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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114화 (114/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114화>

막타를 먹기 위해 이호성과 바가지가 서로 경쟁하듯 아껴 두었던 힘과 마력을 히드라에게 쏟아 붓기 시작했다.

전력을 다해 히드라의 체력을 깎아 내던 월드 헌터들은 뒤늦게 자신들의 처지를 기억해 냈다.

경험치와 아이템은 모두 독식의 구조로 예약되어 있었다.

하지만 막상 그 현실을 눈앞에서 마주하게 되자 허탈감이 물밀 듯이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고생해서 몬스터를 다 죽여 놨더니, 마지막 잇속은 저들이 챙겨 가니 부아가 치밀 수밖에.

약육강식의 논리가 철저하게 펼쳐지는 헌터계이기에, 그리고 이미 동의한 사항이기에 헌터들은 이제 한 걸음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 * *

미국의 헌터 마스터 에단은 당혹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저 해골 소환수, 대체 정체가 뭐지……?’

이 의문은 비단 에단뿐만이 아니라, 월드 헌터 전원이 갖고 있는 생각이었다.

현재 바가지는 히드라를 향해 폭발적인 마법 대미지를 쏟아붓고 있었다.

아무리 죽어 가고 있는 히드라라고는 해도, 단단하기 짝이 없는 비늘이 순식간에 연하게 찢어지며 사방으로 피를 흩뿌리는 광경은 놀랍기만 할 뿐이었다.

현재 이곳에 모인 월드 헌터들을 상회하는 마법 공격력이었다.

해골 소환수에 크기도 작아서 그저 버프 용도일 줄 알았는데, 바가지의 공격력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모두가 감탄과 경악이 얼룩진 눈으로 바가지를 보았다.

반면 이호성은 모두의 관심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었다.

“제길, 제길! 왜 칼이 안 박히는 거야아아아-!”

이호성은 울분에 가까운 외침을 터트리며 데스나이트의 검을 휘둘렀지만, 애석하게도 그의 칼은 히드라의 비늘에 작은 상처도 내지 못했다.

데스나이트의 검이 가진 특성으로 헬 파이어가 발동 되면 운 좋게 빅 대미지가 들어가면서 막타를 챙길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확률에 의존해야 하는 헬 파이어는 그렇게 손쉽게 발동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흑염의 권능으로 잠든 어둠의 용이여. 잠에서 깨어나 그대의 분노를 표출하소서.”

캐스팅을 마치자 몽글몽글한 검은 연기가 바가지의 손가락에 맺혀 들었다.

그리고 이내 절기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커다란 마력을 머금은 흑마법이 히드라를 향해 쇄도했다.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던 월드 헌터들이 모두 하나같이 입을 쩍 벌리며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마치 허리케인과도 속도로 회전하는 굵직한 검은 연기가 히드라를 향해 날아갔다.

이윽고, 무거운 마력이 담긴 바가지의 흑마법 공격이 히드라의 숨통을 끊어 냈다.

퍼퍼퍼퍽!

바가지가 칵칵! 웃음을 터트렸고, 이호성은 땀에 흠뻑 젖은 채 풀썩 무릎을 꿇었다.

* * *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 버는 놈은 따로 있다더니.”

“죽 쒀서 개 준 꼴이구나.”

“빌어먹을. 막타 경험치고, 아이템이고 모두 저들끼리 해 처먹는다니.”

“이 짓거리를 앞으로 탑을 올라가면서 계속해야 한다는 거군.”

애초에 예정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눈앞에서 막타 경험치와 아이템을 뺏기자, 헌터들은 하나같이 불에 타오르는 것만 같은 눈으로 이호성과 바가지를 쏘아보았다.

차라리 강민성이 막타를 먹었다면 배가 덜 아팠으리라.

하지만 저 알지도 들어 보지도 못한 것들이 강민성을 등에 업고 설치는 꼴을 보고 있으니 혈압이 오를 수밖에.

그런 월드 헌터들의 무시무시한 시선을 받고 있는 이호성과 바가지는 그 와중에도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야, 다음 막타는 나한테 줘. 제발.”

