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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123화 (123/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123화>

물론 코스 요리인 만큼 대게뿐만이 아니라 함께 나온 음식들도 화려한 만찬이었다.

꽁치, 굴, 새우, 쭈꾸미, 홍합, 메추리알 등등.

“헌터님, 한 잔 드리겠습니다.”

이호성이 기다렸다는 듯이 술병을 들었다. 이호성은 소주를 정말 좋아하는 듯했다.

민성이 잔을 들었다.

꼴꼴-

잔에 차오르는 소주 소리가 참 듣기 좋다.

이 소주에는 많은 사람들의 감정이 담긴다지.

음식만큼이나 술도 위대하다.

그 어떠한 위로보다도 버틸 수 있는 힘을 주고, 기쁠 때는 그 기분을 최고로 극대화시켜 주니까.

또한 지금 민성 자신의 심정만큼이나 복잡 미묘한 기분도 달래 줄 수 있다.

한국의 소주란 그런 것이다.

짠- 하고 잔을 부딪치고 한 잔을 마셨다.

꿀꺽.

소주 한 모금이 묵직하게 목을 넘어갔다.

“크으!”

이호성이 기분 좋다는 소리를 냈다.

“시끄럽다.”

“……예.”

음식에 집중하는 걸 방해받으면 안 된다.

오롯하게 집중하고 싶다.

민성은 소주의 쓴맛을 음미하며 대게 회를 집어 들어 올렸다.

딱딱한 대게 다리의 껍질과 알몸을 드러낸 회가 중력에 의해 축 하고 처진다.

새하얀 살이 정말 맛있어 보였다.

민성은 홉 하고, 대게 회를 입으로 빨아 당겼다.

바다를 품고서 달려든 것만 같은 신선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입안에서 녹는 듯이 사라지는 대게 회의 맛.

차가운 것을 먹자마자 민성은 바로 대게 튀김을 와사비 푼 간장에 콕 찍어 씹었다.

바사삭!

튀김이 부서지는 소리에 이어, 달콤한 튀김과 게살이 어우러진 육즙이 입안을 살짝 적셨다.

역시 튀김은 진리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못 박은 것처럼 박힌다.

입은 계속해서 대게를 원하고 있었다.

배에서는 음식을 더 달라고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북을 울리듯 쿵쿵 소리를 냈다.

“후우.”

민성은 전투적으로 메인 메뉴를 살폈다.

우선 집게 다리를 들었다.

뜯기 좋게 중간에 금이 가 있다.

살짝만 당겨도 쉽게 살이 드러났다.

“홉!”

우물우물-

역시 메인 메뉴랄까!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맛있다.

살이 꽉 차 있어서 풍부한 살을 느낄 수 있었으며, 대게의 고소한 향은 살아서 코 안을 유영했다.

방금 대게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틈 없이 침샘이 나왔다.

거의 본능에 가깝게 식사를 하도록 유인하고 있다.

위험할 정도야, 이 대게.

민성은 눈에 불을 켜고 대게 먹는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부들부들함의 끝판왕인 대게를 놀라운 속도로 먹어치우게 된다.

대게를 집중해서 먹고 있는 건 이호성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그는 사실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헌터님. 이제 슬슬 밥을 한번 먹어 볼까요?”

그의 눈이 향한 것은 바로 게딱지.

그냥 내장을 바로 먹어도 맛있지만, 이 맛을 가장 최고조로 극대화시켜 최고의 효율을 만들어 내는 건 바로 게딱지 밥이다.

스무 살의 마음만큼이나 크게 설레게 만드는 그 이름, 게딱지 밥.

민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이호성이 이번엔 손을 들지 않고 빠른 속도로 벨을 눌렀다.

딩동-

벨 소리와 함께 종업원이 왔다.

“게딱지 밥 준비해 주세요. 매운탕도 바로요.”

“알겠습니다.”

종업원은 게 등딱지를 들고 주방으로 갔다.

밥이 준비될 사이, 민성과 이호성은 대게를 폭발적으로 먹어치웠다.

은근히 양이 많은걸?

처음에 봤을 땐 금방 다 먹고 더 시키겠다 싶었지만 의외로 대게는 포만감을 주었다.

