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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124화 (124/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124화>

“중앙 기관의 총군주, 김지유의 도움으로 쉽게 헬기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돈 많은 부자들도 이 헬기를 구하려면 최소 2년은 걸리는데, 바로 인도받을 수 있었어요. 이 역시 중앙 기관의 총군주 덕분이죠.”

이호성이 영업하는 사람처럼 헬기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모델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자면 최신형 헬기로써…….”

이호성은 잘 알아듣지 못할 헬기 스펙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민성은 설명을 들으면서 헬기를 살폈다.

외부는 새하얀 순백의 색상.

그리고 내부는 베이지 톤의 5개 좌석 시트와 고급스러운 기계 장치가 자신을 뽐내고 있었다.

“마음에 드십니까?”

이호성이 띵띵 부운 미소 띤 얼굴로 묻자 민성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헬기랑 자동차 면허, 최대한 빨리 딸 수 있도록 준비해.”

“알겠습니다. 그런데 자동차도요?”

민성의 눈빛에 이호성은 바로 고개를 훅 숙였다.

“분부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전 세계 워프 게이트에 각각 차고 하나씩 임대해서 최고 스펙의 스포츠카 넣어 놔. 차가 좀 느리더라.”

“아, 알겠습니다.”

엄청난 스케일의 오더에 이호성이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민성은 헬리콥터 확인을 직접 눈으로 마치고 걸음을 옮겨 펜트하우스 층으로 돌아왔다.

민성이 소파에 앉으며 ‘커피.’라고 말하자, 이호성은 커피 머신 앞으로 가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만들어 민성에게 갖다 바쳤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는 민성을 물끄러미 보다가 입을 열었다.

“헌터님은요. 헌터가 되기 전에, 일반인일 때 말이죠. 그때도 싸움을 잘하셨어요?”

“상상해 본 적은 있다.”

민성이 회상하는 듯한 눈으로 말했다.

“무슨 상상이요?”

“고등학교 1학년 때. 마이크 타이슨 경기 영상을 보고 링에서 만나면 질 것 같다- 라고.”

이호성은 썩은 젤리를 먹은 표정으로 민성을 보았다.

“왜?”

그의 표정을 보며 민성이 묻자, 이호성은 그냥 고개만 절레절레 저었다.

민성이 다시 커피를 마실 때, 이호성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이호성은 민성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전화를 받았다.

통화를 하던 중에, 이호성이 민성에게 통화 내용을 설명했다.

“헌터님. 미국의 헌터 마스터 에단이 헌터님을 뵙고 싶다고 합니다. 지금 한국이라고 언제 가능하시냐고 묻는데요?”

“지금 바로 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이호성은 민성의 말을 그대로 전달했다.

* * *

에단이 민성이 있는 펜트하우스에 도착했다.

“며칠 안 됐는데 꽤 오래 안 본 것 같군요.”

그가 전에 없던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으며 소파에 앉았다.

“본론.”

민성이 시간 끌지 말라는 눈빛을 보내자, 에단은 어깨를 으쓱이며 웃은 뒤 진지한 표정으로 민성을 보았다.

“우리 미국은 강민성 씨를 모시고 싶다는 말씀을 전하는 바이오.”

“조건은?”

“계약금으로 100조를 드리겠소.”

“너희들이 원하는 것은?”

“우리 미국은 강민성 씨의 후속 서포트를 맡을 것이며, 아이템은 우리 미국에게만 팔 것. 오직 그뿐이오.”

“나쁘지 않은 조건이군. 하지만 그렇다고 좋은 조건이라곤 할 수 없지.”

“어째서?”

민성이 에단을 보았다.

에단은 민성의 의중을 알 수 없는 검은 눈을 보며 긴장한 상태로 답변을 기다렸다.

“내가 원하는 건 따로 있다.”

“말해 보시오.”

에단은 짐짓 여유로운 척했지만 침이 꼴깍 넘어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계약금 100조 같은 건 필요 없다. 탑은 나 혼자 들어간다. 너희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있으면 돼. 그게 내 조건이다.”

“그건 아이템을 미국이 독점할 수 없게 하겠다는 뜻이오?”

“아니지. 판매하는 금액은 내가 정한다.”

에단은 길게 한숨 쉬었다.