“싫어. 내가 왜?”

“진짜 치사하게 이럴 거냐? 이런 식이면 난 막타 못 먹잖아. 대미지 자체가 다른데.”

“너 버서커 있잖아. 칼로 네 배 찔러.”

이호성이 상처 받은 눈길로 바가지를 보았다.

“넌 그게 할 말이냐?”

“응, 할 말이야-”

“초딩 같은 게 진짜.”

“그 초딩 같은 내게 막타 좀 달라고 애걸복걸하고 있죠?”

“아오, 진짜. 이 쪼그만 걸 어떡하지, 이거?”

바가지는 칵칵 웃으며 자신의 주인인 민성에게 로브를 펄럭이며 달려갔다.

뒤틀린 표정으로 바가지를 노려보던 이호성은 뒤늦게 자신을 살벌하게 쳐다보고 있는 헌터들의 눈빛을 느꼈다.

“흠흠…….”

이호성은 헛기침을 했다.

젠장…….

그는 불편한 심정으로 히드라가 떨어트린 아이템을 주워 템 창에 집어넣었다.

* * *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아? 미국 헌터들 말이야.”

“맞아. 나도 확실하게 느꼈어. 갑자기 전체적으로 전력 자체가 올라간 느낌이랄까.”

“애초에 오러의 양이 달라 보이던걸?”

“뭔가 갑자기 강해진 기분이 든단 말이지.”

이호성과 바가지에게 질시의 눈빛을 보내던 타국 헌터들의 시선이 지금은 미국 헌터들에게 머무르고 있었다.

“어쩌면 미국 헌터들이 지금까지 본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 걸지도.”

“그러기엔 처음 탑에 왔을 때 너무 무력하게 당한 거 아닌가?”

“흐음, 강민성이라는 한국의 헌터만 믿고 탑에 왔다기엔 미국 헌터들의 움직임이 뭔가 심상치 않아.”

헌터들의 생각은 이내 타국의 헌터장들에게도 불이 번지듯 옮겨붙었다.

하지만 딱히 책잡을 만한 꺼리도 없는 상황에서, 함부로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게 아니냐고 캐묻기도 애매했다.

그 시점.

2층을 무사통과하고 3층에 올라왔을 때, 또다시 몬스터와 마주쳤다.

고대 신화의 전설, 켄타우로스.

상체는 인간이고, 하체는 네 발 달린 말이다.

반인반마(半人半馬).

몬스터는 번쩍거리는 창을 들고 있었고, 꼿꼿하게 서 있는 자세에서는 강인함이 풍겨져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월드 헌터들은 이미 1층에서 한 번의 경험을 치렀기 때문에, 켄타우로스가 뿜어내는 기세에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마인도 아니고, 잔여물이나 다름없는 몬스터 한 마리다.

전혀 주눅이 들 필요가 없는 대상.

그런 만큼 월드 헌터들은 어차피 막타를 먹지 못하는 거라면, 조금의 대미지 경험치라도 먹기 위해 망설임 없이 몬스터를 향해 몸을 날렸다.

* * *

켄타우로스 역시 히드라를 잡았을 때처럼 사상자 없이 해치울 수가 있었다.

이번 막타 역시 바가지가 차지했고, 이호성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다음 기회를 노렸다.

그 기회는 3층을 올라가기도 전에 나타났다.

몬스터가 그 이후부터 계속해서 줄줄이 나타난 것이다.

다행히 몬스터들이 무더기로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월드 헌터의 전력만으로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해서 민성이 나설 일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몬스터를 잡으면서 떨어진 아이템은 모두 강민성에게로 바쳐졌다.

그로 인해 8층에 이르렀을 때, 이호성은 물론 민성의 아이템 창도 가득 차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데스나이트의 검을 통해 헬 파이어를 발동시켜 겨우 5번 중 1번 정도 막타 대미지를 먹을까 말까 한 수준에 불과했던 이호성은 기력 없는 얼굴로 민성에게 다가갔다.