때문에 대게만 먹었는데도 벌써 배가 꽤 찬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확실히 헌터님이랑 같이 식사를 하면 술보다는 식사에 집중하게 되는군요.”

“술도 좋지만, 술은 미각을 해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식사에 먼저 집중하는 것이 좋지.”

“과연. 역시 헌터님은 미식가답습니다.”

게딱지 밥과 매운탕을 기다리길 잠시.

원초적 밥도둑 게딱지 볶음밥이 매운탕과 함께 등장했다.

압도적인 포스를 풍겨 내며 뜨거운 김을 올려 보내는 게딱지 볶음밥의 존재에서, 검기에서나 볼 법한 오러마저 느껴지는 듯했다.

민성은 숟가락을 들고 노란빛의 게딱지 볶음밥을 퍼먹어 보았다.

한입 입에 들어오자마자, 뜨거운 밥알의 온도와 게살 내장의 향이 느껴졌다.

짭조름한 볶음밥의 뜨거움을 그대로 즐기며 민성은 밥을 마치 흡수하듯이 빨아들였다.

대게의 풍미를 즐기는 하루가 이렇게 깊어 가고 있었다.

* * *

민성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바가지의 옷부터 체크했다.

옷은 주문했던 대로 총 50벌.

모두 햇빛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데다 최고급 옵션까지 더해진 마법 의류였다.

“이건 뭐지?”

민성이 바가지의 마법 의류 사이에 끼어 있는 커다란 옷 하나를 가리켰다.

“아, 이건 서비스로 드린 헌터님 옷이랍니다. 바가지랑 커플 깔맞춤이라던데요?”

민성은 옷을 입어 보았다.

중세 시대에나 쓸 법한 면적이 넓은 파티 홀 넥타이에, 거친 느낌의 재킷이었다.

거울을 보자 고급스러우면서도 다크한 느낌의 풍이 꽤 멋스럽다.

그런 민성의 옆에 언제 옷을 갈아입었는지 민성과 똑같은 옷을 입은 바가지가 서서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그러곤 칵칵 웃는 바가지를 보면서 민성도 작게 웃었다.

“잘 어울리는데요?”

민성의 전담 셰프 장웅이 손녀딸인 장시아와 함께 나타났다.

장웅은 민성과 바가지의 옷을 보며 훈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장시아는 장웅의 옆에서 민성을 무서워하면서도 꾸벅 인사했다.

하지만 그녀가 이호성을 쳐다보는 눈빛은 찌릿! 하고 스파크가 튀는 듯했다.

“잠깐 산책 좀 하고 온다.”

민성이 정원 쪽으로 가자, 바가지가 민성을 쫄래쫄래 따라갔다.

장시아는 그제야 후! 하고 참았던 숨을 뿜어냈다.

그러곤 이호성을 찌릿하고 쏘아보았다.

“아저씨. 그때 왜 그냥 가 버린 거예요?”

장시아가 뾰족하게 물었다.

“헌터니까. 이 세상을 지키기 위해 몬스터를 무찌르러 간 거지.”

뾰족하던 장시아의 눈빛이 조금 풀렸다.

“탑 같은 게 생겼다면서요? 그거 엄청 위험한 거라던데.”

살짝 겁먹은 듯한 눈이었다.

이호성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음흉한 웃음을 살짝 지었다.

“엄청난 곳이지. 귀신보다도 무서운, 악마와 같은 몬스터들이 득실거리는 곳이니까. 넌 거기 1초만 서 있어도 기절하고 말걸?”

이호성의 말에 장시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 그렇게 위험한 곳이에요?”

“당연하지. 농담이 아니야. 성인 남자 헌터들조차 오줌을 지릴 정도니까.”

장시아가 심각한 표정이 되자 이호성은 쿡쿡 웃었다.

“어때? 새삼 내가 대단해 보이지 않냐?”

이호성이 으스대자 장시아는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그런데 그쪽도 유명한 헌터라고 들었는데, 여기 집주인분은 대체 얼마나 대단한 분이길래 우리 할아버지도 그렇고 아저씨도 그렇고 쩔쩔매는 거예요?”

