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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111화 (111/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111화>

* * *

에단은 고민했다.

전투력을 대폭 증진시켜 주는 삼천교의 환단은 1인 1개로 제한.

만약 그 이상을 복용하게 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삼천교에서는 미리 알려 주었다.

그러나 에단의 입장에서는 마음속에서 욕심이 자랐다.

하나를 더 먹으면 안 될까?

만약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더 강해질 수 있다면?

그런 생각들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에단의 머릿속에 남아 유령처럼 떠돌아다녔다.

에단은 차량 안에서 트렁크에 들어 있을 환단 박스를 돌아보았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마치 도박을 하는 기분이었다.

목숨을 건 도박.

그리고 대개 도박의 유혹은 한번 머릿속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으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에단은 마른 입술을 핥으며 차량에서 내려 트렁크를 열었다.

박스 안에 가득 들어차 있는 환단을 내려다보았다.

한 개.

한 개 정도는 더 먹어도 괜찮을 것이다.

그렇게 합리화하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에단은 결심을 굳히고서 환단 하나를 손에 집어 들었다.

고심 끝에, 결국 에단이 환단을 입에 넣었다.

콰득!

환단은 단단한 편이다.

마치 돌이 으깨지는 듯한 소리가 에단의 입안에서 났다.

이윽고, 한번 경험해 봤던 고통이 또다시 밀려오기 시작했다.

“우욱! 크으윽!”

에단의 온몸이 시뻘겋게 부풀어 올랐다.

처음 환단을 먹었을 때보다 훨씬 큰 고통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에단은 의식을 잃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그 고통을 견뎠다.

그리고 잠시 후.

끔찍한 고통을 겪어 낸 에단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스스로가 강대해졌음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내 감은 틀리지 않았어……!’

도박이 통했다.

일순 한 개를 더 먹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그 마음은 접었다.

이 이상은 정말로 위험할 수도 있다.

두 번째 환단을 먹었을 때 흡사 몸이 터질 것만 같은 불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후, 정말 징그러운 것들이군. 대체 어떻게 이런 걸 개발한 거야.”

환단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린 에단은, 만에 하나 중독 현상을 일으킬 경우 해독할 수 있도록 연구소에 보낼 환단을 가방에 챙겨 넣었다.

연구소에만 보내면 독성을 분해할 수 있는 약은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을 터.

에단은 환단이 든 가방을 트렁크 안쪽에 잘 박아 두고, 흥분된 심정으로 미국 헌터들을 호출할 준비를 했다.

* * *

미국 소속의 헌터들이 일시에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들은 휴대폰 메시지 내용을 확인한 후 서로의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들은 은밀하게, 순차적으로 집결지에서 벗어나 이동을 시작했다.

목적지는 컨테이너로 된 창고였다.

그곳에 에단이 있었고, 그의 주변에는 박스가 쌓여 있었다.

헌터들은 에단의 지시에 의해 박스에 들어 있는 환단을 한 개씩 받았다.

“전투력을 증강시켜 주는 아이템이다. 즉시 섭취하도록.”

에단의 말에 의문을 품고 있던 헌터들의 눈이 새파랗게 빛났다.

강함을 추구하는 헌터에게 있어 전투력 증가보다 탐이 나는 것은 그 무엇도 없다.

헌터들은 망설임 없이 환단을 입에 넣어 씹었다.

와득!

딱딱한 환단이 어금니에 의해 으깨지는 소리가 일시에 울려 퍼졌다.

* * *

이호성은 마치 억지로 살아가는 강시 같은 얼굴로 전방을 보며 운전했다.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퀭한 눈과 흐릿한 초점에 집결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차가 들어오자 처음 왔을 때와는 달리 헌터들의 시선이 일제히 집중되었다.

“바로 가실 겁니까?”

이호성이 민성을 돌아보며 물었다.

“아니. 조금 쉬었다가.”

