했다.
그리고 곧바로 그 효력이 발생되었다.
민성의 눈앞에 시스템 글자가 푸른빛으로 반투명하게 나타났다.
파티원 이호성의
패시브 특성
[버서커]
치명적인 대미지를 입으면 버서커로 진화한다.
유지 시간 : 8분
추가 가이드!
[성장통]
물리적 고통이 중첩될수록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다.
(버서커 유무와 상관없이 적용 가능.)
“크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호성이 짐승처럼 포효하며 민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오리하르콘 단검을 템 창에 집어넣은 민성은 귀찮은 기색이 가득한 얼굴이 되었다.
이호성이 폭발적인 스피드로 다가왔다.
확실히 차이가 나긴 한다.
아니, 심한 차이가 난다.
일반 상태와 버서커 상태의 전투력 차이는 놀라울 정도로 컸다.
물론 단점이 있다면 버서커 상태로서의 시간이 짧다는 것.
퍼어어어어어어어어엉!
민성의 주먹이 버서커로 변한 이호성의 가슴을 강타했다.
달려들던 이호성은 마치 차에 치인 것처럼 날아가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이호성이 물리 대미지 충격에 의해 버서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이호성은 쿨럭 피를 토하며 일어나 다시 광기에 휩싸인 채로 민성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민성의 무차별적인 주먹 폭격이 시작되었다.
안면, 복부, 가슴, 옆구리 등 할 것 없이 온몸에 민성의 주먹이 들어갔다.
민성에게 얻어맞을 때마다, 광기에 휩싸여 있던 이호성의 얼굴이 서서히 풀어지고 있었다.
[이호성이 물리 대미지 충격에 의해 버서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이호성이 물리 대미지 충격에 의해 버서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이호성이 물리 대미지 충격에 의해 버서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이호성이 물리 대미지 충격에 의해 버서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단 몇 초 만에 수십 번의 주먹이 강타되자 이호성은 바닥에 누워 꿈틀거렸다.
이호성은 일어나기 위해 억지로 상체를 움직였으나, 민성이 달려가 이호성의 머리를 발로 걷어찼다.
퍼어어어어어어어억!
바가지가 그 광경을 보고 뼈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며 화들짝 놀랐다.
“끄으어어어어어어…….”
이호성이 버서커인 상태에도 불구하고 괴로운 신음을 흘렸다.
“괜찮네. 얻어맞으면서 경험치도 먹고.”
민성이 웃으며 손을 까닥였다.
“일어나.”
이호성이 마치 짐승처럼 ‘그르르……!’ 거리면서 민성을 쏘아보았지만, 대미지가 중첩되어 있어 일어나지 못하고 자꾸만 철퍽철퍽 쓰러졌다.
민성은 그런 이호성을 보다가 버서커로 지속되는 상태가 길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좀 더 맞자. 경험치 올려야지.”
민성이 누운 채로 바들거리고 있는 이호성의 멱살을 잡았다.
민성의 주먹이 이호성의 얼굴을 무자비하게 때리기 시작했다.
[이호성이 물리 대미지 충격에 의해 버서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이호성이 물리 대미지 충격에 의해 버서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이호성이 물리 대미지 충격에 의해 버서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이호성이 물리 대미지 충격에 의해…….]
……
……
…….
민성은 이호성을 때리던 주먹을 멈췄다.
이호성은 의식을 거의 잃고 축 늘어져 있었다.
“바가지. 이호성이 버서커에서 깨어나면 체력은 재생되는 건가?”
“잘 모르겠어요.”
바가지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민성은 멱살에 잡혀 늘어져 있는 이호성을 보다가 손을 놓았다.
이호성의 상체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빨갛게 물들었던 이호성의 머리카락이 다시 짧아지면서 검은색으로 되돌아갔고, 부풀어 있던 근육도 다시 줄어들기 시작했다.
민성은 피 묻은 손을 이호성의 옷에 슥슥 문질러 닦았다.
* * *
끔뻑끔뻑.
이호성이 눈을 떴다.
“아…….”
눈을 뜨자마자 뜨거운 고통이 파도처럼 거칠게 밀려왔다.
“아, 뭐야. 뭐가 이렇게 아파. 아아…….”
이호성은 고통에 신음을 흘리다가 기억을 더듬었다.
어떻게 된 거지?
마지막 기억은 전설의 해적 선장에게 칼에 찔린 것까지였다.