장시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에 이호성은 창가의 소파에 털썩 앉으며 다리를 꼬았다.

“우리 헌터님은 신이나 마찬가지야.”

장시아는 호기심이 담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신?”

이호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강하다는 얘기지. 헌터님이 없으면 이 세상은 끝장나고 만다. 전 세계 헌터들도 헌터님 앞에서는 눈도 제대로 마주칠 수 없으니까.”

장시아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그녀가 민성이 나간 방향을 보며 입을 살짝 벌렸다.

압도적인 강함의 매력은 장시아의 가슴을 흔들어 놓은 듯했다.

잘생긴 얼굴.

큰 키.

밸런스 잡힌 완벽한 근육을 갖춘 몸매.

무섭긴 하지만 냉정한 성격까지도 매력적이었다.

장시아가 반한 것 같은 얼굴이 되자, 이호성은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렸다.

그러다 히죽 웃었다.

“근데 힘만 세. 완전 성격 파탄자잖아. 감정도 없어. 완전 소시오패스라니까? 지 기분 나쁘면 여자라도 그냥 베어 버릴걸?”

장시아가 당황한 얼굴로 이호성을 보았다.

“솔직히 나 정도 되는 헌터니까 저런 성격 파탄자랑 다니는 거지. 웬만한 멘탈로는 감당 안 된다?”

장웅이 헛기침을 했다.

“호성 군, 이제 그만…….”

“장웅 할아버지. 솔직히 저 인간 인성을 봐 봐요. 할아버지 나이가 몇 인데 반말이나 찍찍 해 대고. 인성이 완- 전히 글러먹었다니까.”

“호, 호성 군.”

“야, 장시아. 너 모르지? 그리고 헌터님, 고자야. 여자를 여자로 안 보거든. 게이일 수도 있어. 그래서 내가 요즘 살짝 불안하기까지…….”

이호성은 말을 늘어놓다가 장시아와 장웅의 표정을 보고 일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뒤를 돌아보자 민성이 얼음장 같은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호성은 침을 꼴깍 삼켰다.

“허, 헌터님. 언제 거기 계셨어요? 아…… 그러니까 사실 그게요……. 음…… 제가…….”

민성이 이호성의 머리카락을 잡고 정원 밖으로 끌고 나갔다.

장웅과 장시아는 하얗게 식은 얼굴로 애원하면서 끌려 나가는 이호성을 지켜보았다.

이내 정원에서 참혹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 * *

장시아를 좋아해서 질투하는 바람에 그런 말을 했다는 변명을 민성이 이해해 주지 않았다면, 자신은 아마 오늘 관작 속에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평소 마음에 있던 말을 꺼낸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사실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가로 처절한 응징이 돌아온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강민성은 비싼 포션으로 치료를 해 가며 자신을 두들겨 팼다.

오랜만에 맞아서 그런지 새삼 강민성의 무서움이 뼈에 새겨졌다.

차라리 죽고 싶을 정도로 뼈아픈 고통이라는 게 뇌리에 박혀 들었다.

사이코패스 같은 자식.

앞으로는 꼭 속으로만 생각하자.

이호성은 엉망진창으로 부어오른 얼굴로 운전대를 잡은 채, 민성을 뒷좌석에 태우고서 이동 중에 있었다.

민성의 명령대로 헬리콥터 착륙이 가능한 건물을 계약하여, 그곳으로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그랜드 월드 타워.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초고층 건물이다.

최고급 건물에 옥상을 헬기 착륙장으로 쓸 수 있으며, 그곳은 오직 민성만이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도착했습니다. 헌터님.”

이호성이 차를 그랜드 월드 타워 앞에 세우며 말을 이었다.

“저는 주차하고 바로 올라가겠습니다. 로비 앞에 계시면 제가 얼른 차 대고 오겠습니다.”

민성은 차에서 내려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이호성은 얼음 팩으로 얼굴을 문지르며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 * *

현대적이면서도 세련된 인테리어가 민성의 눈앞에 펼쳐졌다.

공간도 넓고,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뷰도 좋았으며, 생활을 하기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펜트하우스를 확인한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랜드 월드 타워의 옥상이 민성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옥상의 중심에는 헬리콥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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