민성이 눈을 가볍게 감고서 말했다.

이호성은 조용히 차에서 내려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담배를 태우면서 마인의 탑을 보았다.

여전히 하늘은 먹구름이 가득하고, 탑 주변으로는 천둥 벼락이 친다.

마치 세기말을 보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마인의 탑.

이호성은 그런 탑을 보며 담배 연기와 함께 한숨을 흘려보냈다.

“넌 아마 죽을 거다.”

“결정지어.”

“죽음을 넘어설 것인지, 죽을 건지.”

강민성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머릿속에 쨍쨍 울리는 듯했다.

가슴은 긴장과 두려움으로 콩닥거린다.

마인의 탑을 보며 수많은 감정이 교차되고 있음을 느끼던 그때.

누군가가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이호성은 담배를 버리며 발소리가 나는 곳을 돌아보았다.

미국의 헌터 마스터 에단이었다.

“헌터 강민성과 대화를 나누고 싶소.”

“무슨 일입니까?”

“탑에 대한 일로 요청할 것이 있소. 잠시라도 시간을 내 달라고 말해 주시오.”

이호성은 민성이 타고 있는 차량 뒷좌석 쪽으로 가서 창문을 톡톡 두드렸다.

창문이 살짝 내려가고 민성의 눈이 보였다.

“헌터님. 미국의 헌터 마스터 에단이 헌터님이랑 탑에 대한 문제로 잠시나마 대화를 하고 싶다는데, 어떻게 할까요?”

“타라 그래.”

“예.”

이호성은 에단에게 차에 타라고 손짓했다.

* * *

미국의 헌터 마스터 에단이 차량 안, 민성의 옆자리에 앉았다.

민성이 시트에 등을 깊숙이 파묻은 채 에단의 말을 기다리자, 에단이 얘기를 꺼냈다.

“우리는 당신과 함께 탑에 갔으면 하오.”

그것이 에단이 꺼낸 첫 본론이었다.

“함께- 라는 게 무슨 의미지?”

민성이 물었다.

“우리가 전면에 서고, 위기 상황 시에만 나서 주는 것. 그렇게 되면 당신도 훨씬 편하고 수월하게 탑을 올라갈 수 있을 테니.”

민성은 엷은 코웃음을 흘렸다.

“난 너희들 없어도 편하게 올라갈 수 있다.”

“…….”

에단의 동공이 일순 살짝 흔들렸다.

그는 애써 침착함을 되찾으려 노력했다.

“탑은 인류 공동의 재앙이오. 그대가 아무리 탑을 정복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해도, 이것은 비단 헌터 개인의 문제가 아닌…….”

“그건 너희 사정이고.”

에단은 말문이 막혔다.

애초에 민성은 정의감이라든가 인류의 미래로 단순히 설득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결국 민성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직감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에단은 곧 일그러질 것 같은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아래로 조아렸다.

“……부탁이요. 우리를 도와주시오.”

에단이 고개 숙인 채 그렇게 말했다.

“그러지.”

민성의 수락.

예상과 달리 이토록 빨리 제안을 수락한 것에 놀라 에단이 고개를 들었을 때.

민성이 말을 이었다.

“대신 조건이 있다.”

“……얘기하시오.”

“조건은 총 세 가지.”

세 가지라는 말에 에단이 침을 꼴깍 삼키는 게 보였다.

반면 민성의 표정은 처음처럼, 언제나처럼 같았다.

“우선 요리사가 필요해. 아주 맛있는 식사를 만들 수 있는 요리사.”

“당신의 식사를 전담할 요리사를 말하는 거요?”

“그래.”

에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야 얼마든지라는 표정이었다.

“두 번째는 무엇이오?”

“내 수발을 들고 있는 이호성, 그리고 내 마법 인형 바가지. 그 둘이 막타를 치고 최대 경험치를 먹는다.”

민성은 바로 이어서 세 번째 조건을 덧붙였다.