“내 조건에는 변함이 없을 거다. 지금도, 앞으로도.”

민성이 앞서서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미국에게 독점권을 주지 않겠다는 건 이해하지만, 굳이 혼자 탑을 독점하려는 이유는 무엇이오? 이는 미래에 대한 대책이…….”

“걸리적거리는 데다 탑 안에서 너희들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으니까.”

민성의 묵직한 사실(Fact) 공격에 에단은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우리가 당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어이, 미국의 마스터.”

“……?”

민성의 왼편에 템 창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템 창에서 새하얀 스파크가 튀었다.

콰지지지직!

손을 대지도 않았는데 오리하르콘 단검이 저절로 뇌격을 허공에 뿌리며 천천히 에단에게로 다가가 그의 관자놀이를 가까이서 겨누었다.

“난 너랑 거래할 생각이 없다. 난 그저 내 선택을 알릴 뿐이다.”

“…….”

에단의 얼굴에 땀이 비 오듯이 흘렀다.

듣도 보도 못한 신기(新奇)의 경지에 에단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강하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기어검술이라니?

에단은 가슴에 차가운 칼이 들어온 듯 철렁거리는 심정을 경험했다.

두피에서 흐르던 땀이 전신에서 솟아났다.

“대답이 됐나?”

“……충분히 알겠소. 그러니 제발 이 검 좀 치워 주시오.”

에단이 자신의 관자놀이를 노리고 있는 오리하르콘 단검을 버거워하며 말했다.

쇄애애애애액!

파앗!

오리하르콘 단검이 눈부신 속도로 민성의 손으로 날아와 탁! 하고 잡혔다.

에단은 충격에 빠진 눈으로 민성의 손에 잡힌 단검을 보았다.

“오늘 내가 말한 건 월드 헌터 전부에게 전파하도록. 가능하겠나?”

“……그렇게 하겠소.”

에단이 씹어 삼키듯이 말했다.

“얘기 끝났으면 그만 가 봐.”

에단은 수치심을 삼키며 후들거리는 다리로 일어섰다.

* * *

“Fuck…….”

에단은 그랜드 월드 타워 입구를 나오며 욕설을 내뱉었다.

중국을 제외하고는 늘 최고의 대우를 받아 온 자신이었지만, 강민성이라는 한국의 헌터 앞에서는 결국 힘없는 한 명의 인간에 불과했다.

“네놈이 언제까지 그렇게 잘나갈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다.”

에단은 돌아서서 저주를 퍼붓는 시선으로 펜트하우스를 올려다보다가, 리무진 차량에 탑승했다.

신경질이 솟구쳐 올라 위스키 뚜껑을 땄다.

술을 마시려던 순간.

“쿨럭……!”

에단은 기침을 했다.

그건 단순한 기침이라고 볼 수 없었다.

마치 불이라도 덴 듯 가슴에서 뜨거운 통증이 치밀었다.

“……?”

에단은 당황한 눈으로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걸쭉한 검은 피가 입 밖으로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뭐야, 이게……?”

점점 숨을 쉬기가 힘들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내.

“푸우우우우!”

피가 입 밖으로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운전수가 에단을 돌아보며 당황한 얼굴로 황급히 리무진을 갓길에 정차시켰다.

“괜찮으십니까, 마스터!? 지금 바로 구조대에 전화를…….”

운전수가 휴대폰을 꺼낼 때, 콰득! 소리가 나며 리무진의 문 한 짝이 떨어져 나갔다.

에단은 피를 흘리며 고통에 물든 얼굴로 문이 뜯겨져 나간 방향을 보았다.

그곳에 누군가 서 있었다.

로브의 사내였다.

그는 느릿하게 에단의 옆자리에 앉았다.

“설마…… 환단의 부작용인 것이냐…….”

에단이 핏발 선 눈으로 가만히 앉아 있는 로브의 사내를 노려보며 말했다.

“커어어억!”

그러다 목을 붙잡고 또다시 피를 토했다.

오장육부는 물론, 혈관까지 뜯겨져 나가는 고통이었다.

로브의 사내는 그런 에단을 서늘한 눈으로 지켜보다가 품 안에서 작은 병 하나를 꺼냈다.

병 안에는 새하얀 약 한 알이 들어 있었다.

로브의 사내가 병을 흔들었다.

