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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122화 (122/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122화>

“저 헌터님. 식사 중에 죄송한데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요? 저번에 물어보려 했는데 깜박해서요.”

“얘기해.”

“애초에 월드 헌터랑 같이 탑 올라갈 생각을 왜 하신 거예요?”

이호성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이었다.

“헌터님이 돈에 그렇게까지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굳이 월드 헌터들과 함께 탑을 올라간 게 사실 잘 이해가 안 가요.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고, 그럴 성격도 아니셨잖아요.”

“별거 아니야.”

“…….”

이호성은 민성의 속마음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민성이 어서 말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답이 찾아왔다.

“얘기했잖아. 마인은 전부 내 손으로 죽여 버릴 거라고.”

“네…… 그러셨었죠? 그러니까 이상한 거죠. 굳이 월드 헌터랑 같이 다닐 건 아니었는데.”

“월드 헌터라는 것들이 걸리적거리기는 하는데, 이 넓은 세상에 식당을 지키려면 그놈들이 필요하니 죽일 수는 없고. 그래서 적당히 길들일 필요가 좀 있겠다 생각한 거지.”

이호성이 충격을 먹은 표정으로 민성을 보았다.

민성은 손을 탁탁 털었다.

“맛있는 조개도 있는데 맛없는 것도 많네. 이쯤 먹어야겠다. 그리고 저것들 좀 치워라.”

“……네?”

민성이 턱짓으로 주변을 가리켰다.

넋이 나가 있던 이호성은 옆을 돌아보았다.

어느새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 있었다.

민성이 이기어검술로 조개구이를 먹는 걸 보고 사람들이 몰린 듯했다.

그들은 마술 공연이라고 착각하며 박수를 짝짝 치면서 환호하고 있었다.

이호성은 벌떡 일어나 마술 공연은 끝났다며 그만 가라고 사람들을 물렸다.

그사이 민성은 선베드에 누워 작렬하는 태양빛을 잠시 보다가 눈을 감았다.

* * *

최고급 리조트 객실 안.

민성은 욕실에서 몸에 흐르는 땀과 모래를 씻어 냈다.

햇볕에 뜨겁게 탄 피부 위로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샤워기의 물줄기를 맞으면서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몸을 보았다.

짧거나 길게, 혹은 넓은 흉터 자국들이 보인다.

이 모든 것은 마계에서 새겨진 흉터.

어째서 이 흉터가 남아 있는 걸까.

절벽에서 떨어질 때의 상처는 왜 사라진 거고.

죽음을 통해 현세로 돌아온 것은 어떤 이유이며, 꿈에서 나타난 그는 누구인가?

그 질문들이 민성의 머릿속으로 복잡하게 날아다녔다.

민성은 헛웃음을 짧게 흘렸다.

처음엔 먹을 것에만 관심이 있더니, 이제 좀 인간처럼 사는 게 적응이 되니 궁금한 게 많아진다.

어차피 그 궁금증은 마인들을 죽여야만 얻을 수 있을 터.

서두를 필요는 없다.

민성은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왔다.

새하얀 와이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고 머리를 말릴 때,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머리를 마저 말린 뒤, 객실 문을 열자 김지유가 서 있었다.

“무슨 일?”

민성이 건조하게 물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왔어요.”

“들어와.”

민성은 문을 열어 주고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본론만 짧게.”

“중국의 삼천교가 개입을 시작했어요. 집결지로 찾아와 미국에게 전력을 올릴 수 있는 약. 환단을 내주었습니다.”

민성이 한쪽 눈을 살짝 찌푸렸다.

“환단이라는 걸 먹으면 전력이 올라간다고?”

“네. 그게 미국이 타국보다 압도적인 딜링이 가능했던 이유였어요.”

“미국이 탑에 가자고 했던 이유가 그거였군.”

“네. 그리고 민성 씨가 떠나고 저를 포함한 복귀 병력이 집결지로 돌아왔을 때, 삼천교에서는 미국뿐만이 아니라 타국에게도 환단을 주겠다고 제시했어요. 그 정보가 탑 안에 있던 헌터장들의 귀에도 들어갔고, 헌터장들은 환단을 먹기 위해 집결지로 돌아왔죠.”

“넌?”

민성이 턱짓으로 김지유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전 신뢰할 수 없었어요. 삼천교의 의중도, 그 환단도.”

“그들이 환단을 먹은 이유는?”

“추측컨대 탑과 삼천교의 등장으로 많이 초조했던 모양이에요. 또한 미국이 환단을 복용한 선택이 타국의 환단 복용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환단은 마탑 플로어 클리어에 도움이 되던가?”

“아니요. 레이드는 9층 플로어에서 실패했어요. 그리고 지금쯤 헌터장들은 깨달았겠죠. 강민성 씨가 아니면 탑을 클리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결국 그 환단은 미끼였군.”

민성은 침대에서 일어나 객실에 비치되어 있는 향수 하나를 들어 손목에 뿌렸다.

로열 스위트 룸 객실이라 그런지 꽤 고급스럽다.

향수 냄새가 강하지 않고 은은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어차피 마인은 내 손으로 죽일 거였고, 그럴 거라면 적당히 그 월드 헌터라는 것들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지유는 마른침을 삼켰다.

“월드 헌터를 통제한다는 것은 정확히 어떤 의미죠?”

“마인을 죽이고 싶은 건 맞지만, 그보다도 더 근본적인 내 목표는 따로 있으니까.”

민성은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헌터는 존재해야 한다. 살아 있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너도, 월드 헌터도.”

김지유가 당황한 눈으로 민성을 보았다.