“그리고 획득된 모든 아이템은 내가 먹는다.”

독식(獨食).

에단은 어금니를 깨물었다.

“너무 지나친 처우가 아니오?”

“그게 싫으면 너희들끼리 올라가면 돼.”

에단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얼굴로 잠시 고민에 빠졌다.

“……조건은 그 세 가지가 전부인 것이오?”

“글쎄.”

에단은 민성의 태도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결국 해당 사안의 패권은 민성이 장악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헌터장들과 회의를 한 후에 가부 결정을 알려 드리겠소.”

“20분.”

민성이 딱 잘라 시간을 제한했다.

“시간이 너무 짧소. 적어도……!”

민성이 천천히 에단에게 시선을 돌렸다.

“입 닥치고 20분 안에 가부 결정을 가져와.”

에단은 눈을 질끈 감으며 차문을 열고 내렸다.

* * *

“빌어먹을 X 같은 새끼……!”

에단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상석에 앉으며 강민성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가라앉히기 위해 숨을 가다듬었다.

헌터장들은 그런 에단을 의아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에단은 시선을 들어 헌터장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한국의 헌터 강민성과 함께 탑을 올라가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소.”

에단의 말에 헌터장들이 잘 생각했다는 눈빛을 보내왔다.

“그리고 한국의 헌터 강민성에게 탑을 함께 가는 것에 대해 대화를 해 봤는데, 그는 세 가진 조건을 붙였소.”

“세 가지 조건? 그것이 무엇이죠?”

유럽의 헌터장이 대표해서 물었다.

에단은 민성에게 들었던 그대로, 조건을 말해 주었다.

그러자 장내의 헌터장들 모두 침음을 흘렸다.

“방법이 없으니 그의 힘이라도 빌려야겠지요.”

아프리카 헌터장이 말했다.

모두들 동의하는 듯했으나 에단만큼은 눈빛이 달랐다.

“그럼 그의 조건을 받아들이는 걸로 전달하겠소.”

* * *

“저쪽에서 헌터님 조건을 받아들이겠답니다. 그런데 무슨 조건이었어요? 표정이 완전 썩었던데.”

이호성이 운전석에 올라타고서 물었다.

“요리사를 데려올 것. 막타는 너랑 바가지가 먹을 것. 아이템은 내가 먹을 것. 이 세 가지다. 그러니까 놓치지 말고 먹어.”

“……어마어마한 조건이네요.”

이호성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릴 때, 누군가 밖에서 창문을 톡톡 쳤다.

민성은 창문을 내렸다.

“요리사가 도착하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거랍니다.”

창밖의 헌터가 말했다.

“소요 시간은?”

“족히 네 시간은 걸릴 거라고…….”

헌터가 자신 없이 말하다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최고의 셰프를 불렀으니, 식사는 분명 만족하실 거라고 했습니다.”

“밥 먹는 대로 출발할 거라고 전해.”

민성은 그 말을 끝으로 창문을 다시 올렸다.

* * *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미슐랭 요리사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게리 골드.

그는 지금 트렁크에 재료를 실어 급히 집결지로 가는 중이었다.

차를 타고 가면서 그는 연신 입 밖으로 F로 시작되는 욕을 쉴 새 없이 뱉어 냈다.

모처럼의 휴가를 즐기고 있었는데, 헌터국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당장 집결지로 와서 최고의 요리를 준비하라는 것.

휴가를 보내는 중이라고 했으나, 헌터 측에서는 막무가내였다.

지금 당장 튀어 와서 최고의 식사를 하지 않으면 요리 인생이 끝장날 거라는 엄포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유명한 셰프라고 해도 헌터국이 협박을 해 대는데 거기에 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체 어떤 자식의 식사를 준비하라는 거야?

미국의 헌터 마스터?

게리 골드는 헛웃음을 흘리며 스트레스만큼이나 액셀을 깊게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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