또로로!

약이 굴러가는 경쾌한 소리가 났다.

“눈치는 빠르군. 해독제는 아니고 진정제다. 이걸 5분 안에 먹으면 살 수 있다.”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

에단이 살기 위해 손을 내뻗자, 로브의 사내는 손을 피했다.

“약을…… 내…… 놔.”

에단은 숨넘어가는 호흡으로 말하면서 로브 사내의 어깨를 꽉 잡았다.

“넌 환단을 두 개 먹었지. 그 덕분에 부작용 반응이 다른 미국 헌터들에 비해 일찍 온 거고.”

“계획…… 적…… 이었…… 던 건가. 게다가 모든 것을 지켜보고…….”

“물론이다. 네가 몰래 빼돌린 환단 역시 우리 쪽에서 회수했다.”

“쿨럭! 대체, 네놈들 목…… 적은…….”

얼굴을 피로 잔뜩 물들인 채, 마치 악귀 같은 얼굴로 에단이 로브 사내를 노려보며 물었다.

“간단해.”

로브 사내가 서늘한 눈으로 말을 이었다.

“통제.”

에단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미국 헌터들은 지금쯤 내가 보낸 사람들을 통해 진정제를 먹고 있을 거다. 곧 타국의 헌터들도 중독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개…… 자…… 식들! 끄어어어억!”

“환단 중독 현상이 발생하면 오러의 기류를 뒤틀어 버리지. 이대로 3분만 지나면 당신은 사망한다. 그리고 이 중독 현상은 일주일 단위로 재발될 거야.”

에단이 로브 사내의 어깨를 힘주어 잡았지만, 그의 힘은 조금도 로브 사내의 몸에 부담을 주지 못했다.

죽어 가다시피 하는 에단을 지켜보던 로브 사내가 병을 건네주었다.

에단은 벌벌 떨리는 손으로 약병을 받아 거칠게 입에 털어 넣었다.

새하얀 약 하나가 에단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꿀꺽-

약을 삼키고 난 후, 새파랗던 에단의 얼굴이 점차 핏기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들썩거리던 호흡도 조금씩 진정되어 갔다.

회복이 되어 갔으나 약을 늦게 먹는 탓에 육체가 손상되어 있었다.

에단은 간헐적인 숨을 쉬며 차문에 기댄 채 로브 사내를 보았다.

에단의 눈에는 복합적인 감정이 섞여 있었다.

“어지간히 급했던 모양이야. 허겁지겁 환단을 먹는 걸 보면.”

로브 사내의 목소리에는 어째서인지 짜증이 스며들어 있었다.

“조만간 삼천교의 공문이 떨어질 거다. 공문을 확인하게 되면 지시에 따라야 할 것이야. 그렇지 않을 경우, 진정제 공급은 중단될 것임을 잊지 말도록.”

로브 사내가 그 말을 끝으로 차에서 내려 사라졌다.

에단은 움직이려다가, 컥! 하고 기침을 하며 등을 새우처럼 구부렸다.

진정제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후유증에 의해 눈앞이 핑핑 돌고 호흡마저 쉽지 않았다.

멀리서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이명과 섞인 채 에단의 귓속으로 들려왔다.

* * *

미국을 제외한 각국의 헌터장들은 강민성을 찾아가기 위해 은밀히 스케줄을 잡아 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비보(悲報)가 날아들었다.

미국의 헌터들에게 환단 중독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

그리고 그 중독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진정제는 삼천교가 가지고 있으며, 주마다 진정제를 먹지 않을 경우 사망에 이른다는 끔찍한 소식이었다.

제발 잘못된 소식이거나 거짓이기를 바랐지만, 에단이 증명하는 순간 월드 헌터들은 무너지고 말았다.

탑과 강민성의 등장은 헌터들의 판단 능력을 해치게 만들었고, 그에 따른 초조함과 불안함은 ‘환단 복용’이라는 끔찍한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강민성에게 줄을 서려던 월드 헌터들은 삼천교의 손바닥 안에 고립되었다.

그들은 어느 무엇도 하지 못하고 그저 삼천교의 공문이 내려오기만 기다리는 신세로 전락해 가고 있었다.

월드 헌터는 이 문제로 회의를 하기 위해 맨해튼의 집결지에 다시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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