“네가 바라는 평화와 정의만큼이나 나 역시 세상이 더러워지는 걸 원하지 않아. 마인의 수는 바퀴벌레만큼이나 무수하며 끈질기다. 지금 눈에 보이는 마인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 뒤에 숨겨진 수는 헤아릴 수 없다. 놈들이 본격적으로 튀어나온다면, 그땐…….”

민성이 김지유를 똑바로 보았다.

“나 혼자선 역부족이지. 한 몸으로 전 세계에 퍼진 마인들을 잡을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필요한 거다. 너도, 월드 헌터도. 나 혼자서 모든 식당을 지킬 수는 없지.”

“굉장히 본질적인 이유네요…….”

“그래서 길들일 필요가 있는 거다. 놈들을 통제해야 하는 건 그런 이유지.”

민성이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보며 말을 이었다.

“묻고 싶은 게 있다고 했던 건?”

“월드 헌터들은 깨달았을 거예요. 자신들의 전력이 탑 앞에서 무력하다는 사실을.”

“그래서?”

“강민성 씨를 데려가고 싶어 할 겁니다.”

“중앙 기관도 그런가?”

김지유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의외네.”

“탑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사실 잘 몰랐어요. 강민성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

“저희 중앙 기관은 감히 민성 씨에게 조건을 두고 딜을 할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지 않아요.”

“그래서, 하고 싶은 질문은?”

“강민성 씨의 선택이 궁금해요.”

고요한 침묵이 아주 잠시 흘렀다.

김지유에게 그 시간은 아주 길게 느껴졌다.

민성은 엷게 웃으며 천천히 일어서 김지유의 바로 코앞에 섰다.

그녀가 살짝 당황하여 시선을 아래로 내렸을 때.

“결과를 가만히 기다려. 곧 알게 될 테니까.”

민성이 그 말을 끝으로, 먼저 객실을 나갔다.

* * *

“한국의 총군주가 강민성을 구워삶고 있는 건 아닐지 염려되는군.”

“그 여자는 걱정할 필요 없어. 돈도 능력도 없는 무지렁이에 불과하니.”

“미국에서 큰돈을 제시할 텐데…… 결국 자금으로는 이길 수 없어. 이대로 가다간 결국 강민성이라는 헌터를 무기로 소유하는 건 미국이 될 공산이 큰데 어찌하면…….”

각국의 헌터장들은 전부 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그 모든 논제는 하나로 압축되어 있었다.

헌터 강민성.

오로지 그 이름 하나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리고 그 초점의 중심에 선 남자 민성은 현재…….

“맛있겠군.”

한국으로 돌아와 수조 속에서 꼼지락거리는 ‘대게’를 보고 있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면서 본격적인 대게의 계절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제철이 다가오고 있었다.

물론 제철에 먹어야 제 맛이긴 하겠으나, 그때까지 기다리기엔 입안에 고여 든 침샘이 민성을 묶어 놓은 지 오래였다.

이호성의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대게집이 눈에 들어왔고, 어디서 대게를 먹으면 맛있을까라는 질문에 이호성은 자신을 ‘영덕’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지금.

어떤 게를 먹을 것인지 고를 차례였다.

“이 녀석으로 하지.”

민성이 손가락으로 게 한 마리를 가리키자, 가게 주인이 곧장 뜰채로 낚았다.

“메뉴는?”

“코스 요리로.”

“알겠습니다. 맛있게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들어가서 앉으시죠.”

사장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좌식으로 된 홀은 꽤 넓은 편이었다.

거창한 인테리어는 아니지만, 신기하게도 대게와 딱 어울리는 깔끔하고 밝은 인테리어다.

“헌터님. 그럼 저는…….”

“너도 앉아라.”

민성의 말에 이호성은 반색하며 민성을 따라 신발을 벗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이호성이 검지를 세워 보였다.

“대게를 먹는데 소주가 빠질 순 없겠죠?”

“물론.”

이호성이 손을 번쩍 들었다.

“여기 소주 하나요!”

이호성의 외침에 사장이 ‘예, 갑니다!’ 하고 기운 좋게 말하며 소주를 가져다주었다.

이호성은 기대가 되는지 손을 싹싹 비볐다.

민성도 기대가 됐다.

영덕 대게.

어렸을 때도 많이 들었다.

분명 유명한 이유가 있겠지.

이호성은 소주 뚜껑을 따려다가 민성을 보고 다시 소주병을 내려놓았다.

민성은 팔짱을 낀 채 음식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과 달리 민성은 식사에 민감했다.

술을 먼저 즐기는 게 아니라, 식사가 먼저인 거다.

우선순위가 다른 만큼 이호성은 민성의 기호를 존중해야 했다.

이호성도 민성처럼 팔짱을 끼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

두 사람 사이로 시간이 째깍째깍 흘렀다.

* * *

처음 타국의 헌터장들은 미국과의 스카우트 전쟁을 염두에 뒀지만, 그 생각은 이내 바뀌고 말았다.

자금으로 미국을 이길 수 없다.

그래서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강민성을 포섭하는 게 아니라, 강민성에게 줄을 대는 거다.

미국이 강민성을 돈으로 사든 말든 타국의 헌터장들은 민성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 라인을 타야겠다는 것으로 의사가 굳어졌다.

어차피 미국을 이길 수 없다면 차라리 강민성 밑으로 들어가 후책을 도모하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라는 계산이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같은 마음이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미국을 제외한 타국의 강민성 라인 연합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다.

* * *

두둥!

대게가 도착했다.

게딱지와 다리는 모두 먹기 좋게 나누어져 있었다.

대게 다리 회, 대게 다리 튀김, 대게 치즈 버터 구이.

온통 대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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