그리고 아마 버서커 상태가 됐겠지.
거기까지는 기억이 난다.
그런데, 왜 이렇게 몸이 아픈 거야?
이호성은 이상하게 얼굴이 무겁게 느껴졌다.
손으로 얼굴을 더듬어 보았다.
그러자 얼굴이 심각할 정도로 퉁퉁 부어 있는 게 느껴졌다.
……?
칼에 찔렸는데 얼굴이 왜?라고 생각했을 때.
“정신이 들었나?”
민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민성은 저도 모르게 흠칫 온몸이 떨리는 걸 느꼈다.
왜 이러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감이 뇌리를 파고들었다.
“그만 자빠져 있고 정신이 들었으면 일어나.”
민성이 명령했다.
이호성은 ‘네, 넷!’ 하고 대답하며 벌떡 일어났다.
“대미지가 심한 것 같으니까 당분간은 나 혼자 마인을 사냥한다.”
“네, 헌터님.”
“네, 주인님!”
민성이 앞장서서 걸어갔다.
“어떻게 된 거야?”
이호성이 바가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바가지는 그에게 일어난 일을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그 설명을 듣자마자 이호성은 온몸에 소름이 우수수 돋았다.
버서커 상태에서 강민성에게 얻어맞았다고?
꿀꺽-
마치 마취 상태로 수술을 하고 나서 일어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있잖아.”
바가지가 말을 이었다.
“헌터님이 새로운 걸 얻으셨어.”
“뭔데?”
이호성이 퉁퉁 부운 얼굴로 물었다.
“너랑 나에 대한 파티원 정보를 알 수 있게 됐대.”
“정보?”
“응. 그래서 네 버서커 상태도 알 수 있게 되셨는데, 이번 버서커에서 네가 새로운 특성을 얻었어.”
“오? 진짜 뭔데?”
“대미지를 입으면 경험치를 획득한다던데? 평상시에도 얻을 수 있고.”
“…….”
“왜?”
“줘 터지면 경험치 준다는 거네.”
“그런 거겠지.”
이호성은 손으로 퉁퉁 부운 이마를 짚었다.
“하…… 난 꼭 특성을 줘도 그런 걸 주냐.”
“왜, 잘 어울리는데.”
“뭐?”
이호성이 갸르릉거리자, 바가지가 칵칵 웃으며 그림자 보드를 타고 민성을 따라갔다.
“왜 아픈가 했더니만, 아주 작정하고 때렸구만.”
이호성은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심하게 부운 얼굴과 멍든 몸으로 앞서간 민성과 바가지를 향해 뛰었다.
아, 온몸이 다 아프다, 정말.
대체 뭘 어떻게 때리면 움직이는 건 가능하면서 이렇게 아프게 할 수 있는 걸까.
이호성은 강민성이 사람 아프게만 때리는 것에도 특출 난 능력이 있다는 점을 깨달으며 간담이 서늘해졌다.
경험치고 뭐고, 강민성에게만큼은 맞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이호성이었다.
* * *
환단을 먹고 전투력이 증강된 월드 헌터들조차 뚫지 못했던 마인의 탑 9층은, 민성이 한 방에 대규모 마인들을 쓰러트리게 되면서 빠르게 정리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이호성과 바가지가 별달리 긴장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본격적인 두 자릿수 플로어의 시작을 앞두게 되면서 그들의 분위기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이호성은 목숨이 경각에 달렸음을 인지하고 최대한의 방어 태세에 집중해 전진했고, 바가지의 활활 타오르는 검은 눈은 한시도 쉬지 않고 사방을 경계하며 즉시라도 마법을 발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이호성과 바가지의 긴장과는 달리, 민성의 앞에 나타난 마인은 지금까지 봤던 모습과는 달리 나약하고 유약하게만 보였다.
그 이유는 홀로 민성의 앞에 선 마인이 몸을 떨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커먼 피부에 붉은 눈을 가진 마인은 민성과 짧게 대치하다가, 벽 안으로 스르륵 스며들 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땅을 울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마인들이 달려오고 있는 소리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신호를 줄 때까지 나서지 마라.”
민성이 말했다.
이호성이 고개를 끄덕이고 바가지가 앞을 내다보는 사이.
민성의 손이 벽에 틀어박았다.
콰콰콱!
벽을 뚫은 민성의 손이, 벽 안에 숨어 있던 마인의 목을 틀어잡고 마치 무를 뽑아내듯 뽑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