“템 창이 가득 차서 이제 더 이상 템을 주울 수가 없는데 어쩌죠?”

민성은 어려울 게 뭐 있냐는 식으로 월드 헌터들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팔면 되지.”

민성의 말에 이호성은 일순 당혹감에 동공이 흔들렸다.

“저기 월드 헌터들한테요?”

“그래. 경매로 팔아, 그냥.”

“오……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하지만…….”

이호성이 눈치를 살폈다.

아이템을 이쪽에서 독식하는 것도 억울할 텐데, 템 창 다 찼다고 사라고 하면 얼마나 열불이 터질까?

이호성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경매 시작가는 얼마로 할까요?”

“네가 알아서 계산기 두드려 봐.”

민성이 관심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민성과 이호성이 경매에 대해 대화를 하고 있는 그사이, 월드 헌터들은 9층을 향해 가지 않고 있는 민성과 이호성을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민성은 바닥에 앉아 벽에 등을 대고서 템 창에서 비닐봉지를 꺼냈다.

비닐 안에는 편의점에서 산 샌드위치와 우유가 있었다.

* * *

월드 헌터들의 시선은 더더욱 거세진 의문으로 깊어졌다.

엄청난 시선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성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샌드위치의 비닐을 벗겼다.

편의점에서 산 샌드위치라 그런지 양이 적다.

빵도 두껍지 않고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도 극소량이다.

이렇게 양이 적어서야 감히 샌드위치라 부를 수 있긴 한 걸까?

빵 안에 싸여 있는 내용물은 토마토와 치즈 한 장, 그리고 햄 한 장, 그리고 양상추 조금.

이게 전부다.

별로 기대감이 생기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먹어 볼까?

민성은 정말 말 그래도 기대감 없이 샌드위치를 한입 깨물어 먹었다.

그리고 먹자마자 대한민국 편의점에서 파는 샌드위치가 이 정도로 대단했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눈이 번쩍 뜨였다.

민성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우선 한입 씹자마자 느낀 건 짭조름한 맛이었다.

기분 나쁘게 짠 게 아니라 뇌를 확 자극하는 짠맛이다.

치즈와 소스의 단맛, 거기에 더불어 양상추의 아삭한 식감과 짠맛의 결정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는 슬라이스 햄의 맛.

샌드위치 안에 많은 것들이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맛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물론 인스턴트의 한계라는 건 존재했다.

하지만 단순히 인스턴트라고 무시할 수 있는 맛이 아니었다.

정말 잘 만들었어.

한입 더 먹어 보았다.

식빵의 끝부분은 조금 퍼석한 감이 있지만, 두 번째로 먹게 되었을 때는 그야말로 인스턴트의 단맛이 폭발했다.

온몸이 찌릿할 정도로 푹신하고 달달한 샌드위치 내용물의 맛이 황홀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민성은 우유를 들고 마셨다.

꿀꺽꿀꺽!

차가운 우유의 맛이 조금 텁텁했던 입안을 말끔하게 지워 준다.

우유가 없었다면 샌드위치의 가치는 급락했을 것이다.

우유를 먹자마자 민성은 그렇게 확신했다.

우유만큼 샌드위치와의 완벽한 조합을 맞출 수 있는 건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민성이 감탄하며 샌드위치를 먹고 있을 때, 지켜보던 미국의 헌터 마스터 에단이 못 참겠다는 듯 다가왔다.

* * *

이호성이 에단의 앞을 가로막았다.

에단이 불쾌감이 서린 눈으로 이호성을 쏘아보았다.

이호성은 그런 그의 눈빛에 전혀 주눅 들지 않고, 그의 시선을 당당하게 맞받았다.

“제게 말씀하시죠.”

그는 민성이 명령한 대로, 대리인의 자격으로 그와 마주섰다.

이 순간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뒷골목 파락호였던 자신이, 지금 감히 미국의 헌터 마스터와 마주 서고 있다.

이호성은 표정 관리를 하며 에단의 말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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